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75
1175화 새로운 도칙
“자, 바로 시작하거라.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도 좋다.”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이후로 엽현은 미친 듯이 몽지도칙을 연구하는데 시간을 쏟아 부었다. 큰언니의 지도편달 아래 엽현은 점점 몽지도칙의 정수를 터득해 갔다.
일검입몽(一劍入夢)!
몽지도칙의 위력은 엽현 자신이 생각해도 살벌한 것이었다.
엽현은 도칙을 연구할수록 단일 도칙 만으로는 그 위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도칙들을 하나로 뭉치는 그날에는 멸천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 점을 깨달은 엽현은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그렇게 수련이 한창이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무족을 찾았다.
그녀는 다름 아닌 오유계의 천도인 막념이었다.
이때 천도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아목이 버선발로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어쨌든 천도 같은 거물이 찾아왔는데 대접을 소홀히 할 순 없던 것이다.
“후후, 그 많은 영역 무인들을 죄다 끌고 온 건가?”
천도가 장내를 둘러보며 말하자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자들은 모두 건너올 수 있도록 하였소.”
“흠, 그래… 좋아, 좋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천도.
“그런데 천도께서 오늘은 어쩐 일로 방문하셨소?”
“아, 별거 아냐. 그냥 차나 한잔 얻어 마시려고 온 거지. 그나저나 그 아이는 폐관 중인가?”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이거 날을 잘못 잡았군. 그럼 다음에 다시 오지.”
미련 없이 뒤돌아 떠나가는 천도.
이때, 몇 걸음 걸어가던 천도가 다시 아목을 향해 돌아섰다.
“아! 녀석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깜빡했군! 내일, 녀석에게 천도 전당포로 가라고 전해 주거라. 꼭 말해야 한다!”
천도는 손을 휘휘 젓고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목은 천도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한동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성을 떠난 천도는 곧장 어느 자그마한 성을 찾았다.
윤회성!
바로 선각자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머물렀던 곳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천도는 이내 성 안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상태.
“훗, 재밌군.”
천도가 웃으며 가볍게 소매를 펄럭였다.
“시광도류(时光倒流)!”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 바로 앞의 공간에 왜곡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왜곡된 공간 안쪽에서 두 시진 전, 윤회성의 상황이 나타났다.
성 안에는 지금과는 달리 사람이 북적북적한 모습이었다.
이때 평온하던 성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출현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가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자,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와 동시에 와글거리던 성은 한순간에 공성(空城)이 되어 버렸다.
천도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소매를 펄럭였다.
왜곡된 공간이 다시 원래 모습을 찾은 이때, 그 자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조금 전 화면 안에 있던 그 남자였다!
천도를 응시하며 선 흑의인.
그가 입을 열자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거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를 찾고 있었나?”
천도가 흑의인을 살피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영역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육유계의 누군가겠군. 육유계의 여러 세력들 중 그 녀석을 괴롭힐만한 것은… 고사 하나뿐이겠지.”
순간 흑의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우리를 알고 있었다고?”
“하하하! 알다마다. 너희 정체는 물론 만유서옥이 원래 고사의 물건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 말을 듣자 남자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의외로군. 오유계의 천도 주제에 이렇게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니… 그렇다면 이것도 알고 있겠군. 아는 것이 많은 자는 오래 살기 힘들다는 것을!”
말을 마침과 동시에 흑의인이 천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찰나의 순간, 천도의 주변 공간이 기이하게 변형되었지만, 천도에게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이를 보자, 흑의인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커졌다.
“아,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이를 본 천도가 남자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이건 몰랐나보군. 나는 네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병약한 천도가 아니란 걸!”
천도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쏘아대는 흑의인.
그의 마음속에선 거친 풍랑이 일었다.
일개 천도의 실력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이는 완전히 그의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이때 천도가 흑의인을 향해 웃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
“몇 가지 질문이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을까?”
이때 흑의인의 몸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천도가 귀엽다는 듯 씩 웃어 보였다.
“귀엽군. 감히 내 땅에서 이런 식으로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순간 천도가 강하게 발을 굴렀다.
쿵-!
성역 전체가 갸우뚱거릴 정도의 진동과 함께, 막 사라지려던 흑의인의 주변으로 신비한 힘이 몰려들었다.
이 힘은 곧 눈에 보이는 실체가 되어 하나의 감옥을 형성해 냈다.
졸지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흑의인!
“놈! 내가 어디 출신인지 알고 감히 이런 짓을 하는 게냐!”
“하하하! 가지가지 하는구나. 이 상황에서도 날 위협하려는 건가?”
“큭…….”
흑의인은 매우 분개한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진 못했다.
이럴 때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는 것은 곧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리라.
이때 천도가 멀리 성공을 바라보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네가 전혀 두렵지 않아. 왜냐… 여기서 네 목을 쓱싹 해 버리면 아무도 모르거든.”
말을 마친 순간, 천도가 일장을 뻗어냈다.
쾅-!
일순, 큰 폭음과 함께 흑의인의 몸이 안개처럼 녹아 사라졌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린 흑의인.
가볍게 상대를 제거한 천도는 손을 털어내며 다시 성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교차로에 도착한 천도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오른쪽 길을 택했다.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작은 우물이었다.
하지만 우물은 이미 오래전에 말라버린 듯했다.
이를 본 천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회는 무슨 윤회, 자기 자신 하나 살리지 못하는데.”
천도가 혀를 차며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우물이 순식간에 그녀의 소매 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성을 빠져나온 천도.
막 자리를 떠나려던 그녀는 잊은 것이 있는 듯 다시 성을 돌아보더니,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눈앞의 성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천도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무족.
이날, 조용하던 무덤가에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갓 무덤에서 나온 듯한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안란수!
폐관을 깨고 나온 그녀의 경지는 이미 윤회경을 넘어 주재경이었다.
주재경!
마침 근처에 있던 아목은 안란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단번에 두 단계를 뛰어넘다니, 이게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바로 이때, 또 한 명의 여인이 무덤에서 걸어 나왔다.
소칠!
소칠은 주재경이 아닌 윤회경 절정의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녀의 검도가 범검 제 삼중에 달했다는 것이다!
거의 동시에 이번에는 장문수가 걸어 나왔다.
그녀의 경지도 마찬가지로 윤회경인 상태.
이때, 장문수와 소칠이 안란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 혼자서만 주재경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 번에 두 단계를 돌파할 수 있는 거지!?
이때 안란수가 이런 시선을 느낀 듯 주변을 보며 말했다.
“그때 그 여인의 덕분인지도.”
이 말에 아목은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알아차렸다.
당시 말총머리 여인이 이 무덤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 기연이 닿은 것으로 보였다.
상황을 짐작한 아목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세 사람 모두 축하드리오.”
이때 장문수가 아목에게로 다가왔다.
“그 녀석은 더 강해졌겠죠?”
여기서 ‘그’는 물론 엽현을 지목하는 것이리라.
아목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보다 더 강해졌소.”
“지금 어디 있소?”
이번에는 소칠이 물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거처에서 폐관 중이오.”
“음, 그럼 나중에 찾아가는 게 좋겠군.”
이 말을 끝으로 소칠은 자리를 떠났다.
“그럼 나도 일단 서원에 다녀오겠소.”
만유서원을 향해 신형을 날리는 장문수.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안란수도 떠나려는 찰나, 무덤에서 또 다른 여인 하나가 기어 나왔다. 다름 아닌 연만리였다!
연만리가 안란수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겨우 너 하나만 나온 거야? 그럼 내가 이등인 거지?”
“…네가 꼴등이다. 다른 자들은 이미 모두 떠났고.”
“그, 그럴 리가… 아니, 도대체 다들 언제 나온 건데?”
아목이 대답하려는 찰나, 안란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삼일이나 지났어.”
“말도 안 돼!”
자신이 가장 늦었다는 말에 분개해 하는 연만리.
이때 그녀가 몰래 웃고 있던 아목을 쳐다보았다.
“엽현은? 그 녀석은 어디 있소? 기분도 꿀꿀한데 푸닥거리나 해야지, 안 되겠소!”
“…….”
* * *
엽현의 숙소.
이때 엽현은 여전히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몽지도칙을 완전히 터득한 상태였다. 이제는 화지도칙(火之道則)에 도전하고 있었다.
화지도칙을 익히는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는데, 화지도칙 자체인 염가가 스스로 엽현에게 녹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염가의 도움 덕에 엽현은 얼마 되지 않아 화지도칙을 장악할 수 있었다.
다음 차례인 연천은 봉인도칙이었다. 사실 봉인지력에 대한 엽현의 이해는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큰언니의 지도아래, 엽현은 순조롭게 연천을 자신의 몸 안으로 융화시킬 수 있었다.
봉인도칙을 마무리한 엽현은 탑의 칠층을 방문했다.
이곳엔 매우 낯선 여인이 앉아있었는데, 이는 최근 큰언니가 새로 데려온 도칙이었다.
엽현은 아직 상대가 어떤 도칙인지도 모르는 상태.
“내가 무슨 도칙인지 아느냐?”
여인이 먼저 말을 건네자 엽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여인이 벌떡 일어나 엽현 곁으로 다가오더니, 대뜸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와 동시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두 사람이 다시 나타난 곳은 어느 성공의 한복판이었다.
엽현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인이 양손을 펼치자, 성공 전체가 돌연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놀랍게도 별들에게서 쏟아져 나온 기운이 마치 유성처럼 여인을 향해 몰려들었다.
“성신지력! 그렇다면 성신도칙(星辰道則)이겠군!”
“정확히 말하자면 성공도칙(星空道則)이다.”
성공도칙!
“내가 다스리는 힘은 성신뿐만 아니라, 성공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다.”
여인이 엽현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만약 주재경에 이르러 나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성공에서의 너의 전투력은 최소 삼할 이상 증가할 것이다.”
삼할!
엽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 경지에서 삼할이라면 경이롭다 할 수치가 아닌가!
“자, 그럼 시작하지.”
여인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엽현의 미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성신지력이 엽현의 몸 안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의 육신은 성신지력을 배척하기는커녕 오히려 종이가 물에 젖듯 빠르게 흡수해갔다. 일전에 천도에 의해 성신지력을 흡수한 경험이 있던 탓이었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여인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성공에 네 몸을 맡겨라. 성공지력에 동화되는 순간, 너는 이 성공의 제왕이 될 것이다!”
엽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정신을 집중하자 점점 성신지력에 동화 돼 가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