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02
1202화 얕봐선 안됩니다
도계.
수많은 무인들이 천녀의 위치를 수색했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제족 족장 역시 행방이 묘연하기는 마찬가지.
이에 그들은 마도가를 향해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축들이 모두 죽어 나간 마도가는 쉽게 집어삼킬 수 있는 먹잇감이기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일류의 위치에 있던 마도가, 그들이 소유한 재산은 분명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 분명했다.
즉, 지금의 마도가는 이리떼에 둘러싸인 새끼양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마도대전 내부.
소도가 한 노인과 마주 보고 앉아있다.
노인의 정체는 신정의 대교주.
신정 내에서 교종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이었다.
“소도 낭자, 그대가 귀순을 결심한다면 내 장담컨대 마도가는 영원히 존속하게 될 것이오.”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던진 제안.
보아하니 신정은 마도가를 한입에 먹어 치우기로 결심한 듯하다.
한편 침묵에 빠진 소도.
현재의 마도가는 이 제안을 거부할 만한 힘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시간을 끄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만약 거부한다면, 그때부터 마도가의 무인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나갈 것이 뻔한 일!
단 한 명의 둔일경만을 보유한 마도가는 정말이지 별 볼 일 없는 삼류 세력과 진배없는 것이다.
순간, 소도는 마음속으로 일종의 무력감이 치밀어 올랐다.
더불어 생각할수록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마도가는 어쩌자고 그 여인을 찾아가 시비를 걸었단 말인가?
“소도 낭자, 시간은 충분히 준 것 같…”
바로 이때, 대교주가 눈썹을 씰룩이며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간다는 말도 없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보자 소도는 멍하니 곁에 있는 마종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요?”
마종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급하게 자리를 떠나는 마종.
얼마 지나지 않아 마종이 다시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대전 안으로 돌아왔다.
“하계에서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도경이 엽 공자의 손에 있는 게 확실하다는 소문이 퍼진 모양입니다!”
이 말에 소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실이오? 그 소문은 누가 퍼트린 것이오?”
“잘은 모르겠으나, 오유계에 흘러나온 거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계 전체에도 이 소문이 쫙 퍼진 상태입니다!”
잠시 뭔가 생각하던 소도는 대전 밖으로 나가 허공을 쳐다보았다.
“분명 그의 짓이 틀림없어.”
그녀 곁에 따라온 마종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가씨,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분명 우리가 위험에 빠진 걸 알고 직접 소문을 퍼트린 것이오. 화력을 자신에게 돌리려 말이오.”
“음? 하지만 그가 무슨 수로 이쪽의 상황을…”
“육유계!”
소도의 짧은 대답에 마종은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육유계는 이미 엽현과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여기의 생각이 미친 마종은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자 본인은…”
이때 마종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소도를 쳐다보았다.
“과연, 엽 공자는 아가씨를 끔찍이도 아끼는 것이로군요! 이런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아가씨가 남자 하나는 잘 고르셨습니다!”
“…….”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엽 공자 역시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위험한 상태라 할 수 있소. 모든 도계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할 테니까!”
말을 하던 소도의 표정이 다소 복잡하게 변해갔다.
“멍청이, 바보가 따로 없다니까….”
도경이 오유계에 있다!
이 소식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도계 전체로 퍼졌다.
이와 동시에 천녀를 찾던 이들의 관심 역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오유계!
도경의 소식에 흥분하는 것도 잠시, 이들은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도계의 모든 무인이 오유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 장벽.
차원 사이에 놓여 있는 이 장애물은 도계의 강자들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볼 수 없던 것이다.
도계 상공.
구름 위에는 교종과 선각 각주, 강우가 나란히 서 있다.
두 사람의 앞에 있는 것은 막 오유계에서 쫓겨나듯이 도망친 이면과 막도였다.
이때 교종의 중후한 음성이 구름 위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게 사실이더냐! 놈들이 너희가 내려갈 걸 미리 알고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막 오유계로 넘어갔을 때, 엽현과 수백 명의 무인들이 진법 안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진법의 힘이 너무나 막강했던지라, 중상을 입고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진법인지 파악은 했느냐?”
교종의 질문에 이면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강우가 나섰다.
“혹시 육유계에서 정보를 흘린 건 아니겠소?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이오?”
육유계!
육유계가 엽현을 암암리에 돕고 있다는 것은 도계의 무인들도 이미 눈치챈 사실이었다.
다만 현 상황에서 육유계에게 보복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필경 육유계는 오유계처럼 만만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때 교종이 발언했다.
“육유계가 어쨌든 간에, 엽현은 이미 우리 도계에 대해 어느 정도 방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소. 이로써 도경은 그 소복의 여인이 아니라 엽현에게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오.”
강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소. 만약 죽은 것이 제임연이고 그 여인은 살아남은 것이라면… 도경을 본 그 여인의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소. 반대로 제임연이 살아남았다면 분명 그녀에게서 도경의 비밀을 어느 정도 알아냈을 터,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오.”
“그러니 더더욱 서둘러야 하는 것이오. 변수가 생기기 전에 빠르게 도경을 탈취해야만 하오. 육유계가 손을 쓰기 전에 먼저!”
“흠… 그 말은 우리가 직접 하계에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오?”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도계에서 오유계로 건너가려면 반드시 둔일경은 되어야 했다. 두 개의 우주장벽을 뛰어넘는 일은 일반무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잠시 고민하던 교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한 번 생각 해봅시다. 제임연이 그 여인을 찾았다는 가정하에, 결과가 어찌 되었을 것 같소?”
“흠… 아무래도 양패구상의 양상이지 않았겠소?”
강우의 대답에 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인은 이미 중상을 입은 몸이라 했소. 제임연과 그녀가 만났다면 필시 큰 전투가 벌어졌을 터, 둘 중 누가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부상을 입었을 것이오. 아마, 승리한 쪽은 어디선가 몸을 숨기고 회복에 열중하고 있지 않겠소?”
이때 듣고 있던 이면이 나섰다.
“그럼 두 사람은 내버려 두고 곧장 엽현을 치는 것입니까?”
이에 막도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그들이 빠르게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우리 도계에 크나큰 위협이 될 것이오. 반면, 엽현이 비록 도경을 지니고 있고 실력도 만만치 않다지만, 아직 우리를 위협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소. 우리로서는 더 큰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소?”
이에 이면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막도의 말대로 엽현은 아직 도계에 위협을 줄 만한 실력은 아니다.
반면, 소복의 여인과 제임연은 모두 둔일경, 게다가 둘 중 한 명은 도경의 비밀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향후 더 큰 위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이때 교종이 강우에게 말했다.
“병력을 둘로 나눕시다. 강 각주는 나와 함께 그 여인과 제임연을 찾고, 나머지 강자들은 엽현을 치는 걸로!”
“하지만 엽현 그놈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 않소!”
“하하, 두 명으로 안 된다면 수를 더 늘리면 될 것이오. 신정에서 둔일경 셋을 보낼 테니, 선각에서도 세 사람을 보내 주시오. 여기에다 만약을 대비해 신물을 대동하게 한다면 부족하지 않을 것이오.”
둔일경 강자 여섯!
확실히 이 정도 규모라면 상대가 엽현이라 할지라도 무시하고도 남으리라!
이때 이면이 불안한 눈초리를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엽현은 여전히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닙니다.”
이면의 말에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비록 진법의 힘을 빌린 것이기는 하나, 놈의 검은 우리 두 사람에게 동시에 중상을 입힐 정도로 강했습니다. 만약 단숨에 목숨을 끊어내지 못하면 놈은 더욱 경계를 강화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놈에게는 도경이 있으니 후일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둔일경 여섯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교종의 말에 이면이 고개를 저었다.
“제 말은 교주와 강 각주께서 직접 내려가신다면 확실히 후환을 없앨 수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이에 교종이 고개를 저었다.
“네가 뭘 염려하는지는 알고 있다. 다만 만에 하나 도경이 엽현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여인에게 있었다면 어찌하겠느냐?”
이 말에 이면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들의 마음속에선 도경이 누구 손에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했던 것이다.
특히나 도경에 눈이 멀어 있는 둔일경 강자라면 어느 쪽도 등한시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교종은 둔일경 강자 여섯이라면 오유계를 모두 쓸어버리고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알다시피, 오유계에는 둔일경 강자가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이때, 강우가 말했다.
“비록 오유계의 실력이 형편없다고는 하나, 육유계가 돕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파견하실 둔일경 강자들에게 신정의 신명척(神明尺)과 선각의 선조동(仙道鍾)을 가져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제아무리 육유계라 할지라도 함부로 개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교종은 잠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여섯 명의 둔일경 강자들과 두 개의 신물이라면 엽현은 고사하고 교종과 선각 각주라도 당해내지 못한다.
물론 두 사람은 둔일경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기는 하나, 혼자서 둔일경 둘 이상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었다.
현재 엽현의 실력은 고작 파허경.
설령 진법의 도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둔일경 여섯과 신물 두 개를 당해지는 못하리라!
교종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면은 더이상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여전히 불안하긴 했지만, 이 정도 진용이라면 도계의 거대 세력을 상대로도 압도 할 만한 전력이었던 것이다.
이때 뭔가 떠오른 교종이 선각 각주, 강우를 보며 물었다.
“혹시 도촌(道村) 쪽에 특별한 징후는 없었소?”
도촌!
이는 도계의 또 다른 신비 세력이었다.
질문을 받은 강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는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소.”
이 대답에 교종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도경이 출현했는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방심할 순 없는 일이다. 언제 불쑥 나타나 어부지리를 취할지 모르니 말이다.
“교종, 우선 엽현부터 해결합시다. 만약 도경이 놈의 손에 있다면 좋은 일이고, 없어도 후환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니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소이까!”
강우의 말에 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당시 엽가에서 벌어진 참사에 가담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엽현은 그곳에서 도망친 엽청지와 관련이 있는 인물.
그러니 도경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들은 반드시 엽현을 죽여야만 했다.
“지체해서 좋을 건 없소. 지금 당장 무인들을 파견합시다.”
“좋소!”
얼마 후, 여섯 명의 둔일경 강자들이 도계를 떠나 오유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