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02
1102화 시작 합시다
엽현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소도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너는 그녀를 뭐라고 생각 하는 게냐? 최소한 이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만큼은 그녀의 눈을 피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부탁인데 절대 그녀를 얕보거나 해선 안 된다. 보기에 무해한 것 같아도 알고 보면 독사보다 더 지독한 여자니까. 예를 들어 지금도 너를 돕는 것 같지만, 사실 너와 상계 사이에 싸움을 붙여 자신이 앉아서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지 않느냐?”
“…….”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는 일단 네게 큰 악의는 없다는 것이다. 너와 그녀 모두 외부의 적을 몰아내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지.”
이때 안색이 어두워진 엽현이 입을 열었다.
“결국 그녀는 나와 상계가 서로 소모하길 원하는 것이구려.”
“그렇지. 하지만 너는 어쩔 수 없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엽현 너지, 그녀가 아니니까. 그녀는 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이해할 수 있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뭐라 말하려는 순간, 소도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한쪽 방향을 응시했다.
“그들이 벌써 움직였다. 어서 출발 하거라!”
소도의 말을 듣자 엽현은 지체하지 않고 한 줄기 검광이 되어 황급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검광이 향하는 방향은 바로 대황국!
대황국.
이때의 대황국은 전시 상황에 준하는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대황국 전 병력 뿐 아니라, 호법대진까지 가동된 상태였다.
이 모든 작전을 이끄는 이는 바로 성벽 위에 서서 추상같은 기운을 자아내고 있는 대황국 국주였다.
아라의 폐관.
만약 평시라면 절대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지금은 대황국 최대의 위기라 해도 무방하리라.
바로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닥쳐온 무형의 기운이 대황국 상공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순간 국주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왔는가!”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황국 허공에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존사였다.
존사 곁에는 또 다른 남자, 무천이 함께하고 있었다.
바람을 맞으며 무심한 얼굴로 성 안을 내려다보는 존사.
불패아라.
그는 아라에 대해 적개심과 함께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흑검사와 조두인이 죽었으니 무리는 아니리라.
그런 그녀가 폐관을 마치고 나온다면 그때는…
존사는 얼른 머리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렸다.
결국 그들이 공격을 선택한 것은 상황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였다.
“존사, 엽현이 이리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오.”
곁에 있던 무천의 말에 존사가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 한 사람뿐이오?”
“그렇소.”
“소도는 어쩌고?”
“그녀의 행적은 놓쳤소. 다만 언제 출수하려 할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좋을 것이오.”
“흠… 알았소. 그럼 시작 하시오.”
존사의 말에 무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순간 그들의 뒤편으로 거대한 전송진이 생성됐다.
“출수!”
쾅-!
무천의 외침과 동시에 전송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뻥 뚫린 공간 안에서 검은 기운이 빠르게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수백 장 크기의 검은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검은 손이 나타난 순간 대황국 전체의 공간이 곧 무너질 듯 크게 흔들렸다.
“낙(落)!”
무천의 음성이 다시 울려 퍼지자, 성을 뒤덮고 있던 검은 손이 그대로 지면을 향해 뚝 떨어졌다.
이와 함께 공간이 무자비하게 터져 나가니 마치 세기말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한편, 이를 응시하고 있던 대황국 국주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
“출진!”
음성이 떨어진 순간, 성 안 곳곳에서 수백 개의 광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해 솟구쳤다. 이 광선들은 곧 낙하하던 검은 손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콰콰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광선들이 소멸했지만, 거대한 손은 여전히 공중에 남아 있었다.
이 모습을 보자 대황국 국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이때 그녀는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대황국이 강한 것은 아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바꿔 말하면 아라가 없는 대황국은 이런 고대세력들의 앞에선 한낱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국주가 악에 받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출수!”
그녀는 이미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법!
죽을 땐 죽더라도 대황국의 자존심은 지켜야 했다.
국주가 죽음을 각오한 바로 이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곧이어 한 줄기 검광이 검은손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
쾅-!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한 검광.
하지만 검은손은 이 충격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때, 엽현이 대황국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천은 무덤덤한 얼굴로 정면에 나타난 엽현을 응시했다.
“이 진법은 우리 음암족이 특별히 고안해 낸 것이다. 너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아라가 온다 해도 힘으로는 부술 수 없다.”
이에 엽현이 말없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한 줄기 금광이 솟구치더니, 이내 하늘 전체에 거대한 팔괘진이 드리웠다.
팔괘도!
진법이 막 모습을 드러낸 순간, 거대한 손바닥이 바로 그 위를 덮쳤다.
쿵-!
천지를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팔괘진에 큰 충격이 전해졌지만, 진법은 기어이 검은손을 막아냈다. 이때 검은손이 재차 팔괘진 위를 두들겼다.
쿵-!
이 장면을 본 엽현은 바로 천주검을 꺼내 들더니 자신이 직접 검은손을 향해 돌진했다.
황금빛 검광이 장내에 번쩍인 순간,
쾅-!
검광에 가격당한 검은손은 비록 파괴되진 않았지만 다소 희미해진 모습이었다.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무천이 만들어 낸 진법에서 나온 검은 기운이 검은손으로 흘러 들어가자 검은손은 금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도 모자라 점점 더 강성해졌다.
검은손의 힘의 원천은 진법에서 나오는 기운이었던 것이다.
이를 본 엽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출수할 자세를 잡았다. 바로 이때, 존사가 자리에서 사라졌고, 엽현은 황급히 자신의 측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엽현은 옆구리 쪽에 큰 충격을 느끼며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이때 원래 그가 있던 자리에 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존사는 잠시 엽현을 응시하더니 손을 뻗어 창 한 자루를 빼 들었다.
순간, 그의 신형이 다시 자리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날카로운 창끝이 엽현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은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돌진하며 존사의 목을 향해 검끝을 밀어 넣었다.
존사 역시 창을 회수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이때 존사의 창이 먼저 엽현의 이마에 닿았다.
하지만 과연 불사지체인 엽현의 몸을 꿰뚫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편, 반 박자 늦게 도달한 엽현의 검 역시 소득 없이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어느 순간, 존사가 이미 신형을 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두 사람이 마주한 이때, 존사의 몸이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엽현의 주변에 무수히 많은 잔상이 나타났다.
엽현은 들고 있던 검으로 일단 오른쪽부터 공략했다.
쾅-!
순간 잔상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존사의 본체가 뒤로 튕겨 날아갔다.
가볍게 원래 자리로 돌아간 존사.
엽현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다소 무겁다.
“그런 몸뚱이를 가지고 있을 거면 애당초 왜 검수가 되었느냐?”
검수가 검술보다 체술에 더 특화된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세상에 무슨 이런 돌연변이가 다 있단 말인가!
엽현은 쓸데없이 말 섞지 않고 존사를 향해 바로 직선으로 달려들었다.
현재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검은손을 막고 있는 팔괘진이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팔괘진이 붕괴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가능한 이른 시간에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엽현이 몸을 날린 이 순간, 존사 역시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비록 경지나 경험 면에서는 존사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엽현을 쓰러뜨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엽현이 존사를 제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엽현에게는 시간이 부족한 반면, 존사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
게다가 전투와 동시에 팔괘진을 운용하고 있는 엽현의 소모는 존사보다도 훨씬 빨랐다.
바로 이때, 엽현에게도 지원군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무족의 현 대제사장인 아목과 전대 대제사장인 임선이었다.
두 여인의 등장을 확인한 무천이 가볍게 눈짓을 하자 몇 개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두 여인을 에워쌌다.
같은 시각, 어느 성공.
허공을 밟으며 우주 공간을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소도. 이때 그녀의 앞을 중년인 하나가 막아섰다.
순간 소도의 눈빛이 번뜩였다.
“상주!”
중년인의 정체는 음암계의 상주였다.
“소도 낭자, 그간 안녕하셨는가?”
상주의 인사에 소도가 미소로 받아쳤다.
“살아서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나오는 거지?”
“하하하! 뭔가 오해하고 있구려. 내가 밖으로 나온 것은 바로 살기 위함이오!”
“상주, 멍청이가 아니라면 알 텐데. 그 아이는 보통 신분이 아니라는 걸?”
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다만 상계의 힘은 그 신분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오.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흥, 결국은 복수를 위해 남의 등에 업힌 겁쟁이일 뿐이다.”
“인정하오. 천도에 대한 음암계의 원한은 그대의 생각보다 훨씬 깊소.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에겐 복수할 능력이 없구려.”
“그걸 알면서도 감히 천도에게 대항하겠다는 건가?”
“하하, 그러니까 상계의 힘을 빌린 것 아니오!”
“…….”
잠시 상주를 노려보던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됐다. 둘 사이에 은원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
이에 상주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미안하게도 오늘 그대는 대황국으로 갈 수 없소. 이 점 유의하시오.”
“하하하,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상주의 체면 한 번 살려 줘야겠지. 걱정 말거라, 나도 오늘은 참견하지 않을 테니!”
이 말을 끝으로 소도는 웃으며 자리를 떠나갔다.
소도가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을 보자 상주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생각지 못하게 이렇게 쉽게 포기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던 상주가 돌연 대황국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 그의 눈동자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황국 상공.
엽현은 여전히 존사를 앞에 두고 격렬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엽현은 조급함을 드러냈고, 상주는 이미 처음의 여유를 되찾은 상태였다.
시간만 끌면 결국 자신들이 이기는 싸움이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 전투를 치르는 동시에 진법까지 신경 써야 하는 엽현의 공격은 점점 날카로움을 잃어만 갔다.
바로 이때, 엽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갑자기 뒤편으로 물러났다.
이를 본 존사의 표정이 크게 밝아졌다.
“이제 주제를 알고 포기하려는 것이냐? 잘 생각했다! 허나…”
순간 기회라고 생각한 존사가 엽현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이를 본 엽현이 다소 허둥지둥하며 검을 휘두른 순간 한 줄기 창망이 전광석화처럼 날아들었다.
퍽-!
창과 검이 부딪치자 엽현이 다소 무기력한 모습으로 수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이를 본 존사는 승리를 확신한 듯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걸로 끝이다!”
존사의 창끝이 엽현의 미간을 향하는 이때, 엽현이 갑자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