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03
1103화 계속 할 것인가?
이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든 존사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황급히 신형을 물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물러나자마자 엽현의 정면에 웬 여인 하나가 나타났다.
존사는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져 급히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채 자리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한 줄기 검광이 날아들었고, 존사는 급한 대로 들고 있던 창으로 수비 자세를 취했다.
서걱-!
존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창신을 종잇장처럼 날려버린 검광.
이제 검광과 존사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쾅-!
결국 산산조각 나 버린 존사의 육신.
이때 탈출에 성공한 존사의 영혼이 순식간에 수백 장 밖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이때, 그의 앞에 어느새 검을 든 여인이 길을 가로 막았다. 여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진혼검이었다.
진혼검을 확인한 순간, 진사의 동공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여, 엽현 네 이 놈! 정정당당한 대결에 비겁하게 사람을 부르다니! 네가 이러고도 검수라 할 수 있느냐!”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 한 음성이 천지간에 울려 퍼지는 이때, 진혼검이 진사의 가슴을 뚫고 들어왔다.
그리고 진혼검이 영혼을 흡수한 이 순간,
쾅-!
돌연 진혼검 주변으로 강대한 영혼력이 폭발함과 동시에 사방의 공간이 크게 갈라져 나갔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엽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진혼검이 드디어 다음 경지에 도달한 것일까?
한편, 반대쪽에 있던 무천은 존사가 순식간에 살해당한 것을 보자 너무나 당황해 손을 떨기 시작했다.
저 여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아니, 왜 저놈을 도와주는 자들은 모두들 이다지도 강하단 말인가!
젠자앙-!
순간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깨달은 무천은 복받쳐 오르는 서러움에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표정은 귀신의 그것보다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엽현! 제발 그만 좀 불러 오거라! 제바알-! 으아아아아악-!”
“…….”
그야말로 서러움이 대폭발했다.
엽현은 폭주해 버린 무천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무천이 분노한 것은 배경 없는 자의 설움이란 것을!
한편 존사를 해치운 여인은 무천의 울부짖음에 반응해 고개를 들었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9호!
시야에 무천을 포착한 순간, 그녀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사람만 보면 죄다 죽여 버리는 9호의 지병이 도져버린 것이다.
안 돼! 아직 물어볼 게 있단 말야!
9호가 달려드는 것을 본 무천이 안색이 창백해져 막 도망치려는 이때, 그의 뒤편에 있던 검은 전송진에서 돌연 검은 그림자 하나가 튀어 나왔다.
쾅-!
무언가에 타격을 받은 9호가 순간 원래 있던 자리까지 튕겨져 날아갔다.
9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가 본 것은 하얀 장포를 입고 한 손에는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한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을 보자 엽현의 표정이 다소 딱딱하게 변했다.
이번엔 또 누구지?
바로 이때, 중년인이 말없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9호가 냅다 들고 있던 검으로 정면을 후벼 팠다. 그녀의 일검은 검기나 검의 따윈 없는 단순한 검이었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검은 창의 머리 부분과 서로 충돌했다.
쾅-!
순간 백의인의 표정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상대의 검과 접촉한 순간, 창에 응집돼 있던 기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와 동시에 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가듯 밀려난 백의인!
정신 차릴 틈도 없이, 9호가 빠르게 백의인에게 접근하며 검을 휘둘렀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 검기도 없는 평범한 검이었다.
하지만 백의인은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오히려 이런 평범한 검을 상대하는 것이 그에게는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한 백의인은 일단 발끝을 튕겨 백 장 뒤로 신형을 물렸다. 하지만 그가 채 거리를 벌리기도 전에 어느새 9호는 그를 바짝 따라붙은 상태였다.
마치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할 줄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이제 더 이상은 후퇴할 수도 없게 된 상황이었다.
위기를 감지한 백의인은 할 수 없이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9호를 향해 날아드는 한 자루 창.
백의인은 어떻게든 상황을 자신 쪽으로 끌고 오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결국, 창은 검보다 길지 않던가!
바로 이때, 검을 찌르며 들어가던 9호가 순식간에 손을 움직여 내려치는 듯한 자세로 전환했다. 백의인이 이를 알아차린 찰나, 검날이 창끝을 향해 떨어졌다.
서걱-!
창이 세로로 길게 양등분 된 순간 9호가 빠르게 백의인에게로 접근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백의인의 정면에서 여러 개의 검광이 번뜩였다.
무기를 잃은 백의인은 황급히 자리를 박차면서 백 장 밖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때, 이미 그의 몸 위에는 적어도 열 개가 넘는 검상이 새겨져 있었다.
뒤늦게 상처를 따라 흐르는 선혈들.
백의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어갔다.
한편, 이를 보고 있던 엽현은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9호가 검을 이렇게나 잘 썼단 말인가!
백의인 역시 다소 당황한 눈초리로 9호를 응시했다.
“검수…였느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검수라면 응당 검의나 검기가 느껴지기 마련인데 9호에게선 그 어떤 기운도 느낄 수 없던 것이다!
이때 9호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말이 많구나. 역시 인간은 죽었을 때가 가장 예뻐.”
9호는 다소 소름 돋는 말을 뱉으며 백의인에게로 달려들었다.
엽현은 더 이상 지켜보는 것은 생략한 채, 황급히 검은손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가롭게 감상하고 있다가는 대황국이 납작해질 판이었기 때문이다.
엽현이 신형을 날린 바로 이 순간, 그의 뒤편의 공간이 찢어지더니, 그림자 하나가 그를 덮쳐왔다.
엽현은 그림자를 무시한 채 검은손을 향해 계속해서 접근했다.
이때, 무방비로 노출된 엽현의 등 뒤에서 거대한 진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쾅-!
진룡이 그림자를 막는 사이, 검은손 앞에 도착한 엽현은 냅다 검을 내리쳤다.
콰쾅-!
그의 일격에 검은손이 크게 흔들리며 다소 희미하게 변했다.
엽현의 검은 쉬지 않았다.
콰쾅-!
엽현이 여러 차례 검을 휘두르자, 드디어 검은손이 산산조각 나며 사라졌다.
검은손을 제거한 엽현은 그제야 조금 전 자신을 공격한 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수한 이는 다름 아닌 무천이었다.
검은손이 사라진 것을 본 무천은 전의를 상실했는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전송진 앞으로 물러났다.
이제 무천의 시선은 9호와 전투중인 백의인에게로 향했다. 이때 백의인의 전신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9호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틀렸다!
승산이 없음을 직감한 무천은 슬금슬금 전송진 쪽으로 다가섰다.
여차하면 도망쳐 버릴 생각인 것이다.
존사는 이미 죽었고, 상계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상주였다. 그런데 그는 소도를 막고 있으니 올 수 있을 리가 없다.
반면 엽현에겐 아직 고대 정신들이라는 패가 남아있었다.
결론에 도달한 무천이 막 후퇴하려는 순간, 그의 뒤편의 공간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남자를 보자 무천이 화들짝 놀라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상주!”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음암계의 상주였다.
이와 거의 동시에 엽현측 진영에는 소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엽현의 곁으로 다가온 소도는 사정없이 백의인을 몰아붙이고 있는 9호를 바라보았다.
“기가 막히군. 저 정도라면 아라와 붙어 봐도 꽤나 볼만 하겠어.”
“소도 낭자, 저 아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시오?”
엽현의 물음에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마치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다고 할까.”
하늘에서 뚝 떨어져?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 이때, 마찬가지로 9호를 지켜보고 있던 상주가 대뜸 소리쳤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너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이 말을 들은 순간, 9호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며 상주를 향해 돌아섰다.
“누구더러 사람이라 하는 게냐! 나는 너희 같은 더러운 종족이 아니다!”
“…….”
말 한마디로 장내 모든 무인에게 모욕을 선사한 9호는 눈앞의 백의인은 내버려 둔 채 상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를 본 상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뭐라 했기에 이렇게 급발진을 한단 말인가?
이때 상주가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자 검은빛 한 줄기가 정면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쾅-!
순간 그를 향해 날아오던 검광이 산화하면서 9호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9호는 손안의 검이 매우 떨리는 것을 보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좀 치는 놈이었구나!”
소도가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멀리, 상주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수백 장 떨어진 공간 사이가 쩍 갈라지더니, 일순간 칠흑과 같은 암흑으로 변했다.
이를 본 엽현은 놀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상주의 실력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상주가 만들어 놓은 어둠 속에서 하얀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엽현과 소도 앞으로 떨어졌다.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9호!
엽현이 황급히 9호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9호, 괜찮아?”
“제길, 더러운 인간 주제에 꽤 하는군!”
“어때, 이길 수 있겠어?”
“해봐야 알겠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
9호가 다소 회의적으로 말하자 엽현이 불쑥 방패 하나를 꺼내 9호에게 내밀었다.
“자, 이걸 갖고 싸워봐.”
엽현이 건넨 것은 다름 아닌 태극순이었다.
잽싸게 태극순을 낚아챈 9호는 지체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때,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상주가 세차게 오른발을 굴렀다.
쾅-!
순간 대황국 상공의 대부분이 와르르 무너지며 한편의 어둠으로 변했다.
이때 어둠 속에서 휘몰아쳐 나온 강대한 기운이 그대로 9호를 천 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다만 태극순이 대부분의 힘을 흡수한 터라 그녀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때 9호가 갑자기 엽현과 소도 쪽으로 돌아오더니, 검과 방패를 소도에게 건넸다.
“이거 줄 테니까 네가 싸워봐.”
“…….”
소도는 상주를 흘끔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저 자는 죽이지 못한다.”
“그래? 그럼 같이 덤빌까?”
“하하, 그 전에 내가 저 자와 얘기 좀 해도 될까?”
소도의 부탁에 9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과 태극순을 다시 엽현에게 돌려주었다.
엽현은 신물들을 챙기고서는 고개를 돌려 상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소도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 상주! 어디 계속해 볼 생각인가?”
“물론이오!”
상주의 대답에 소노의 안색이 순간 차갑게 식었다.
이 순간, 상주의 시선이 아라가 폐관하고 있는 전각으로 향했다.
“어찌 됐든 간에 그녀가 경지를 돌파하도록 놔둘 수는 없는 일이오!”
“하지만 너는 그럴 능력이 없다.”
“훗, 과연 그럴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 상주.
바로 이때, 상주가 소매를 펄럭이자 그의 뒤편의 전송진에서 강렬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순간 엽현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끝인 줄 알았건만 아직 보여 줄 패가 남아 있었구나!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송진에서 무수한 수의 강자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음암계의 강자들!
끝도 없이 나타나는 엄청난 수에 엽현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