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88
1088화 그래, 너희들이 최고다
쾅-!
연이어 강렬한 충격이 전해지자, 엽령은 태극순을 들고 있는 채로 천 장 뒤로 튕겨 날아갔다.
흑도사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도를 내리치려는 이때, 웬 여인 하나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외발 여인!
흑도사는 외발 여인을 보고도 주저 없이 도를 떨어뜨렸다.
이에 외발 여인 역시 정면으로 일권을 찔러 넣었다.
콰쾅-!
외발 여인 바로 앞에 정지한 도기.
이때 외발 여인이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쾅-!
여인의 앞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순식간에 도기도 소멸했다.
이에 흑도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 손에 들고 있던 도를 양손으로 고쳐 쥐고서 힘껏 내리쳤다.
쾅-!
도광이 크게 폭발함과 동시에 두 여인이 동시에 수백 장 뒤로 미끄러지듯 밀려났다.
이를 보자 신공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저년은 또 뭐란 말이냐! 으아아악!”
신공의 외침은 절규에 가까웠다.
당초 어렵지 않게 엽현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처음에는 무족이, 다음에는 천족, 이수경, 불패아라가 차례로 나타났고,
그리고 이번에는 정체모를 외발 여인까지 나와 필사적으로 방해를 했다. 신공으로서는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왜 다들 엽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진단 말인가?
도대체 왜!?
외발 여인은 신공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전방의 흑도사를 주시했다. 흑도사의 검은 도 끝에 강대한 기운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흑도사의 도가 번뜩였다.
콰득-!
공간을 우그러뜨리며 패도 넘치게 날아드는 검은 도광, 이에 외발 여인이 한 발 전진하며 맹렬하게 일권을 꽂아 넣었다.
콰쾅-!
천지 사방이 격동한 순간, 외발 여인과 흑도사가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이때, 외발 여인이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허공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취성(聚星)!”
그녀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어두운 성공 가운데서 무수한 수의 성광이 마치 물이 밀려오듯 무성 상공으로 몰려들었다. 허공에 차곡차곡 쌓인 성광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권인(拳印)의 형태로 변화했다.
권인이 완성되자 외발 여인은 두말없이 흑도사를 향해 곧장 일권을 내질렀다.
이와 동시에 그녀 머리 위에 있던 권인이 별빛을 흩날리며 흑도사를 향해 뚝 떨어졌다.
이를 본 흑도사는 재빨리 발도 자세를 취한 뒤, 빠르게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공간이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도기 한 점, 한 점이 권인에 날아가 박혔다.
권인이 계속해서 깎여 나가는 순간, 외발 여인의 모습이 장내에서 사라졌다.
이에 흑도사 역시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두 사람의 속도는 보통 무인의 눈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공이 진로를 향해 닦달하듯 소리쳤다.
“뭐 하고 있는 게요? 지원군을 더 요청하시오!”
“지원군? 그럼 그대는 왜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이오? 계속해서 우리들만 피해를 보고 있지 않소!”
진로가 목에 핏대를 세우자 신공이 고개를 내저었다.
“천도시대의 강자들은 대부분 천도에 의해 봉인된 상태요. 그들의 봉인을 풀려면 반드시 엽현의 도움이 필요하오!”
“큭…….”
“이러고 있을 틈이 없소! 상대는 이미 손발이 모두 묶인 상태요. 지금 몰아친다면 반드시 우리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오! 반면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번에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소!”
고개를 돌려 장내 상황을 살펴본 진로는 한숨을 쉬며 검은 공간을 바라보았다.
“주인, 어쩌면 좋습니까?”
바로 이때, 잠잠하던 검은 공간 안쪽에서 커다란 진동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자 아목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도대체 어떤 세력이기에 끊임없이 강자들을 쏟아낸단 말인가!
이때 신공과 진로 앞에 검은 장포를 입은 무인 하나가 나타났다.
순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소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음암생령이 아니군… 내가 모르는 존재라니… 설마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란 말인가…….”
순간, 소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서옥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로구나!”
이때, 진로 앞에 서 있던 흑의인이 소도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
“혹시 관여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죠?”
이 순간, 모두의 시선이 소도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소도!
저 신비한 여인이 언제부터 와 있었단 말인가?
아목 역시 소도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일찌감치 소도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었으나, 굳이 도움을 구하진 않았다.
소도가 출수하고자 하면 애써 말을 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것이고, 그러길 원치 않는다면 아무리 애원해도 움직이지 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글쎄, 내가 어찌할 것 같나?”
소도가 되묻자 흑의인이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는 이미 그대에 대한 조사를 끝내 놓았소. 비록 내력을 알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대가 중상을 입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지. 만약 그 몸으로 관여하려 한다면 필시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오!”
“하하하, 나의 대해 조사를 했다니, 꽤나 재밌는 녀석들이로구나!”
“후후… 그대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 있는 모든 강자들은 이미 조사가 끝났소. 그 여자가 떠난 이상,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소.”
흑의인은 여유 있는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그대 역시 마찬가지요. 멀쩡한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중상을 당한 몸으로는 결코 우리를 당해낼 수 없소. 다만 그대의 체면을 고려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대를 해치진 않을 것이오.”
“후후… 만약 싫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손을 쓸 수밖에.”
흑의인이 자신감 있는 태도로 말하자, 소도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나도 이제 선택할 때가 된 것인가?”
“소도 낭자, 잘 생각하시오. 그녀가 떠난 지금 엽현에게 줄을 서 봐야 아무 이득도 없을 것이오.”
“정말 그럴까?”
소도가 반문하자 흑의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어이 제안을 거부하겠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소.”
흑의인이 말을 마치자 소도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순간, 그녀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소도가 사라진 순간, 흑의인 역시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적막이 흐르고, 상공을 스치듯 지나치는 두 개의 그림자.
쾅-!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흑의인이 빠르게 튕겨 나갔다.
천 장 밖에서야 겨우 멈춰 선 흑의인. 이때 그가 지나간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 장면을 보자 신공 측 무인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특히나 악마안과 신제는 놀라움을 넘어서서 이번 일에 끼어든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천녀만 사라지면 자신들 세상인 줄 알았건만, 이렇게나 많은 강자들이 엽현을 구하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만약 신공이 데려온 무인들이 아니었더라면 자신들은 진즉 죽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해서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어차피 그들에게 퇴로란 존재하지 않았으니.
이때 잠자코 소도를 응시하던 흑의인이 천천히 주먹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그대의 실력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미처 몰랐군.”
“하하, 그런가?”
“훗, 하지만 결국은 후회하게 될 것이오!”
말을 마친 순간, 흑의인이 갑자기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뒤이어 천지 간의 공간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더니, 그의 정면에 기이하게 생긴 가면 하나가 나타났다.
이를 본 순간, 소도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세상의 힘이 아니로군!”
“하하하! 과연 소도 낭자께서는 식견이 넓으시구려!”
이때 흑의인이 소도를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가랏-!”
음성과 함께 가면이 몸을 부르르 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든 가면은 점점 몸집이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높이 수백 장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모습으로 변했다.
거대해진 가면이 지나가는 자리는 그대로 허무로 돌아갔다.
이때 소도가 가볍게 뛰어오르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일순간, 그녀의 손끝에서 한 줄기 백광이 방출됐다.
쾅-!
소도의 공격에 요동치는 거대 가면!
가면은 허공에 멈춰 서긴 했지만, 결코 소멸되진 않았다. 오히려 점점 빛을 바라는 쪽은 소도의 백광이었다.
이때 소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을 거뒀다. 백광이 사라지자 자유를 되찾은 가면이 순식간에 소도를 덮쳤다.
순간 장내가 고요해지고, 모든 이의 시선이 이곳에 집중됐다.
흑의인 역시 마찬가지로 소도를 집어삼킨 가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바로 이때!
쾅-!
가면이 터져 나가면서 소도가 재차 무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소도의 몸 주변에는 작은 광점(光點)들이 미세하게 떠 있었는데, 너무나 작은 나머지 아무도 이를 눈치챈 이는 없었다.
단, 흑의인만 빼고 말이다.
“과연, 힘을 숨기고 있었군! 그대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에 소도가 손을 흔들어 광점들을 제거하고선 흑의인을 향해 웃으며 대꾸했다.
“너희는 왜 내 신분에 그렇게들 관심이 많은 거지?”
“왜냐하면, 그대가 엽현을 돕고 있기 때문이지. 솔직히 말 해 보시오. 무엇 때문에 엽현을 돕는 것이오?”
이 질문을 받은 소도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너희들에겐 전혀 승산이 없기 때문이지.”
소도의 대답을 들은 순간, 흑의인이 자지러지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 순간 그의 웃음은 진심이었다.
한참을 웃어젖힌 흑의인이 어느 순간 뚝 그치고 소도를 응시했다.
“그대는…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군.”
“아니, 알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훗, 그럼 그대는 그 검수 여인이 이곳을 떠난 사실도 알고 있소? 그리고 지금 그녀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는 아시오?”
“알고 있다. 고의로 그녀를 자극한 까닭은 너희가 있는 쪽으로 유인하기 위함이었겠지.”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군. 일단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그녀는 반드시 죽을 것이오.”
이에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대화할 거면 더 이상 할 말 없다.”
“무슨 말이오?”
“내 말은… 너희들이 그냥 최고라고.”
“…….”
잠시 말없이 소도를 응시한 흑의인은 갑자기 손을 펼쳐 작은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기이하게도 검신에 붉은 점 하나가 박혀 있는 검이었다.
작은 검이 출현한 이 순간, 사방의 공간이 순식간에 층층이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보자 장내에 있던 무인들이 깜짝 놀라 황급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저게 도대체 뭐야?”
한쪽으로 대피한 아목의 말에 곁에 있던 아천이 흑의인을 응시하며 대꾸했다.
“저 자는 아마도 오유계의 존재가 아닌 듯 하다.”
“…….”
아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상태였다.
바로 이때, 허공에 있던 소도가 웃으며 말했다.
“저들이 육유계의 존재는 아니다.”
이 말에 아목이 소도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렇다면 오유계 무인이지만, 육유계와 관련 있다는 것이오?”
“네 짐작이 맞다. 총명하구나!”
소도가 대답을 마친 순간, 흑의인이 소도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이 검은 원래 그 여인을 상대로 사용하려 했던 것이지만, 이미 그녀는 떠나고 없으니 특별히 그대에게 양보하겠소. 가랏-!”
흑의인이 검을 쥔 손을 놓자, 작은 검이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며 날아올랐다.
쉭-!
검이 날카롭게 지나치니, 모든 것이 갈라지고 찢겨 나갔다.
이 모습을 보자 무인들의 표정은 마치 귀신을 본 듯 창백해졌다.
작은 검에 담긴 위력은 가히 여기에 있는 모든 무인뿐 아니라, 허무계 전체를 날리기에도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소도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그따위 장난감으로 날 상대하겠다고? 꿈이 야무지군!”
말을 마친 소도의 손 위에 비도 한 자루가 나타났다. 다음 순간, 비도가 상대의 검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쾅-!
도와 검이 마주친 순간, 엄청난 폭발과 함께 하늘 전체가 주저앉았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흑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인멸(空間湮滅)!
폭발에 튕겨 나간 작은 검은 어느새 흑의인의 손으로 돌아와 있었다. 고개를 숙여 검의 상태를 확인한 흑의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멀쩡했던 검 날이 비도와의 충돌 이후 크게 금이 가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