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46
1246화 그녀는 누구인가?
말을 마친 막념이 그대로 방당사를 향해 주먹을 쥐었다.
쾅-!
순간 장내에 거대한 기의 파동이 일렁임과 동시에 방당사 주변 공간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방당사가 깜짝 놀라 황급히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늦었다.
강대한 힘이 그의 사지를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바로 이 순간, 한 자루 날카로운 비도가 막념 머리 위로 뚝 떨어졌다.
곁에서 이를 눈치챈 엽현과 진요악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
위험하다!
엽현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육신으로도 비도를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차가운 미소를 보인 막념은 비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주먹을 강하게 쥐었을 뿐이었다.
쾅-!
순간 한 줌의 핏물로 변해버린 방당사!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방당사는 영혼조차 건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이 순간, 막념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비도는 정확히 정수리에서 한 뼘 떨어진 허공에 멈춰 섰다. 비도를 막아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한 줄기 얇은 검의였다.
막념은 슬쩍 웃으며 정면의 어둠 속을 응시했다.
“고작 이런 장난감으로 날 멈춰 세울 수 있을 줄 알았나?”
막념이 허공에 대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쾅-!
그녀의 머리 위에서 비도가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오너라! 과연 내가 죽을 때까지 얼마나 죽일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말을 마침과 동시에 막념이 정면을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뒤를 엽현과 진요악이 황급히 따라나섰다.
허공을 가르는 중, 진요악이 팔꿈치로 엽현을 툭 건드렸다.
“사람이 저렇게 강할 수가 있나?”
“…저건 사람 아냐.”
대답을 하는 엽현의 표정은 매우 진중했다.
눈앞에서 본 그녀의 실력은 자신의 상상을 훨씬 더 초월한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아직 채 답을 내리기 전, 세 사람의 앞에 하얀 빛무리가 나타났다.
곧, 빛무리를 통과한 그들 앞에 짙고 푸르른 한편의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지점엔 어렴풋이 높은 산들이 뾰족뾰족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엽현이 막념을 쳐다보자 막념이 웃으며 말했다.
“저곳이 바로 수미신국이다. 혹은 수미신계(須彌神界)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
수미신계!
“듣자 하니 수미신국의 왕족은 조혈(祖血)이란 것을 물려받았다는데 사실이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많구나. 조혈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혈맥이다.”
“그럼 내 혈맥과 비교한다면 누가 더 우위에 있소?”
“음… 그러지 말고 직접 한 번 붙어보면 어떻겠느냐? 그럼 확실히 알 수 있을 텐데?”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하하, 가자! 때려 부수러!”
세 사람이 신형을 날리려는 바로 이때,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중년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무극이었다.
수미신국 천책군의 총사령관.
무극이 막념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너무나도 무례하군.”
“하하! 마음에 안 들면 한 대 쳐 보든가!”
무극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쥔 이때, 막념이 기습적으로 일권을 방출했다.
“뒤져!”
벼락과 같이 날아간 주먹엔 강대한 권의까지 깃들어 있었다.
이를 본 무극은 재빨리 양팔을 교차한 후, 앞으로 뻗어냈다.
“진천지(震天地)!”
순간, 무극 앞에 족히 만 장은 될 법한 크기의 희미한 성 하나가 나타났다. 산과 바다에 걸쳐 있는 이 거대한 성은 그야말로 하나의 철옹성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막념의 권인과 부딪치자,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져 허공에서 소멸했다.
쾅-!
뒤이어 수천 장 뒤로 밀려 날아가는 무극.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엽현은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도대체 이 여자의 강함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곁에 있는 진요악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엽현과 달리 그녀의 놀란 심정은 얼굴에까지 드러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 그녀의 눈 또한 튀어나올 듯 커져 있었다.
그래도 자신 정도면 나름 강자 축에 든다고 생각했건만 막념의 실력을 보고 난 후, 이러한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한편, 이 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아무래도 당사자인 무극이었다.
막념을 죽어라 노려보고 있는 그의 마음은 매우 뒤숭숭했다. 상대의 실력은 감히 그가 짐작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상대가 아니다!
순간, 무극의 몸뚱이가 빠르게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도망치려는 것이었다.
이를 보자 막념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도망치려고?”
막념이 막 출수하려는 이 순간, 갑자기 등에 검갑을 짊어진 네 명의 남자가 막념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가장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다짜고짜 소리쳤다.
“선검파(仙劍派)가 그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바이오!”
말을 마친 남자가 손가락으로 막념을 가리켰다.
“출검(出劍)!”
윙-!
성공 가운데 난데없이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짐과 함께, 네 자루의 비검이 마치 유성처럼 유려한 빛을 발하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엽현은 막념을 향해 벼락처럼 날아드는 검들을 보자 화들짝 놀랐다.
상대 검수들의 경지가 심자재라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엽현과 동급의 검도 조예!
막념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점하며 날아드는 비검들은 그 자체로도 공간을 헤집어 놓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보고 있던 막념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럴싸하군. 그러나…”
이때 막념이 제자리에서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쿵-!
찰나의 순간, 공간이 일렁임과 함께 네 자루 비검이 돌연 공중에 멈춰 섰다. 뒤이어 막념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였다.
“참(斬)!”
그녀의 음성이 떨어지자, 비검들이 머리를 반대쪽으로 빙글 돌리더니, 각자 자신의 주인을 향해 뇌전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이를 보고 깜짝 놀란 네 검수가 황급히 손을 써 보려 했으나, 오히려 검은 더욱 속도를 높일 뿐이었다.
결국,
푸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네 검수의 머리가 피를 뿜으며 잘려나갔다.
뒤이어 막념이 손을 뻗자, 주인을 살해한 네 자루 비검이 엽현 앞으로 천천히 날아들었다.
“자, 선물이다.”
선물이란 말에 엽현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비검들을 낚아챘다. 과연 하나하나가 보기 드문 명검들이었다!
엽현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은 막념은 곧 정면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왕이란 자는 계속해서 애꿎은 백성들의 목숨만 희생할 생각인가?”
막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공 한복판에 허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희미하긴 하지만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다.
중년인은 새하얀 용포에 용이 장식된 금관을 쓰고 있었고, 전신에서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위엄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몸 주위로는 황금 비룡(飛龍) 한 마리가 호위를 하듯 맴돌고 있었다.
“누님, 저자가 수미신국의 왕이오?”
엽현의 말에 막념이 고개를 끄덕였다.
“척 봐도 그렇게 생겼구나.”
엽현은 중년인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어떤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둔일 극경 이상의 강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즉, 경지로만 봤을 때 막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엽현은 문득 막념에 대해 다시 한번 경이로움을 느꼈다.
오유계의 존재로서 어떻게 오유계는 물론 육유계, 도계의 최강자들을 뛰어넘는 실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
엽현의 눈에 비친 막념은 그야말로 변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역시 막념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날 이때까지 아무도 그녀의 진정한 실력을 모르도록 철저하게 연기를 해 왔다는 것이었다.
지독한 여자!
이때 수미신국의 국주가 막념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유계 천도, 그대는 다소 무례한 구석이 있군.”
막념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개소리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말하지. 네게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삼 년 이내에는 도계에 침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목숨을 건지는 것. 나머지 하나는 너와 나 둘 중의 하나가 죽을 때까지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이다.”
“후후, 자신만만하군. 어디, 실력이 어떻기에 그 정도 자신감이 생기는 건지 한 번 보도록 할까?”
“얼마든지!”
고개를 끄덕인 막념이 머리 위로 번쩍 손을 뻗었다.
“검(劍)!”
순간, 엽현 몸속에서 검 한 자루가 쑥 튀어나와 막념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천도검!
“동생아, 눈 똑바로 뜨고 봐 두거라. 이 누님이 어떻게 검을 쓰는지 말이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막념이 허공을 향해 일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한 줄기 검기가 반월처럼 크게 휘며 허공을 갈랐다.
검기는 큰 특징 없이 육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갔다.
하지만 검기를 마주한 수미신국 국주의 안색은 이미 검게 물들어 있었다.
이때, 국주가 발을 구르며 오른손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어(禦)!”
순간, 국주의 주변을 맴돌던 비룡이 포효하더니 몸으로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때 검이 도착했다.
쾅-!
비명에 가까운 포효소리와 함께 황금색 빛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비룡이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트는 사이, 수미신국의 국주 역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뒤로 튕겨져 나갔다.
국주는 수만 장 가까이 밀리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섰는데, 이때 그의 육신은 군데군데 크게 갈라져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비룡과 국주를 날려버린 검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국주에게서 몇 장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바로 이 순간, 사방에서 많은 수의 무인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중에는 둔일 극경의 강자만 무려 서른 명이 넘었다.
엽현이 기운을 느낄 수 없는 자들도 다수 포진해 있었다. 게다가 무인들의 수는 계속해서 불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강자들이 엽현 일행을 에워싸는 형국이 되었다.
이를 본 순간 엽현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이것이 수미신국의 위용이란 말인가!
그들은 말없이 막념을 노려보았다. 간혹 두려운 기색을 보이는 자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나는 자는 없었다. 자신들의 쪽수가 훨씬 많은 것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이때, 국주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길을 터 주거라!”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앞길을 막아선 무인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갈라섰다.
이를 본 막념이 국주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나니까 살려 주는 거야. 만약 오늘 이 자리에 내가 아니라 그녀가 있었더라면… 아무튼 약속한 것만 잘 지키면 당분간은 연명할 수 있을 거다!”
“…….”
말을 마친 막념은 국주가 살기를 뿜어내든 말든 엽현 등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이들의 떠나가는 모습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국주.
그녀?
도대체 누굴 의미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