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00
1300화 어찌 이렇게 사람을 차별하는가
엽현은 눈빛이 바뀌면서 맹파에게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어르신의 말은 궤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떤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도에게서 부여받은 권한을 공정하게 사용하지 않은 것은 결국 대도를 배신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소임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면 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까? 융통성… 이런 것도 다 변명에 불과합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결국 어르신은 대도에서 부여받은 권한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운 것 아닙니까?”
“…….”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르신은 이미 수만 년 전 이곳을 떠났지만, 그 여인이 부탁하자 냉큼 이곳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이게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자의 전형입니다! 제가 보기에 대도 법칙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건 어르신 같은 수호자들의 일탈이지!”
이 말을 들은 순간, 맹포의 눈이 점점 가늘어지더니 급기야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엽현은 이를 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말로 이기지 못한다고 해서 행동으로 보여 줄 셈인 걸까?
바로 이때, 이변이 펼쳐졌다.
갑자기 맹파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더니, 그녀의 몸 밖으로 작고 검은빛들이 빠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들 광점(光點) 들은 엽현이 지켜보는 앞에서 천천히 허공으로 흩어져갔다!
이를 본 엽현은 다소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놀란 것은 맹파 본인이었다. 그녀는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광점들을 보며 이미 넋이 반쯤 나가 있었다.
“아, 안 돼… 안 돼!”
엽현이 고개를 돌려 엽지명을 쳐다보았다.
“지명,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엽지명이 잠시 맹파를 뚫어지라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대도의 권능이 빠져나가고 있다. 대도 법칙이 그녀를 신위(神位)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하는 거다!”
이 말에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설마 또 나 때문이오?”
“주먹이 아닌 세 치 혀만으로 상대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다니… 도무지 인정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군. 지금부터는 검 대신 혓바닥을 연마하도록 하여라. 그 길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인 것 같구나.”
“…….”
이때 맹파의 비명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안 돼! 안 돼! 제발 이러지 마!”
엽현과 엽지명의 시선이 다시 맹파에게로 향했다. 검은 광점들이 계속해서 그녀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때, 맹파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이놈-! 너 때문이다! 다 너 때문이다!”
“지, 진정하십시오, 어르신. 이건 내가 한 일이 아닙니다. 나는 대도와 전혀 알지도 못한단 말입니다.”
“헛소리! 네놈이 괜한 말로 내 심경을 흔들지 않았더냐! 모두 다 네놈 때문이다!”
이에 엽현이 뭔가 고민 끝에 대꾸했다.
“정 그렇다면 공평하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자, 아무 말이나 해서 제 심경을 깨뜨리십시오! 욕을 해도 좋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듣고만 있을 테니!”
“하하하!”
이때, 한쪽에서 듣고 있던 엽지명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말로 엽현의 심경을 깨뜨린다고?
그녀가 보기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저 뻔뻔한 엽현을 상대로 말로써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자가 존재한다면 그건 기적이리라!
이때 엽현의 말을 들은 맹파가 울컥하며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몸 안에 대도 법칙의 능력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순간 맹파가 깜짝 놀라 엽현을 쳐다보았다.
“공자, 나는 그대를 죽이지 않겠다고 이미 약속을 한 상태였는데 왜 내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이오?”
이에 엽현이 고민 끝에 대답했다.
“어르신. 저 역시 어르신을 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다만 단순히 토론하고 있었을 뿐인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제가 볼 때 이건 심경이 깨졌기 때문이 아니라, 대도 법칙이 어르신을 버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명, 그렇지 않소?”
엽현이 고개를 돌려 묻자 엽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엽현의 말을 들은 맹파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대도 법칙이 자신을 버리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때, 맹파의 미간 사이에서 작은 검은 각인 하나가 홀연히 빠져나왔다. 도장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 순간, 맹파는 그대로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엽현의 시선은 검은 각인에 고정됐다.
“지명, 저게 무엇이오?”
“신기지인(神祇之印). 대도 법칙의 힘을 담고 있는 신물이다.”
바로 이때, 신기지인이 돌연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엽현이 깜짝 놀라 뒤로 한발 물러났다.
“지명 낭자! 이건 또 무슨 의미요?”
“이건…….”
엽지명이 엽현을 쳐다보더니 왠지 분노한 표정으로 두 주먹에 힘을 불끈 쥐었다.
“보면 모르겠느냐? 너를 신기로 삼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 축하한다! 제기랄 이제 하다 하다 대도의 총애까지 받게 되는군!”
대도의 총애!
엽현은 할 말이 없어져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때 맹파는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풍기는 분위기로 봐서는 곧 임종에 도달할 것만 같았다.
멍하니 허공을 향해 뭔가를 중얼거리는 맹파를 보자 엽현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정말이지 맹파를 이렇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필경, 그녀 역시 자신을 노리진 않았었으니까. 그녀가 이렇게 한순간에 신기를 빼앗겨 버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의 힘은 대도 법칙에게서 부여받은 것이니, 다시 회수하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엽현은 문득 신기지인이라는 것도 사실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의지할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자신의 힘’인 것이다!
바로 이때, 쓰러져 있던 맹파가 자신을 향해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
“어쩐지 수만 년을 수행해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더라니, 이제 보니 나는 진즉 버림을 받은 것이었구나…….”
이때 맹파가 고개를 들어 엽현을 쳐다보았다.
“공자 말이 맞았소. 대도는 원래 공평한 것이거늘 우리 수호자들은 그것을 지켜내지 못했소.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대도에 등을 돌렸고, 그중 일부가 대도를 아예 끌어내리려 했기에 지금과 같은 혼란이 야기 된 것이오.”
“어르신의 힘은 모두 이 신기지인으로부터 받은 것입니까?”
맹파는 엽현 앞에 떠 있는 신기지인을 보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우리가 살던 시대에는 대도의 인정을 받고서 신기지인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소. 신기지인은 도(道)의 결정체요. 즉, 이것의 도움을 받으면 둔일이나 증도에 이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소.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본신의 수련보다는 신기지인을 강화하는 데 사용했소. 신기지인이 강해지면 나 역시 쓸 힘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오. 하지만… 신기지인이 떠나버리면 모든 힘이 사라지고 지금처럼 보통의 늙은이로 돌아가는 것이오.”
말하는 맹파의 눈에는 깊은 회한이 서려 있었다.
“공자는 어떻게 파도가 가능한 것인지 아시오? 간단하오. 그들은 나처럼 신기지인을 연마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대도 법칙에 종속되지 않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오.”
엽현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신기지인을 쳐다보았다.
“혹시 이놈을 얻기만 하면 바로 증도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까?”
“그렇소.”
맹파의 대답을 들은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거절하는 게 좋겠군요.”
증도!
물론 마음이 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물의 힘을 빌려 경지를 올리는 것은 그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빌려 쓴 힘은 언젠가 돌려줘야 할 때가 온다.
하지만 자신이 기른 힘은 언제나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엽현의 말을 듣자 맹파가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공자는 그게 뭔지 모르시오? 다른 것도 아닌 신기지인이오! 일단 그 물건을 가지기만 하면 곧바로 신위에 봉해지는 것은 물론, 신기지인의 힘을 가져다 쓸 수 있소. 그대의 경지라면 증도에 이르는 것은 눈 깜빡할 사이에 가능한 일이란 말이오!”
“하하, 그렇게 얻는 증도는 원치 않습니다.”
“공자, 그 말 진심으로 하는 건…….”
엽현은 다시 눈앞의 신기지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만 가 봐. 나는 네 주인이 될 생각이 없어.”
하지만 신기지인은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엽현에게로 다가와 미간 사이로 들어가려 했다.
이에 엽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제기랄, 그대로 들어오겠다고? 어림도 없지!’
엽현은 황급히 검의를 방출해 신기지인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신기지인 역시 끈질기게 버티면서 어떻게든 검의를 뚫고 들어오려 했다.
한편, 멀리서 이를 보고 있던 맹파는 황당한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 신기지인을 얻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었던 그녀였다.
그런데 엽현에게는 오히려 신기지인이 달라붙으려 하다니.
어찌 이렇게 사람을 차별할 수 있단 말인가!
한편, 당사자인 엽현은 포기하지 않고 들러붙는 신기지인이 불편하기만 했다.
‘싫다는데 왜 이리 질척거려!’
엽현은 고개를 돌려 엽지명을 향해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이게 왜 이러는 것이오?”
“녀석은 너를 대도의 수호자로 삼고 싶은 거다.”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한 번 줬다가 뺏어가는 힘 따위는 필요 없소! 여기서 평생 국이나 끓이고 싶지도 않고!”
“아무래도 오해하는 것 같구나. 신기지인이 있으면 위급할 때 힘을 빌려 쓸 수 있다. 의지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또한, 대도는 이미 붕괴 되었으니, 굳이 여기서 국을 끓일 필요도 없다.”
“대도의 수호자가 된다는 건 대도의 인과와 얽히게 되는 것 아니오?”
엽지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대도의 편에 선 이상 증도에 이르는 것이 매우 수월하다는 것이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역도자(逆道者)들과 대립하게 된다는 것이겠지.”
“역도자?”
엽현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그건 또 뭐 하는 작자들이오?”
“역도, 말 그대로 파도(破道)를 의미한다. 대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히려 대적하는 자들을 통틀어 역도자라 칭하지.”
이 말을 듣자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간단히 말해 파도경 강자들과 적이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앞서 네가 말하길 대도는 틀리지 않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도를 네 편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겠지. 물론 역도자들이 걱정되긴 하겠지만… 사실 전 우주를 통틀어 파도경에 이를 수 있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하, 역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