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17
1217화 기회는 잡아야 한다
강우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교종을 더욱 재촉하기 시작했다.
“설령 제임연이 도경의 단서를 얻었다 하더라도 둔일을 돌파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도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큰 엽현을 쳐서 도경을 얻는다면, 우리가 제임연보다 더 빨리 다음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오.”
이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더했다.
“각주의 말씀대로 엽현을 제거하면 도경도 얻고 화근도 제거하는 것이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령 도경이 제임연에게 있다 해도 아직 부상을 돌보느라 익힐 시간도 없을 것입니다.”
이때, 한쪽에 있던 막도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혹시… 그 소복의 여인이 살아있으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소복의 여인?!
순간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이들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천녀가 아니라 제임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섯 둔일경 강자를 살해한 이후에 그녀 역시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둔일경 여섯을 베어버린 여인이 일곱을 해치우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현재로서는 누가 생존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이때 강우가 발언했다.
“그럼 그 여인이 살아남았다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우리가 엽현을 친다면 그의 배후인 그 여인 또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사냥할 수 있소. 그렇지 않소?”
강우가 교종을 쳐다보자, 교종이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강 각주의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전 병력을 동원해 엽현을 치는 걸로 합시다! 그대들은 오유계로 갈 둔일경 강자들을 소집하도록 하시오. 나는 먼저 육유계로 가서 고사와 접촉해 봐야겠소.”
“좋은 생각이오!”
강우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교종 역시 시간 끌지 않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제 장내에 남은 것은 이면과 막도.
“이번에야말로 엽현은 죽은 목숨이겠군.”
이면의 말에 막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종과 각주께서 직접 나서는 것이니 제아무리 엽현이라 해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오.”
현 상황에서 도계의 의도는 명확했다.
그것은 바로 도계의 모든 둔일경 강자, 그리고 고사와 연합해 엽현을 끝장내 버리는 것이다.
* * *
오유계.
무성으로 돌아온 엽현은 곧장 폐관에 들어갔다.
지난 전투에서 얻은 수확이 적지 않은 관계로 갈무리할 필요가 있던 것이다.
특히 둔일 상경에 해당하는 노승과의 혈투는 기연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여기서 얻은 것을 잘만 다듬는다면 다음 경지로 넘어가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엽현이 폐관에 들어간 시각.
소음은 검종을 방문 중이었다.
이때의 검종은 그 수가 백스물여섯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가장 경지가 낮은 자가 무려 귀원파계경에 달했다.
반보 둔일경은 총 여덟!
비록 많다고는 볼 수 없지만, 검수의 전투력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둔일경 강자와 맞설 수 있으리라 여겨졌다.
사실 지난번 전투에서 확인했듯, 둔일 하경 무인들의 전투력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도계의 둔일경 강자들이 오유계 무인들을 상대로 꼼짝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종의 검수들의 자질은 도계 무인들과 싸웠던 오유계 강자들보다 더욱 뛰어난 자들이었다.
검종의 육이를 만난 소음은 그녀와 함께 대전을 빠져나와 작은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음번에 오는 자들은 더욱 강력하고 많을 것이다.”
육이의 말에 소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 것이오.”
“우리는 언제 출전할 수 있지?”
육이가 소음을 쳐다보며 묻자 소음이 진중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육유계와 도계는 아직 검종에 대해 모르고 있소. 그대들은 비장의 무기로써 끝까지 남아있다가 결정적인 때가 오면 출수하게 될 것이오. 그대들이 모습을 보이는 그 날이, 바로 승부를 결정짓는 날이 될 것이오.”
“비장의 무기라… 마음에 드는군.”
“그건 그렇고 혹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검종이 원한다면 가능한 지원 하도록 할 테니까.”
소음의 질문에 육이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아주라는 여인을 검종으로 영입하고 싶다.”
아주!
“본인이 원한다면 상관은 없소. 일단 그녀의 의견을 들어보겠소.”
현재 오유계의 검수들 중 그 조예가 가장 뛰어난 자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아주를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검종에 합류해 다른 검수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면 검종의 실력은 한 층 막강해질 수 있었다.
육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상황은 어떤가? 보아하니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끌려다니는 모양인데.”
소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짐작대로 이쪽은 피동적인 상황이오.”
“적들에 대해 알아낼 좋은 방법은 없는 건가?”
소음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과 같은 땅에 살고 있는 연합전 조차 고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소. 우리 측 인물을 도계까지 보내는 것 또한 녹록지 않은 상황… 아니지!”
눈빛이 교차한 순간, 두 여인이 동시에 외쳤다.
“소도!”
“소도!”
소음은 지체하지 않고 오솔길을 따라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계의 정보를 알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소도와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다.
소음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육이는 걷던 방향을 따라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녀는 커다란 조각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검종 조사, 청삼남의 조각상이었다.
“금방 온다고 하고 떠난 지가 벌써 몇 년인데 코빼기도 비추지 않다니… 걷다가 똥이나 밟아라!”
청삼남의 얼굴을 바라보던 육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 * *
도계, 마도가.
마도가의 어느 어두운 방. 소도가 뭔가 휘갈겨 적은 종이를 돌돌 말더니 대기하고 있던 마종에게 건넸다.
“오유계에 한 번 다녀와야겠소. 이걸 엽현에게 전해 주시오.”
“이건…?”
서신을 건네받은 마종이 의아한 듯 물었다.
“도계에 대한 정보를 적어 보았소. 그들은 이쪽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분명 곤란해하고 있을 것이오. 도계의 밑천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면 대처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오.”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마종이 떠나고 홀로 남은 소도.
턱을 괴고 뭔가를 생각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쉽게 죽지 마. 죽어버리면 은혜를 갚을 수 없으니까.”
* * *
제족.
현재 제족은 제명이 새 족장이 되어 이끌고 있었다. 정황상 제임연은 이미 죽었다고 여겨지는 것이 부족 내의 분위기였다.
집무실 안.
제명의 앞에는 제족의 둔일경 강자가 자리하고 있다.
제렴(帝廉).
오유계 정탐을 위해 제명이 미리 파견한 무인이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가던 중, 마침내 제명이 입을 열었다.
“오유계가 승리했다니…….”
다소 당황한 듯한 제명의 표정. 그의 눈빛 또한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계에서 보낸 여섯 명의 둔일경 강자, 여기에 고사의 무인들까지 포함된 연합군이 패배했다? 이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엽현이 두 명의 둔일 상경의 강자들을 순식간에 제거했다니.
비록 외물의 도움 받았다 해도 이 소식은 충격 그 자체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오유계가 이 정도 저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때 잠자코 있던 제렴이 말을 꺼냈다.
“노부가 지켜본바, 엽현 뿐 아니라, 오유계 전체의 실력도 우리 생각보다 약하지 않았습니다. 고사의 실력 또한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사!
제명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사는 한 번에 둔일 상경 강자 셋을 내보낼 수 있는 집단이다. 이 정도라면 고사의 실력은 결코 도계의 아래가 아닐 확률이 높다.
“육유계의 동태는 어떻소?”
“분명 엽현과 협력하는 사이인 것 같기는 하나, 도계와 고사가 연합하여 쳐들어갔을 땐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렴의 말에 제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어쨌든 엽현과 손을 잡은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로군. 보아하니, 육유계의 연합전은 엽현에게서 뭔가를 발견한 것 같소. 도계와 적이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엽현과 관계를 유지하는 걸 보면 말이오.”
“바로 보셨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전력만 놓고 봤을 때, 오유계에게 유리한 점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엽현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분명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흠….”
제명이 뭔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이를 알아챈 제렴이 서둘러 말했다.
“족장, 혹시 엽현과 뭔가 해볼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교종과 선각, 그리고 고사는 계속해서 엽현을 노릴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하는 것은 부족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입니다.”
이에 제명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반대로 생각하오. 내 생각에… 우리는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만 하오!”
“기…회?”
제렴이 눈썹을 치켜세우자, 제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시오. 만에 하나 교종과 강우가 도경을 얻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소? 우리 제족은 그들의 발아래 엎드려 노예 신세가 되고 말 것이오!”
순간 제렴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신정과 선각이 아직까지 제족을 내버려 두는 이유는 간단했다. 제족을 친다면 자신들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비록 제족 최강자인 제임연이 없다고는 하지만, 제족은 여전히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만한 힘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교종과 강우가 도경을 얻고, 둔일 상경 이상의 경지로 올라선다면?
제족은 물론 도계의 나머지 세력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뜻은 알겠으나,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큽니다!”
“물론이오. 제족 전체의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일이 될 것이오.”
만약 자신들이 엽현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그 날로 제족은 멸족을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나, 신정과 선각을 제외하고도 많은 세력들이 도경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결과야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위험하긴 하지만, 간접적으로 조금씩 돕는 것은 가능하리라 생각하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수련자원이나 신물을 보내는 것 같은 일 말이오.”
“족장, 하지만…”
“긴 말 할 것 없소. 지금 당장 보고를 열어 쓸 만한 물건을 챙겨서 오유계로 보내도록 하시오. 단, 이 일을 하는 자는 제족이 아니어야만 하오.”
“족장,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까?”
제렴이 긴장된 표정으로 묻자 제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엽현과 관계를 맺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오. 혹시라도 엽현이 패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신물 몇 가지 손해 보는 것 말고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말이오.”
“하지만 그건 발각되지 않았을 때의 일…”
이때 제명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끊었다.
“우리가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정과 선각은 결국 우리를 치게 돼 있소. 그들 눈에 우리 제족과 마도가는 모두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이에 불과하니까 말이오. 게다가 도계의 나머지 군소방파들이 그들에게 벌써부터 찰싹 달라붙어 있는 이때, 우리 편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다는 걸 잊지 마시오!”
“…명심하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제렴은 곧장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제렴은 제족의 몇몇 재물과 수련자원을 들고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