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262
1262화 내 서옥 돌려줘!
음성이 들린 곳으로 엽현이 고개를 돌리니 고사의 주지가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고대보살, 경전 내에서 일체 무력 사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주지가 합장을 하며 말하자, 아고대보살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이 자를 옹호하려는 것이오?”
“아고대보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경내에서 조용히 수행하는 승려들의 심경을 깨뜨릴까 염려하는 것입니다.”
사실 주지는 서옥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은 상태였다.
그것이 엽현에게 있든 막념에게 있든 상관없이 이미 빼앗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엽현과의 악연이 선연(善缘)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예전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집착을 버렸다는 것이었다.
엽현의 일갈을 들은 이후 고사의 승려들은 도경에 대한 집착을 버리려 노력했고, 이후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극락지계가 개입하게 된 것이다.
이때 아고대보살의 입이 움찔거리는 것을 본 주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엽 시주, 이만 됐소. 어서 가 보시오.”
“방장 대사…”
“그대로 인해 빈승은 물론 고사 전체가 많은 변화를 겪었소. 오늘부로 우리 고사는 봉문하고 세속의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오.”
“대사….”
잠시 침묵하던 엽현은 결국 주지를 향해 합장을 하며 예를 차렸다.
“대사가 보여준 신의는 두고두고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엽현은 곧장 뒤로 돌아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이곳에 더 머물러 있는 것은 고사를 난처하게 만들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아고대보살이 움직이려 하자 주지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아고대보살!”
주지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아고대보살의 몸 주위로 십여 개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이에 아고대보살은 어쩔 수 없이 주지를 향해 합장을 하고는 한쪽으로 물러났다.
“엽 시주, 가는 길이 험하니 살펴 가시오!”
“대사께서도 보중하십시오!”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한 줄기 검광이 되어 하늘 끝으로 사라졌다.
엽현이 떠나자 아고대보살 역시 주지를 흘끗 쳐다보고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주지는 복잡한 표정으로 아고대보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때 지사가 주지의 곁으로 다가왔다.
“저들은 엽 시주와 막념을 얕보고 있습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저, 방장… 정말로 도경을 포기하신 것입니까?”
지사의 말에 주지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엽 시주나 막념의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계속 탐심을 품는 것 또한 불심을 어지럽히는 것이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쳐다보았다.
“엽 시주가 위험하진 않겠습니까?”
“염려할 것 없다. 지금은 이미 그때의 그가 아니다.”
이 말을 끝으로 주지는 산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봉산(封山)!”
그렇게 고사의 산문은 다시 한번 굳게 닫혔다.
* * *
고사를 빠져나온 엽현은 성공 한복판에 신형을 멈춰 세웠다.
이에 그를 뒤따르던 아고대보살 역시 허공에 멈췄다.
아고대보살의 경지는 둔일 극경, 엽현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엽현이 먼저 웃으며 말을 꺼냈다.
“왜 따라오는 것이오?”
“엽 시주, 순순히 극락지계로 따라와 주길 청하오.”
“극락지계? 내가 왜 가야 한단 말이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사달이 날 것이오.”
“사단? 난 가기 싫은데?”
엽현은 혀를 쏙 내밀어 보이고는 그대로 뒤로 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그의 신형은 성역 밖으로 사라져 있었다.
이에 아고대보살이 눈살을 찌푸리며 추격을 시작했다.
잠시 후, 엽현이 도착한 곳은 도계였다.
엽현의 뒤를 이어 아고대보살 역시 도계의 경계에 도착했다.
한편, 엽현과 아고대보살이 도계에 왔다는 소식은 화살처럼 빠르게 강우 등의 귀에 들어갔다.
특히 그들이 주목한 것은 아고대보살 쪽이었다.
극락지계의 무인이 나타났다!
이 말을 들은 강우는 황급히 모든 것을 팽개쳐 둔 채, 엽현과 아고대보살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주변으로 다른 둔일경 강자들과 도촌의 무인들이 합류했다.
한순간에 도계 전체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한편, 이 시각 엽현은 여전히 어검을 타고서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의도적으로 아고대보살과의 간격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느낀 아고대보살은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아고대보살은 점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이때, 앞서 도망치던 엽현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자 따라오던 아고대보살 역시 엽현 뒤쪽에 멈췄다.
“엽 시주, 이제 도망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오?”
이때 엽현이 아고대보살을 향해 돌아서더니, 오른손 주먹을 천천히 감아쥐었다. 순간, 그의 주먹 주위로 강대한 불법지력이 응집됐다.
이를 본 아고대보살도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곧 그의 전신에서 불법지력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출수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의 주먹은 아고대보살에게로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대로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때린 것이 아닌가!
쾅-!
주먹이 적중된 순간, 엽현은 피를 토하며 실이 끊어진 연처럼 힘없이 뒤로 날아갔다.
이 장면을 본 순간 아고대보살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졌다.
이때 엽현이 다시 한번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격했다.
퍽-!
푸확-!
또다시 붉은 선혈을 토하며 쓰러지는 엽현.
이때 그의 가슴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서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아고대보살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엽 시주,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오? 괜한 수작이라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두시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엽현은 또다시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재차 멀리 날아간 엽현은 이번에는 바닥에 쓰러져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이때, 엽현이 갑자기 아고대보살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 악독한 땡중! 당장 내 서옥을 돌려줘!”
내력을 담은 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도계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이에 아고대보살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멍청한 얼굴로 엽현을 쳐다볼 뿐이었다.
엽현은 흥분하며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자 입으로 터져 나온 선혈이 그의 앞섬을 흥건하게 적시며 더욱더 처참한 몰골을 만들어냈다.
아고대보살은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나와 극락지계를 음해할 생각인 모양인데, 아쉽게도 그런 말을 믿는 자는 아무도 없을…”
바로 이때, 엽현이 놀란 토끼 눈을 뜨며 아고대보살의 뒤편을 가리켰다.
“그, 그대는…”
아고대보살이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보았지만, 그의 뒤편은 텅텅 비어있었다.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아고대보살이 황급히 정면을 쳐다보았다.
바로 이때, 그의 눈앞으로 한 줄기 검광이 날아들었다.
아고대보살은 본능적으로 양손을 교차해 얼굴을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검광은 그대로 그의 팔을 뚫고 날아들었다.
푸확-!
아고대보살의 몸은 순식간에 굳어갔고, 그의 몸을 뒤덮고 있던 금광도 빠르게 사라졌다.
“크헉……”
아고대보살은 눈앞에 멀쩡하게 서 있는 엽현을 보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이런 실력이……”
채 말을 끝맺기도 전, 아고대보살의 모습이 자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초살(秒杀)!
아고대보살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왜 죽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도 단 일격에!
둔일 극경의 고수가 단 일합 만에 죽었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믿기 어려울 일이었다.
설령 두 눈으로 본다 하더라도 믿기 어려우리라.
엽현은 아고대보살이 있던 자리를 흘끔 쳐다보고는 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가 남긴 납계가 그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 순간, 엽현은 진짜 둔일과 가짜 둔일의 차이가 얼마나 극명한지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막념이 했던 말대로 하늘과 땅, 아니, 그 이상의 차이였다.
바로 이때, 수십 개의 강대한 기운이 엽현이 있는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엽현은 황급히 무릎을 꿇고서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후려쳤다.
“커헉-!”
다시 한번 선혈을 토해낸 엽현은 영락없는 중상을 입은 무인의 모습이었다.
이때 막 자리에 도착한 강우 등은 엽현의 모습을 보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구에게 저렇게 심하게 당했단 말인가!
엽현은 눈앞에 누가 있건 말건, 계속해서 피를 토해냈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내린 선혈은 발아래 작은 웅덩이를 만들 정도였다.
외관으로만 보면 하나의 혈인(血人)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이때 강우가 다소 놀란 얼굴로 엽현에게 다가왔다.
“엽 공자, 어디서 이런 부상을 입은 것이오?”
“끄윽…”
간신히 고개를 든 엽현은 손을 부들거리며 오른쪽 하늘을 가리켰다.
“그, 극락지계… 그들이… 서옥을 가져갔소…….”
강우는 엽현이 가리킨 곳을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때 도촌의 이청이 말했다.
“엽 공자, 확실한 것이오? 확실히 극락지계였소?”
엽현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엽현을 바라보는 이청의 눈빛엔 여전히 의혹이 가득했다.
“엽 공자, 하나 물어볼 게 있소. 솔직히 답해 주면 좋겠소.”
“물어볼 시간에 지금이라도 추격한다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오!”
엽현의 말에 강우가 다른 무인들과 시선을 교환하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청은 끝까지 남아 엽현을 노려보았다.
“엽 공자, 서옥은 오유계 천도 손에 있는 것이 아니었소? 어찌 이런 곳에 나타날 수가 있단 말이오?”
엽현이 환단 한 알을 입에 넣으며 대답했다.
“그녀에게서 받은 것이오.”
“천도가? 그녀는 지금 어딨소?”
“…….”
“말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이오?”
이청의 추궁에 엽현이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소저, 내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시오?”
이에 이청이 다시 한번 엽현의 몸을 살펴보았다.
“상처에서 불법지력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고사나 극락지계의 고수와 싸운 것은 맞는 것 같소만… 그것만으로 그들에게 서옥이 있다는 증거는 되지 않소.”
“이 소저, 잘 생각해 보시오. 서옥이 아니라면 그가 날 이렇게 만들고 도망칠 이유가 없지 않소? 그는 나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지만, 그대들이 들이 닥칠까 봐 황급히 도망친 것이오!”
이청이 엽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서옥을 빼앗기고서도 그리 상심한 표정이 아닌 것 같소만”
“그야 당연한 것 아니오? 지금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 해도 감사 한 일이오!”
이청이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사라졌던 강우 등이 다시 돌아왔다.
강우는 다짜고짜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없소! 도계를 모두 뒤졌는데 상대는 모이지 않았소!”
“흠… 아무래도 이미 극락지계로 돌아간 모양이구려.”
“엽 공자, 아까 물어보려 했던 것인데… 그럼 오유계 천도는 어찌 된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