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60
1160화 사람을 찾아주거라
바로 이때, 죽장 노인을 응시하고 있던 아라가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날아들었다.
푸칵-!
순간적으로 아라가 지나간 자리가 날카롭게 찢어지며 강대한 검기가 방출됐다.
이를 보자 엽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원래도 강력했던 아라의 검도가 또 한 번 커다란 성장을 해 버린 것이다!
놀라기는 그의 뒤편에 있는 검종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 지금 아라가 선보이는 검도 조예는 감탄을 넘어서서 그들에게도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한편, 아라의 공격을 앞에 둔 죽장 노인은 신중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가볍게 회전시켰다. 순간, 그의 주변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회오리로 변하더니, 날아오는 검광에 변형을 일으켰다.
이에 아라는 물러남 없이 회오리 깊숙이 검을 찔러 넣었다.
쾅-!
검광이 폭발을 일으킴과 함께 아라가 원래 있던 자리까지 밀려났다.
죽장 노인은 뒷걸음치진 않았으나, 그의 눈가엔 어쩔 수 없는 진중함이 더해졌다.
죽장 노인이 재차 출수하려는 이때, 돌연 소음이 그의 앞으로 나섰다.
“저 여자는 내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소음에게로 향한 이때, 아라의 모습이 사라졌다.
팟-!
소음을 향해 공간을 뚫고 날아드는 한 줄기 검광.
이에 소음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그의 발밑에서 한 줄기 검광이 쏘아져 날아갔다.
이윽고 허공에서 마주한 두 개의 검광.
쾅-!
검광이 눈부시게 산란하는 이때, 소음의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세 개의 검광이 공간을 난도질하며 날아갔다.
멀리, 천천히 눈을 감은 아라가 정면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푸확-!
검끝이 허공을 꿰뚫은 순간, 아라 앞의 검광들이 허무로 변하고 말았다. 이때 아라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검을 더욱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일검파허(一劍破虛)!
찰나의 순간, 검날이 닿은 공간이 마치 환상처럼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게 변했다.
이 모습을 본 소성이 황급히 몸을 날리려 했으나, 어느새 나타난 소도가 그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너는 여기 남아 있는 게 좋을 거다.”
“이익-! 비켜라!”
소성이 강행 돌파하려는 찰나, 장내에 한 줄기 검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소성이 고개를 돌리자, 아라를 향해 검을 들이밀고 있는 소음의 모습이 보였다. 이때 그녀의 검은 아라와 마찬가지로 허허실실(虛虛實實), 환영인지 실재인지 구분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이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두 개의 검광이 날카롭게 마주했다.
쾅-!
커다란 충격과 함께 두 여인이 각자 반대편으로 튕겨 날아갔다. 이때, 먼저 멈춰 선 아라가 자신의 목을 향해 검끝을 들이밀었다.
이 모습을 보자 소음이 화들짝 놀라며 눈앞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쾅-!
검날이 부러져 나갔지만, 소음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
서걱-!
결국 팔 한쪽을 내어주는 대신 뒤로 물러나는 데 성공한 소음.
하지만 그녀가 막 자리에 멈춰 섰을 때, 이미 또 다른 검광이 그녀의 눈앞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에 소음이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다급히 소리쳤다.
“심검(心劍)!”
음성이 떨어진 순간, 소음의 몸 안에서 한 줄기 검광이 튀어 나왔다.
쾅-!
두 개의 검광이 폭발을 일으키고, 소음은 재차 뒤로 날아갔다.
이때, 아라가 다시 한번 스스로의 목을 겨냥해 검을 들이밀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소음은 눈동자가 마치 바늘구멍처럼 쪼그라들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이때, 소음 앞에 나타난 죽장 노인이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렀다.
쾅-!
검광이 산산이 흩어지는 동시에 거미줄처럼 갈라져 나간 노인의 지팡이.
이에 아라의 시선이 노인에게로 향했다.
“계집! 제법이로구나! 이제 노부가 상대해 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사라진 죽장 노인.
이에 아라가 양손으로 영생검을 단단히 쥐고 미간 높이로 들어 올렸다.
“열려라!”
그녀가 검을 내리친 순간, 정면의 공간이 그대로 갈라져 나갔다.
이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아라를 향해 돌진했다.
쾅-!
이 충돌이 있었던 직후, 아라와 죽장 노인을 포함한 공간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이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허무로 변한 공간 틈으로는 격렬한 전투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이때 소성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엽현을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다소 불안해 보였다.
“아직… 더 나올 자가 있느냐?”
엽현은 잠시 이마에 손을 짚고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글쎄, 이젠 나도 잘 모르겠는걸?”
“…….”
어색한 침묵이 흐를 찰나, 소성이 애써 태연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네 배후라는 여인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 도대체 어떤 실력이기에 이리도 명성이 자자한지 매우 궁금하다. 아, 물론 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쪽도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거든.”
이에 엽현이 고개를 들어 소성을 바라보았다.
“우리 누님을 뵙고 싶나?”
소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하니 그녀의 경지가 이미 전설 속의 둔일에 이르렀다던데… 가능하면 그런 강자에게 가르침을 받아보고 싶구나!”
가르침!?
말을 하는 소성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자만? 아니다.
이는 자신감이었다.
인간들 사이에서 반보 둔일은 이미 경지의 한계라 할 수 있었다.
둔일?
소성의 생각에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천하 만물은 모두 도(道)의 지배하에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도를 초월할 수 있다니?
소성의 머릿속에서 이 둔일이라는 경지는 허구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그는 천녀가 둔일경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물론, 사실이어도 별 상관은 없었다.
둔일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기도 했거니와, 이쪽도 반보 둔일이 여럿 포진 해 있는 상태니까.
바로 이때, 소성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들어 온 것은 성공 속에 서 있는 한 여인.
천도!
성공 중에 떠 있는 천도는 소성을 내려다보며 살짝 웃고 있었다.
“천도, 만약 그녀가 나타나지 않으면 나는 정말이지 실망할 것 같구나!”
소성이 여유 있게 말하자, 천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무식? 하하하! 천도, 네가 그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진짜 강함을 경험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건 곧 약함을 의미하지!”
“과연 대단한 통찰이로군. 그 가르침은 뼈에 새기도록 하겠다.”
천도는 이 말을 끝으로 뒤돌아섰다.
결국, 소성은 천도가 마지막 순간에 지은 미소를 보지 못했다.
이때, 천도의 곁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왜 놈의 무지함을 일깨워주지 않은 거지?”
이 음성에 천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를 들어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그 아이를 꾸짖어 가르침을 주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왜? 어차피 애당초 글러 먹은 녀석이 말을 알아먹을 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내가 뭐라고 한마디 하면 또 주변에서 어린애한테 훈계한다고 간섭하기 마련이지.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놈이 뭘 하던 그냥 잘한다 잘한다 칭찬 해 주고 넘기는 거다. 훈육은 나중에 임자 만나서 뒈지게 쳐 맞고 나면 알아서 되는 것이니까.”
“…….”
천도는 어둠 속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해. 그게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그 여인이 얼마나 강한지 알려주면 영역이 물러날 수도 있지 않나?”
이 말에 천도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왜? 왜 굳이 그래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영역의 수많은 생령들이 죽을 테니까.”
“하하, 재밌는 이야기로군. 연민은 그럴 가치가 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다. 상대가 선량한 자라면 자비를 좀 베풀어 주겠지만, 악인일 경우에는 반드시 모질게 대해야만 하지.”
“그것이 네가 아직 이 우주를 멸망시키지 않은 이유인가?”
“후후, 인간들은 이 세상을 좀먹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인 것은 아니다. 강자만을 위한 세상에 태어난 탓에 어쩔 수 없이, 수련을 해야 하고, 남을 짓밟아야만 하지. 왜? 약하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 경우 인간을 탓하기보단, 이 세상의 규칙이 틀렸다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이때 상대의 음성이 조금 더 진중해졌다.
“설마 규칙을 바꾸려 하는 건가?”
“왜? 못할 거라도 있나?”
“흠… 그렇다면 그 아이는 네가 선택한 인물인 것이겠군.”
천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보기엔 어때? 잘 고른 것 같나?”
“전혀. 그런 임무를 맡기엔 살기가 너무 짙다!”
이 말에 천도가 오른쪽 허공을 흘끔 쳐다보았다.
“이봐, 나는 착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를 대신해 싸워 줄 사람이 필요한 거야. 규칙을 바꾸려면 많은 피를 보아야 할 것인데, 착해빠지기만 해서야 안심하고 맡길 수 없지.”
“…도대체 어떤 점이 마음에 든 거지?”
천도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선과 악을 판별하는 척도가 있어서, 나쁜 놈과 좋은 놈을 구별할 수 있지. 사실 놈의 단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경우 요령 좋게 사건을 해결하지만, 꼭 중요할 때만 되면 고지식해져 버리니까. 예를 들어 이번에 내가 떠나라고 했을 때도 결국 말을 듣지 않았지. 그가 왜 떠나지 않았는지 아는가? 왜냐하면, 그는 남이 배신하지 않는 한, 끝까지 남을 위해 검을 휘두르는 성격이거든.”
천도가 난데없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저 성격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를 잘 아는 자라면 잔꾀를 써서 놈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 예를 들어 당장 놈에게 나를 위해 사지로 들어가라 해도 그는 그렇게 할 거다. 왜냐하면, 내게 빚진 게 있거든. 그놈… 인정 앞에서 조금 독해 질 필요는 있어. 물론 너무 모질게 변해 버리면 안 되겠지만.”
“…꽤나 복잡하군그래.”
이 말에 천도가 웃으며 사방의 성공을 가볍게 돌아보았다.
“예전에는 나도 복잡한 게 싫어서 그냥 이 우주를 쓸어버릴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그렇게 만 년 정도가 지나면 새로운 문명이 다시 태어날 테니까.”
“그런데 왜 마음을 바꾼 거지?”
“후후, 왜냐하면 깨달았기 때문이지. 이 우주는 생명 없이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상상 해 보거라, 이 우주에 아무런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공허할지를.”
“…….”
“아쉽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아.”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상대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보니 너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군.”
“뭐? 하하, 네가 그걸 어떻게…”
바로 이때, 천도가 미소를 거두고서 정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손님이 왔군.”
“누구?”
“아주 귀찮은 놈.”
천도가 대답을 마친 순간, 그녀 정면의 공간이 길게 갈라지더니, 중년 남자 하나가 성큼 걸어 나왔다.
장골이 기대한 중년인은 화염이 타오르는 장검을 쥐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주변의 성공을 들끓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여기에 천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개미를 바라보는 듯, 오만함이 가득했다.
“네가 오유계의 천도인가?”
“훗, 그렇소. 보아하니 그대는 마도가의 사람인 것 같구려.”
순간 중년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네가 우리 마도가를 아느냐?”
“수천 개의 세계를 지배하는 마도가를 모른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오?”
“흠… 생각보다 영민하군. 좋다! 죽이진 않으마. 대신 사람 하나를 찾아오너라!”
“그대 가문의 첫째인 소도를 말하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