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15
1115화 다섯 개의 위협
음령족!
순간 소도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이에 엽현이 어리둥절해 하며 소도에게 물었다.
“아니, 음령족에게는 그 장벽이란 것도 소용없는 것이오?”
“소용없다. 그들은 장벽마저 흡수해 버리니까.”
“아니, 그렇게나 변태적이란 말이오?”
“그냥 변태도 아니고 대단한 변태들이지. 심지어 그들이 육유계로 넘어간다면, 육유계 무인들이 그들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때 천도가 끼어들었다.
“나는 육대 사라고 본다.”
엽현과 소도가 고개를 돌리자 천도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음령족이 육이지. 만약 예전이었더라면 육유계의 능력으로는 절대 음령족을 감당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의 음령족은 정말 지독할 정도로 강했거든. 하지만 검종 종주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은 후로, 아직 그때의 실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 만약 그가 아니었더라면 오유계와 육유계는 진즉 음령족의 땅이 되었을 테니까.”
“검종이라면 그들의 계획을 막을 수 있지 않소?”
엽현의 질문에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검종 역시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음령들이 비밀리에 장벽을 제거한다면 그들로서도 알아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
“흠… 그대가 보기에 우리와 상계의 실력 차이가 큰 것 같소?”
천도가 재차 고개를 저었다.
“물론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압도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음령이 저쪽에 붙는다면 얘기는 틀려지지. 만에 하나 음령들이 검종을 꽁꽁 틀어막는 동시에 남은 병력으로 상계와 함께 쳐들어온다면, 너희로서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
“너희가 아니라 ‘우리’요.”
천도가 시선을 돌리자 엽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음령들이 오유계로 들이닥치면 그대는 물론 오유계 전체가 위험하지 않겠소?”
“흠… 네 말이 맞다.”
“그러니 지금부터 우리는 공동의 적을 가진 전우라 할 수 있소. 그렇지 않소?”
엽현의 진중한 표정을 보자 천도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들이 당장 노리는 건 너지 내가 아니지 않느냐?”
“나를 죽인 후에는 그대 차례가 될 것이오.”
이에 천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널 죽이지 못할 테니까.”
이 말을 끝으로 천도는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때 소도가 멀어져가는 천도를 응시하며 말했다.
“너는 그녀에게 맹세를 해선 안 됐다.”
“그러게 말이오. 만약, 만에 하나, 맹세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건 나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좋은 일이 일어나진 않을 거라는 것이지.”
“…….”
“하지만… 지금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음?”
엽현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소도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와 손을 잡은 것 말이다. 눈치채지 못했느냐? 그녀는 비록 직접 출수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간접적으로 널 돕고 있었다. 바로 방금 전 상황처럼 말이다. 사실 그녀가 네 주변을 맴돌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너는 오유계에 딱히 해를 끼치지 않는 반면, 상계는 충분히 그럴 수 있기 때문이지.”
이때 엽현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저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 많은 주재경 강자들을 데려오는 것이오? 상계의 무인들은 아직 이곳에 올 수 없다고 하지 않았소?”
“네 말이 맞다. 저들이 데리고 온 주재경 강자들은 모두 오유계 출신의 무인들이다.”
“아니, 언제부터 오유계에 주재경 강자가 이리 많았단 말이오? 주재경이란 경지가 이렇게 흔해 빠진 줄 예전엔 미처 몰랐소.”
소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현재 오유계의 주재경 강자 중 절반은 그들 편에, 나머지 절반은 네 편에 서 있다. 네 편이라 함은 바로 신공을 포함한 정신들을 의미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오유계가 지금껏 배출해 낸 주재경 강자는 기껏해야 오육십 명 정도다. 자, 아직도 많아 보이느냐?”
겨우 오육십?
“하하, 알고 보니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구려.”
소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너는 천도가 널 도우려는 진짜 이유를 아느냐?”
“음… 그야 저들이 노리는 것은 비단 만유서옥 뿐만이 아니라, 오유계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소도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찌 알았느냐?”
“조금만 생각 해 보면 알 수 있는 문제였소. 아무리 상계라 할지라도 저렇게 많은 주재경 강자를 단시간에 포섭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오. 그렇다면 그들이 혹할 만한 무언가를 제시했다는 건데, 오유계를 던져주는 것 외에 달리 제안할 것이 있겠소?”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췄다. 사실 네가 아니었더라면 정신들 또한 상계와 손을 잡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오유계의 모든 주재경 강자들이 천도와 적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 전부가 힘을 합친다고 해서 천도를 이길 순 있는 것이오?”
“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만약 옛날의 천도라면 주재경 백 명과 파허경 강자 몇몇이 달려들었을 때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지.”
“그녀가 그렇게나 강하단 말이오?”
소도가 진지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천도가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전투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저 순진무구한 존재였을 뿐이다. 마치 그 하얀 아이처럼. 천도와 하얀 아이의 가장 다른 점은 천도에게는 운이 없었다는 것이다. 청삼남 같은 존재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수련을 시작한 것이오?”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히기 시작했다. 인간의 무학뿐 아니라, 다른 종족의 우수한 부분은 하나도 빠짐없이 배우려 노력했지. 그녀가 우주의 모든 생령에 대해 그토록 이해가 깊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그녀의 재능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
“너는 그녀에게서 검의를 느낄 수 있었느냐?”
검의?
“그녀가 검수란 말이오?”
엽현이 의외라는 듯 묻자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검수다. 그것도 매우 유능한 검수지.”
이에 엽현이 황급히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녀와 천녀 중 누가 더…”
말이 끝나기도 전, 소도의 주먹이 엽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퍽-!
경쾌한 타구성과 함께 엽현이 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멈춰 선 엽현의 입가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버렸군.”
소도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는 걸 듣자 엽현은 거의 폭주할 뻔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때리다니!
질문 하나 한 것이 그렇게 잘못됐단 말인가!
폭력적인 여자 같으니라고!
한편 아목 등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이때, 허공의 공간이 찢어지면서 중년인 하나와 노인 하나가 튀어 나왔다.
꽉 끼는 검은 옷을 입은 중년 남자는 오른손에 기이한 모양의 부채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나타난 노인은 다름 아닌 얼마 전 쫓겨나듯 도망쳤던 흑의 노인이었다.
또 왔구나!
노인을 보자 엽현이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 지치지도 않고 계속 와서 괴롭힌단 말인가!
그리고 저 남자는 또 누구일까?
이쪽 세계의 강자일까 아니면 상계에서 내려온 무인일까?
“소도 낭자, 저자가 누군지 알아보겠소?”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계 쪽 인물이다. 생각보다 빠르군.”
상계!
엽현이 새로 나타난 흑의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상계의 무인.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저들이 이미 음령족과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다.
음령족…….
“소도 낭자, 그대가 아라를 보호해 주시오.”
엽현의 말에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대화를 듣고 있던 흑의인이 웃으며 소리쳤다.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남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정도로 치졸하진 않으니까.”
남자는 아라가 폐관 중인 장소를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싸울 것이다!”
그 말에 장내 모든 무인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자만인가?
아니면 자신일까?
이때 흑의인이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렇고 소도, 그대에 대해 조사를 좀 해 봤는데… 흥미롭더군.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육유계 출신은 아니라는 것 정도.”
“멍청하군. 나의 대해 조사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이에 흑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는 우리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현재 상계에 위협이 되는 존재는 모두 다섯이 있지. 첫째는 그 소복을 입은 여 검수다. 우주 장벽을 가차 없이 부수고 육유계로 넘어온 여인.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상계에는 아무도 없다.”
말을 잠시 멈춘 흑의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번째는 하얀 장포의 여인이다. 그녀는 분신의 모습으로 상계의 존사 한 명을 초살해 버렸다. 만약 본체가 나타난다면 마찬가지로 상계에 그녀와 대적할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계속 덤비는 건 무슨 이유에서지? 그냥 멍청한 건가?”
소도의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에 흑의인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잠시 미루도록 하지. 다시 돌아와서 세 번째 인물은 바로 오유계의 천도다. 우선 그녀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아직 우리도 감을 잡지 못했다. 확실한 건 매우 영리하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너희와 우리가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우도록 환경을 조성했지. 얼마나 지독한 계략이었는지 우리가 음모라는 걸 알아차렸을 땐 이미 상황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 상태였다. 그리고 네 번째 위협은…”
잠시 말을 멈춘 흑의인이 소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 번째는 바로 그대다. 조사해본 결과 그대는 오래 전 큰 부상을 입었고, 지금은 고작 이 할의 공력만을 회복한 상태라고 하더군. 만약 만에 하나 완전한 상태로 돌아온다면 우리 상계가 그대를 막는 것은 어렵겠지.”
이때 엽현이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그럼 마지막 다섯째는 혹시 난가? 헤헤.”
순간 흑의인 뒤에 있는 노인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나 뻔뻔할 수 있단 말인가?
흑의인이 웃으며 엽현에게 대답했다.
“너는 아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위협이 너와 관련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이 때문에 우리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서옥을 노릴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기도 했다.”
“후후, 지금 상황으로 보자면 계속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 같군?”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우리가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먼저 다섯 번째 위협을 밝히자면 바로 검종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들은 음령족에 발이 묶여 이곳에 올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일을 진행할 수 없었겠지.”
“사실 너희에게 위협이 될 만한 자들은 그것 말고 더 있다.”
소도의 말에 흑의인이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음? 그게 누구지?”
“그건 말해 줄 수 없다. 적에게는 정보를 숨기는 게 정석이니까.”
잠시 말을 멈춘 소도가 흑의인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나도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너희는 어째서 그토록 서옥을 원하는 거지?”
“흠… 그대는 선각자에 대해 잘 알고 있나?”
흑의인이 되묻자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알긴 하지만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다.”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래 전에 상계에 머문 적이 있었다. 다만 단순히 지나치는 길이긴 했지만.”
“선각자가 거기서 뭘 했지?”
소도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는… 우리를 돕고 있었다. 당시 그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육유계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선각자가 너희를 도왔다고? 그런데도 엽현을 죽이려 한단 말인가? 두 사람이 관계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