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76
1176화 넌 또 얼마나 강한거냐
성공도칙을 운용하는 것은 확실히 상당한 기력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도칙의 도움 아래 모든 과정은 순탄하게 흘러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엽현은 근처 성역의 모든 성공지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한편,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여인들이 있었으니, 바로 큰언니와 연천이었다.
큰언니는 엽현을 응시하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였다.
“아직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거야?”
“흥, 그랬으면 내가 이 자리에 와 있겠느냐? 어찌 되었든 저놈이 선생의 유일한 희망인 것만은 사실이다.”
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 말에 연천이 고개를 돌려 큰언니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바로 생존을 위해서다.”
“생존?”
순간 연천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때 큰언니가 엽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선생의 내력 역시 저 녀석만큼이나 간단하지 않다. 나는 줄곧 그의 내력 때문에 우리 자매들이 언젠간 큰 시련을 겪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눈앞의 오유겁 같은 것 말이다. 이상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엽현 곁에 있는 수밖에 없다. 그의 뒤에 버티고 있는 든든한 배후들만이 선생의 인과를 막을 수 있을 테니까.”
“큰언니, 혹시 선생의 내력을 알고 있어?”
“후… 어느 정도는.”
큰언니가 성공의 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연천은 호기심을 느낀 듯 질문을 이어갔다.
“선생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큰언니는 이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지금 알아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지금 중요한 건 저 녀석 곁에 붙어서 공생관계를 이어가는 것이지.”
큰언니가 고개를 돌려 다시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때 염가가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정말 저 아이가 선생의 인과를 견뎌낼 수 있을까?”
“물론이지. 게다가 오직 저 녀석만이 가능한 일이다.”
“어째서?”
“왜냐하면, 놈의 뒤엔 강력한 배후들이 존재하니까. 선생의 인과를 견디고, 또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전 우주를 통틀어 저 아이가 유일할 것이다.”
“배후도 배후지만… 엽현 저 녀석도 꽤나 강해진 거 아닌가?”
염가의 말에 큰언니가 고개를 저었다.
“우수한 편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초 계옥탑을 얻은 것이 놈에게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
연천이 막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엽현의 몸에서 돌연 화려한 성광이 뿜어져 나오면서 어두운 성공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이 강대한 기운은 주변의 성역은 물론 세 자매까지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하지만, 큰언니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들 앞에서 성광이 흩어졌다.
이때, 눈을 뜬 엽현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한 줄기의 성광이 그의 손바닥 위로 천천히 떨어졌다.
가만히 빛을 바라보던 엽현이 돌연 주먹을 쥐자, 그의 손에 있던 성광이 모래알처럼 눈부시게 흩어졌다.
이때, 엽현이 미소를 지으며 큰언니를 바라보았다.
“어디, 이 한 수를 받아 보시겠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엽현이 큰언니를 향해 손을 뻗자, 성공 가운데서 별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바닥이 큰언니를 향해 뚝 떨어졌다.
성신의 손바닥이 공간을 스치고 지나가자, 일대 성역이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렸다.
이때 큰언니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서 한 줄기 신비한 기운이 방출되어, 그대로 거대한 손바닥을 집어삼켰다.
이를 본 순간, 엽현의 표정이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소멸했다고?
이렇게 간단히!?
정적이 흐르던 이때, 연천의 웃음소리가 성공 중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방금 공격한 것이 네가 아니라 설령 성신(星辰)이었다 하더라도 큰언니의 털끝 하나 상하게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도칙들은 처음부터 큰언니 앞에서 무력하도록 설계되어있으니까!”
이 말을 듣자 엽현은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어쩐지, 큰언니라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던 것이구나!’
이때, 큰언니가 엽현 앞에 멈춰 섰다.
“성신, 이 아이는 아직 성신지력의 운용이 서투르니 네가 잘 지도해 주거라. 이참에 여기서 며칠 머물면서 훈련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큰언니의 말에 엽현의 몸 안에서 성신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네, 언니!”
큰언니는 이번에는 엽현을 쳐다보았다.
“너는 우선 성신과 함께 수련을 진행하거라. 수련이 끝나면 팔층에 들르는 걸 잊지 말고.”
이때 엽현이 다급히 물었다.
“팔층에 있는 여인은 도대체 무슨 도칙입니까?”
“…맞춰봐.”
“…….”
이때 한쪽에 있던 연천이 낄낄대며 끼어들었다.
“둘째 언니가 능력을 펼치면 너는 아마 몸이 후끈 달아오를게다!”
후끈 달아올라?
이 말에 엽현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혹시 그 능력이란 게 음양합일 같은 걸까?
음양합일!
엽현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자 연천이 기이하게 쳐다보았다.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아, 아무것도 아니오.”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딴 곳을 보는 엽현.
연천의 눈빛은 더욱 의심스러워져 갔다.
이때,
“연천, 방해하지 말고 수련하도록 내버려 두어라.”
큰언니의 말에 연천과 염가가 황급히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다시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 선 엽현은 성신도칙을 계속해서 수련해 나갔다.
성신!
성신도칙을 접한 엽현은 팔층에 있는 여인과 큰언니의 능력은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특히 큰언니!
조금 전 그녀가 출수하긴 했지만, 그 기운이 무엇인지 엽현은 전혀 알아낼 수 없었다.
과연 그건 뭐였을까?
또 얼마나 강한 걸까?
엽현은 끓어오르는 호기심과 기대감에 얼마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 * *
엽현이 수련에 매진하는 이 시각, 천도는 다시 무변지하성의 전당포를 찾았다.
천도가 안으로 들어서자 소도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쳐다보았다.
“또 무슨 일이지?”
소도는 여전히 지난번 천도가 했던 제안에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엽현과 몸을 섞으라고?
생각할수록 천도의 웃는 얼굴에 한 방 날려버리고 싶은 소도였다.
이때 천도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도, 이번엔 그게 아니다. 너와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 찾아왔다.”
“…상의는 무슨. 오유계와 육유계를 통틀어 가장 음흉하신 분이 또 무언가 음흉한 계획을 꾸미려는 것이겠지.”
소도가 비아냥거렸지만, 천도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일단 차 한 잔을 따라 마셨다.
“후후, 그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 내가 뭘 알아냈는지 아느냐? 고사, 고사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고사?”
가볍게 눈썹을 치켜세우는 소도.
“그… 신산 꼭대기에 있는 그 고사?”
천도가 잔뜩 흥분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고사야! 정말 놀랍지 않느냐?”
“…표정을 보아하니 너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인가 보군.”
“하하하! 언제나 강 건너 불구경은 재미난 법이지! 그들은 엽현을 노리고 있다.”
“뭐? 그들과 엽현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설마 서옥을 노리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훗, 정보가 느리군. 선각자가 그곳 출신인 건 알고 있느냐?”
이 말에 소도가 적잖이 놀란 듯 크게 눈을 깜빡였다.
“그가… 고사 출신이었다고?”
천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만유서옥은 그가 고사를 빠져나올 때 들고나온 것이지.”
“흠… 그런 일이. 우리 마도가에도 그들에 대한 기록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군. 애당초 내용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후후, 육유계 천도보다도 일찍 존재했던 자들이다. 육유계 천도도 잘 알지 못하는데, 마도가가 모르는 게 당연하지.”
문득, 소도가 천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너는 뭔가 알고 있는 듯하군?”
“하하, 전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지.”
“이해할 수 없군.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너는 육유계에 가본 적도 없잖아?”
이에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짐작이 틀렸다. 나는 육유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에 소도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어떻게 천도의 신분으로 다른 천도의 영역에 갈 수 있던 거지? 전쟁이라도 할 생각이었나?”
“하하, 당연히 아니지! 몰래 들어갔다 나왔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아무리 너라고 해도 완벽히 기운을 지울 순 없을 텐데?”
소도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천도가 웃으며 대꾸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가능하다. 육유계는 물론이거니와 그 위쪽에 있는 우주에도 다녀왔지. 음… 도계(道界)라고 들어 봤나?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야. 하마터면 꼬리가 밟힐 뻔했지만, 머리는 별로 좋지 않은지 간단한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더군.”
소도는 한동안 말없이 천도를 응시했다. 비록 아무 표정도 드러나 있진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만약 방금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눈앞의 여인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오유계 천도의 신분으로 육유계를, 그것도 들키지 않고 다녀왔다는 것도 놀라 자빠질 지경인데 도계를 다녀왔다고!?
도대체 얼마나 강해야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도계!
도계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는 소도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바로 그곳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도계를 떠올린 순간 소도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이때 천도가 차를 홀짝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나도 별로 강한 건 아니니까. 그 소복의 여인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데 뭘.”
소복의 여인!
소도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강하다고 하는 기준이 언제부터 소복의 여인이 되었단 말인가? 이때 문득 그녀는 천도의 어투가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복의 여인이 강자의 기준이라면 그 이하의 무인들은?
천도가 보기에 그리 강하지 않다는 소리 아닌가!
“아, 너무 그런 것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아. 힘이야 자기 몸 하나 지킬 정도만 있으면 충분한 거지. 아무튼, 오늘 내가 찾아온 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전하려던 거였다.”
“마음의 준비?”
천도가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첫째, 네 가족에 관한 일에 대한 준비. 비록 일전에 마도가의 무인 하나를 쫓아 버리긴 했지만, 그들이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하려 할까? 아니지, 절대 아니야. 훗… 어쩌면 정말로 소복의 여인을 찾아갈지도 모를 일이군.”
“너… 도대체 또 무슨 짓을 꾸민 거지?”
소도의 표정이 차가워진 것을 보자 천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냐! 그냥 혼잣말한 거야, 하하! 아무튼, 너희들 마도가는 매우 강하다. 하지만 어떨 때는 강하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독이 될 수도 있지. 예를 들어 영역이 힘만 믿고서 무리하게 엽현을 치려 했던 것처럼 말이야. 장담컨대 그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이니만큼 조만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침묵하는 소도.
그녀는 천도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확실히 마도가는 매우 강하다. 그 점 때문에 상대가 누구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방심할 여지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오래전, 소도가 처음 오유계로 넘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녀는 오유계 무인들을 개미 정도로밖에 보지 않았고, 그 덕분에 몇만 년이 지나도 회복할 수 없는 큰 부상을 안고 말았던 것이었다.
“너희 마도가는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의 혼인은 그들에겐 정략적인 가치가 있으니까. 물론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엽현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
이 말에 소도가 펄쩍 뛰었다.
“그럴 리 없어. 우리 마도가는 엽현과 원한은커녕 접촉한 적도 없는데 왜 그를 죽인단 말인가?”
“나는 그저 하나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뿐이다.”
“…혹시 중간에 네가 또 무슨 장난을 친 건 아니고?”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소도는 물끄러미 천도의 눈을 응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수상쩍었다.
이에 천도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사실 한마디 하긴 했어. 너와 엽현이 이미 결혼한 사이라고…”
쾅-!
순간 소도가 책상을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