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45
1145화 이번에는 같이 간다
“엽현,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잠시 후면 너를 노리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될 테니 기대하거라.”
“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 내가 전생에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다들 나를 죽이려는 거지?”
소음은 대답 대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음령계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를 본 엽현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소음을 향해 달려들 뻔했다.
나를 노리는 자들이 많다고?
왜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고서 그렇게 가 버리는 건데!
이때 육운선이 엽현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일단 돌아가자꾸나.”
“…….”
고민 끝에 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음령들 역시 당분간은 함부로 설치지 못할 테니 일단 재정비를 하는 편이 옳았다.
“육 사형, 무인들을 데리고 먼저 돌아가 계십시오. 저는 만날 사람이 있습니다.”
“좋다. 그럼 조심하려무나.”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소백과 소령을 향해 돌아섰다.
“가자!”
소백이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엽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너. 기왕 나온 김에 조금 더 도와줘.”
이에 소백이 흥분한 기색을 띠며 마구 손을 교차했다.
“혹시 사탕 사러 가는 거냐고 묻고 있어!”
소령의 통역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같이 가면 원 없이 사줄게!”
말을 마친 엽현은 소령과 소백을 데리고서 어디론가를 향해 사라졌다.
잠시 후.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천도전당포였다.
전당포 안에는 소도 한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어, 용케도 살아남았구나!”
반갑게 엽현을 향해 손을 흔드는 소도.
이때, 엽현 뒤에서 소백이 모습을 드러내자 소도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소도를 발견한 소백 역시 팔을 휘적거리며 의사를 표현했다.
아마도 소도를 기억해 낸 듯한 모습이다.
이때 엽현이 소도에게 눈치를 주자, 소도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 그날의 일은 내가 경솔했다. 이 자리에서 사과하지.”
이에 소백이 눈을 깜빡이며 한 손을 내밀었다.
이를 보자 소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게 무슨 뜻이지?
사과의 악수를 하자는 뜻인가?
이때, 먼저 소백의 의도를 알아챈 엽현이 그녀의 손에 사탕 한 알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순간, 소백이 눈을 반짝이며 천금 보화를 얻은 듯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이 장면을 보자 소도는 머릿속이 멍해졌다.
사탕 한 알에 저리 기뻐하다니.
그렇다면 처음부터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단 말인가?
싸우지 않고도 손쉽게 도움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었나?
이 순간 소도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다.
이때 엽현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소백, 저 사람을 치료해 줄 수 있을까?”
이에 소백이 소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작게 입을 벌렸다.
순간 엄청난 양의 자기가 빠져나와 소도를 향해 날아갔다.
쾅-!
찰나의 순간, 소도의 주변은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빽빽한 자기에 둘러싸인 소도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얼마 후, 그녀의 온몸에서 떨림이 일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은 소도의 몸 밖으로 작고 검은 점들이 빠져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엽현은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저건, 위험하다!
엽현이 막 출수하려는 이때, 소백이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날아오던 검은 점들이 소백의 몸에 닿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눈처럼 녹아 없어졌다.
바로 이때, 소도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엽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도를 응시했다. 이때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호기심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소도의 실력은 원래의 일할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그녀가 완전히 회복된다면 그 실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엽현은 문득 고개를 돌려 소백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녀의 육신은 매우 희미해진 상태였다.
지금의 소백은 그저 하나의 형상일 뿐, 분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몸으로 많은 기운을 소모했으니 소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봐, 괜찮아?”
엽현이 걱정스레 묻자 소백이 웃으며 팔을 휘적거렸다.
“이제 곧 가야 한대!”
소령의 말을 들은 엽현이 주저하듯 소백에게 물었다.
“네 본체는 지금 어디 있니?”
그러자 소백이 손을 들어 한쪽 하늘을 가리켰다.
이에 엽현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해서야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바로 이 순간, 잠잠하던 소도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이때, 그녀의 눈동자에서 검은 불꽃이 번뜩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 전체가 검은 불길로 뒤덮였다.
“소도 낭자! 좀 어떻소? 이제 완전히 회복한 것이오?”
엽현이 묻자 소도가 고개를 내어저었다.
“아직 아니다. 이 정도라면 원래 기력의 사할쯤 되는 것 같구나.”
사할!
“그게 어느 정도요?”
소도가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았다.
“한번 맞아보면 알지 않겠느냐?”
이에 엽현이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굳이 직접 맞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때 빠르게 투명해진 소백은 이미 소멸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고맙소.”
소도가 진심을 담아 소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싱긋 웃어 보인 소백은 마지막으로 소령과 엽현에게 손을 흔들며 완전히 자리에서 사라졌다.
소백이 사라지자 엽현은 마음 한켠이 텅 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는 정이 들었다기보다 더 그 아이를 써먹을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크… 조금만 더 남아 줬으면 좋았을 텐데…….
“엽현, 고맙다.”
소도는 엽현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말하진 않았지만, 엽현은 분명 자신을 위해 소백을 데려온 것이었다. 그 덕에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했으니 소도로서는 매우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하하, 소도 낭자. 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소.”
“그럼 취소하마.”
“…….”
“자, 시간 없다. 천도를 찾으러 가자꾸나.”
말을 마친 순간, 소도와 엽현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어느 깊은 성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이 주변을 둘러보았으니 천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흠… 분명 여기에 있었는데, 어디론가로 사라졌군.”
“사라져?”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쳐다보자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무슨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다.”
“흠…….”
“소음이 데리고 온 서른 명의 귀원파계경 강자를 기억하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있으니 아직 절대 방심할 단계는 아니다.”
“나도 알고 있소. 그들은 영역이란 곳에서 왔다고 하던데… 그곳에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구려.”
“영역이라면 조금 아는 바가 있다.”
이 말에 엽현이 소도를 쳐다보았다.
“그곳은 어떤 곳이오?”
“흠… 영역은 매우 특별한 지위를 가진 공간이다. 그곳은 오유계에도, 육유계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그 문명 수준은 육유계에 못지않게 찬란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아니, 오히려 육유계보다도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하면, 그곳에 영기는 말도 안 되게 풍족하거든. 원래대로라면 그들이 이곳을 노릴 이유가 없을 것인데……. 혹시?”
순간 소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혹시 오유겁 때문인 건가?”
“오유겁? 영역에도 오유겁이 미친단 말이오?”
엽현이 의아해하며 묻자 소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확실치 않다. 하지만 만약 그것 때문이라면 일은 심각해진다.”
심각해진다는 말에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약 오유겁이 문제라면 육유계로 대피하면 될 일 아니오?”
“글쎄다…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것을 노리고 있는 것일 수도.”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지나갔다.
만유서옥!
엽현은 황급히 서옥과 계옥탑을 불러냈다.
그러고선 계옥탑을 서옥의 홈에 끼워 넣었다.
이때 서옥 안에서 청아한 음성이 들려왔다.
“능력치가 부족하여 잠금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능력치가 부족하여……”
“빌어먹을-!”
음성을 들은 엽현이 갑자기 광분하며 서옥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쾅-!
장내에 울려 퍼지는 굉음.
하지만 서옥은 제자리에 있는 반면, 힘을 가한 엽현은 튕겨지듯 날아갔다.
뿐만 아니라, 그의 주먹도 하얀 뼈가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찢어지고 말았다.
수천 장 밖으로 날아간 엽현은 고통도 잊은 채 잠시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단단하단 말이냐!
한편, 소도는 흥미롭다는 듯 서옥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연 보통 물건이 아님이 틀림없었다.
“후… 만유서옥은 자기보호 능력이 있는 것 같소.”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엽현.
그의 말에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받은 힘보다 더 큰 힘을 돌려주는 것 같구나.”
“그나저나 아직도 열 수 없다니. 도대체 언제쯤 안을 살펴볼 수 있단 말이오!”
멀쩡한 모습으로 허공에 떠 있는 서옥을 보자 엽현은 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눈앞의 이 물건 때문에 엽현 자신은 수많은 적들의 표적이 된 상태다.
하지만 서옥은 도무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
간단히 말해 엽현에게 만유서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였다.
“마음 같아서는 누구한테 줘 버렸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걸 줘 버리면 오유겁은 어떻게 막을 테냐?”
“…….”
엽현은 할 말이 없어 한숨만 푹 쉬었다.
정말로 서옥으로 오유겁을 막을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가치 있는 물건은 없었다.
이때 소도가 다시 한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 그나저나 천도 이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그녀를 찾아서 뭘 하려고 그러시오?”
엽현이 묻자 소도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천도라면 분명 영역의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있을 게다.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거로 봐서 또 무슨 음흉한 계략을 꾸미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구나.”
엽현이 막 대화를 이어가려는 이때, 그의 바로 앞 공간이 일렁이며 전음이 흘러나왔다.
헌데 잠시 귀를 기울이던 엽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갔다.
“왜 그러느냐?”
“검종에서 소식이 왔소. 음령족의 무인들이 집결하고 있다는구려.”
“이렇게나 빨리?”
소도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돌아 가 봐야겠소.”
“같이 가겠다.”
“하지만…”
“뭘 꾸물거리느냐? 어서 가자!”
소도가 재촉하자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신형을 날린 두 사람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대황국.
어느 대전 안에 마주 보고 앉은 두 여인.
이들은 다름 아닌 아라와 천도였다.
“이제 알겠느냐? 귀원파계의 이치는 실로 매우 간단하다는 걸.”
천도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하자, 아라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범검 제 삼중(三重)은 뭐지?”
“하하, 그건 더 간단하다. 너는 네가 왜 그토록 애를 쓰는데도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는 줄 아느냐? 그건 바로 ‘강박’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 강박을 넘어서기도 하고 때때로 이용하기도 하지. 예를 들어 그 소복의 여인처럼 심지가 굳은자들에겐 강박 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엄밀히 말해 아직 검의 노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자리에서 일어난 천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대전 문 앞에 이르렀다.
“검을 수련한다는 건 검과 검수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다만, 검이 검수를 부리게 되면 검이 주인이 되는 것이고, 검수가 검을 다스리면 검수가 주인이 되는 것이지. 당장에 네 모든 걸 뜯어 고치란 소리는 아니다. 다만 각도를 조금 달리하면 그곳에 정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
“…….”
아라를 향해 빙글 돌아선 천도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이는 마치 네 앞에 어둠이 있지만, 뒤를 돌아보면 빛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말을 마친 천도는 그대로 대전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청명한 검명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지더니, 이내 전각 밖으로 강대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막 자리를 떠나려던 천도가 눈을 반짝이며 아라가 있는 전각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