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09
1209화 다 덤벼!
제족 상공.
주변을 계속해서 주시하는 제임천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분명 위험한 기운이 감지되는데 상대의 모습은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제임천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때, 주변에서 감지되던 위험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없어졌다!
“음… 이 정도 강자가 존재할 줄이야.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천천히 눈을 감으며 고민에 빠진 제임천.
이때 제명이 말을 걸어왔다.
“조사, 이제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이에 제임천이 오히려 되물었다.
“혹시 최근에 누구에게 죄를 지은 적이 있더냐?”
“음… 굳이 언급하자면 엽현이란 아이나 소복을 입은 검수가 될 것입니다.”
“엽현? 소복의 검수?”
제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에 의하면 도경은 이 두 사람 중 한 명의 손에 있다고 합니다. 족장은 이 소복의 여인을 찾으러 간 직후 실종되었습니다.”
이에 제임천이 손을 꼽으며 무언가를 계산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족장이 죽었다!?
순간 놀란 표정을 짓는 제명.
하지만 그는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왜냐하면, 제임연의 성격상 설령 도경을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감감무소식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 발아래 제족을 응시하던 제임천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족은 이미 좋지 못한 인과에 연루되었다. 그 인과는 아마도 그 여인이나 엽현이란 아이와 관련된 것이 분명하다.”
제임천이 제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도경이 출현했으니 세상은 다시 어지러워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제족이 생존하고자 한다면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럼 저희는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흠… 너는 지금 가서 그 소복의 여인과 엽현이란 아이가 믿을 만한지 조사 해 보거라.”
이 말에 제명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들과 손을 잡으란 말씀이십니까?”
제임천이 고개를 들어 성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사실 우리 인간들은 한낱 개미에 불과해서 하늘의 뜻을 따르지 않고는 명을 이어 나갈 수 없다. 도경이 그들 손에 넘어간 것은 분명 하늘이 뭔가 뜻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사, 하지만…….”
“잔말 말고 우선은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
표정이 어두워진 제명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사께서는 도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경?”
이 질문에 제임천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살아있었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육신이 썩어 없어진 내가 무슨 생각이 있겠느냐?”
이때 제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조사께서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하게 되신 것입니까?”
“후후, 세상은 넓고 강자는 끝이 없는 법이지.”
성공 깊은 곳을 응시하던 제임천이 다시 제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의 나는 세상의 일에 깊게 관여할 수가 없다. 제족의 명운은 너희 후손들의 손에 달렸다는 걸 잊지 말거라.”
이 말을 끝으로 제임천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때 제명의 손안으로 한 줌의 혼백이 들어왔다.
바로 제임천의 영혼이었다.
제임천은 출수하지 않고 돌아갔으니, 그의 혼백도 소모되지 않았다.
즉, 제족은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은 셈.
바로 이때, 제명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정신없이 전개되는 이 상황에서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를 떠올린 것이다!
소복의 여인이 마도가를 치러 갔을 때, 마도가의 선조는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분명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마도가의 가주와 여섯 둔일경 강자의 죽음.
즉, 마도가의 조사조차 그 여인을 막지 못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두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긴 제명. 얼마 후, 그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아노(阿老)!”
음성이 떨어지자 노인 한 명이 제명의 곁에 나타났다.
“그대는 지금 당장 하계로 내려가서 엽현이란 자를 면밀히 살펴보고 오시오. 이 일은 우리 제족의 명운이 달린 일이니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할 것이오!”
아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행하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아노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노가 떠난 후, 제명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족을 구렁텅이로 빠뜨리려 했던 자는 분명 엽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 * *
한편, 제족에서 쫓겨나듯 떠나온 교종 일행.
교종과 강우의 표정은 심히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은 확실히 이번 기회에 제족을 멸망시킬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도계의 오대 세력 중 자신들과 도촌만이 남게 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도촌은 속세의 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으니, 만약 자신들이 제족과 마도가를 병합할 수 있다면 도계는 사실상 이강체제로 굳혀진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제명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탓에 이러한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만약 무리를 해서 출수를 하려 했다면 양패구상의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는 결코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도계 최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경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도경이 우선이다!
침울하게 있던 강우가 문득 입을 열었다.
“정말로 누군가 제족을 모함한 것 같소?”
“흠… 가능성은 충분히 있소. 제명의 말처럼 제임연이 도경을 얻었더라면 이렇게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었을 것이오. 최대한 숨어서 도경을 익힌 다음에야 복귀를 하는 것이 정상이지 않겠소? 내가 볼 땐, 누군가 우리와 제족이 갈등을 빚는 사이에 어부지리를 취하려 했던 것 같소.”
“그럼 혹시 도촌이?”
도촌!
강우가 툭 던진 한마디에 교종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도계를 통틀어서 둔일경 강자의 눈을 속일 실력이 있는 곳은 자신들을 포함해 도촌뿐이니까!
교종이 심각한 표정으로 강우를 돌아보았다.
“어쩌면 도촌일 가능성도 있는 것 같소. 하지만 아직 확정 짓기엔 이르오.”
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다만 그의 안색은 크게 나빠져 있었다. 만약 정말로 도촌이 개입한 것이라면 일이 복잡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그들과 함께 있던 둔일경의 노인 하나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두 분, 한 가지 기억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음?”
강우와 교종이 동시에 돌아보자 노인이 말했다.
“현재 도계의 영기가 매우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수십 년도 채 지나지 않아 고갈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지금 급한 일은 최근 모습을 감춘 도령(道靈) 찾는 일입니다. 도계의 영기가 사라지는 원인은 분명 도령과 관련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 말에 교종과 강우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영기 고갈!
물론 영기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진 않으니 당분간은 큰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도계 전체의 실력이 급감할 것이다.
무인이 무공을 수련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당연히 영기인 것이다!
영기가 부족하면 자연스레 수련에 영향을 끼치고, 지금 한창 성장해야 할 젊은 세대들의 실력은 형편없게 되고 말리라!
“도령이 왜 사라진 것인가?”
강우의 물음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알 수 없으나, 도경이 출현한 그때부터 누군가 도계를 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분께서는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하겠다. 그건 그렇고…”
교종의 시선이 문득 아래쪽으로 향했다.
“오유계의 일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모르겠군. 만약 도경이 정말로 엽현 손에 있다면……”
도경!
두 사람 곁에 선 노인은 남몰래 낮게 한숨을 뱉었다.
교종과 강우의 마음속엔 도계의 안위보다는 온통 도경뿐이란 걸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경이 도계 모든 무인들의 유일한 희망이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인이 느끼기에 현재 도계는 이미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거대 세력들은 기회를 틈타 서로를 공격하기 바빴으며, 여기에 도령까지 사라졌으니, 도계 전체의 질서가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도계의 무인들은 자신들이 탄 배가 침몰하든 말든 오직 한 가지 물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도경!
노인은 작금의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저 뒤돌아 한숨을 쉬는 것 외에는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 *
오유계.
이면 등은 여전히 오유계 천도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리고 이날, 이면을 포함한 여섯 명의 둔일경 강자가 허무계 상공에 나타났다.
이들이 아래쪽을 주시하는 이때, 무성 성문을 통해 젊은 남자 하나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엽현은 안란수 등을 동반한 상태였다.
허공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엽현이 이면 등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
“또 뭘 염탐하러 왔소?”
“엽 공자, 긴말하지 않겠소. 지금 당장 도경을 내놓는다면 우리도 순순히 물러날 용의가 있소!”
“참내, 그건 고사한테 있대도 그러네.”
엽현이 시치미를 떼자 이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엽 공자,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그대의 낯가죽은 실로 노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두껍구려.”
“…….”
바로 이때, 반대쪽 하늘에 승복을 입은 노인 하나가 나타났다.
다름 아닌 전에 보았던 고사의 노승이었다.
노승의 뒤를 이어 검은 승복을 입은 세 명의 승려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세 명의 승려들이 엽현 등을 향해 합장을 하니, 장내에 마치 거대한 물결이 이는 것처럼 강렬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기운을 느낀 순간, 엽현 뿐 아니라 도계 쪽 무인들의 표정도 일순 딱딱하게 굳었다.
세 승려의 기운은 얼핏 봐도 둔일경 상경!
고사의 실력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이때, 노승이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엽 시주, 만유서옥 안에 우리 고사의 불경 한 권이 있소. 우리의 물건이니 부디 돌려주길 바라오.”
이에 정색하며 대꾸하는 엽현.
“서옥은 이미 그대들이 뺏어가지 않았소이까!”
“엽 시주, 제발 부탁이니 우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일은 그만두시오! 차라리 주먹으로 해결을 볼지언정, 자꾸 우리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소!”
“…….”
이에 이면 역시 합세하여 엽현에게 소리쳤다.
“엽 공자, 솔직히 말해 오유계는 이미 승산이 없소. 지금이라도 순순히 도경을 내놓는 것이 목숨을 부지할 유일한 길이란 걸 알아 두시오!”
“이면 시주 말이 맞소! 엽 시주가 순순히 물건만 돌려준다면 우리 고사는 다시는 이곳에 발도 들이지 않을 것이오!”
솔직히 말해 노승은 엽현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
엽현의 몸에 붙어있는 인과가 너무나 큰 까닭이었다. 하지만 서옥 안의 물건은 고사에게 매우 중요한 물건이니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서옥 안에 있는 두 개의 물건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받아 내야 하는 것이었다.
이때 이면이 침묵하는 엽현에게 다시 소리쳤다.
“엽 공자,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만약 더 이상 반항한다면 그대는 물론이거니와 그대와 관련된 인물들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오. 그대의 그릇된 판단으로 오유계 전체가 몰락할 수도 있으니 현명하게 결정하기 바라오!”
이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결정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놨소.”
“어떻게 말이오?”
이면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엽현이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간단하오. 그대들은 내 물건을 빼앗으러 온 강도들에 불과하오. 그런 주제에 온갖 미사여구는 다 갖다 붙이면서 성인군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이지?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차라리 똥통에 던져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서옥은 절대 넘겨줄 수 없소!”
말을 마친 엽현이 천주검을 꺼내더니, 이면 등을 향해 겨냥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소. 입씨름하기도 지겨우니 덤빌 테면 덤비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