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55
1155화 한 놈만 맡아 주마
외발여인을 보자 엽현이 미소를 지었다.
“저 정도면 훌륭하군. 그리고는?”
엽현이 재차 묻자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자들은 관여하지 않는다.”
“…….”
“천도를 찾아가 봄이 어떻겠느냐?”
소도의 물음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얼마 전에 만났소.”
“그래서? 뭐라 하더냐?”
“하하… 나보고 이곳을 떠나라 했소.”
“표정을 보니 거절한 모양이군.”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도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남기로 했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 해 보거라. 그래도 어렵겠지만.”
“소도, 꽤나 비관적이로구려.”
엽현의 말에 소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영역은 만만한 세력이 아니다. 그들을 물리치려면 네가 자랑하는 누님을 불러오는 수밖에 없다. 가능하겠느냐?”
“하하… 아마 힘들 듯싶소.”
천녀.
지금 당장 그는 천녀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어디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다.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더 이상 널 도와줄 자가 없으니, 다른 곳도 한 번 둘러 보거라.”
“안 그래도 그러려 했소.”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아목과 함께 돌아섰다.
이때였다.
“지금 내 실력으로는 반보 둔일경 하나를 겨우 붙잡아 둘 수 있는 정도다. 참고하거라.”
이에 엽현이 고개를 돌려 소도를 바라보았다.
“소도 낭자… 고맙소.”
엽현은 이 말을 남기고 전당포를 빠져나갔다.
“승산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나?”
엽현이 완전히 사라지자 외발 여인이 소도를 향해 물었다.
이에 소도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아리송한 대답.
외발 여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좀 알아듣게 말 해봐.”
소도가 고개를 돌려 외발 여인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흰 소복의 여인이 돌아온다면 영역이 멸망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이곳이 멸망한다. 아주 간단하지.”
“이런 진흙탕에 굳이 나를 끌고 들어가려는 이유가 뭐지?”
“징징대지 마. 여기서 싸움 좀 한다는 자가 너 말고 더 있나?”
“망할 계집… 한 번만 더 이런 일에 끌어들이면 엉덩이를 차 버릴 거다.”
이 한 마디와 함께 외발 여인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소도는 그녀가 나간 문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별빛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성공.
엽현과 아목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때, 아목이 문득 소리를 내어 웃었다.
“얼굴을 보니 많이 걱정되는가 보구나?”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소?”
“결과야 어떻게 됐든 간에, 최선을 다하면 된 일 아니냐?”
최선?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슬프구려. 할 수 있는 게 그것 말고는 없다니.”
이때 뭔가 떠오른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
“구층 주민, 거기 있소?”
잠잠한 계옥탑.
이에 엽현이 휘휘 손을 저었다.
“살아있으면 말 좀 해 보시오.”
이때, 한 줄기 음성이 계옥탑 안에서 흘러나왔다.
[왜, 굶어 죽기라도 했을까봐? 폐관 중이라 조용히 있었을 뿐이다.]폐관!
“혹시 아직도 수련 중인 거요?”
[아니, 조금 전 다 끝났다. 왜, 혹시 부탁할 거라도 생긴 거냐?]구층 존재가 묻자 엽현이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 그냥 잘 있나 궁금해서, 하하….”
[궁금하긴 개뿔, 척 봐도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아니, 됐다. 별일 없으면 부르지 마. 나 잔다!]구층 존재 말을 마치자 계옥탑 안이 다시 잠잠해졌다.
이에 엽현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아니, 그렇다고 그냥 가버리면 어떡하란 거요! 다름이 아니라, 사실 좀 번거로운 일이 생겨서 그대 도움을 좀 구하고자 하오!”
[…….]구층 존재가 별 반응이 없자 엽현이 다시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됐소, 그냥 없던 거로 합시다. 상대가 죄다 반보 둔일경인데 그대 하나 더 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 같지도 않고… 에휴, 그냥 잠이나 더 주무시오!”
[반보 둔일?]계옥탑 안에서 차가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사기도 정도껏 쳐야지! 엊그제만 해도 주재경이었던 적이 오늘 갑자기 반보 둔일이 됐다고? 나더러 그걸 믿으라는 거냐!]“그럼 그대는 지금 어느 경지에 있소?”
엽현이 반문하자 구층 존재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나는 뭐 보통이지. 아마 내가 나서도 큰 도움은 안 될 게다.]“하하, 그대 역시 거짓말을 늘어놓는구려! 천도가 그러는데 그대의 실력은 오유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했소. 나를 속일 셈이오?”
세 손가락!
[진짜 그렇게 말한 거냐, 아니면 또 네가 사기를 치는 거냐?]“물론 사실이오! 게다가 그녀가 덧붙이기를 그대가 만약 나쁜 마음을 품었다면 진즉에 나 정도는 해치웠을 거라 했소!”
[그래? 그런데 왜 이리 네 말에 믿음이 안 가는 거지?]“흠, 흠…. 뭐 믿고 말고는 그대 자유니까.”
이때 구층 존재가 의혹이 잔뜩 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거 참 이상하단 말이야… 이 우주에 있으면서 반보 둔일경의 기운은 느껴보지 못한 것 같은데….]“아니, 오유계가 아니오. 사실… 영역이 이곳으로 오고 있소.”
[영역? 설마 그놈들에게도 시비를 건 게냐?]엽현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놈들이 서옥을 빼앗으러 오는 것이오.”
[그럼 그 여자는? 그 여자를 불러서 한칼에 놈들을 멸망시켜버리라 하지 그러느냐??]“…천녀 누님은 이미 떠났소.”
[떠나? 어디로?]“후… 정확히는 모르겠소. 아마 육유계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난 것 같소.”
[오… 그럼 할 수 없지. 그럼 살아 있는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놈들이 오기 전에 자결하는 걸 추천한다..]“…….”
구층 존재의 말에 엽현의 표정에 먹구름이 끼었다.
“뭐 혹시 영역에 대해 아는 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요?”
[조금.]이 대답에 엽현이 호기심을 보였다.
“아는 게 있다고?”
[하하, 아는 정도가 아니라 가보기까지 했다.]영역을 다녀왔다고?
순간 엽현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그게 정말이오? 아는 게 있으면 말 좀 해 주시오!”
[흠…….]고민하던 구층 존재가 잠시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그대는? 그대라면 놈들을 상대할 수 있소?”
[후후,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구층 존재의 대답에 엽현의 안색이 환해졌다.
“정말이오? 정말 그대가 영역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이오!?”
이때 구호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 정신 나간 놈아! 나더러 영역을 막아 보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내가 무슨 네 누님처럼 검 한 번 휘두르면 우주 반쪽이 날아가고 그런 줄 아느냐?!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해 보거라! 그런 힘이 있으면 내가 이런 낡아빠진 탑에 갇혀 있었겠냐고! 아오, 무슨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빨리 죽든가 해야지 원…….]“…….”
엽현이 침울해져 있을 때, 구층 존재가 조심스레 말했다.
[네 주변의 괴물 같은 자들에 비해 나는 정말로 보잘것없다. 하지만…]하지만?
순간 엽현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반보 둔일경 하나 정도는 맡아 주도록 하마. 단, 그러려면 너 역시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어떤 부탁 말이오?”
[지금 나는 경지의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하지만 여기서 뚫고 올라가기가 너무너무 힘이 드는구나. 어떤 고수가 와서 한 마디 조언을 해 준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으련만…….]“하하,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그대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볼 테니까!”
[음….]안색이 밝아진 엽현과는 달리, 구층 존재의 음성은 여전히 어두웠다.
[한 가지 알아 둬야 할 게 있다. 설령 내가 돕는다고 할지라도 영역을 상대로는 여전히 승산이 없다.]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만약 홀몸이었더라면 이미 도망치고 없었을 것이오. 하지만 내 뒤에는 나를 믿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소!”
지켜야 할 사람들!
한쪽에서 이 말을 들은 아목이 엽현을 보며 싱긋 웃었다.
이때 계옥탑에서 또다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게로구나. 부서질 걸 알면서도….]“하! 이제 그런 건 신경 쓸 바가 아니게 됐소.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선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말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그대가 반보 둔일경 하나만 막아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소. 전쟁이 시작되고 정 우리에게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땐 날 버리고 떠나도 원망하지 않겠소!”
[아니, 난 어차피 여길 못 떠나는 몸…]구층 존재가 대답하고 있는 이때, 소도가 딱딱한 표정으로 엽현 앞에 나타났다.
“놈들이 도착했다!”
엽현이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응시했다.
잠시 후, 그의 시선 끝에 고요하던 공간이 우그러지면서 강대한 기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순간, 오유계 전체가 공포에 빠졌다!
드디어 온 것이다.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응시하던 엽현은 황급히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음령계.
이때의 음령계는 엽현에 의해 사기와 음기가 사라져 평범한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였다.
이 날, 텅 비어있던 음령계에 돌연 수많은 강자들이 출현했다.
이때, 한쪽에서 탄식에 가까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놈이 정말로 이곳의 사기를 몽땅 강탈해 갔단 말이냐!”
어둠을 뚫고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음령족의 족장, 소성이었다.
그의 곁에는 성당 교주 필창, 태고족 족장 태고원이 자리했고, 그 뒤로는 무수히 많은 음령족 강자들이 도열 했다.
그중에 반보 둔일경 강자가 셋, 귀원파계경이 장장 백마흔아홉이며, 이보다 다소 부족한 파허경 강자가 천을 넘고, 주재경 강자의 수는 일만 이상을 헤아렸다.
얼핏 봐도 엽현 측, 아니 오유계 전체 무인들을 가볍게 깔아뭉갤 수 있는 병력이었다.
이때 소성 곁에 있던 소음이 주저하듯 입을 열었다.
“엽현 이 자는 사기와 음기는 물론이거니와 검, 검기, 그리고 검의까지 흡수할 수 있는, 실제로 무지막지한 육신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제 예상으로는 이와 같은 육신이 얻기까지 천도가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오유계의 천도!
소음의 말에 소성이 먼 곳을 응시하며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유계의 천도, 재밌는 자로구나.”
이때, 소성과 소음의 앞에 흑의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표정은 매우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족장! 천도를 암살하러 갔던 자가 살해당했습니다!”
순간, 소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천도의 짓이더냐?”
흑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자리에 미세하게 검기가 남아 있던 거로 봐서 엽현의 짓으로 추정됩니다.”
엽현!
“하하하하! 엽현 이놈!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내가 나선 보람이 있지! 그나저나 오유계에 이 정도의 천재가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구나!”
“천도 역시 조심하셔야 합니다.”
소음의 말에 소성이 웃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정말이지 속을 전혀 읽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쩌면 엽현보다 더 까다로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먼저 그녀를 확실하게 처리해 후환을 없애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소성이 뭔가 생각하더니, 이내 오유계를 응시한 채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순간, 그의 신식이 거미줄처럼 오유계 전체로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