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05
1205화 이간질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장문수의 이 한 마디에 엽현은 가슴이 훈훈해지는 걸 느꼈다.
사실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 않았다. 다만, 수차례 위기를 이겨 낸 후 그들의 우정은 바위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긴말은 필요 없다.
생사를 함께 한다!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한 것이다.
곧, 엽현과 장문수는 만유서원을 떠나 깊은 성공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막 성공 중에 발을 디딘 순간, 두 개의 익숙한 얼굴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안란수와 소칠이었다.
안란수는 장문수를 흘낏 한 번 쳐다보고는 말없이 엽현을 응시했다.
순간 엽현은 둔일경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강력한 압박을 느꼈다.
이때 엽현과 눈이 마주친 소칠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이때, 소음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먼 성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리는 소음.
이내 그녀의 시선은 엽현에게로 향했다.
“어찌할 생각이오?”
“음… 일단 대화부터 해 봐야 하지 않겠소?”
“…….”
“하하하!”
가벼운 웃음과 함께 엽현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성공 가운데로 솟구쳤다.
곧 엽현과 네 명의 여인은 오유계 외곽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그들은 조금 전 보았던 강대한 기운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는 여섯 명의 무인들.
가장 앞에 있는 것은 엽현과도 안면이 있는 이면과 막도였다. 이들이 나머지 넷을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엽현이 아직 파허경인 것을 확인한 이면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엽현 곁에 서 있는 안란수 등을 발견하자, 이면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비록 그녀들의 경지가 한참 낮기는 하지만, 한눈에 보통 재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었다.
보기 드문 천재들!
오유계에도 이 정도 재능이 존재한단 말인가!
곧 정신을 차린 이면이 엽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엽 공자, 우리가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계의 사람들이겠지. 혹시 도경을 노리고 온 것이오?”
“하하하, 듣던 대로 시원시원하시구려! 바로 맞췄소!”
이면이 순순히 인정하자 엽현이 진지한 얼굴로 대꾸했다.
“오긴 잘 왔는데… 좀 늦었구려.”
“음? 그게 무슨 소리요? 늦다니?”
다소 놀란 듯 눈썹을 치켜세우는 이면.
이에 엽현이 다시 한번 정색하며 말했다.
“도경은 이미 고사에게 빼앗겼단 말이오!”
도경을 빼앗겼다!?
순간 엽현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한편, 어느 구름 위.
승복을 입은 여인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저, 저, 파렴치한 자식… 이런 식으로 유언비어를…….”
다시 성공 깊은 곳, 이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방금 그 말… 분명히 사실이오?”
“그렇소!”
엽현의 대답에 이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믿을 수 없소. 분명 거짓말이 틀림없소!”
엽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며칠 전이었소. 고사에서 보낸 세 명의 둔일경 강자가 오유계로 넘어왔소. 그들은 내 친구인 천도를 인질 삼아 도경을 내놓으라고 협박했소. 만약 그러지 않으면 그녀를 죽여 버리겠노라고… 나는 그 강요에 못 이겨 도경을 넘겨주고 말았소!”
이면이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고작 천도 하나와 도경을 바꾼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이걸 우리더러 믿으라고?”
“나는 사실대로 말했소. 믿고 말고는 그대들의 몫. 정 사실이 알고 싶다면 직접 고사를 찾아 가 보시오!”
“…….”
“한 가지 더! 나는 검수요. 검수가 거짓말을 하게 되면 심경이 깨진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겠지?”
이면은 침묵에 잠겼다.
엽현의 말대로 그가 아는 거의 모든 검수들은 하나같이 오만하고 괴팍하여 거짓말을 하느니 차라리 검을 휘두르는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도경이 고사에게 넘어간 걸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겨우 천도 하나의 목숨을 위해 우주 전체보다 가치가 있는 도경을 내어준다는 것이 쉽사리 납득 되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정 못 믿겠다면,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소!”
“…….”
“정말이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소! 게다가 오유계 최고의 검수인 내가 정말로 거짓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소? 그건 나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요!”
이면은 말없이 엽현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엽현의 말이 사실인지 가늠해보려는 것이었다.
엽현의 말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엽현은 주제를 아는 사람이오. 실력도 없으면서 고집 피우다가 죽는 것보다야, 지키지 못할 건 내어주고 오래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소. 잘 생각해 보시오. 지금 우리가 피를 흘리며 싸운다면 고사만 좋은 일 시켜 주는 꼴이 아니겠소?”
“…….”
이때 침묵하는 이면에게 막도가 속삭였다.
“저놈의 말은 확실히 전부 믿을 순 없소. 다만…”
“다만?”
“정보에 의하면 고사가 오유계로 이미 사람을 보낸 것만은 확실하오.”
“그렇다면 도경이 고사에게 정말로 넘어간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오?”
막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소. 하지만 저 엽현도 호락호락 해 보이지 않는 것이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될 것이오.”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오유계와 싸울 필요가 없는 것 아니오?”
막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것이오.”
“흠…….”
이면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엽현을 친다?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둔일경 강자라면 확실히 하나의 우주를 뒤집어엎는 것도 가능했다.
다만 지난번 엽현과 진법에게 크게 혼쭐이 난 덕에 다소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오유계는 결코 뜨내기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침묵이 흐르던 바로 이때, 장내에 갑자기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승복에 머리를 바짝 밀고, 한 손에는 염주를 쥐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어느 사찰의 승려였다.
이 노인을 발견한 순간, 이면 등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물들었다.
고사!
도계의 무인들에게도 육유계의 고사는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신비한 집단인 것이다!
이때 주위를 한 바퀴 둘러 본 노승이 엽현을 향해 가볍게 합장하며 말했다.
“엽 시주, 어찌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오? 우리 고사는 그런 물건을 받아 간 적이 없소.”
이에 엽현이 돌연 노발대발하며 노승에게 소리쳤다.
“누가 땡중 아니랄까 봐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는구나! 너희 고사가 둔일경 여섯을 보내 천도를 인질로 삼고, 도경을 토해내지 않으면 그녀와 오유계를 없애버리겠다는 말을 한 게 바로 엊그제였는데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민단 말이냐! 머리털만 없는 게 아니라 양심도 없구나!”
이 말을 듣자 노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리털은 없는 게 아니라… 아니, 고사는 결코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한 적이 없소!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엽현이 표정을 더욱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후안무치한 땡중놈들! 남의 물건을 훔쳐 간 것도 모자라 발뺌까지 하다니! 아? 이제 보니 우리 오유계를 제물 삼아 뒤에서 어부지리를 취할 셈이었구나! 이런 영악한 놈들!”
이 말에 이면 등이 일제히 노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노승이 고개를 저으며 변론했다.
“우리가 만유서옥을 되찾으려 한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그 간 출수하지 못했소. 괜히 이런 식으로 중상모략하려 하지 마시오!”
“중상모략? 흥! 어디 들어나 보자. 출수하지 못한 이유라는 게 도대체 뭐지?”
이 질문에 노승이 엽현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대꾸했다.
“첫째는 그대 배후의 여인 때문이고, 두 번째는 천도의 실력이 간단치 않아서요! 방금 우리가 천도를 인질로 잡았다고 했는데…”
노승이 돌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우리 고사는 그녀를 잡아 둘 능력이 없소이다!”
오유계의 천도!
고사에게도 천도는 매우 꺼림칙한 상대였다.
진짜 실력은 고사하고 그 정체조차 알아내지 못하지 않았던가!
바로 이때, 듣고만 있던 이면이 노승을 향해 말했다.
“무슨 농담하는 것이오? 천도 따위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러는 것이오?”
이에 이면을 향해 시선을 돌린 노승.
“그대… 혹시 그녀와 아직 마주쳐 본 적이 없는 거요?”
“하하, 그렇소! 하지만 한낱 천도 따위, 우리는 전혀 두렵지 않소!”
“아… 도계의 무인들이 이다지도 무지할 줄은 몰랐구려.”
“…….”
순간 이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지금 우리 도계를 멸시하는 것이오?”
노승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은 아니었소. 다만 느낀 대로 말한 것뿐이오.”
오유계 천도!
그 누구도 진짜 실력을 알지 못하는 여인.
그런 여인을 두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이는 비웃음을 받아도 충분할 만큼 어리석은 일이었다.
이때 이면이 노승을 향해 말했다.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서옥이 그대에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어째서 말이오?”
노승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이면이 웃으며 대답했다.
“첫째, 나는 검수가 거짓말을 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소. 특히나 저 정도 경지의 검수가 심경이 깨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소. 둘째, 그대들이 고작 천도 하나 때문에 출수하지 못했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소. 그대들 정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천도를 인질로 삼고도 남았을 것이오!”
“…….”
잠시 이면을 바라보던 노승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도계의 교종대인은 현인이라 하던데… 어째 그 밑에 있는 자들은 이렇게도 멍청하단 말인가! 도저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로구나!”
“…….”
죽일 듯한 기세로 노승을 노려보는 이면.
이 순간, 이면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노승이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불쌍한 중생이로구나. 아미타불(阿彌陀佛).”
말을 마침과 동시에 노승이 한 손을 정면으로 내밀었다. 이 순간, 거대한 황금색 손바닥 하나가 성공을 뚫고서 뚝 떨어졌다.
쾅-!
성역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이때,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미친 듯이 튕겨 나갔다.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이면!
이 모습을 본 순간, 장내 무인들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특히 엽현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같은 둔일인데도 이렇게나 차이가 크단 말인가!
대머리는 절대 무시하지 말라는 옛말이 틀림이 없구나!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구층 존재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조심해라, 적어도 둔일 상경(上境)의 고수다.]둔일 상경!
엽현은 노승을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쪽에서 피를 흘리며 노승을 바라보는 이면.
그의 눈빛에는 불신의 기색이 역력하다.
“둔일 상경이라니… 믿을 수 없군!”
이에 노승이 합장하며 대꾸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옥은 우리 고사에게 있지 않소.”
노승이 이번에는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엽현 시주, 우리 고사는 하지 않은 일로 핍박을 받을 이유가 없소. 그대가 나서 우리의 결백을 밝혀 주시오.”
“…그대가 그러라면 그래야겠지. 하란 대로 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해결하려 할 테니까.”
엽현의 말에 노승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도대체 무슨 괴변…”
이때 이면이 다시 끼어들었다.
“대사(大師), 그대가 서옥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에 대한 증거라도 있소?”
노승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럼 우리에게 있다는 증거는 있소? 그대들은 엽 시주의 말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오.”
이면이 엽현을 쳐다보자 엽현이 노승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가 천도를 잡아가지 않았느냐! 그것이 증거가 아니라면 무엇이냐!”
“그렇다면 우리에게 천도가 있다는 증거는?”
“흥! 그야 고사에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
엽현이 이면을 향해 돌아섰다.
“정말로 진실을 알고 싶다면 직접 고사를 조사해 보면 될 일이오. 그렇지 않소?”
이면이 노승을 쳐다보자 노승이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요. 우리 고사는 단 한 번도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한 적이 없소!”
“그 정도 요구는 들어 줄 수 있는 것 아니오? 전통을 지키려고 전쟁을 치를 셈이오?”
이면이 다그치듯 말하자 노승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구려. 그대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승이 이면을 향해 일장을 뻗었다.
이를 보자 이면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전원 출수!”
순간, 육인의 도계 강자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