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90
1090화 무슨 일이 생긴 것이오?
“흥! 그럼 너는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아느냐!”
이에 고얼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자는 약자를 기억할 필요 없다. 쳐라!”
고얼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의 뒤편에 있던 열두 검수가 일제히 몸을 날렸다.
장내를 크게 가로지르는 열두 개의 검광!
“무족! 전원 출수!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천족은 나를 따르라! 무족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아천과 아목이 앞다투어 병력을 독려하는 와중에 이수경이 가장 먼저 이수들을 이끌고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이에 뒤질세라, 영생검을 높이 든 아라가 대황국의 불패군단과 함께 신형을 날렸다.
그간 음암물들에 당하기만 했던 무족과 연합군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너무나 달랐다.
왜냐하면, 선두에 선 열두 검수의 실력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일당백!
동일 경지 내에서라면 이들을 막아 낼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전한 압도!
검수들의 활약에 추풍낙엽처럼 스러져 가는 음암물을 보자, 신공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이렇게 가다간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아 괴멸할 것이 자명했다.
바로 이때, 영혼만 남은 무천이 소리쳤다.
“후퇴!”
결국은 후퇴 명령을 내리고 만 무천.
엽현의 두터운 배후를 간과한 것이 그들의 패착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엽현의 배후가 이렇게나 많고 강력할 줄이야!
퇴각명령이 내려지자, 음암계의 강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부랴부랴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탄 악마안과 신제도 곧장 뒤돌아 도망쳤다.
“저놈들을 잡아라! 저놈들이 제일 나쁜 놈들이다!”
아목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고얼이 돌연 무천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이를 본 무천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허겁지겁 검은 공간 안으로 몸을 날렸다. 현재의 그는 결코 고얼의 적수가 아니었다.
무천이 도망치자, 흑검사 등도 황급히 자리를 떠났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많던 음암계 강자들은 모두 거품과 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음암계의 피해는 시체가 산을 이루고 그 피가 강이 되어 흐를 정도로 대단했다.
한편 무천을 추격하던 고얼은 다른 검수들을 이끌고 검은 공간 안으로 진입하려 했다.
바로 이때, 공간 안쪽에서 한 줄기 날카로운 검광이 튀어 나왔다.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져 검광을 피해 낸 검수들.
하지만 이때 검은 공간은 이미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방금 그것은… 이 세계의 힘이 아니구나!”
고얼이 검은 공간이 사라진 자리를 응시하고 있을 때, 고노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소종주를 노리는 세력이 한둘이 아닌 듯 합니다.”
“흠… 소종주의 몸에 묻은 인과가 결코 만만치 않구나. 어쩐지 종주께서 직접 나서시더라니…….”
“사형, 정말 종주께서 소종주를 위해 직접 나선 것입니까?”
고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런데도 빠르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지.”
고얼과 눈이 마주친 순간, 고노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누구보다 종주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고노였다. 세상천지에 종주가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정말로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때 고얼의 앞에 소도가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들 종주는 어디에 있소?”
“종주는 아주 오래전 다른 곳으로 떠나셨소.”
고얼의 대답에 소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하얀 아이와 소녀도 함께 갔소?”
순간, 고얼의 눈빛이 기이하게 빛났다.
“그들을 아시오?”
“그렇소. 오래 전 몇 번 왕래한 적이 있었소.”
“흠… 그랬구만. 허나 우리도 종주를 봰지 꽤나 오래되었소.”
고얼은 음암물들의 시체가 쌓인 지면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혹시 누가 저들을 풀어놨는지 짐작하는 바가 있소?”
“아마도… 상계의 누군가의 소행이 아닐까 싶소.”
“상계! 하지만 우리는 최근까지 그 어떤 상계의 존재도 오유계로 건너오도록 허락하지 않았거늘!”
이 말에 소도가 고개를 돌려 고얼을 바라보았다.
“그대들이 오유계의 출구를 막고 있던 것이오?”
“그렇소.”
“그랬었군. 하지만 이는 그대들 탓이 아니오.”
“그게 무슨 뜻이오?”
소도가 고개를 들어 성공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대들에게 발각되지 않았다면 필시 다른 곳을 통해 잠입했을 것이오. 이제부터라도 조사해 보도록 하시오. 단!”
“단?”
“매우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오.”
고얼이 의아해하는 얼굴로 소도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그들이 우리까지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단 소리요?”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유겁이 눈앞에 온 지금, 세상은 매우 어수선해졌소. 지금만큼 그들이 출수하기 좋은 시기가 또 있겠소?”
“흠… 그 여인은 정말로 오유계를 떠난 것이오?”
소도가 재차 고개를 끄덕이자 고얼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녀는 오유계의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였다.
비록 그녀가 직접 나서서 한 일은 없지만, 그녀가 있음으로써 다른 차원의 강자들이 함부로 오유계로 건너오지 못했던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천녀가 사라진 지금, 오유계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게 되었다는 것!
이때 소도가 연신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고얼을 향해 물었다.
“그대들이 이쪽으로 건너오면 안 되는 것이오?”
“후… 말처럼 쉽지 않소. 우리가 이쪽으로 오면 오유계는 더욱 위험해질 것이오.”
“흠, 그대들의 실력이라면 그들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 것 아니오?”
소도의 말에 고얼이 쓴웃음을 지었다.
“놈들은 결코 우리와 정면으로 승부를 보려하지 않소. 항상 쥐새끼마냥 숨어 있다가 우리가 방심한 틈만 골라 고개를 내미니, 우리로서도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오.”
“흠…….”
잠시 뭔가 고민하던 소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대들은 돌아가 보는 것이 좋겠소. 어쩌면 그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음? 그들이 우리 검종을 치기라도 할 거란 말이오?”
“물론 그들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겠지만, 함정을 파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지 않겠소? 최대한 빨리 방비하는 게 좋을 것이오.”
이때 고얼이 엽현이 있는 분묘를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소종주를 데려가기 위함이오. 그렇게만 하면 그의 안전은…”
이때 소도가 고개를 저으며 고얼의 말을 끊었다.
“그대들이 그를 데리고 가면 상황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오.”
소도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분묘를 응시했다.
“서옥은 선각자가 상계에서 가지고 내려온 것이오. 선각자 그자는… 정말이지 그 소녀의 말마따나 음흉한 변태가 틀림없소!”
변태!
“낭자, 그게 무슨 뜻이오? 선각자가…”
“말 그대로 변태란 뜻이오.”
“…….”
소도의 말에 고얼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때 소도가 고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그들의 전송진 안에서 무얼 보았소?”
순간 고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것은 거대한 기운이었소. 이 세계의 것이 아닌…….”
“…….”
고얼은 다시 분묘를 바라보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가 여기에 남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오. 이대로 보고 있을 수 없소.”
“하지만 이건 그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오. 그대나 나나 그의 뜻을 꺾을 순 없소.”
소도의 말에 고얼이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종주의 젊을 적 모습과 똑 닮은 것인지…. 에휴, 그대 말이 옳소. 소종주의 뜻대로 하는 수밖에.”
고얼은 몸을 돌려 장내 무인들을 향해 포권을 취해 보였다.
“그럼 우리는 다른 임무가 있어 가 보겠소이다. 훗날 기회가 되거든 검종으로 모시겠소! 그럼 이만!”
이 말을 끝으로 고얼과 열두 명의 검수는 검광으로 변해 어두운 성공 속으로 사라졌다.
검종이 떠났다!
장내 무인들은 다소 멍해진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 머릿속에 남은 검종 무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귀신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만큼 열두 범검 고수들의 위용은 대단했던 것이다.
이 순간 호천 등은 악마안 등과 손을 잡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오늘 이곳 어딘가에 그들의 시체도 포함되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검종!
이날 이후로 오유계 내에서 검종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한편 아목은 이수경을 찾아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먼 길을 달려와 도와주어서 고맙소. 무족은 결코 오늘 일을 잊지 않을 것이오.”
“…한 가지 부탁이 있소. 잠시 그대 땅에 머물러도 괜찮겠소?”
이수경의 의외의 제안에 잠시 멍하니 있던 아목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머무르시오! 그리고 더 필요한 게 있거든 말만 하시구려!”
“녀석이 나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합시다.”
이수경이 분묘를 흘끔 바라보며 말하자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실 대로!”
아목은 알고 있었다.
이수경이 이곳에 온 것은 무족이 아닌 바로 엽현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유야 어찌 되었든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는 표하는 게 옳았다.
아목은 이번에는 아라에게 다가갔다.
아라는 영생검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도와주셔서 고맙소, 아라 낭자!”
“같은 편끼리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오.”
비록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아목은 훈훈함을 느꼈다.
같은 편!
아라가 한달음에 병력을 이끌고 온 것은 그저 순수하게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목으로서는 이런 아라의 씀씀이가 고마울 뿐이었다.
아목은 소도와 외발 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목이 입을 열기도 전, 소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벌써부터 좋아할 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은 알고 있소. 소도 낭자, 내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소?”
“조금 전 출수했던 자들의 정체를 알고 싶은 거겠지?”
“그렇소!”
아목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목이 곧바로 대답했다.
“신공은 천도시대의 정신(正神)이다. 그가 있던 당시 총 백아홉 명의 정신이 존재했지. 그야말로 천도시대 최강자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들이다. 참, 이들 중에는 너희 무족과 천족의 선조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 말에 아목과 아천의 눈이 번뜩였다.
“우리… 무족의 선조가?”
사실 아목은 신마시대의 선조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극히 적었다. 왜냐하면 두 시대 사이에는 오유겁으로 인해 엄청난 시간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때 소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너희 무족의 선조는 정신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강자였다. 당시 그들의 실력은 끝을 모르고 강해지고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항상 간섭하려 드는 천도를 제거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는 천도를 말이오?”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자면 일종의 모반을 일으키고자 한 것이지. 이는 결코 허황된 생각은 아니었다. 그들 백아홉의 정신들이 힘을 모은다면 천도를 제거하는 것도 불가능하리라는 법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들보다 더 영리한 천도는 미리 이 계획을 눈치채고서, 그들 내부에 분란을 조장했다. 그리고 어수선한 틈을 타, 가장 강한 두 정신을 살해했지. 그 다음부터는 천도의 피의 숙청이 시작되었다.”
“…….”
“천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신을 전멸시키진 않았다. 다만 살아남은 나머지 스물아홉을 불주신산에 가둬버렸다. 신공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 봉인 된 정신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는 것인데, 이 일이 가능한 자는 천도 본인, 혹은 인왕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공은 엽현에게 집착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말한 소도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지금까지는 별문제 없었다. 하지만 만약 상계에 정말 신공을 돕는 세력이 있다면 상황은 충분히 반전될 수 있다.”
“그 음암생령들도 천도시대에 있던 존재들이오?”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암생령들은 천도시대 초반, 즉, 신공 같은 정신들보다도 먼저 창조된 존재들이다. 심지어 음암계의 주인은 천도와 같은 시기에 세상에 나타났지. 일단 실력만 놓고 보자면 충분히 천도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존재다. 당시의 대결에서는 천도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봤을 때는……”
“소도 낭자, 정말로 천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오?”
아목이 의아해하며 묻자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