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37
1237화 이렇게 사라진다고?
엽현은 다시 교종을 보며 소리쳤다.
“교종! 제법 고단수인 척 머리를 썼구나! 깜빡했으면 나조차 속아 넘어갈 뻔했다!”
“…….”
말없이 죽일 듯 엽현을 바라보는 교종. 그의 눈빛에 점점 살기가 더해진다.
한편, 강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교종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강 각주! 놈의 배후가 누구인지 추궁해야 하오! 그래야만 서옥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소!”
엽현의 말을 들은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종! 누구냐? 서옥은 지금 누구에게 있지?”
“강우, 정말로 저 녀석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가?”
“흥, 널 믿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하는데?”
“멍청이… 너희 모두 어쩔 수 없는 멍청이들이로구나!”
교종의 말에 강우의 눈빛이 가늘게 변했다.
“교종,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의 기회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 잘 생각하고 말해라.”
교종이 막 무어라 말하려는 찰나, 엽현이 소리쳤다.
“우선 놈을 가둬 놓고 생각 합시다! 고문을 가하다 보면 분명 서옥의 위치를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
“…그대는 교종에게 서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강우가 엽현을 바라보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역할 분담이 있었을 것이오. 교종이 그대들의 시선을 돌리는 동안, 배후의 조력자가 서옥을 가져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오. 어쩌면… 서옥을 가져간 자는 이미 도경을 펼쳐놓고 수련 중일지도 모르오. 바로 그대들이 교종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엽현이 말을 마치자 강우 등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듣다보니 엽현의 말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강우가 교종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어서 말해! 도대체 어디에 팔아먹은 것이냐!”
“…….”
교종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한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서옥과 함께 사라진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고, 이로 인해 이미 범인 혹은 공범으로 낙인찍힌 상태.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완벽에 가까운 계략이었다.
이때 교종이 엽현을 향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엽현, 대단하구나. 네가 나를 상대로 음모를 꾸민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었으니까. 하지만…”
말을 하던 교종이 강우 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희는 정말이지 구제할 수 없는 머저리들이 틀림없다!”
“누가 머저리인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출수!”
강우가 소리치자, 도계의 둔일경 강제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이를 본 교종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강우! 내 배후에 있는 자가 누군지 아느냐? 아마 들으면 놀라서 뒤로 자빠질 게다! 하하하!”
이 말을 듣자 강우가 무인들을 멈춰 세웠다.
“배후? 그게 누군지 말 해 준다면 정상을 참작해줄 용의가 있다.”
교종을 응시하던 엽현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죽음을 앞두고 정신이 나가버린 걸까?
물론 엽현은 흉수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막념 외에 이런 음계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으리라.
이때 교종이 강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도계 오대세력 중 둘은 무너졌고, 남은 것은 너와 나를 포함해 셋뿐이다. 이래도 감이 오지 않느냐?”
순간 강우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설마… 도촌이?”
“하하하! 그래도 아직은 머리가 쓸 만 하구나! 바로 맞췄다! 이미 나는 도촌과 손을 잡은 상태다!”
“이해할 수 없군. 왜 우리를 놔두고 굳이 도촌과 함께 하기로 한 거지? 숫자상으로는 우리 쪽이 더 우세할 텐데?”
이에 교종이 고개를 저었다.
“머릿수만 많으면 뭐하나. 하나같이 돌대가리들만 모여 있는데. 너희 머리로는 절대 도경을 차지할 수 없을 거다! 하하하하!”
“흥! 화를 자초하는군! 더 살기 싫은 것 같은데, 원대로 해 주지! 살(殺)!”
“얼마든지 덤벼라, 이 멍청한 돼지 녀석들아!”
말을 마친 교종은 갑자기 양손을 자신의 복부로 가져갔다.
이 모습을 본 순간, 강우 등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고사의 승려들 역시 무언가 낌새를 눈치채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때, 고사의 주지는 엽현의 뒷덜미를 움켜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뒤이어 강우 등 도계 강자들이 미친 듯이 신형을 날렸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자폭!
누가 예상했겠는가! 천하의 교종이 자폭을 선택하리라는 것을!
콰콰쾅-!
순간 경천동지할 폭음이 성역 전체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강대한 기운이 회오리처럼 휘몰아치더니, 순식간에 반경 수만 리의 공간을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한 편의 어둠이 된 천지!
둔일 상경 강자의 자폭, 이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한편, 황급히 물러나던 도계 측 무인들 중, 가장 나중에 움직인 무인 넷은 폭발에 휘말려 폭사하고 말았다. 나머지 수십 명 또한 죽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중상을 입었으며, 강우 또한 창백해진 얼굴로 입으로 피를 토해냈다.
한편, 미리 멀찌감치 대피한 엽현은 머리 위로 생겨 난 거대한 흑동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약 주지가 조금만 늦게 움직였더라면 자신 또한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고사의 주지 또한 예상치 못한 교종의 지독한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반대 측 진영, 가슴을 움켜잡고 힘겹게 서 있는 강우의 표정은 매우 참담했다. 설마 교종이 자폭을 하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강우의 대처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미 막다른 길에 이른 교종을 강압적으로 밀어 붙였으니, 이런 결말이 나온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때, 뭔가 생각난 강우가 황급히 손을 뻗어 교종이 있던 자리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강우의 안색이 더욱 어둡게 변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서옥은 교종에게 있지 않았단 말인가?
바로 이때, 도계 무인 하나가 강우를 향해 무언의 눈짓을 보냈다.
이를 감지한 강우가 고개를 돌려 엽현 등을 보더니, 경계의 기색을 보였다.
현재 자신들은 대부분 중상을 입은 상태.
이런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지극히 불리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때, 엽현이 소매를 펄럭이자, 십여 개의 단약이 강우 등을 향해 날아갔다.
“우선 상처부터 돌보시오. 나 엽현은 남이 다친 틈을 타 공격하는 파렴치한 자가 아니오!”
엽현의 예상 밖 행동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강우.
이에 엽현이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짓이 아니오. 그대들을 공격할 생각은 전혀 업소. 게다가 생각해 보시오. 그대들이나 우리나 모두 서옥이 없기는 마찬가진데, 이런 상황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과연 웃는 사람은 누가 되겠소? 오히려 우리는 이제 한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요. 그렇지 않소?”
강우는 교종만큼 엽현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서옥을 차지하는 일.
물론 엽현이 위협적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와 싸우는 것보다는 서옥을 사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게다가 엽현은 고사와 연합한 상태.
이미 주도권은 엽현 쪽에 넘어간 상태라 보아도 무방했다.
계산을 마친 강우가 엽현을 향해 예를 갖춰 포권을 취했다.
“엽 공자, 온정을 베풀어 주어서 고맙소. 다음에 보도록 합시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서둘러 떠나가려는 강우.
부상당한 상태에서 오유계에 오래 머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게다가 엽현과 달리 고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
이때, 엽현의 음성이 강우의 발을 붙잡았다.
“강 각주,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소. 도촌은 어떤 곳이오?”
이에 다시 돌아선 강우가 주저하듯 입을 열었다.
“도촌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세력이오. 실력만 놓고 보았을 때 선각이나 신정보다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소.”
“그런 강한 자들을 상대로 무슨 대책이라도 있소?”
강우는 침묵했다.
설령 서옥이 도촌에게 있다 해도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난처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때 엽현이 말을 이어갔다.
“강 각주, 부디 조심하시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엽 공자도 조심하도록 하시오.”
이 말을 끝으로 강우는 돌아섰다.
잠시 후, 도계의 강자들은 순식간에 오유계의 성공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때 고사의 주지가 엽현 곁으로 다가왔다.
“엽 시주, 방금 전 우리가 출수했더라면…”
“일망타진할 수 있었지 않냐고 묻는 것입니까?”
엽현이 웃으며 묻자 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해도, 십여 명 정도는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오.”
이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저들을 죽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서옥이 저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흠… 엽 시주는 서옥을 가져간 것이 도촌이라 생각하는 것이오?”
“방장께서는 아직도 교종을 의심하는 것입니까?”
엽현이 정색하며 묻자 주지가 고개를 저었다.
“단지 뭔가 석연치 않아서 그렇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교종이 도촌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없지 않소? 나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소.”
“그러게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흠… 아미타불.”
이때 엽현이 조금 전 폭발이 일었던 곳을 둘러보더니 주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장, 혹시 조금 전 이곳에 우리 말고 다른 자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실 수 있겠습니까?”
무언가를 느낀 고사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양손을 모아 합장했다.
순간, 신비하고 따스한 기운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잠시 후.
“흠! 과연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 있소이다!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구려!”
고사가 눈살을 찌푸리자,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복잡할 것 없습니다. 제 생각에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머지않아 서옥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군요.”
“그렇다면 빈승은 엽 공자의 말을 믿도록 하겠소.”
이 대답에 엽현이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저는 몇 가지 일 처리를 위해 잠시 이곳에 남겠습니다. 방장께서는 먼저 고사로 돌아가 계심이 어떠신지요?”
“음… 정 그렇다면, 만약을 대비해 고행승 몇을 남겨두도록 하겠소. 엽 시주를 감시하려는 게 아니라, 언제 위급한 상황이 닥칠지 몰라서 그렇소.”
“하하, 방장 그래 주신다면 저야 고마운 일입니다. 조만간 함께 돌아갈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엽현을 향해 가볍게 합장한 주지는 낡은 불경 한 권을 꺼내 엽현에게 건넸다.
“마음이 불안할 때면 펼쳐놓고 읽도록 하시오. 효과가 있을 것이외다.”
“방장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엽현이 불경을 받아들자 고사 주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주지의 모습이 거의 사라질 때쯤.
소음이 엽현 곁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