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82
1182화 천군만마, 소령!
대전 안에 있던 존재가 사라지고, 다시 홀로 남은 마원.
두 눈을 지그시 감은 그는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엽청지!
도계 전체가 오랫동안 찾아왔던 존재가 생각지도 못하게 윤회를 했을 줄이야!
“엽현이라… 끌끌…….”
마원은 아직 얼굴도 모르는 엽현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가볍게 미소를 흘렸다.
그가 이렇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도경의 위치를 알아냈으니 말이다.
사실 마원은 엽현과 엽청지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가 사람을 보낸 것도 엽현의 자질이 매우 뛰어나다 하여 조사를 시킨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약관의 나이에 검념을 통달한 자를 쉽게 놔둘 순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엽현을 조사하던 중, 그들은 선각자와 만유서옥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곧 엽청지와의 연관점 역시 찾아낼 수 있었다.
이는 우연이 낳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사라졌던 도경이 이역만리 멀리 오유계에 있었을 줄이야!
“하하하하하하!”
마원은 통쾌한 기분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둔일경인 마원은 이미 대도(大道) 밖의 존재이긴 하지만, 그의 앞길은 마치 절벽처럼 막막하다 할 수 있었다.
이 절벽을 앞에 두고 그는 단 한 발도 내디딜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고금을 통틀어 수많은 둔일경 강자들이 이미 이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역사상 최고의 무인으로 손꼽히던 엽란정마저 이 단계에서 실종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도경의 위치를 파악한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만약 정말로 도경을 손에 넣게 된다면, 둔일을 넘어 그 이상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늘이 날 돕는 것인가? 하하하…….”
어두운 대전 안.
마원의 미칠 듯한 웃음소리가 아주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 * *
오유계.
엽현은 이미 큰언니와의 융합마저 끝마친 상태였다.
이로써 탑의 모든 도칙을 장악하게 된 엽현.
은하수가 흐르는 성공 한복판, 엽현이 손안에 있는 계옥탑을 응시하고 있다.
문득 엽현이 미소를 지었다.
“오래전부터 궁금해했던 일이었지. 과연 도칙이 모두 모였을 때의 너는 얼마나 강한 것이냐.”
이때 그의 곁에서 큰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은 때가 아니니 넣어 두거라.”
“어째서 말이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큰언니를 바라보는 엽현.
“몰라서 묻는 게냐? 잘못하다간 이 우주 전체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아…….”
“네 경지가 파허경에 이르렀을 때 탑을 운용하면 둔일경 강자에게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게다.”
둔일경!?
엽현은 순간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둔일경과 비등한 경지라니, 그건 곧 근처의 우주를 통틀어 무적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오유계에는 아직 한 명의 둔일경 강자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문득 한 여인이 스치듯 지나갔다.
“혹시 오유계 천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소?”
막념!
엽현은 여전히 이 신비한 여인의 진짜 실력이 궁금했다.
엽현의 물음에 큰언니가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나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그녀를 너무 가까이하지 않도록 하거라.”
“음? 그게 무슨 말이오?”
“내가 보기에 그녀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다행히 네게 아무런 적의를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어쨌든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다.”
“음… 그대 말이 옳소.”
지금은 자신을 돕는 위치에 있는 천도.
하지만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지옥이 펼쳐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큰언니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시간이 되는 대로 소음 등을 찾아가서 도움을 구해 보거라. 그들의 도움이라면 빠르게 파허경 혹은 그 이상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게다. 만약 귀원파계까지만 원활하게 올라설 수 있다면, 그땐 반보 둔일경 강자도 네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현재 엽현의 실력은 매우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겨우 주재경인 주제에 그 전투력이 이미 반보 둔일경 강자에 근접해 있으니 말이다. 아니, 혈맥의 힘을 더했을 때의 엽현은 이미 반보 둔일경 강자가 비벼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경지마저 귀원파계에 이르면 과연 반보 둔일경 강자가 몇 수나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지금 엽현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경지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인 상황이다.
“그대 말이 옳소. 당분간은 경지를 돌파하는 데 집중하겠소!”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엽현은 곧장 소음의 장원을 찾았다.
이때의 엽현은 반경 만 리 이내의 공간이라면 생각만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상태였다.
공간도칙!
이미 그의 공간도칙 활용 능력은 극한에 달했다 해도 무방하리라.
엽현이 잠시 장원을 서성이고 있는 이때, 소음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오?”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오. 경지를 돌파하고 싶은데,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돌파?”
“그렇소!”
소음이 엽현을 가볍게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기초가 단단히 잡혀 있으니 어렵진 않겠군.”
“하하, 그럼 부탁 좀 하겠소.”
소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따라오시오.”
소음을 따라 나선 엽현은 얼마 후, 어느 강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두 명의 노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둘은 음령족에서 마지막으로 생존한 반보 둔일경 강자들이었다.
자리에 멈춰 선 소음은 검은 상자 하나를 꺼내 엽현에게 내밀었다.
상자를 받아 든 엽현이 뚜껑을 열자, 칠흑같이 검은 단약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파허단(破虛丹)이라는 것이오. 음령족에도 몇 개 남지 않은 귀한 물건이오.”
“음… 혹시 대량으로 복제가 가능하겠소?”
소음이 고개를 저었다.
“쉽지 않소. 우선 재료를 구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데다, 한 알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만 두 달이오. 그마저 언제나 성공하는 게 아니라, 실패 확률도 꽤나 높은 편이오.”
“음… 어쩌면 그 아이라면 복제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소.”
“응? 파허단을 말이오?”
“그렇소!”
엽현은 씩 웃으며 곧장 소령을 불러냈다.
“이 아이가 연단을?”
“하하, 그렇소!”
엽현의 대답에 소음의 표정이 다소 기괴해졌다.
과연 이 작은 아이가 파허단을 복제할 수 있을까?
이때 소령의 시선이 엽현이 들고 있는 파허단으로 향했다.
“그거 만들면 돼?”
“맞아. 할 수 있겠어?”
소령이 단약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파허단을 낚아챘다.
“잠깐 기다려봐.”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진 소령.
이내 계옥탑 안에서 무언가 뚝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때 소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엽현에게 물었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요?”
“하하,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시오?”
“…일단 알겠소. 먼저 경지를 돌파하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엽현이 무어라 대답하려는 이때, 소령이 다시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작은 손안에는 두 알의 단약이 들려 있었는데, 하나는 처음 그녀가 가져갔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막 복제해낸 단약이었다.
파허단!
빠르게 두 개의 단약을 비교해 본 소음은 소스라치듯 놀라며 소리쳤다.
“이럴 수가… 정말이잖아!”
곧바로 소령에게로 시선을 돌린 소음.
그녀의 두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던 게냐?”
“왜, 이게 어려워?”
“…….”
소령의 천진난만한 대답에 할 말을 잃은 소음.
이 모습을 보자 소령은 어리둥절해 하며 엽현을 쳐다보았다.
“오빠, 내가 뭐 잘못했어?”
“하하! 아니! 잘 했어! 소령아 지금부터 이 약을 왕창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음… 만드는 건 문제가 아닌데 재료가 필요해.”
“재료라면 전부 우리가 대겠소!”
어느새 정신을 차린 소음이 소리쳤다. 그녀의 음성에는 어쩐지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소음의 목소리에 소령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재료가 얼마나 있는데?”
“파허단의 재료라면 얼마든지 공급해줄 수 있다.”
“안 돼.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이런 게 아니야.”
고개를 젓던 소령이 엽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이 단약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허접해. 이런 걸 만드는 건 시간 낭비밖에 안 돼!”
“하하하! 소령아, 네가 만든 단약이 이 파허단보다 낫다는 소리야?”
“그럼!”
소령이 소매를 뒤적이더니 작은 단약 한 알을 꺼내 들었다. 이 단약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장내에 향긋한 향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엄지손톱만 한 단약은 전체가 은빛으로 번쩍이는 것이 한 눈에 보아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와… 이게 무슨 단약이야?”
“헤헤, 세수단(洗髓丹)이라는 거야. 복용하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결점을 보완해서, 더욱 수련에 적합한 육체로 만들어 지게끔 설계 한 거야.”
소령은 어느 틈엔가 단경(丹經)을 펼쳐 들고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에, 어디 보자. 그러니까 보통 사람이 이 약을 먹으면 환골탈태를 한 것처럼 수련에 매우 적합한 신체로 바뀐다고 하네.”
“대단해!”
순간 소음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저런 종류의 약은 일찍이 나 역시 적지 않게 복용한 적이 있소. 하지만 저 아이의 손에 있는 것은 우리 음령족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만큼 귀한 것이오! 만약 저 단약을 대량생산할 수만 있다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오유계 무인의 수준을 전부를 무공 기재 정도로 끌어 올릴 수 있소!”
다소 흥분한 소음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좋은 핏줄과 출신성분을 가진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무인이 되기 적합한 자질을 지닌 경우가 많소. 하지만 단언컨대, 이와 같은 자질은 후천적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오. 즉, 환경이 무인의 자질을 결정한다는 말이오!”
이 말을 듣자 엽현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환경이 무인의 자질을 결정짓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으로 태어나 모든 이들 위에 우뚝 서는 것은 정말이지 보통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노력해도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한 인간의 인생은 과연 출생 신분이 아닌 환경이 더 중요한 것일까?
엽현은 이 생각을 하며 다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소령아, 혹시 다른 종류의 단약도 있어?”
“응! 엄청 많아! 그동안 영과만 먹으면서 하루 종일 연구했거든!”
소령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한 뭉치의 단약을 꺼냈다.
이를 본 순간, 엽현의 얼굴이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소령의 양손 위로 수북이 쌓이다 못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단약들.
이건 많아도 너무 많잖아!
심지어 이들 단약들은 하나같이 성 하나와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기사회생단(起死回生丹)이 눈에 띄었다. 이 단약은 아직 영혼이 소멸하지만 않았다면 어떤 부상에서도 기사회생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 외에 다른 단약들은 모두 각자 고유하고도 엄청난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이 단약들을 알아본 순간 엽현 등은 눈이 휘둥그레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소령이 탑 안에 처박혀 하루 종일 뚝딱거리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한 것을 만들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소령아, 믿고 있었다구!’
엽현이 눈망울을 글썽거리는 이때, 한쪽에서는 소음이 양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엽 공자! 저 아이를 내게 맡겨 주시오!”
“음?”
엽현이 소음을 쳐다보자, 소음이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아이가 있다면 우리는 엄청난 수의 고수들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오!”
이에 엽현이 웃으며 소령을 바라보았다.
“소령아, 단약을 좀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
“헤헤, 물론이지!”
흔쾌히 승낙하는 소령.
그녀에게 있어서 엽현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
소령이 웃으며 소음을 향해 돌아섰다.
“재료가 아주 많이 필요한데 구해다 줄 수 있어?”
“물론이지!”
“좋아, 그럼 시작하자구!”
금세 의기투합한 소음과 소령.
이때 소음이 엽현에게 말했다.
“참, 처음에 이 아이가 준 약을 복용하시오. 그 후로는 여기 두 존장들께서 도와주실 것이오.”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곧장 단약을 집어삼켰다.
잠시 후, 그의 몸 구석구석에서 정순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