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49
1149화 혈맥 폭발
엽현을 향해 날아드는 수십 쌍의 눈빛.
이들은 죽을 각오로 엽현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이 모습을 보자, 육운선 등이 황급히 그를 지원하려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수십 개의 강대한 기운이 그대로 엽현을 파묻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양손으로 검을 잡고 침착하게 횡으로 휘둘렀다.
쉬익-!
한 줄기 혈광이 공간을 가른 순간,
쾅-!
핏빛 검광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면서, 동시에 엽현이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이에 육운선 등은 진격을 멈추고서 재빨리 엽현의 뒤편에 다시 진형을 갖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음령족 무인들이 몰려들어 엽현 등을 에워쌌다.
이때 길이 갈라지면서 소음이 엽현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뒤로 무려 서른아홉이나 되는 귀원파계경 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 시도는 좋았으나 우리를 너무 물로 본 것이 아니냐? 정말로 이렇게 간단히 뚫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냐?”
소음이 곁에 있던 태고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괜찮다면 태고족 강자들과 허무계에 남은 자들을 처리해 주시겠소?”
이에 태고명이 엽현을 흘긋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태고명과 십여 명의 귀원파계경 강자들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육사형, 무인들을 데리고 복귀하십시오!”
엽현의 말에 육운선이 표정을 찡그렸다.
“너 혼자 어쩌려고 그러느냐?”
“하하, 제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사형께서 허무계를 맡아 주십시오.”
“흠… 그럼 조심하거라!”
말을 마친 육운선은 검종의 무인들과 함께 허무계로 신형을 날렸다.
몇몇 음령족 강자들이 이를 막으려 했으나, 소음이 신호를 보내자 조용히 포위망을 풀어 주었다.
곧 검종 무인들이 모두 사라지고, 엽현은 홀로 수많은 음령족과 마주하게 되었다.
“엽현, 설마 너 혼자서 우리 전부를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지?”
소음이 웃으며 묻자 엽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못할 거라 생각하나?”
이에 소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소복의 여인이 떠난 이상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하하!”
엽현이 돌연 웃음을 터트리며 검끝으로 소음을 겨눴다.
“너 역시 음령들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
“…….”
“자, 제안을 하나 하지. 검을 삼키지도, 네 음령사기를 흡수하지도 않겠다. 대신 서로 경지를 봉인한 채, 오직 검만으로 승부를 보자. 어떠냐?”
소음은 엽현을 노려보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찌, 이래도 무서운 건가?”
이에 소음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또 허튼수작을 부리려 하는군. 누가 봐도 우리 음령족이 우세인 상황에서 왜 내가 너와 싸워야 한단 말이냐?”
“하하, 그럼 할 수 없군. 한꺼번에 덤벼라!”
대화를 마친 이때, 엽현의 혈맥이 갑자기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그의 사방의 공간이 온통 화염으로 뒤덮여갔다.
혈맥지력!
이 장면을 보자 소음 등 음령족 강자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이 순간, 엽현이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이때 그의 눈동자는 온통 핏빛 화염으로 변해있었다.
쾅-!
한 줄기 혈광(血光)이 하늘을 뚫고 성공 높이 솟아오른 순간, 허무계 일대의 공간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한 편의 혈해(血海)를 이루었다.
이와 동시에 신비한 힘이 성공 전체를 뒤덮었다.
혈역(血域)!
이때, 엽현이 들고 있던 핏빛 검이 격렬하게 몸을 떨면서 그 기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도처에 널려있는 살의와 포악한 기운들을 잡아먹기 시작하더니, 이내 엽현보다도 더 강한 기운을 방출했다.
광인으로 변한 검수와 혈광을 마구 뿜어내는 기이한 검.
하지만 엽현은 아직 정신을 완전히 잃지 않은 상태였다.
멀리, 엽현과 그의 검을 응시하는 소음은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감지했다.
이때, 소음과 눈을 마주친 엽현이 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보자 소음은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도무지 엽현의 검을 받아 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막 자리를 빠져나간 이때, 그녀의 눈앞에서 수십 개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푸확-!
앞 열의 음령들을 해치운 엽현은 곧장 소음을 향해 달려들려 했다. 바로 이때, 그가 들고 있던 혈검이 진동하더니, 엽현의 전신이 순간 기이한 붉은 빛으로 뒤덮였다. 뒤이어 그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지 말고, 그대로 풍마(瘋魔) 상태에 몸을 맡겨라!]순간, 엽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말하는 것은 누구지?’
그는 곧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검령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려 하지 말라고? 이 긴박한 순간에 정신줄을 놓으라니!’
이때 검령의 음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지금 저들이 네 동생을 죽이려 한다!]순간,
“으아아아아악-!”
엽현이 괴성을 지름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졌다.
엽현이 더 이상 엽현이 아니게 된 이때, 그의 몸 전체의 피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성공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
한편, 오유계의 어느 성역.
어둠 속을 걷고 있던 천도가 불현듯 허무계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차… 미리 말해준다는 걸 깜빡했구나. 네 아비는 아직 살아있다. 그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네 혈맥의 힘도 강해지게 되지. 즉, 네 아비가 죽지만 않으면 혈맥의 성장도 무한정 뻗어간다는… 제길, 말하고 보니 역겹군. 누군 좋겠다. 잘난 애비 둬서!”
이때 천도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혈맥으로 흥한 자, 혈맥으로 망하리니!”
종합하자면, 엽현의 부친이 죽지만 않으면 그와 연결된 엽현의 혈맥도 자동으로 강해지게 된다. 문제는 엽현이 어떻게 이 혈맥을 통제하느냐다.
혈맥이 강해지는 속도에 맞춰 실력이 증가하지 않으면 혈맥이 신식을 잡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천도는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엽현의 성격상 이런 일로 고민을 할 리가 없었다.
그저 그때그때 눈앞에 닥친 일을 우당탕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
그렇게 잠시 허무계를 응시한 천도는 이내 시선을 돌리고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허무계 외곽.
혈맥에 사로잡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엽현.
이때 혈맥지력이 마치 활화산처럼 폭발하면서, 엽현의 손에 있던 혈검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날아갔다.
슈칵-!
멀리, 귀원파계경 강자 하나가 반응도 해보지 못하고 머리가 잘려나갔다.
초살!
이 모습을 보자 음령족 강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음도 예외는 아니어서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성을 잃은 후에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변하다니!’
문제는 엽현의 기운이 폭증함에 따라 그의 검도 더욱 강력해졌다는 점이었다!
이때 엽현이 손을 내밀자 혈검이 그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엽현은 검을 가까이 대고 코를 킁킁대더니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피 냄새에 취한 것처럼.
이때 소음이 엽현을 응시하며 소매를 펄럭였다.
“동시에 달려들어라!”
그녀의 음성이 떨어지자, 음령족 강자들이 사방팔방에서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엽현이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자, 반경 수만 장 주변의 공간이 일순 핏빛으로 물들었다. 이 중 정신력이 약한 자는 이 기운에서 흘러나오는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신지가 잠식당한 음령들이 곁에 있던 다른 음령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출수하니, 장내는 이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를 보자 안색이 크게 변한 소음이 엽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저놈! 신경 쓰지 말고 저놈부터 죽여라!”
이 명령이 떨어지자 비교적 정신이 멀쩡한 귀원파계경 강자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무려 서른 명의 귀원파계경 강자들!
이들 귀원파계경 강자들이 엽현 앞에 들이닥친 이때, 엽현이 한 발을 내디디며 가볍게 손을 그렀다.
순간, 진득한 냄새를 풍기며 날아가는 핏빛 검광!
쾅-!
달려들던 무인들이 혈광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재차 엽현을 향해 돌진했다.
바로 이때, 마찬가지로 정면으로 신형을 날리는 엽현.
곧, 서른 명의 무인들 중 가장 앞서 있던 자가 엽현의 머리를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주먹에 담긴 위력은 단숨에 공간을 허물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엽현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먹을 정면으로 받으며 자신 역시 상대의 미간을 향해 검끝을 밀어 넣었다.
푸욱-!
퍽-!
상대 무인은 그대로 절명했지만, 엽현 역시 실이 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갔다. 이때 주먹에 가격당한 부분이 크게 함몰됐지만, 그가 자리에 제대로 설 때쯤에는 놀랍게도 완벽하게 원상복구 되어 있었다.
이를 확인하자, 소음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뭐 저딴 몸이 다 있지!?’
엽현의 공격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그가 다시 자리를 박차고 날아오르자, 또 한 명의 귀원파계경 강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도 단 일합에 갈린 승부.
이때의 엽현은 말 그대로 동귀어진의 정석을 보이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으면서 나도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간단한 수법이었지만, 음령족의 무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엽현은 공격을 당하더라도 금방 부상에서 회복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육신만큼이나 엽현의 검 또한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서, 검 자체의 위력만으로도 능히 귀원파계경 강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뭐 저딴 검이 다 있단 말인가!
소음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귀원파계경 강자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들 무인에게 엽현은 매우 껄끄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엽현에게는 자신들의 음기와 사기가 전혀 먹혀들지 않으니, 단순한 육신의 힘에 기대 공격을 전개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리 만무한 법!
원래 공력의 절반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싸우는 수밖에!
엽현의 육신은 소음뿐만 아니라, 음령족 전체에게 상극이었던 것이다.
이때 소음이 허무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태고명이 병력을 이끌고 원래 장소로 복귀하는 모습이 보였다.
검종의 고수들에 막혀 허무계 장악에 실패한 것이었다.
소음은 다시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어둠 속을 응시하던 그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지만, 영역의 강자들은 여전히 도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또 한 명의 귀원파계경 강자가 엽현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 검이 미간을 꿰뚫는 순간,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혈검이 몸을 관통하는 즉시, 모든 생기가 순식간에 증발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검이라면 영혼이라도 탈출해 훗날을 기약해 볼 수 있으련만, 애석하게도 엽현의 검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삼남의 검은 그 자체로 강력하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며, 심지어 전투 경험마저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 많았다.
한편, 상대 무인이 목숨을 잃는 순간, 엽현 역시 가슴에 큰 상처를 입은 채 뒤로 날아갔다.
이들 역시 바보가 아닌지라, 음기나 사기, 검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도나 창 등 다른 무기를 꺼내 들었던 것이다.
이런 시도는 어느 정도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엽현의 육신이 괴물 같은 회복능력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엽현이 자리에 멈춰 섰을 때, 가슴에 난 상처는 어느새 아물어 있었다.
생명지심(生命之心)!
천도에게서 얻은 이 생명지심은 어떤 상처라도 빠르게 회복시켜 놓았다. 그녀가 말한 대로 단번에 목숨을 끊어놓지 않는 한 절대로 죽을 일은 없는 것이다.
한편, 이때 대부분의 음령들은 이미 멀찌감치 물러난 상태였다. 엽현의 주변으로 다가가기만 하면 살념에 잠식되어 이성을 잃어버리니 감히 접근할 수가 없던 것이다.
음령족 무인들은 엽현 혼자서 수십 명의 귀원파계경 강자들을 상대하는 것을 보며 안색이 크게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