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검선 누님, 누가 찾아 왔는뎁쇼!
청주. 창란학원의 뒷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엽현. 그의 몸 주변으로 수많은 검의와 검망이 응집되어 간다.
검안!
최근의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검안을 수련하는데 보내고 있었다.
검안이란 것은 좀처럼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최종적으로 검안을 사용하기 위해선 일단 검의와 검망을 집중한 다음 가능한 작게 응축해야 한다. 그 뒤에 그 응축된 기운이 다시 흩어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그가 요 며칠간 계속해서 실패했던 것이다.
게다가 검의와 검망을 응집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뒤따랐다. 만약 엽현의 육신이 지금과 같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이 공법은 결코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산의 다른 한쪽에서 백택은 미친 듯이 산을 향해 몸을 부딪치고 있었다. 그가 몸을 부딪친 산의 아랫부분은 이미 예전의 형태와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한참 동안 몸을 혹사하던 백택이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숨을 헐떡이고 있는 그의 몸 위에는 혈맥들이 마치 뱀과 같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심히 놀랄만한 광경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백택이 품 안에서 옥병을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줄체단(淬體丹)이 들어있었다.
이 줄체단은 엽현이 그에게 사 준 것이다. 한 알에 무려 금화 30만 냥을 호가하는 귀한 약이었다.
옥병 안에는 그런 줄체단이 무려 20알이나 들어있었다.
옥병을 바라보는 백택의 눈빛은 다소 복잡했다. 엽현은 가끔씩 술주정을 부릴 때도 있지만, 자신과 묵운기 그리고 기안지를 굉장히 잘 돌봐주고 있었다. 엽현은 창란학원의 여러 가지 잡무를 혼자 처리하면서 백택 등이 수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들이 이러한 배려를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욱 강해져 엽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엽현 혼자 모든 짐을 혼자서 부담하길 원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네 사람이서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서로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엽현만큼 강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발목만 잡을 수밖에 없었다.
백택이 크게 숨을 들어 마신 후, 줄체단을 그대로 삼켰다.
약 일각이 지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산을 향해 맹렬히 몸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퍽!
산 전체가 그의 몸짓에 흔들린다.
그렇게 수련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쾅-!
백택이 절벽의 한 부분을 붕괴시켰을 때, 갑자기 그의 몸이 강하게 튕겨져 나갔다.
쿵-!
그가 부딪친 자리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구덩이 안에 쓰러진 백택은 마치 간질이라도 겪는 것처럼 격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전신의 혈관들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났다.
“후우!”
백택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자 그의 발밑의 지반이 밑으로 꺼졌다.
잠시 후, 백택이 구덩이 위로 뛰어올랐다. 이때, 그의 몸은 예전보다 확연히 커진 상태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이미 통유경의 경지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의 몸 전체에서 어떤 광포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의 두 눈은 마치 사람의 것이 아닌 야수의 것처럼 변했다!
백택이 몸의 변화를 느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혈맥의 힘…… 마침내 깨어났구나! 음… 가서 엽현과 붙어봐야지. 만약 내가 이기면 그때부터 내가 형이다!”
백택이 엽현이 있는 대나무 숲으로 맹렬히 돌진했다.
순식간에 엽현의 앞에 도착한 백택! 그러나 그는 달려들지 못하고 발을 멈춰야만 했다.
엽현의 몸 주위에 지극히 공포스러운 검의와 검망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검의와 검망이 응집되어 마치 번개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엽현 곁에 부유해 있는 영수검은 격렬한 진동과 함께 강렬한 검기를 방출해 주변의 공기를 휘젓고 있었다.
백택은 한동안 제자리에서 서서 이를 지켜보다 조심스레 몸을 돌려 숲을 빠져나갔다.
“엽현 같이 좋은 놈도 또 없지……. 묵운기나 패러 가자!”
숲을 떠나는 그의 걸음걸이엔 일말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백택이 도착한 곳은 어느 절벽 아래였다. 그가 고개를 들자 웬 원숭이 한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절벽을 오르내리는 것이 보였다.
아니, 그것은 묵운기였다!
절벽의 경사는 거의 수직에 가까웠지만 묵운기는 마치 평지를 달리듯 절벽을 질풍처럼 올랐다.
“묵운기! 내려와서 한 판 붙자!”
그러자 묵운기가 산 정상에 멈추더니 순식간에 백택의 눈앞에 나타났다.
묵운기가 씩씩거리며 백택을 향해 무어라 말하려 할 때 갑작스레 백택의 주먹이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퍽-!
갑작스런 기습에 묵운기가 공중을 붕 떠서 날아갔다. 그때, 공중에서 묵운기의 신형이 여러 차례 번뜩이더니 날아가는 힘을 반감시켰다.
순수한 속도만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묵운기가 천천히 땅을 딛고는 백택을 향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덩어리 자식이, 산에 처박혀 있으니 좀이 쑤셔서 이런…….”
백택은 묵운기가 더 이상 말을 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는 백택을 보며 묵운기가 이를 갈며 외쳤다.
“너, 오늘 내 손에 죽자!”
순간 묵운기의 신형이 하나의 잔영(残影)이 되어 백택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격돌하게 된 두 사람!
백택의 힘은 두말할 것 없이 묵운기를 압도했다. 묵운기의 움직임 역시 백택이 감히 따라 올만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묵운기는 영리하게도 정면승부를 피한 채 간헐적으로 그의 옆구리를 공략했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싸웠다.
대나무 숲 안.
엽현은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전신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엽현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그의 두 눈 안에서 두 개의 검망이 마치 번개처럼 튀어 나갔다!
촤아아아아-!
일순간, 엽현의 사방 십여 장에 있던 대나무들이 모두 반토막이 났다!
이때 엽현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눈이 다시 감기는 그때, 그의 눈 안에서 검의와 검망이 섞인 두 개의 구체가 번뜩였다!
검안!
수없이 많은 실패 끝에 엽현은 드디어 검안을 얻게 된 것이었다!
일검정혼(一劍定魂). 상대의 영혼을 속박하는 이 새로운 초식은 현재로서는 익힐 때가 아니었다.
우선 검안의 활용을 극성까지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검기(劍技)의 정수는 그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정교함에 있었다.
한동안 쓰러져 있던 엽현은 천천히 자세를 잡고 앉아 다시 수련에 임하고자 했다. 바로 그때, 그의 눈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오 루주였다.
그런데 그의 안색이 상당히 다급해 보였다.
“방금 청주 취선루에서 전갈이 왔네. 창목학원과 암계의 강자들이 이미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네! 분명 중토신주에서 보낸 자들이 틀림없어!”
엽현이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왔군요.”
“그들의 목적은 아무래도 그대의 사부인 것 같네. 혹시 그대의 사부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고 하시던가?”
도움?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현재 천녀는 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도움이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도 알 길이 없었다.
이때, 하나의 거대한 무형의 압력이 창란학원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이에 오 루주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제길, 빨리도 왔군!”
엽현이 고개를 들자 공중에 네 명의 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장포의 노인, 하얀 장포의 노인, 커다란 대검을 등에 매달고 있는 남자 그리고 기다란 장죽(長竹) 위에 서 있는 노인!
네 명 모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분명 만법경 절정 이상이었다!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똑똑똑, 저기요, 검선 누님? 누가 누님을 혼내주겠다고 찾아왔는데… 바쁘십니까?”
바로 이때, 계옥탑 위에 꽂혀있는 세 자루 칼 중 한 자루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러자 계옥탑 전체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쾅-!
그 순간, 엽현의 칠공(七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엽현!?”
엽현이 갑자기 피를 토하는 것을 본 오 루주가 안색이 변하여 소리쳤다.
그러자 재빨리 가부좌를 틀고 앉은 엽현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별일 아닙니다.”
구 루주가 여전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오?”
“수련 중에 문제가 조금 생겼던 것뿐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수련 중에 문제가 생겼다고? 오 루주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대관절 무슨 수련을 칠공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한단 말인가! 역시 보통 무인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
땅에 주저앉은 엽현이 마음속으로 천녀를 불렀다.
“천녀님, 방금 천녀님 한 것입니까?”
천녀는 말이 없었다.
엽현은 조금 답답한 심경을 느꼈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백포 노인이 오 루주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취선루?”
오 루주가 노인을 올려다봤다.
“귀하께서는?”
노인이 구 루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어찌 취선루가 이 일에 끼어든단 말이냐?”
노인은 결코 취선루를 얕볼 수 없었다.
취선루는 중토신주 세력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만약 그런 취선루가 이번 일에 개입하려 든다면 노인으로서도 일을 진행하기가 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 오 루주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엽현과 그의 스승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취선루는 어느 정도 이번 일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 그 전제는 엽현의 사부가 허락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들로서도 도움을 줄 길이 없었다.
오 루주가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엽현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오 루주님, 이곳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에 오 루주가 머뭇거리자 엽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체면 차리지 않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이번 일은 저와 사부가 처리하도록 해 주십시오!”
오 루주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엽현, 만약 별고가 생긴다면 지체없이 말만 하게나. 우리 취선루가 있는 힘껏 도울 것이네!”
그 말을 끝으로 오 루주는 몸을 돌려 떠나갔다.
이때, 묵운기와 백택 그리고 기안지가 장내에 도착했다.
공중에 떠 있는 네 사람을 발견한 그들은 일순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묵운기 등은 상대방이 어떤 경지에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백의 노인이 엽현 일행을 한번 둘러 본 후 작게 읊조렸다.
“네 명 모두 나쁘지 않군.”
흑포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해.”
이때, 장죽 노인이 백택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반요지체(半妖之體)를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혈맥지력도 이미 개통된 상태고… 게다가 통유경의 경지라……. 설령 신합경 강자라도 쉬이 볼 수 없는 상대로군.”
백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괜찮소. 육체의 강인함도 훌륭하지만 거기에 혈맥지력을 더하니 이미 상당히 우수한 무인이라 할 수 있겠소.”
이때, 그들의 시선이 묵운기에게 옮겨갔다.
그러자 묵운기가 재빨리 허리를 곧게 폈다.
묵운기를 훑어본 백의 노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뭐, 하나 쓸모 있는 게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