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82
1082화 불길함
자신감!
자신감을 되찾은 엽현은 더 이상 신물에 의지해 우스꽝스럽게 싸우던 박투가가 아닌 한 명의 진정한 검수로 거듭나 있었다.
그것도 범검 제 이단계의 극강의 검수로!
이때, 악마안이 열 장의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비상했다. 이를 보자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움직임을 보인 이 순간, 악마안 역시 출수를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신비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검역!
만약 평소대로 싸운다면 악마의 날개를 지닌 악마안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엽현은 일단 검역을 펼쳐, 악마안의 운신의 폭을 좁힌 것이다.
검역으로 상대의 속도를 늦춘 엽현은 곧바로 악마안의 앞에 나타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날아오는 검을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악마안.
이때, 그녀의 등에 있던 악마의 날개가 검은빛으로 변해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엽현은 어둠 속에 파묻혀 버렸다.
콰콰콰쾅……
폭음이 하늘 전체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소도가 아목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찌 저렇게 변할 수 있었느냐?”
아목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흥, 말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패하고 말거다.”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소.”
“뭐?”
아목의 말에 소도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반응했다.
이에 아목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소도 낭자, 저 아이가 싸우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시오.”
소도는 곧장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를 응시하던 소도는 엽현의 실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흠… 막 경지를 돌파한 터라 강자와의 싸움이 오히려 놈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로구나.”
“바로 맞췄소.”
소도가 진지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좀 알 것 같군. 그녀가 왜 놈을 혼자 두고 떠날 수 있었는지.”
이때 엽현은 악마안을 상대로 꽤나 선전하고 있었다. 비록 수세에 몰려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상황은 낙관적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일각여가 흘렀을 때, 악마안의 강력한 주먹이 엽현의 복부를 강타했다.
퍽-!
순식간에 백여 장 밖으로 튕겨 나간 엽현.
이때 빠르게 따라붙은 악마안이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재빨리 발을 움직인 엽현은 순식간에 만 장 가까이 거리를 벌렸다.
악마안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으려는 듯 폭풍처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있는 아목의 안색은 다소 어두웠다.
악마안의 전투감각은 엽현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필경 그녀는 주재경 절정의 강자가 아닌가!
이때, 엽현이 방어를 포기한 듯 날아오는 주먹에 가슴을 내어 주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양손으로 악마안의 팔을 붙잡고 자신 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퍽-!
두 개의 머리가 부딪친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각자의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자리에 멈춰선 악마안.
엽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선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현재 상황에서 엽현의 목숨을 단시간 내에 끊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엽현은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
결론에 이른 악마안은 표정을 풀고 엽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엽현, 결국 나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구나. 원래는 신물만을 취하려 했지만, 부득이하게 네 목숨을 먼저 거둬야겠다.”
말을 마친 그녀가 한쪽 허공을 응시했다.
“신제, 그래서 언제 나올 건가?”
적막감이 흐르는 순간, 악마안의 시선 끝에서 강대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신제!
그리고 신령족의 무인들까지!
계옥탑과 만유서옥을 위해 불구지천의 두 원수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때 악마안 곁에 모습을 드러낸 신제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아이야, 나는 정말이지 널 죽이고 싶지 않다. 물건만 건네주면 너도 살고 우리도 지금까지처럼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에 엽현이 허리를 젖히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세상천지에 친구의 물건을 강탈하는 친구가 어디 있단 말이오! 나 엽현에게 그대들 같은 친구는 필요 없소!”
말을 마친 엽현은 다시 싸늘해진 표정으로 천주검을 들어 두 사람을 겨냥했다.
“오시오! 어디 날 죽이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 보시오!”
하늘 끝에서 엽현을 내려다보고 있는 신제의 표정엔 다소 그늘이 져 있다.
아직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비록 천녀가 떠나긴 했지만, 엽현과 천도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아직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신령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오히려 천녀보다는 직접 당해 본 바 있는 천도쪽이었다.
이때 신제의 표정을 읽은 악마안이 웃으며 말했다.
“인제 와서 뭘 걱정하는 건가?”
“그럼, 아니란 말이냐?”
신제가 악마안을 쳐다보자 악마안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시 우리가 오유겁을 겪고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선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누가 그 역할을 해야 할까?”
“…….”
“나 역시 저 녀석의 인과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보복을 당할 땐 당하더라도 우선은 살고 봐야 할 게 아니냐?”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인 신제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가 굳이 피를 보겠다면 그렇게 하자꾸나.”
신제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의 뒤편 공간이 열리더니 무수히 많은 신령족 강자들이 튀어나왔다.
이를 본 아목이 엽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도와줄까? 아니면 혼자서 할래?”
순간 엽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목을 쳐다보았다.
“아목 낭자, 거 농담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혼자서 하다니?”
범검 이단계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다. 구름처럼 새카맣게 몰려든 적들을 혼자서 처리하다니, 이 무슨 서운한 소리란 말인가!
엽현이 당황하자 아목이 키득키득 웃으며 악마안과 신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악마안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대제사장, 무족은 절대 이번 일에 관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나?”
“오? 그대가 그걸 어찌 아시오?”
“왜냐하면, 너희에게는 천족이라는 원수가 있지 않으냐?”
“하하하,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오?”
“후후,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하지. 우리 두 부족은 무족과 원한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우리 역시 천족을 초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그러시든가.”
아목이 퉁명스레 말을 뱉은 순간, 그녀의 뒤편으로 수십 명의 무족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을 이끌고 온 것은 두 명의 노인으로 각각 검은 장포 차림에 한 손에는 법봉을 들고 있었다.
무족!
이들의 모습을 보자 악마안의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다.
원래 그녀 생각에 무족이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은 팔 할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엽현을 돕는 순간, 천족 역시 자동으로 참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깨고 무족은 엽현을 돕는 쪽을 선택했다.
신제 역시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엽현 하나를 치는 것과 여기에 무족이 더해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렇게 되면 설령 전투가 그들의 승리로 끝난다고 해도 신령족과 악마족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째서지!?”
악마안이 눈에서 살기를 뿜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아목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오? 이 아이는 무족 사람이니 당연한 것 아니오?”
“하하하, 그렇군. 신제! 일단 천족과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말을 마친 악마안이 그대로 사라지자, 신제 역시 그녀를 쫓았다.
잠시 후.
장내를 가득 메웠던 신령족과 악마족은 완전히 물러갔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엽현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아목을 향해 돌아섰다.
“무족에게 폐를 끼쳤소.”
“아니다. 네가 나의 무시인 이상, 나로서는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다.”
“하지만…”
“불만은 나중에 이야기하거라. 우선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천족. 그리고 신공이다.”
“한 가지 더 있소. 어둠 속에서 서옥을 노리고 있는 자들 또한 신경 써야 하오.”
엽현의 말에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만유서옥이라는 공통의 분모가 있소. 혹시라도 그들이 모두 손을 잡고 몰려온다면 이건 정말 큰일 아니오?”
“그렇지, 큰일이지.”
아목이 장난스레 웃으며 대답했다.
이때 엽현이 뭔가 생각난 듯 한쪽에 있던 소도를 바라보았다.
“소도 낭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소.”
“물어 보거라.”
“육유계.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도망칠 생각이라면 미리 말해주지. 너는 불가능하다.”
“어째서 안 된다는 것이오?”
“현재 오유계 내에서 그곳으로 건너갈 수 있는 자는 다섯을 넘지 않는다. 그녀가 그곳에 갈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히 말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너는? 그녀만큼의 실력이 되느냐?”
“음…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충분히 강하지 않소?”
“뭐? 스스로가 정말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엽현이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을 본 소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네게 그 따위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냐?”
“…….”
엽현은 아목이라고 말하려다가 참기로 했다. 농담하기에는 다소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이다.
“후… 나는 이제 모르겠다. 어디 잘 살아남아 보거라!”
“소도 낭자!”
엽현이 막 돌아서려는 소도를 향해 소리쳤다.
“그대 역시 육유계에서 온 것이오?”
“글쎄다. 세상은 네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어쨌든 무운을 빌어 주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 소도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갔다.
“여전히 매우 신비한 여인이로구나.”
“그러게 말이오.”
아목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냐? 이대로 저들이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려느냐?”
이에 엽현이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내가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지 않소.”
“음? 그래서? 쳐들어가기라도 하려고?”
엽현은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순간 그의 눈에서 진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바로 이때, 계옥탑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엽현이 돌연 활짝 웃으면서 계옥탑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를 본 아목이 의아한 표정으로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엽현이 찾은 곳은 바로 계옥탑 오층.
그가 막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한 여인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엽령이었다!
“오빠!”
오랜만에 엽현을 본 엽령이 환하게 웃으며 엽현에게 달려와 안겼다.
“령아, 돌파한 거야?”
“응, 성공했어!”
“장하다 내 동생, 하하하!”
“근데 오빠…”
순간 엽령은 엽현의 기운이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더 강해졌구나!”
“하하, 그래, 검도에 있어서 다소 발전이 있었어. 가만 경지는 여전히 윤회경의 문턱을 밟지 못하고 있어.”
윤회경!
윤회경을 언급한 엽현은 머릿속에 잊고 있던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분묘의 존재였다.
엽현이 아목을 쳐다보자, 아목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무족을 들렀다가 바로 분묘로 가자꾸나.”
“흠… 하지만 지금은 지켜보는 눈이 많은데,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지 않겠소?”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것이다. 열세인 상황에서 저들과 맞서 싸우려면 한시바삐 윤회경에 도달하는 수밖에. 그리고 일단 윤회경에만 접어들면 악마안도 함부로 너를 노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오.”
“너는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경지를 돌파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거라. 나머지는 우리가 어떻게든 막아보마.”
이때 엽령의 시선이 아목에게로 향했다.
“그대는…”
“하하, 우리는 초면이구나. 나는 무족의 대제사장이다. 네 오라비가 바로 내 무시이기도 하지.”
“무시?”
엽령이 엽현을 돌아보자,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인사하렴, 엽령아. 이쪽은 무족 대제사장 아목 낭자라고 해.”
엽현의 말에 엽령이 그제야 아목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때 아목이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주재경이 될 자질을 갖췄구나.”
주재경!?
엽현이 깜짝 놀라 아목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