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00
1200화 마침 잘 오셨소
“천도 낭자, 이건?”
엽현이 눈을 치켜뜨자 천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오래전에 사용되던 음양합일의 비술이다. 너희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할 게다.”
이 말을 듣자 천말의 얼굴이 일순 차갑게 굳었다. 이를 본 천도가 천말을 향해 소리쳤다.
“그 정도 노력도 없이 공짜로 얻을 생각을 하는 건가! 이런 식이 아니라면 네가 혈맥을 뚫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천말은 천도를 노려볼 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장내가 잠잠해지자, 천도가 소유를 보며 말했다.
“당분간은 여기에 있어. 이곳이라면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할 거야. 나는 잠깐 나갔다 와야 해.”
“어디 가는데?”
소유가 눈을 큰 눈을 깜빡이며 묻자 천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여기저기 구경 좀 하려고.”
천도는 이번에는 엽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아이 좀 잘 돌봐 주거라. 물론 별일은 없겠지만.”
“천도 낭자, 어딜 가는 것이오?”
엽현이 묻자 천도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말했잖아. 잠깐 바람 좀 쐬고 온다고. 가는 김에 몇 가지 처리할 것도 있고.”
처리할 일?
엽현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처리할 일이라니…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긴 한데, 천도가 말하니 왜 불안하게 들리는 걸까?
이러는 사이 천도는 이미 문밖을 나섰고, 그렇게 전당포 안에는 엽현 등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엽현이 소유를 보며 물었다.
“소유, 여기 혼자 있느니 탑 안에 있는 게 어떻겠소? 그대와 같은 영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오.”
“오? 정말?”
“그렇소!”
소유는 엽현의 말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럼 갈래!”
“하하, 좋소!”
엽현은 곧장 소유를 데리고 탑 안으로 들어갔다.
탑 안에는 도칙들이나 소령 등이 있으니 혼자서 심심할 일은 없으리라.
잠시 후, 다시 탑 밖으로 돌아온 엽현.
이때 천말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난 여기 남겠다.”
“좋을 대로!”
엽현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전당포에 홀로 남은 천말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천말은 지금의 상황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천도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봉인돼 있다가 풀려났는데, 다시 엽현에게 자유를 빼앗겼으니 어찌 달가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천도에게 죽기 싫으면 따르는 수밖에.
동시에 매우 분한 마음이 들었다.
봉인돼 있는 사이에 악착같이 깨달음을 얻어 겨우 둔일에 이르렀건만, 여전히 천도와의 격차는 그야말로 까마득했던 것이다.
“제기랄!”
천말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뱉고 말았다.
언제부터 천도라는 존재가 저렇게나 강했단 말인가!
바로 이때, 무언가 떠오른 천말이 엽현이 떠나간 자리를 쳐다보았다.
서옥!
찰나의 순간, 멀쩡하던 천말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물들기 시작했다.
* * *
허무계.
오랜만에 숙소로 돌아온 엽현.
그가 막 휴식을 취하려 할 때, 한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소음이었다.
“긴히 할 말이 있소. 진법이 거의 완성 되었으니 그대가 직접 살펴봐 주었으면 하오.”
오유대진!
이 말에 엽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나 빨리!?”
“아직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소.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그대가 직접 시연해 보아야 하오.”
순간 엽현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자신이 피 실험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다가 까딱 잘못해서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란 말인가!
“그런 표정 지어도 할 수 없소. 진법의 위력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그대뿐이니까.”
“으… 좋소. 갑시다!”
마지못해 대답하는 엽현.
이내 소음은 엽현을 데리고 허무계 성공에 도착했다.
이때 성공에는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진법사나 영진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오유진법의 시공을 진두지휘한 이진천이 서 있었다.
엽현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포권을 취하며 예를 차렸다.
이진천을 포함해 진법을 설치하기 위해 달려와 준 사람들에게 엽현은 고마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바이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 진법은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외에도 오유대진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전대미문의 거대 진법을 설치하는 일에 참여한 것은 평생을 바쳐 이 분야에 종사한 이들에게는 하나의 가슴 뛰는 도전이었던 것이다.
이때 엽현과 눈빛을 교환한 이진천이 손을 번쩍 들었다.
“출진(出陣)!”
그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반경 십만 리 이내의 성공이 덜덜 떨리더니, 주변을 비추던 빛들이 일순 사라졌다.
잠시 후.
모두의 발밑에 돌연 거대한 원이 그려지더니, 이 원으로부터 성공 전체를 뒤덮는 성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 빛 사이사이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작은 부문들이 빽빽하게 섞여 있었는데, 이로 인해 성공 전체의 모습이 더욱 기이하게 보였다.
이때 이진천이 원의 중심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이 이 진법의 중심부요.”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순식간에 이진천이 가리킨 곳으로 이동했다.
그의 발이 원 위에 닿자마자!
쾅-!
성공 전체가 격렬하게 요동침과 동시에 엽현 발밑에 있는 진법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찰나의 순간, 미친 듯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부문들 사이에서 수천, 수만 가닥의 신비한 기운이 흘러나와 일제히 엽현에게로 향했다.
신비한 기운과 조우한 순간 엽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청난 힘이다!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기 시작하는 엽현. 그의 몸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엄청난 기운은 모두 외부에서 주입된 것으로 엽현의 육신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이때, 엽현의 귓가에 이진천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엽 공자! 지금 들어오는 기운을 통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하오!”
이때 이진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엽현의 육신이 진법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엽현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리라.
하지만 일단 어느 정도 버텨주기만 한다면 천천히 진법의 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진법 중앙에 위치한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때의 그의 몸뚱이는 원래보다 부풀어 있는 상태였다.
체내로 들어오는 기운이 너무나 많고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진 견딜만한 엽현이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숨을 몰아쉬는 엽현.
마음이 진정되자, 몸 안에 가득 차 있는 거대한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 기운을 통제하려면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때, 엽현이 눈을 번쩍 뜨면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와라-!”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의 눈동자가 돌연 별빛으로 번뜩임과 동시에 사방천지의 성역에서 엄청난 양의 성신지력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성신도칙(星辰道則)!
성신지력이 엽현의 몸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자 엽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이를 본 이진천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엽 공자! 당장 멈추시오! 더이상 힘을 받아들이면 몸이 터져버릴 거란 말이오!”
주변에서 지켜보는 진법사들 역시 마음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진법의 기운에 성신지력까지.
이대로 조금만 지나면 인간의 육신으로는 결코 버틸 수 없으리라!
이 순간 엽현은 이미 몸이 굳어 버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육신이 이미 자신의 통제범위를 벗어났던 것이다.
모두가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엽현을 바라보는 이때, 성공 한쪽이 갈라지면서 웬 노인 둘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이 등장하자 그들 주변의 공간이 마치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흔들렸다.
오유계의 공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
둔일경!
순간, 모두가 놀란 눈으로 두 노인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디서 온 자들인가!
갑자기 허공을 찢고 나온 두 노인.
잠시 주변을 돌아보던 두 사람의 시선은 마침내 아래쪽에 있는 엽현과 진법사들에게로 향했다.
거대한 진법과 그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거대한 힘을 발견한 순간, 두 노인이 당황해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것들이 우리가 올 줄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인가?
이 두 사람은 교종과 선각 각주가 파견한 무인들이었다.
각각 신정의 홍의교주(紅衣教主) 이면(李冕)과 선각의 소각주 중 하나인 막도(莫道)였다.
지위에 걸맞게 두 사람의 경지는 모두 둔일경!
이들이 오유계로 내려온 까닭은 간단했다. 그건 바로 엽현에게 정말로 도경이 있는지 정탐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오유계로 오자마자 거대한 진법과 수백의 진법사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었다.
약삭빠른 놈들! 도대체 어떻게 눈치챘단 말이냐!
두 노인이 당황하고 있는 이때, 엽현이 눈을 들어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둔일경…….”
엽현은 두 노인이 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니란 걸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둔일경의 고수라면 필시 도계나 고사의 무인일 터.
이때 엽현을 발견한 이면이 먼저 말을 걸었다.
“네가 엽현이란 아이냐?”
“…도계?”
이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질문했다.
“네가 도경을 가지고 있느냐?”
이 물음에 엽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딱 시기적절할 때 오셨구려.”
말을 마친 순간, 천주검을 꺼내 든 엽현이 쏜살같이 날아가 두 사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찰나의 순간, 엽현의 몸속에 집중돼 있던 엄청난 양의 기운이 천주검을 타고서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순간, 오유계 전체가 뿌리째 뽑힐 듯이 크게 흔들렸다.
지금 엽현이 펼쳐 낸 것은 그의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일검이었다.
그야말로 우주 전체를 삼켜버릴 만한 거대한 힘!
엽현의 위쪽, 검에 담긴 기운을 본 순간, 두 노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위험하다!
위기를 느낀 이면이 진중한 표정으로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주변으로 거대한 회오리가 형성되었고, 이에 맞춰 이면이 정면으로 강렬한 일권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공간을 갉아먹으며 빛처럼 쏘아져 날아가는 검은 회오리!
이면이 출수한 이때, 곁에 있던 막도 역시 보조를 맞추어 한 발 전진했다. 뒤이어 그가 일장을 뻗어 낸 순간, 무려 천 장에 달하는 거대한 장인(掌印)이 엽현을 향해 뚝 떨어졌다.
두 명의 둔일경 강자의 전력을 다한 일격!
두 사람은 엽현의 검이 심상치 않음을 뼛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엽청지와 관련 있는 자이기에 더더욱 방심은 금물이었다.
두 노인과 엽현이 서 있는 중간 지점.
한 줄기 검광이 먼저 검은 회오리와 맞닿았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금방이라도 우주 전체를 집어삼킬 듯했던 회오리가 순식간에 잔바람으로 변해 사라졌다.
검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거대한 손바닥을 직격했다.
검이 닿은 순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터운 손바닥이 격렬히 저항하는가 싶더니 결국 점점 희미해져 마침내 허무로 변하고 말았다.
두 개의 강대한 기운을 집어삼킨 후에도 검광은 멈추지 않고 두 노인에게 들이닥쳤다.
검광을 눈앞에 둔 두 사람은 처음 느껴보는 위력에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확실히 검에 담긴 위력은 두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찰나의 순간.
서로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동시에 검광을 향해 주먹과 장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