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53
1153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자리에 있는 무인들은 필창이 오유계를 점령한 후, 그곳의 생령들을 모두 자신의 신도들로 만들 생각이란 걸 눈치챘다.
소음이 어떻게 거절할까 궁리하는 이때, 필창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우리 성당은 서옥의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순간 소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말, 진심이오?”
필창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깟 서재 하나가 어찌 생령들의 목숨보다 귀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대화를 듣고 있던 태고원은 곁눈질로 필창을 살피며 늙은 여우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성당의 능력으로는 어차피 서옥을 차지할 수도 없지 않는가!
이때 소성이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내 생각엔 일단 엽현의 배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부터 정하는 게 좋겠소. 엽현이야 피라미에 불과하고, 결국 문제는 그 뒤에 숨은 자들이 아니겠소?”
소성이 고개를 돌려 소음을 쳐다보았다.
“아이야, 네가 직접 한번 설명해 보려무나.”
이에 소음이 세 사람을 향해 꾸벅 절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엽현의 뒤를 봐 주는 자들은 총 네 명입니다. 첫째는 천도. 그녀는 우리 음령족을 향해 직접 출수한 적은 없었지만, 엽현의 육신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암수에도 능한 만큼 첫 번째로 제거해야 할 상대입니다. 두 번째는 하얀 장포를 입은 여인입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은 분신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측정할 순 없지만, 최소 반보 둔일경 정도로 예상합니다. 셋째는 바로 마도가의맏딸인 소도입니다. 지금은 부상인 상태지만, 전성기 때의 실력은 반보 둔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의 배후가…”
이때 소성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마도가는 걱정할 것 없다. 그들은 나서지 않을 테니까.”
“아….”
소음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하얀 소복 차림의 여 검수입니다. 가장 신비하고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존재로, 이미 둔일에 이른 것으로 추측됩니다.”
둔일!
이 말을 듣자 세 사람의 눈이 바로 튀어나올 듯 커다래졌다.
“아니, 그럴 리 없소!”
태고원이 말을 꺼내자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됐다.
“하하, 둔일이라고? 만약 정말로 그런 경지에 있다면, 이미 엽현을 건드린 육유계와 우리 영역은 사라지고 없어야 정상이오. 하지만 우린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소. 이게 뭘 의미하겠소? 그녀는 절대 둔일이 아니라는 뜻이오.”
소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이론적으로 놓고 봤을 때, 그녀가 만약 둔일경이라면, 오유계는 물론이고 설령 육유계라 할지라도 일초지적(一招之敵)에 불과할 것이오. 게다가 영역이나 육유계가 아닌 곳에서 둔일경을 배출해 냈다는 건 정말이지 납득하기 어렵소.”
이때 소성이 문득 소음을 쳐다보았다.
“아이야, 너는 어째서 그녀가 둔일일 거로 생각한 것이냐?”
“…직감입니다.”
“직감?”
소성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재차 질문했다.
“너 혹시 그녀와 직접 겨뤄본 일이 있더냐?”
소음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엄청나게 강한 소녀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말하길 자신과 소복 여인의 실력이 비등하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여인의 실력은 적어도 둔일에 근접한다는 생각입니다.”
“흐음….”
잠시 어두운 표정으로 고민하던 태고원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합리적일 것 같소. 정황상으로 볼 때 그녀는 둔일보다는 반보 둔일일 가능성이 높소. 하지만 둔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그녀가 비교적 전투력이 강한 검수이기 때문이었을 것이오. 일반 반보 둔일경 강자를 압도하는 전투력… 바로 적선도의 그 두 사람처럼……”
태고원이 말끝을 흐린 순간, 소성과 필창의 안면 근육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적선도에 있는 검수 역시 자신들과 같은 반보 둔일경이었다.
하지만 그의 전투력은 여기 모인 세 사람 중 어느 누구와 붙어도 앞선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무인이 둘뿐인 적선도가 영역 사대세력 중 한 자리를 당당히 꿸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런데 어찌 오늘같이 중요한 회합에 그 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겁니까?”
필창이 묻자 소성이 쓴웃음을 흘렸다.
“이미 사람을 보냈으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소. 아니면 교주께서 한 번 대화해봄이 어떻소?”
이 말에 필창이 손을 내저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는 항상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교주의 신분으로서 여인들만 있는 섬에는 갈 수 없습니다.”
필창의 대답에 소성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갈 수 없다고? 무서워서 못 가는 게 아니라?
하지만 이는 속으로 생각한 것일 뿐, 소성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적선도의 그 여인은 누가 검수 아니랄까 봐 성격이 지랄 맞은 탓에 자신 역시 가까이하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흠… 종합 해보자면 엽현의 배후 중 가장 위협적인 것은 소복을 입은 검수…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으니 남은 것은 소도와 천도 그리고 아라라는 여인이 되겠구려.”
소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어갔다.
“이 세 사람 정도야 크게 걱정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순 없소. 그러니 처음부터 방심하지 말고 전 병력을 이끌고 단숨에 오유계를 정복합시다. 그렇게 오유계와 만유서옥을 차지한 상태에서 육유계를 도모할 계획을 짜는 것이오. 두 분 생각은 어떻소?”
“흠… 찬성이오.”
태고원이 동의하자 소성은 필창을 쳐다보았다.
이때 필창이 문득 말을 꺼냈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 여인이 둔일이면 어찌해야 합니까?”
순간 잠시 멍하니 있던 소성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둔일이면 또 어떻소? 설마 반보 둔일경 셋이서 둔일경 하나 막아내지 못하겠소?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둔일경과 겨뤄 볼 수 있다면 교착상태에 이른 우리의 무도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니 결코 손해 보진 않을 거요. 하하하!”
웃으며 말하는 소성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소성의 말을 들은 태고원과 필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세 사람은 이미 만년도 더 전에 반보 둔일에 이른 상태였다. 비록 진정한 둔일경 강자와 겨룬 적은 없지만, 반보 둔일 셋이 동시에 출수한다면 충분히 겨뤄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숫자의 영역 연합군이 오유계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반보 둔일이 셋, 귀원파계가 백 마흔아홉이었고, 파허경 강자들은 천이 넘어가 세기조차 어려웠다.
그 외에 주재경 강자들의 수는 무려 일만 이상이었다.
이 같은 진용은 어림잡아도 오유계에 비해 족히 백배는 넘어가는 것이었다!
다소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규모지만, 그만큼 이들에겐 오유계와 서옥을 손에 넣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눈을 뜬 엽현, 그의 시야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한 낯익은 여인이었다.
천도.
“깼느냐?”
“그대가 날 구한 것이오?”
“하하, 그렇다고 해 두지!”
“끙….”
힘겹게 일어나 앉은 엽현이 다시 천도를 응시했다.
“음령족은 어찌 됐소?”
천도는 어디선가 꺼낸 사과를 소매에 쓱쓱 문지른 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와그작-!
“놈들은 이미 영역으로 도망쳤다. 물론 다시 대군을 이끌고 돌아오는 중이지. 이번에 오는 자들은 영역 병력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영역의 모든 병력?”
엽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묻자 천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뭘 먼저 말해줄까?”
“…나쁜 소식!”
“나쁜 소식이란 지금 이곳으로 오는 대군중에는 반보 둔일경 셋과 귀원파계경이 약 백 오십 가량, 거기에 파허경이…”
“그만, 그만! 이제 좋은 소식을 들려주시오.”
엽현이 진저리가 난다는 듯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이에 천도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좋다. 좋은 소식은 바로 이들 중에 영역 최강이라 불리는 세 사람이 빠졌다는 것이지.”
“영역 최강의 삼인? 그게 누군데?”
“적선도의 두 무인과 등에 대나무 통을 메고 다니는 신기한 늙은이다.”
엽현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천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대… 영역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구려.”
“하하, 육유계도 마찬가지지.”
“흠… 그대 생각은 어떻소? 오유계가 저들을 막아낼 가능성이 있소?”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현 상황에서는 네게 일말의 승산도 없다.”
“그런 재수 없는 말이나 전하러 온 건 아닐 테고… 그럼 이제 방법을 말 해 보시오.”
“하하하! 점점 눈치가 늘어가는구나! 좋다. 당장의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만약 네가 동의하기만 한다면 내가 직접 육유계로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
“동생과 친구들도 함께 갈 수 있소?”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어째서?”
엽현은 불만 어린 표정으로 천도를 바라보았다.
이에 천도가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육신은 이미 매우 단단해서 우주 장벽의 힘도 너끈히 견딜 수 있지. 하지만 다른 자들은 그렇기가 불가능하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이에 엽현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건 포기하겠소!”
“어째서?”
“내겐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소. 내가 사라지면 만유서원, 부문종, 무족, 천족, 그리고 그 외에 수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오!”
이에 천도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럼 할 수 없지. 다른 방법은 단 하나, 영역과 맞서 싸우는 것. 하지만 네게 승산은 없다.”
“…….”
순간 엽현의 표정이 암울해졌다.
이때 천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에 네게 이야기했던 말이 생각나느냐? 능력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능력 밖의 일이 닥치면 도망치라고 했던 거?”
“어떤 종류의 일은 중과부적인 걸 알면서도 맞서야만 하는 것이 있소.”
“하하, 선택은 너의 몫이다. 나는 제삼자로서 방법을 제시하는 것뿐.”
“…….”
잠시 뭔가 생각하던 엽현이 천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천도, 영역은 어째서 오유계를 공격하려는 것이오? 그들에게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소?”
천도가 손안의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고서 대답했다.
“최근에 영역의 몇몇 강자들이 매우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다. 반보 둔일경에 있던 그들은 영역에 존재하던 영(靈)을 흡수해 둔일경에 오르고자 했지. 하지만 둔일이 어디 그것만으로 되는 일인가! 결국, 그들은 실패했고, 영기만 급속도로 줄어드는 사태를 초래했다. 영기가 대량으로 소실되자 영역은 자기보호를 위한 장치를 발동했다.”
“보호 장치라면…”
“오유겁! 현재 영역은 오유계와 마찬가지로 오유겁에 직면해 있다.”
순간, 엽현이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영역에도 오유겁이 생길 수 있단 말이오?”
“하하, 왜 없겠느냐? 만약 그들 중 몇몇 강자들이 스스로를 희생한다면, 큰 피해를 입긴 하겠지만 오유겁을 막아낼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그들이 남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지겠느냐?”
이때 엽현이 천도의 눈앞에 서옥을 꺼내 들었다.
“이 물건이 정말로 오유겁을 막을 수 있는 게 맞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