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56
1156화 엽현의 정체는 바로…
신식수색(神識搜索)!
잠시 후, 소성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떴다. 이때 그의 눈동자엔 의혹이 가득 담겨있었다.
“어찌, 찾을 수 없습니까?”
필창이 묻자 소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느껴지지 않소. 과연, 이 천도란 여자도 참 재밌는 존재구려.”
이에 이번에는 필창이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곳에 도착한 후로, 별다른 영기의 파동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만약 오유계를 떠난 게 아니라, 어딘가 숨어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눈을 피하진 못할 텐데 말입니다.”
이에 태고원이 웃으며 받아쳤다.
“훗, 혹시 누가 알겠소? 상대에게 무슨 천기라도 감출 수 있는 비술이 있을지! 뭔가 대단한 줄 알았는데 이거 쥐새끼가 따로 없군 그래!”
이때 대화를 듣던 소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천도는 정말이지 만만하게 볼 자가 아닙니다. 일이 끝날 때까지 결코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입니다.”
소음의 말에 태고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엽현의 만유서옥이다. 천도는 엽현을 죽이고 나서 해결해도 늦지 않다.”
이와 같은 말에 소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에 천도야말로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지만, 더 이상 발언하는 것은 명령 불복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일이었다.
이때 소성이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태고 족장의 말대로 이번 거병의 핵심은 바로 만유서옥을 획득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 천도 그 여인을 제거하는 것은…”
소성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눈앞의 성공을 가리켰다.
“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충분할 것이다.”
손가락 하나!
음령계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어느 어둠 속, 발길을 멈춘 천도가 귀를 쫑긋하더니 음령계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이 젖비린내 나는 자식들이… 벌써 몇 번이나 당했는데도 여전히 자신만만하구나! 오냐, 도대체 얼마나 얻어터져야 정신을 차릴지 지켜보겠다!”
이때, 천도의 옆쪽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천도 낭자, 이런 곳에 있었구려.”
천도가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두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말을 건 자는 상계의 전대 무전 전주, 무정이었다.
그와 함께 온 것은 현 전주인 무창행.
천도가 무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부상을 거의 회복한 상태로군. 축하할 일이야.”
이에 무정이 양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모두 천도 낭자의 염려 덕분이오.”
“그래, 그나저나 어찌 보는가? 이번 영역의 오유계 침공에 대해서?”
이에 무정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희는 그 소복을 입은 검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느냐?”
“알고 있소. 최소 둔일일 것이오.”
“하하, 여전히 그녀를 과소평가하고 있구나!”
이 말에 무정과 무창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면 그녀의 실력은 둔일 그 이상이란 말인가!
“얼빠진 얼굴들 하고는, 내 말은 절대 거짓이 아니다.”
순간 무정이 손에 땀이 나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 어떻게 그런 일이……”
이 모습을 보자 천도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잘 생각해 보아라. 너도 보았듯이 그녀는 육유계를 무슨 강아지가 집 밖에 산책하러 나가듯이 쉽게 벗어나지 않았더냐? 이걸 보고도 느낀 바가 없다면 죽어야지.”
“흡…!”
“살고자 한다면 좀 더 솔직해져야 할 것이다. 사실 너도 속으로는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었을 것이다. 그저 네 마음 깊은 곳에서 그런 사실을 부정했을 뿐이지. 내 말이 틀렸느냐?”
무정이 고개를 들어 천도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대의 혜안은 그저 귀신같구려. 이 무정, 부끄럽소이다.”
천도가 웃으며 말을 이어가려는 이때, 한쪽에 있던 무창행이 불쑥 끼어들었다.
“하지만 일전에 그대는 그녀의 경지가 많아야 반보 둔일일 거라 하지 않았소? 대체 그때는 왜 그런 것이오?”
무창행은 여전히 천도의 말에 속아 상계가 멸망할 뻔한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소복의 여인이 정말로 둔일경 그 이상이라면 지금 살아있는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 않은가!
이에 천도가 그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당시 우리는 적이었다. 적을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천도의 말에 무창행이 입을 삐죽일 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무창행이 잠잠해지자 천도는 다시 무정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엽현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가?”
“흠… 선각자와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소.”
무정의 대답에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면 그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후후….”
실소를 머금은 천도가 곧바로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의 정체는 바로 구유계의 위면지자(位面之子)다.”
구유계!?
위면지자!?
순간 무정과 무창행이 멍하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믿지 못하는 것이냐?”
천도의 말에 정신이 든 무정이 다소 얼떨떨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천도 낭자, 그 말은 좀…”
이때 천도가 고개를 저으며 무정의 말을 끊었다.
“하… 내 믿지 않을 줄 알았다. 먼저 하나 묻지. 너희 두 사람 중에 그 여인의 검을 받아낼 자가 있느냐?”
소복의 여인!
천녀를 떠올린 무정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오!”
이때 무정의 얼굴엔 다소 비참한 미소가 흘렀다.
그는 이미 육유계 연합전의 수호자가 죽고, 육유계 전체의 원기가 손상 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검 한 번 휘두르자 벌어진 일.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혹시 진짜 신이 있다면 가능할까.
이때 천도가 다시 물었다.
“너희는 연합전에 속해 있던 자들이니만큼 육유계의 역사를 훤히 꿰고 있을 테지. 육유계의 역사 속에 그녀같이 강한 자가 등장한 적이 있더냐?”
무정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육유계에도 둔일경의 강자는 존재했으나, 일격에 육유계 전체를 파괴할 정도는 아니었소.”
“그래, 그럼 네 생각에 그녀는 오유계의 존재일 것 같으냐?”
“그건…”
무정이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하자 천도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한 말은 사실이다. 엽현뿐만 아니라, 소복의 여인 또한 구유계에서 넘어온 존재다.”
“…….”
“그 여인은 구유계의 최강자, 귀면지자인 엽현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이 하계까지 내려왔는지 궁금할 텐데… 그건 바로 구유계에 전대미문의 막강한 적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적수?”
무정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천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적의 등장으로 구유계의 체계와 질서가 크게 무너져 불안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소복의 여인은 엽현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데리고 머나먼 오유계까지 넘어온 것이다.”
“그럼 그녀는 왜 구유계로 돌아가면서 엽현을 데리고 가지 않았던 것이오? 게다가 무슨 이유로 돌아간 것이오?”
“좋은 질문이다!”
무창행이 묻자 천도가 그를 보며 대답했다.
“잘 듣거라. 그녀가 엽현을 이곳에 방치해 둔 이유는 첫째, 그가 구유계로 돌아가면 아직 살아있는 대적에게 화를 입을까 두려워서, 둘째, 그의 부족한 실력을 단련시키기 위함이다. 너희가 볼 때 엽현이란 존재는 어딘가 좀 사기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놈의 나이가 고작 약관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재능이라던지 기연을 얻는 과정이 다소 이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것 같지 않으냔 말이다.”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소.”
무창행이 대답하자 천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녀가 왜 구유계로 돌아가야만 했는가? 왜냐하면, 그곳에 작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선 그녀가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녀는 떠나면서 나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올 테니, 엽현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그대가 지금껏 엽현을 도와준 것도 모두…”
무창행이 말끝을 흐리자 천도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구유계 최강자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인데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이때 무정이 다소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저, 천도 낭자. 구유계라는 것이… 정말로 실재하는 것이오?”
“물론이지!”
천도가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소리쳤다.
“너희 인간은 마치 먼지와 같은 존재다. 너희가 아는 우주는 그야말로 개구리가 우물을 통해 보는 하늘처럼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질문은 네가 개구리의 시야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지. 하지만 일단 우물 밖으로 나와 본다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때 가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천도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덧붙였다.
“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 번 바라보거라. 너희의 시야가 닿는 곳은 기껏해야 육유계 끝자락이겠지. 그곳이 바로 너희가 탈출해야 할 우물의 입구다!”
이때 무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천도 낭자, 지금 이런 사실을 말 해주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엽현을 돕게끔 하기 위함이오?”
천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의도는 없다. 나는 단지 너희에게 사실을 전달하려는 것뿐이다.”
“흠… 지금 상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인 듯 하오.”
무정의 말에 천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 그럼 이만.”
이 말과 함께 그대로 뒤돌아 떠나가는 천도.
이 모습에 잠시 머뭇거리던 무정이 천도를 불러 세웠다.
“천도 낭자! 내가 무지해서 그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소. 하고자 하는 말이 있거든 그대로 말 해 주시오!”
이에 천도가 걸음을 멈추고서 빙글 돌아섰다. 뒤이어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너희의 목표는 육유계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천재일우의 기회가 펼쳐져 있지. 만약 그걸 잡는다면 너희는 육유계가 아닌 구유계로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구유계!
순간 무정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 그건 너무 황당무계한 말 아니오? 설령 구유계로 갈 수 있다 해도 내 실력으로는…”
천도가 웃으며 무정의 말을 잘랐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 해 보거라. 네 현재 경지는 반보 둔일이다. 죽을 때까지 그 경지에 머물고 싶으냐? 아니면… 둔일경이 돼 볼 테냐.”
둔일경!
이 말에 무정은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천도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너도 알다시피 육유계에선 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대부분 반보 둔일이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구유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무도문명이 수십 배 이상 발달한 그곳에선 어렵지 않게 둔일에 이를 수 있지. 자, 선택은 너의 몫이다. 엽현의 손을 잡고 구유계로 가서 무인의 원대한 꿈을 이룰 테냐, 아니면 기껏해야 육유계로 돌아가는 일에 목숨을 걸 테냐!”
“…….”
무정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이 한 번의 대답으로 그의 운명이 통째로 바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무정이 천도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역은… 매우 강하오.”
“그 여자도 강하다. 그녀의 일검에 육유계 절반이 날아갔다. 영역을 처리하는 데는 몇 번이나 휘둘러야 할까?”
“…….”
무정은 침묵했다. 답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