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58
1158화 고집불통
“괜찮을까? 그들은 그 소복의 여인과 이미…”
“하하, 그들이야말로 가장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연합전은 이미 그녀의 실력에 경외감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오유계로 넘어가서도 주어진 임무 외에는 함부로 설치지 못할 거다.”
“후… 좋다. 반보 둔일 하나와 귀원파계경 열, 총 열한 명을 보내주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
막념이 불만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자 육유계 천도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
“물론 무인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모든 무인이 내 말을 따르는 건 아니다. 특히나 강한 자들은 더더욱! 다행히 나는 연합전 문전 전주와 막역한 사이라 그녀 휘하에 있는 무인들을 파견하도록 부탁할 순 있을 거다.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고 말이지. 그들 외에 다른 자들이 오유계로 넘어가면 분명 탐욕에 눈이 멀어 더 큰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
잠시 말없이 육유계 천도를 쳐다보고 있던 막념이 마침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에 육유계 천도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라. 무인들을 데려올 테니!”
이 말과 동시에 육유계 천도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때, 막념의 귓가에 누군가의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왜지? 네 능력이라면 충분히 장벽을 뚫고서 그녀를 흡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네 실력은 훨씬 늘어날 테고 말이야.”
이에 막념이 웃으며 대꾸했다.
“나처럼 좋은 사람은 함부로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저 아이는 선량한 아이이기도 하고.”
막념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착한 아이를 괴롭혀봐야 뭐가 재미있겠어? 진짜 짜릿한 건 악당들이 고통에 울부짖게 만드는 거지!”
육유계 천도는 알지 못했다.
막념이 악한 마음을 먹었더라면 자신은 살아 돌아가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 * *
오유계.
영역의 대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이 돌자, 오유계의 민심은 다시 흉흉해졌다.
다만 이를 의식한 듯, 영역은 자신들의 목표가 오직 엽현이란 걸 빠르게 선포했고, 원하는 자들은 성당에 귀의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었다.
물론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귀의는 강제적이었다.
왜냐하면, 성당에 가입하길 거부하는 자들은 모두 죽어야 했으니까.
일단 성당의 신도가 된 자들은 교주인 필창을 섬겨야 했으며, 매일 세 시진씩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복을 빌어야 했다.
물론 수많은 오유계 강자들은 이런 강제적인 행위에 반감을 가졌지만, 그 누구 하나 나서서 불만을 토로하는 자는 없었다.
왜냐하면, 영역의 힘이 너무나도 압도적이기 때문이었다.
반면 엽현 편에 속해서 영역과 싸우려는 자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세 살배기 아기가 보더라도 승패는 뻔했으니까.
한편, 영역은 곧장 허무계로 들이닥치는 대신 천천히 움직이며 신도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채 이틀이 되기도 전에 오유계 내의 성당 교인은 수백만 명에 달햇다.
그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 *
오유계의 어느 성역.
사방의 공간이 불에 그을린 듯 일렁이는 가운데 한 남자가 뒷짐을 지고 서 있다. 잠잠히 두 눈을 감고 있는 이 남자는 다름 아닌 음령족 족장 소성.
바로 이때, 고요하던 우주 공간에 태고원과 필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필창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며칠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수백만의 신도들을 모았으니 기분이 나쁠 수가 없던 것이다.
이때 소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만약 엽현이라면 이 상황에서 뭘 할 것 같소?”
이에 태고원이 허무계 방향을 응시하며 운을 뗐다.
“무엇이 됐든 간에 투항은 아닐 것이오. 왜냐하면, 투항해봐야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최후의 항전을 위해 온 힘을 집중하고 있지 않겠소?”
필창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우리의 힘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서두르다간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으니까요.”
“흠… 그대들 말이 맞소. 허나,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나 오유계의 천도가 아닐까 싶소. 이 정도 소동이라면 분명 우리가 왔다는 걸 알고도 남을 것인데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이 수상하오.”
천도!
소성의 입에서 천도란 말이 흘러나오자 필창과 태고원의 눈이 반짝였다.
이미 영역의 천지영(天地靈)을 흡수해 톡톡히 효과를 본 그들에겐 오유계의 천도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럼 먼저 천도를 제거하는 것이오?”
태고원이 묻자 소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녀의 기척을 발견할 수가 없소.”
소성이 가볍게 한숨을 토해내며 말을 이어갔다.
“나를 포함해서 두 분께서는 절대 그녀를 얕보아서는 안 될 것이오. 나의 신식을 이리도 쉽게 벗어나는 것을 보면 오유계 천도의 실력은 결코 영역의 영과 동일 선상에 있지 않으니 말이오.”
태고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엽현 또한 가볍게 볼 수 없소. 응당 그놈에 대해서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이번에는 소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오. 소음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엽현 역시 무슨 패를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놈이오. 때가 되면 우리 모두 일격에 숨통을 끊어 놓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오.”
소성이 필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필창 교주, 미안하지만 신도를 받는 것을 잠시 미뤄도 되겠소?”
“이제 허무계로 가는 것입니까?”
“그렇소. 일단 엽현을 제거하기만 하면, 오유계의 모든 인간은 그대의 신도가 될 것이오.”
“하하, 이게 다 가련한 중생을 구하고자 하는 일인데 순서야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필창의 대답에 소성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럼 갑시다! 엽현이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소!”
이 대화를 끝으로 세 사람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얼마 후, 천천히 움직이던 영역의 대군이 속도를 끌어 올렸다.
목표는 허무계!
* * *
허무계, 무족의 영역.
엽현이 눈앞의 커다란 봉분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안에는 엽령과 안란수 등이 여전히 폐관 중인 상태.
비록 그들 중 새로운 경지에 이른 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무덤 밖으로 흘러나오는 기운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바야흐로 출관이 임박한 분위기였다.
이때 검종의 육이가 엽현곁에 나타났다.
“도착했다!”
그녀의 한 마디에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시지요.”
엽현과 육이는 봉분을 등진 채 자리를 떠났다.
영역의 대군이 허무계 입구에 도착한 것은 이로부터 약 한 시진 후.
때를 맞춰 엽현과 검종 무인들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이 나타나자 소성이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네게 있는 만유서옥, 스스로 내놓을 테냐, 아니면 내 손으로 직접 꺼내주랴?”
“하하, 자신 있으면 직접 와서 가져가 보시지!”
엽현의 대답에 소성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알겠다.”
소성이 막 명령을 내리려는 이때, 여인 하나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소도!
“영역의 노괴, 네 상대는 바로 나다!”
소도의 등장에 소성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도가의 큰 아가씨께서 정녕 영역의 일에 끼어들겠다는 건가?”
“왜,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소도.
이에 소성이 여유 있게 대답했다.
“하하, 안 될 것은 없지만…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것은 다소 아쉽군!”
소성이 말을 마친 이때, 그의 곁에 있던 태고원이 앞으로 크게 한 발을 내디뎠다. 순간 허무계 전체의 공간이 한참동안이나 크게 휘청거렸다.
이 장면을 보자 아목 등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이 정도 위력이란 말인가!
“이 태고원의 상대는 누구일까?”
바로 이때, 엽현의 체내에서 강력한 기운이 방출되더니, 허영 하나가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구층 존재였다.
이때의 구층 존재는 본체가 아닌 분신의 모습이었다.
구층 존재의 출현에 태고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웬 놈이냐?”
“니 애비다, 이 자식아!”
곧장 태고원을 향해 신형을 날리는 구층 존재.
이에 태고원이 정면으로 일권을 방출했다.
쾅-!
주먹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사방의 공간을 부수며 쏘아지듯 날아갔다.
이 순간, 구층 존재 역시 주먹을 뻗어냈다.
태고원과 달리 그의 주먹에 담긴 기운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두 개의 주먹이 맞붙은 순간, 태고원의 신형이 수백 장 가까이 밀려났다.
다만 구층 존재 역시 원래 있던 자리까지 튕겨 나갔다.
이 장면을 목도 한 순간, 소성의 미간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분신의 실력이 생각 이상이었던 것이다!
엽현 역시 의외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만날 징징대기만 하더니… 생각보다 꽤 하잖아?’
이때 태고원이 구층 존재를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한 가닥이 있는 자였군.”
이에 구층 존재가 손을 휘휘 저으며 대꾸했다.
“내 앞에서 허세 부릴 생각하지 마라. 소복의 여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져 본 적 없는 몸이다!”
“청삼남에게도 말이오?”
뒤에 있던 엽현이 갑자기 끼어들자, 구층 존재가 그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너는 조용히 하고 보기나 해! 대체 누구 편이냐!”
“…….”
구층 존재가 다시 태고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 다시 한 번 붙어보자. 장소가 협소하니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군!”
말을 마치자마자 구층 존재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태고원이 냉소를 흘리며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나먼 성공에서 두 사람의 격렬한 전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이번엔 필창이 엽현을 응시하며 앞으로 나왔다.
“엽현, 네가 순순히 항복하지 않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게 될지 아느냐? 사람이 어찌 이리도 이기적일 수 있단 말이냐!”
“후후, 지금 날 더러 투항권고라도 하는 건가?”
엽현이 웃으며 묻자 필창이 진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 필창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너만 죽는다면 네 뒤에 있는 자들은 죽을 이유가 없다. 살아남은 자들은 성당의 신도가 될 것이고, 나의 보살핌 아래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호오… 정말로?”
“그렇다!”
이때 엽현이 표정을 바꾸며 대답했다.
“내 다년간의 경험으로 비춰 보건데 너 같은 종자들은 나쁜 짓을 하면서도 모두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둥, 도덕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기를 좋아하지.”
엽현이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가장 경멸하는 게 바로 너 같은 자들이다. 표리부동하고 위선적인 쓰레기 같은 놈들.”
이 말을 듣자 필창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고집불통에겐 매가 약이지!”
필창이 막 출수하려는 찰나, 갑자기 무형의 기운이 장내에 들이닥치더니 중년 남자 하나가 엽현의 앞에 나타났다.
남자의 정체는 바로 무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