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48
1148화 정면 돌파
도움!
순간 엽현은 두통이 밀려들었다.
매번 위기 때마다 도움을 줄 사람을 찾는 것은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두 우주 사이의 전쟁을 끝내려면 청삼남이나 천녀 정도가 나서야 할 테니까.
엽현은 이미 모든 가능성을 계산한 상태였다.
검종이 이곳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하더라도, 청삼남이 나타나지 않는 한 전멸할 것이 분명하다.
검종이 끝나면 오유계도 끝난다.
만약 검종의 검수들이 천 명 정도만 되었더라도 일전을 불사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수는 겨우 백여 명 남짓뿐이었다.
영역이 문제가 아니라, 음령족도 감당하기 벅찬 숫자인 것이다.
“정말로 결심을 굳혔느냐?”
“정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마지막으로 오유계 전체에 호소해 보겠습니다. 만약 오유계 강자들이 위기를 공감하고 이리로 와 준다면 우리 검종 역시 이곳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싸울 것입니다!”
이에 육이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조건이라면 나도 더 이상 반대하진 않겠다.”
두 사람이 합의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족과 만유서원의 무인들이 온 오유계를 다니며 엽현의 호소를 전하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검종에 도착한 것은 무족과 천족의 무인들이었다. 그 다음으로 만유서원과 부문종, 그리고 대황국의 무인들이 도착했다. 이수경을 위시한 고대 이수들, 태일 등의 정신들 또한 이 행렬에 동참했다.
이렇게 첫날이 저물어갔다.
둘째 날이 밝아오자 엽현은 검종 대전 앞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무인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기대한 세력들은커녕, 산수무인조차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 나흘, 닷새가 지나고 육일째 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엽현이 곁에 있던 육이를 바라보았다.
“허무계로 병력을 물리겠습니다.”
육이도 이번에는 반대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성공 중, 어검을 타고 이동하는 내내 엽현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아쉽지만 자신은 결코 구세주가 될 수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일검에 영역을 모두 베어내고 이 오유계를 지켰으리라.
하지만 그에겐 그런 능력은 없었다.
무릇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법이다.
지금의 엽현은 그저 주변 사람을 지켜내기에 실력이 모자라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 * *
엽현이 무인들과 함께 허무계로 이동하는 이때, 소음은 무수한 음령들을 이끌고 음령계를 떠나고 있었다.
“엽현이 오유계의 강자들을 모두 모아 우리에게 대항할 생각을 하는 모양이구려.”
소음이 말하자 곁에 있던 태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의 뜻대로 된다면 우리로서는 매우 골치 아파질 것이오.”
“흠…….”
소음의 표정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사실 검종과 엽현의 실력은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오유계가 똘똘 뭉쳐 대항한다면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 소지도 다분했다.
이때 소음이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명을 내리겠다! 오유계를 지나는 동안 절대 누구도 다치게 해선 안 된다!”
이 명령에 음령족 강자 한 명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소족장,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저들을 죽이면 겁먹은 자들이 똘똘 뭉쳐 우리에게 대항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이 엽현 뿐이란 걸 알게 되면 수수방관하겠지. 일단 엽현이 죽게 되면 나머지 무인들이야 뭘 하던 오합지졸에 불과하지 않겠느냐?”
이 말에 음령족 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허무계에 도착하면 곧바로 공격하지 말고 도망치지 못하게 둘러싸기만 할 것이다.”
명령을 마친 소음이 태고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가 보기에 어떻소?”
“아주 적절한 책략이오!”
태고명이 인정하자 소음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속도를 올린다! 전군, 전속력으로!”
소음이 이끄는 음령족 강자들은 순식간에 허무계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단 한 차례도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이를 본 오유계 무인들은 안심하며 상황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더러는 엽현을 탓하면서 말이다.
“저놈 엽현 때문에 또 외적이 쳐들어오는구나! 저런 놈은 빨리 이 오유계에서 없어져야 해!”
“저, 저 이기적인 놈! 우리를 꼬드겨서 위기를 모면 해보려 했겠지만, 어림도 없지! 우리는 네 생각만큼 멍청하지 않다!”
“옳소!”
어느 깊은 성공 중, 한 손에 구운 생선을 들고 걷던 여인이 잠시 발길을 멈추고는 오유계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여인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별빛 사이로 낮은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허무계.
음령족의 대군은 곧바로 공격하는 대신 허무계 주변을 빽빽하게 에워쌌다.
한편, 허무계에 위치한 무족의 대전 안은 엽현 등을 포함한 강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대전 안의 공기는 매우 무거웠다.
“각자 생각이 있으면 꺼내들 보시오.”
엽현의 말에 아목이 먼저 침묵을 깨고 발언했다.
“지금의 형세는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다.”
곁에 있던 아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엄밀히 말해 우리는 아직 저들의 진짜 실력을 모르고 있다. 반면 우리의 병력 상황은 모두 밝혀진 상태지. 저들이 바로 공격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영역으로부터의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들마저 도착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
아목이 덧붙였다.
“오유계의 여론 역시 좋지 않다. 현재 오유계 무인들은 이 상황을 자업자득이라 생각하여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다고 한다. 이미 어떻게 어부지리를 취할지 궁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 말을 들은 순간, 장내 무인들의 안색이 크게 굳었다.
대전 안에 있는 자들이야 지금의 상황이 비단 영역과 엽현의 개인적인 갈등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만약 그와 검종이 무너지면 오유계 전체가 잡아먹힐 것은 뻔한 일이였다.
하지만 오유계의 다른 무인들의 관점은 정반대였다.
당장 자신에게 피해만 오지 않는다면 오유계의 주인이 누구로 바뀌든 상관없었다.
이기심.
이것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고유한 특성인 것이다.
두 여인의 의견을 들은 엽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에게 기대할 수 없소. 우리끼리 해내는 수밖에.”
엽현은 육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육이, 아직 검진을 쓸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육이의 대답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당장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에 육이가 몇몇 검종 무인들을 이끌고 대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육이가 대전 문을 열어젖힌 이때, 한 여인이 문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엽현의 표정이 다소 기이하게 변했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악마족의 악마안이었던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악마안이 여유롭게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우리 악마족도 전쟁에 합류하길 원한다.”
무인들의 눈은 다시 엽현의 입으로 향했다.
“악마 사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분명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이때 엽현 앞에 멈춰 선 악마안이 웃으며 대답했다.
“음령족의 목표가 오직 너뿐이란 말을 믿는 건 멍청이들뿐이다. 이곳이 무너지는 그 순간, 오유계도 함께 멸망하겠지.”
“…….”
“우리 악마일족의 실력은 확실히 음령족만은 못하다. 하지만 한몫 거들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네가 보기엔 어떠냐?”
물끄러미 악마안을 응시하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환영하오.”
“후후, 고맙다.”
바로 이때, 거대한 무형의 기운이 허무계 전체를 뒤덮었다.
이를 느낀 무인들이 황급히 대전 밖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엽현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허무계 외곽, 소음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엽현.
그녀의 뒤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음령들이 질서 정연하게 도열 해 있었다.
개개인의 실력만 놓고 보자면 절대 검종 검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문제는 그 숫자가 실력을 압도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었다.
엽현을 발견한 소음이 먼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엽현, 오랜만이로구나. 잘 지냈…”
그녀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동시에 날아드는 한 줄기 검광.
이를 본 소음은 예상했다는 듯 차분히 주먹을 내질렀다.
쾅-!
핏빛 검광이 번뜩인 순간, 소음이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이를 보자 음령족 강자들의 표정이 일순 딱딱하게 굳었다.
이때 한쪽에 있던 태고명의 시선에 엽현이 들고 있는 핏빛 검이 들어왔다. 이를 본 순간 그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조금 전 엽현의 공격은 분명 저 검과 관련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귀원파계경의 소음이 저리 쉽게 밀리지는 않았으리라!
바로 이 순간, 엽현의 뒤편으로 많은 수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바로 검종의 무인들이었다.
“소음, 원래 귀원파계란 것이 이렇게 시시한 것이었나?”
엽현이 비웃듯 말을 건네자, 소음이 엽현을 노려보며 무어라 대꾸하려 했다.
바로 이때, 그녀 곁에 있던 한 귀원파계경 노인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건방진 놈! 어디 그따위 잔재주로……”
노인이 채 말을 마치기 전,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노인의 정면 십여 장 거리였다.
이에 노인이 황급히 출수하려는 순간, 강대한 압력이 그가 있는 공간에 나타났다.
검역!
노인은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엽현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에 엽현은 피하는 대신 노인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백여 장 뒤로 밀려난 엽현.
하지만 이때 노인은 이미 머리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선혈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는 음령족 강자들!
멀리, 엽현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선혈을 억지로 집어삼킨 후, 싸늘한 눈으로 음령족을 바라보았다.
“귀원파계… 고작 이 정도인가?”
“엽현, 네 놈…….”
이때 엽현이 검을 들어 소음을 겨냥했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하나만 대답해라. 나와 단독으로 정정당당하게 겨룰 생각이 있는가!”
일대일 결투!
소음은 다소 난처한 얼굴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지난번에도 겨뤄 봤지만, 자신은 엽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실력 때문이 아니라 엽현의 괴이한 신체가 그녀와는 너무나도 상극이기 때문이다.
“엽현, 너… 감히…”
“흥! 표정을 보니 그럴 배짱은 없나 보군! 그럼 할 수 없지! 전군 돌격!”
엽현이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날아갔다.
팟-!
벼락처럼 소음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붉은 검광.
이 검에 담긴 위력을 보자 음령족 강자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청삼남의 검은 엽현이 애용하던 천주나 진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검령 자체의 능력만으로도 대단한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엽현의 검도가 더해지니 평범한 귀원파계경 강자 정도는 상대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엽현이 달려드는 것을 본 소음은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본능적으로 엽현이 필사의 힘을 다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엽현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영역의 무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음령족과 승부를 보는 것이 유리했다.
게다가 조금 전 귀원파계경 강자의 죽음으로 엽현 측 무인들의 사기도 고무된 상태였다.
엽현으로서는 이 기세를 활용해 최대한 이득을 챙겨야만 했던 것이다.
곧, 백여 명의 검수, 백여 개의 검이 음령족 진영의 정 중앙을 파고들었다.
그 중심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한편, 음령족 강자들은 짐승처럼 달려드는 엽현을 보면서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자신들의 음기와 사기는 엽현에게는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었다.
음령족 한복판으로 뛰어든 엽현은 방어는 생각지도 않은 채 검을 휘둘렀다.
짙은 사기와 음기가 그의 주변으로 날아들었지만, 이는 오히려 엽현에게는 보약일 뿐이었다.
이렇게 엽현을 위시한 백여 명의 검수들은 파죽지세로 음령들을 밀어붙였다.
바로 이때, 수십 명의 귀원파계경 강자들이 엽현을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