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85
1085화 두렵지도 않은 건가?
“그럼 또 누가 있소?”
“에휴, 말도 마라. 그 금수저 자식에 대해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다 나니까.”
“…….”
이때 소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직히 말해서 만유서옥은 매우 유용하다.”
“어떻게 말이오?”
“그 물건이 있으면 정말로 오유겁으로부터 목숨을 건질 수 있거든.”
“하하, 혹시 소도 낭자는 내가 엽현과 적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오?”
“적? 하하하!”
소도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이것 하나는 명심하거라. 누구든 서옥을 빼앗는 자는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금수저 녀석만 빼고.”
순간 아천의 눈빛이 기묘하게 변했다.
“설마 서옥은 육유계의 물건인 것이오?”
“하하, 근접했으나 정답은 아니다. 그럼 나는 볼 일이 있으니 살펴 가거라.”
말을 마친 소도는 전당포 문을 나섰다.
홀로 남은 아천은 제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 * *
허무계.
분묘 안으로 들어온 엽현은 진한 죽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기운은… 윤회와 관련이 있는 걸까?
엽현은 분묘 한복판에 누워 생각을 이어나갔다.
왜 윤회경인 걸까?
그렇게 엽현은 분묘 안에 꼼짝도 않고 누워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시각 분묘 밖.
가부좌를 틀고 앉은 엽령이 분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이때 아목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넸다.
“걱정할 것 없다.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고개를 들어 아목을 바라보는 엽령.
“오빠를 도와줘서 고맙소.”
“천만에.”
엽령이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이때, 갑자기 먼 하늘로부터 강대한 기운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이윽고 무성 상공에 중년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신공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신공의 시선은 곧바로 엽령에게로 떨어졌다.
이미 엽현에 대한 조사를 마친 그는 엽령이야 말로 엽현의 거의 유일한 약점이란 것을 파악한 상태였다. 즉, 엽령만 잡으면 엽현은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었다.
만약 인왕인 엽현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끝도 없을 터!
신공이 출현한 이때, 악마안과 신제가 신공의 뒤편에 나타났다.
이 두 사람 외에도 검은 옷을 입은 노인과 새의 머리를 한 남자 또한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의 양 소매 안쪽에는 붉은 화염이 빛나고 있었고, 새머리 남자의 손에는 뇌전이 흐르는 쇠망치가 들려있었다.
이때 엽령을 응시하던 신공이 아목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 나와 너희 무족 선조 사이에는 약간의 인연이 있다. 만약 순순히 엽현을 내놓는다면 나도 너희를 해치지 않을 것을 약속하마.”
“오? 그대는 소복의 여인이 두렵지 않은 것 같소?”
천녀!
그녀를 떠올린 순간 신공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시 그녀에게 죽을 뻔한 장면이 아직 눈에 선했던 것이다.
신공은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그 여자? 인정한다. 그때는 내가 조금 방심했다. 하지만 마음먹고 붙는다면 누가 감히 나 신공을 꺾을 수 있겠느냐?”
이 말을 듣자 아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와… 낯짝이 두꺼운 거로 치면 내가 아는 누군가와 막상막하로군.”
순간 신공이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족 계집! 마지막으로 말한다. 지금 당장 엽현을 내놓거라. 그러지 않으면 오늘 무족은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흥, 그를 데려가려면 먼저 무족부터 멸망시켜야 할 것이오!”
아목이 지지 않고 대꾸하자 신공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럼 원하는 대로 해 주마! 살(殺)!”
말을 마친 신공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순간, 수천수만 갈래의 물줄기가 공간을 뚫고 흘러나오더니, 이내 열두 마리의 거대한 수룡을 만들어냈다.
신공이 다시 소매를 펄럭이자, 이 열두 마리의 수룡들이 일제히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이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흔들리는 천지.
바로 이때, 아목의 곁에 나타난 두 명의 노인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와 동시에 그들이 손을 펼치자, 검은 기운이 마치 그물처럼 펼쳐져 수룡들을 뒤덮었다.
콰콰콰쾅……
그물에 막혀 꼼짝 못 하는 신세가 된 수룡들!
이에 신공이 미간을 찌푸리며 강하게 한 발을 내디뎠다.
쾅-!
순간 하늘을 뒤덮는 강대한 기운.
수역(水域)!
수역이 펼쳐지자 검은 그물망이 점점 옅어지더니, 마침내 수룡들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다시 쏜살같이 돌진하는 열두 마리의 수룡들.
만약 이대로 지면에 떨어진다면 무성은 단숨에 무너지고 말리라!
바로 이때, 무성 상공에 중년 남자 하나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무족의 현 족장, 무시(巫時)!
빠르게 떨어지는 수룡들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무시.
찰나의 순간, 그의 오른 주먹에 강대한 기운이 집중되자, 무시가 수룡들을 향해 훌쩍 뛰어올랐다.
뒤이어 그가 주먹을 휘두른 순간, 한 줄기 권망이 마치 빛나는 태양처럼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콰쾅-!
이 일권이 작렬한 순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룡들이 다시 물로 변해 흩어졌다.
단 일격에 수룡들을 제거한 무시는 이에 멈추지 않고 신공을 향해 또 다시 강렬한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이를 지켜보던 신공이 눈가에 흉흉한 기색을 드러내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팟-!
허공에서 무언가 찢겨 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뒤이어 경천동지할 굉음이 작렬했다.
콰쾅-!
순간적으로 수백 장 밖으로 밀려 나간 무시. 하지만 지면에 발이 닿자마자 그는 곧바로 신공을 향해 재차 몸을 날렸다.
이를 본 신공이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오른발을 강하게 굴렀다. 그러자 다시 한번 무형의 기운이 장내를 뒤덮었다.
수역!
앞서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수역의 영향을 받게 된 무시. 이때 무시가 고함을 지르며 맹렬히 일권을 내질렀다.
콰쾅-!
충격을 받은 수역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흔들렸고, 이와 동시에 신공의 안색이 다소 창백하게 변했다.
신공은 상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파악하고는 다급히 뒤편에 있던 흑의인 등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저 자를 붙들고 있는 동안 무족을 전멸시키시오!”
말과 동시에 무시를 향해 튀어 나가는 신공.
이때 초연한 모습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던 흑의 노인의 두 눈에서 화염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할 수 없지. 죽여 달라고 발버둥 친다면 소원대로 해 줄 수밖에.”
말을 마친 순간, 노인의 전신이 화염으로 뒤덮였다. 이와 동시에 장내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감은 물론 사방의 공간이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화염에 깃든 기운을 이 공간이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흑의 노인이 막 출수하려는 이때, 갑자기 나타난 여인 하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무족의 전대 대제사장, 임선(林仙)이었다!
흑의 노인을 앞에 둔 임선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흘렀다.
“나의 무족을 멸망시키겠다고? 네까짓 게 뭔데!”
말과 동시에 임선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한 줄기 뇌전이 마치 창과 같이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찰나의 순간, 임선이 뇌전을 들고서 흑의 노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공간을 뚫고 힘차게 뻗어가는 한 줄기 뇌전!
흑의 노인은 이를 보자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양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한 덩이 화염이 뿜어져 나온 순간, 하늘 전체가 한 편의 화해(火海)로 변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붉은 바다는 뇌전에 의해 마치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
이 모습을 보자 악마안과 신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겉보기에 무족 전대 대제사장의 실력은 흑의 노인보다 우위에 있던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거센 무족의 저항!
이에 악마안이 고개를 돌려 조두인(鳥頭人)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조두인이 지면을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콰쾅-!
조두인이 출수함과 동시에 강렬한 뇌전 한 줄기가 지면으로 날아들었다. 이 뇌전이 이대로 떨어진다면 무성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말리라!
바로 이때, 두 명의 흑의 노인이 뇌전이 떨어지는 방향에 나타났다. 두 사람이 재빨리 주문을 외우자, 그들의 법봉에서 기이한 고대 글자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뇌전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를 본 조두인이 갑자기 포효하며 들고 있던 망치를 미친 듯 휘둘렀다.
콰콰콰쾅……
그러자 하늘 위에 무수히 많은 뇌전이 빽빽이 들어차더니 그대로 폭우처럼 지면을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우리도 출수해야 하나?”
전투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신제가 묻자 악마안이 고개를 저었다.
“무족은 아직 모든 패를 꺼내 들지 않았다. 지금 나서게 되면 우리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럼 기다리나?”
악마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공 쪽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저 자 역시 아직 전력을 다하고 있지는 않다. 그가 비장의 무기를 선보일 때까지 기다린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천도시대 무인들이 저렇게나 강한데, 우리가 저들과 손을 잡은 게 잘한 일일까? 자칫하다간 우리는 저들에게 이용만 당할 수도 있지 않나?”
악마안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더 좋은 대안은 없다.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
한편, 아래쪽에 있는 아목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천도시대.
신공은 천도시대의 인물이다. 무족의 신마시대 보다도 더 앞서 존재했던 인물이니만큼 절대 방심할 순 없는 일이다.
바로 이때, 폭음과 함께 무시가 뒤로 밀려났다. 무시를 멀찌감치 날려 보낸 신공은 재차 출수하는 대신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무족의 저항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보자 그의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다.
이때 아목이 악마안과 신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신공! 저들을 보시오! 다들 열심히 싸우는데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있지 않소! 혹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 아니오?”
신공이 악마안과 신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에 두 사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자신들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걸까?
하지만 신공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아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 기회다. 엽현을 내놓거라!”
“이미 내 대답은 듣지 않았소? 왜 자꾸 묻는 것이오?”
아목의 말에 신공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 주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신공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일지(一指)를 그었다. 그러자 공간이 갈라지며 강대한 기운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길, 저건 또 뭐지?”
아목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이때 엽령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오빠는 도대체 언제쯤이나 나오는 것이오?”
“아직 한 참 멀었다!”
“…….”
한편 신공이 만들어 놓은 틈 사이에서는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 둘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은 마치 귀신을 보듯 흉측했고, 두 날개로 허공을 날고 있었다.
이를 보자 엽령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이오?”
“나도 잘 모르겠구나. 천도시대의 존재들인 걸까?”
이때 어둠 속 한 켠에서 장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소도는 이 검은 존재들을 보고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신공… 결국은 미쳐버렸구나. 겁도 없이 봉인돼 있던 음암물(陰暗物)들을 풀어버리다니!”
“음암물?”
곁에 있던 외발 여인이 묻자 소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저것들은 천도시대에 존재했던 음암계(陰暗界)의 생령들로 어둠 속에서 태어나 어둠 속에서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문제는 성정이 매우 포악하고 잔혹하다는 건데, 한 번은 정말로 이 우주를 멸망시켜 버릴 뻔했다가 천도에 의해 겨우 진압되어 결국은 음암계에 봉인되었다. 그런데… 그런 존재들을 데리고 나오다니, 정녕 천도가 두렵지 않은 건가?”
바로 이때, 소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가만… 천도에게 봉인 당했던 신공이 그녀의 무서움을 모를 리가 없지. 이건 분명 그의 뒤에 다른 배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 되는군. 하지만 천도도 두려워할 필요 없는 패라니… 과연 그게 뭘까?”
소도가 고개를 들어 어두운 성공을 응시했다.
“그 여자가 떠나자마자 오만가지 잡물들이 튀어나오는구나. 무족에겐 쉽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