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13
1113화 교활한 수법
어두운 성공 한복판.
여기 한 여인이 노릇노릇하게 익은 물고기 한 마리를 손에 쥔 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천도.
이때, 천도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음? 슬슬 돌파하려는 건가?”
천도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손안의 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휘적휘적 앞으로 나아가는 천도. 이때의 그녀는 평소의 천도와는 달리 다소 건들건들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천도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대황국.
엽현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황국에 도착했다. 이들이 나타난 것을 보자 대황국 국주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라가 막 경지를 돌파하려는 이 중요한 시기에, 누군가 나타나 방해하기라도 한다면 그들로서는 매우 곤란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이때 뒤늦게 출발한 소도가 엽현 곁에 나타났다.
“소도 낭자, 출관까지 대략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엽현이 묻자 소도는 아라가 있는 곳을 지그시 응시했다.
“음… 길어야 삼일 정도겠구나.”
삼일!
엽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과연 상계가 이 삼일 동안 자신들을 내버려 두려 할까?
절대 그럴 리 없다.
상대는 이 기간 동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라를 방해하려 할 것이다.
뭔가 고민하던 엽현은, 전음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든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손을 떠난 전음부는 순식간에 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 * *
어느 어둠 속. 노인의 모습을 한 허영 하나가 아래쪽을 응시하고 있다.
수많은 성역을 관통하여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다름 아닌 대황국. 정확히는 아라가 폐관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강대한 검의는 멀리 떨어져 있는 허영 역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라!
상계 역시 오래전부터 이 여자 검수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비록 경지는 주재경에 불과하지만, 실력은 괴물과 다를 바 없는 여인.
만약 그녀가 파허경에 이르게 된다면 그땐…….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노인의 안색이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시간이 없다. 그들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라가 파허경이 되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이때, 중년인 하나가 장포를 펄럭이며 허영의 곁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음암계의 상주였다.
“어떻게 할 작정이오?”
상주의 물음에 허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내버려 둘 순 없지 않겠소? 저 여자가 돌파에 성공하게 되면 우리로서는 뼈아픈 일이 될 것이오.”
“하지만 소도라는 여자가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함부로 출수하기도 어려운 일이오. 알다시피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녀를 제거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소.”
“후후, 그렇다면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면 될 일 아니오?”
노인의 말에 상주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음암계에는 그녀를 상대할 만한 무인이 없소.”
몇 번의 거듭된 패해 이후, 상주는 자신들이 전면에 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또 실패했다간 정말로 전멸에 이를 수 있으니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상주가 다소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허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두고 봅시다.”
* * *
대황국.
이때 대황국 전역은 아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기운으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대황국의 모든 무인들이 아라만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
아라.
그녀는 비단 대황국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한무기 전체의 긍지나 다름없다.
그런 만큼, 아라가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은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간은 점점 흘러 삼일째 날이 밝아왔다. 이때 아라의 기운은 성역을 넘어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별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대해져 있었다.
한편, 엽현은 이 기간 동안 잠도 마다하고 아라의 폐관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곧 오유겁이 닥칠 때가 되어 가는구나.”
어느새 곁에 다가온 아목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무서워 할 것 없소. 설령 막아내지 못한다 해도 우리에겐 계옥탑이 있지 않소? 이 안에만 들어가 있으면 제 아무리 오유겁이라 해도 우릴 어쩌지 못할 것이오.”
“정말 그럴까?”
“확신할 수 있소.”
엽현의 대답에 아목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는 무족의 대제사장이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탑이 아닌 부족의 곁이라는 말이지.”
엽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계옥탑이 제 아무리 넓다 해도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순 없는 것이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문득 두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염가 그리고 연천.
도칙을 찾겠다고 오래전에 떠난 이 두 여인은 어찌하여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것인가?
혹시 길이라도 잃었나?
바로 이때, 대황국 상공에 웬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른 생각을 빠져나온 엽현은 공중의 노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때 엽현과 눈이 마주친 노인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엽현, 서옥을 내놓거라. 그러면 더 이상 이 우주를 괴롭히지 않으마.”
노인의 말에 엽현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만유서옥이 빛을 내며 그의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너희가 원하는 게 여기 있다. 내겐 필요 없으니 갖고 가도록!”
엽현이 가볍게 손을 튕기자, 만유서옥이 노인에게로 날아갔다.
이를 보자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정녕 서옥을 넘길 생각이란 말인가?
한쪽에 있던 소도 역시 의심 가득한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문득 엽현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발견한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엽현이 또 뭔가 음흉한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엽현, 과연 그는 손해를 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소도는 엽현을 응시하며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엽현은 무슨 꿍꿍이인 걸까?
한편 공중에 있던 노인 역시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가 예상한 전개도 아니었고, 너무나도 순순히 서옥을 내미는 것도 뭔가 수상했다.
이건 속임수다!
노인은 서옥을 향해 손을 뻗는 대신 가만히 서서 엽현을 주시했다.
“응? 달라고 할 땐 언제고 왜 안 받아 가는 거지? 싫은가?”
“놈!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노인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치자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럼 어쩌자고? 달라고 해서 줬더니 싫다고 하고, 그렇다고 안 준다 그러면 싸우자고 할 건데 도대체 이건 여자 마음 맞추기보다 더 어렵군!”
엽현의 말에도 노인은 꿈쩍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명백한 함정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노인의 옆 공간에 물결이 일렁이면서 상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뭘 망설이는 것이오? 냅다 받지 않고!”
상주는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어 서옥을 붙잡았다.
하지만 대범한 말투와 달리 그 표정은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
상주 역시 엽현이 무슨 수작을 부리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서옥이 그의 손에 들어올 때까지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예상외의 상황에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상주는 애써 침착했다.
“그 탑도 내놓거라!”
엽현이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검은 탑이 상주의 앞으로 떠올랐다.
상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잽싸게 계옥탑을 손에 넣었다.
역시나 이 과정에서 속임수는 없었다.
상주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자, 달라는 대로 모두 주었다. 이제 됐나?”
이때 상주가 곁에 있는 노인에게 속삭였다.
“이제 출수하시오.”
“흠….”
“뭘 망설이는 게요? 그대는 놈의 괴물 같은 잠재력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게요? 그리고 아라는 또 어떻고? 그대들은 곧 출관할 아라를 막을 방법이 있소? 설령 있다 해도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지 짐작이 가시오?”
“…….”
노인은 여전히 입을 꾹 닫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엽현.
아라.
확실히 이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위협은 전혀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아라가 일단 돌파하게 된다면 그 위협은 지금 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노인의 눈에서 살의가 일었다.
이때 상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엽현이 자발적으로 탑과 서옥을 바치는 의도는 매우 간단하오. 그는 지금 아라가 돌파할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오. 잘 생각 하시오. 잡초는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자라나게 돼 있소!”
이 말에 노인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생각에 상주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군.”
“하하, 그런 것 같군.”
“그럼… 미안하지만 아까 했던 말은 취소해야겠다.”
엽현이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오, 그러시던가.”
바로 이때, 상주의 손에 있던 계옥탑이 가볍게 흔들리더니, 한 자루 검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천주검!
상주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나타난 검은 곧장 그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상주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자연스레 신형을 흐리며 물러나려 했다.
바로 이때, 어떤 신비한 힘이 그의 몸 주변을 에워쌌다.
검역!
기운을 느낀 순간 상주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검역은 이미 그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천주검이 상주의 미간을 꿰뚫었다.
푸확-!
천주검이 그를 뚫고 지나간 후, 상주의 영혼이 육신 밖으로 튀어 나왔다. 바로 이때 계옥탑에서 또 다른 검 한 자루가 튀어 나왔다.
진혼검!
진혼검을 마주한 순간 영혼체 모습의 상주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라는 것을.
푹-!
진혼검이 상주의 영혼에 박힌 순간,
쾅-!
진혼검으로부터 흘러나온 강대한 영혼력이 회오리처럼 크게 휘몰아쳤다. 그러자 사방의 공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엽현이 손을 뻗자 계옥탑과 서옥이 그의 손 안으로 돌아갔다.
신물을 갈무리한 엽현은 시선을 공중의 노인에게로 돌렸다. 이때까지 노인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그러기엔 이 모든 일이 너무나 눈 깜빡 할 사이에 벌어져 있었다.
물론 엽현이 이토록 쉽게 상주를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소도에게 부상을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가 몸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상주는 계옥탑이 엽현의 의도대로 움직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엽현에 대해서만 경계를 했지 손안에 들어온 계옥탑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엽현은 공중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사실 노인은 이미 엽현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끝낸 상태였다. 지난 행실로 보아 단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 되는 인물이란 걸 파악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만유서옥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이유였다.
물론 상주 역시 경계하긴 했지만, 노인에 비해 다소 부족했다.
이때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엽현, 듣자 하니 꽤나 의리를 중시한다더구나?”
“설마 내 주변 사람들로 날 위협할 생각인 건가?”
“하하, 잘 아는구나. 지금쯤 우리 쪽 무인들이 무성에 도착해 있을 게다.”
엽현은 이 말을 듣고도 놀라기는커녕 웃기만 했다.
이를 보자 노인의 표정이 다소 기이하게 변했다.
“그러고 있지 말고 네 부하들의 명복이나 빌어주지?”
엽현의 말에 노인이 화들짝 놀라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공간을 뚫고 무성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