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너희 침략자들을 모두 죽여야 하니까
엽현이 돌진하자 육반장과 일행들도 한꺼번에 몸을 날렸다.
눈앞의 병사들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엽현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무리의 거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백 장… 오십 장… 삼십 장…….
이제 코앞에 들이닥친 엽현 일행을 보며 병사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바로 이때, 그들의 앞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국주의 명이다. 병사들은 길을 터라!”
‘길을 트라고?’
그 말을 들은 병사들은 어리둥절해했다.
그들을 지휘하는 장수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국사! 그게 무슨 뜻입니까?”
“쓸데없는 병력 손실을 피하라는 뜻이다. 저들은 따로 상대할 자들이 있다.”
“우리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란 말이다!
2천의 병력으로는 엽현 일행을 감당할 수 없다. 최소 5천 이상은 되어야 위협이 될 것이다. 알다시피, 저들 12인은 괴물 중의 괴물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평범한 병사들로 막는 것은 분명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병사들이 병기를 거두고 길을 여는 모습을 보자 엽현 일행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싸우지 않아도 된다니 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바로 이때, 그 중년 장수가 별안간 엽현을 향해 돌진했다. 흉흉한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던 장수는 그대로 상대의 목을 향해 창을 밀어 넣었다.
능공경 절정의 고수였다.
엽현은 달려들지 않고 제자리에서 가만히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거리가 채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한 자루의 검이 날아와 장수의 미간 사이를 뚫었다.
푹-!
붉은 선혈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장수가 엽현의 바로 앞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머리로부터 흘러내린 피로 그의 얼굴이 이내 피범벅이 되었다. 장수가 여전히 흉흉한 눈으로 엽현을 노려보며 마지막으로 외쳤다.
“당국은… 결코 강국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엽현이 장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너희는 우리 강국에 침입해 무수히 많은 백성들을 도륙했다. 나 역시 너희가 결코 항복하길 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엽현의 입꼬리가 흉악하게 올라갔다.
“왜냐하면 너희 침략자들을 모두 죽여야 하니까!”
엽현이 자신을 바라보는 수천 쌍의 눈동자를 향해 걸어 나갔다.
“누구 또 덤빌 자 있나? 고통 없이 순식간에 보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의 도발에 몇몇 병사들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움찔거렸다.
“누가 감히 움직이느냐! 항명하는 자는 구족을 멸할 것이다!”
‘구족을 멸한다고?’
국사의 말에 병사들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국사 노인이 엽현을 바라보며 살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국 군사들 역시 엽현을 죽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 출수하게 되면 헛된 희생이 뒤따를 뿐이었다.
이들은 죽더라도 금광이 아닌 전장에서 죽어야 했다.
병사들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자 엽현 일행은 그대로 금광 안으로 들어갔다.
2천 명의 병사들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다 죽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들의 주요 목적은 금광을 터는 일이었다. 살인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금광 안으로 들어온 엽현 일행은 곧 눈이 휘둥그레졌다.
‘금(金)!’
그들의 눈앞에 수십 상자의 금괴가 가득했다. 아직 금화로 주조되진 않았지만 최소 금화 3억의 가치는 되어 보였다.
야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만약 이번에 살아서 돌아간다면 틀림없이 신합경에 이를 수 있겠어!”
신합경(神合境)에 오르는 건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이었다.
통유경 강자가 신합경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소 수억 냥의 금화가 필요하다. 물론 이 돈이 없더라도 신합경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돈이 있다면 그 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통유경에서 신합경까지 보통 십 년이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노력에 돈이 받쳐 준다면 이 과정을 일 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무인에겐 그만큼 돈이 중요했다.
엽현 일행은 금세 동굴 안의 모든 것을 쓸어 담았다.
한 몫 단단히 잡은 엽현 일행은 가벼운 마음으로 금광을 나섰다.
바로 이때, 하늘에서 두 자루의 창이 날아와 엽현 일행의 발밑에 교차하여 박혔다.
그와 동시에 그들 앞에 나타난 한 남자!
남자가 엽현 일행을 향해 입을 벙긋거리는 순간 엽현이 신형을 날렸다. 대지지력이 순식간에 그의 몸을 휘감고 그의 손에 들린 대흑검이 떨어졌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패도 넘치는 일 검을 본 남자가 황급히 반격하려 했지만 이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무기는 방금 자신의 손으로 땅에 박아 버렸던 것이다.
그가 창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쾅-!
대흑검이 남자를 그대로 반으로 갈랐다.
그야말로 초살(秒殺)이었다.
남자는 반항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자신을 원망하며 죽어갔다.
엽현이 대흑검을 거두고는 두 개의 창을 손에 쥐었다. 둘 모두 무려 최상품 영기였다.
이때 능한이 걸어 나와 남자의 시체 앞에 쭈그려 앉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장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소… 오자마자 이렇게 큰 선물을 주고 떠나다니…….”
육반장이 휘파람을 불자 이내 흑랑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흑랑에 올라타고서 막 출발하려 할 때, 갑자기 일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육반장이 고개를 드니 그들을 향해 한 무리의 기병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약 천 명 정도로 보이는 그들은 손에 검은 창을 들고 있었으며 몸에는 하나 같이 칠흑의 중갑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의 말들조차 검은 갑옷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마치 한 몸이라도 된 듯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엽현 일행을 향했다.
이들은 바로 당국의 중기병(重騎兵)들 이었다.
엽현이 눈을 치켜떴다. 그 역시 이들 중기병에 대해들은 바가 있었다. 오래전 당국 중기병 백기에 삼천이 넘는 강국 보병이 몰살당한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강국 병사들은 중기병을 극도로 무서워했다.
이들 중기병들은 당국이 보유한 기병대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다.
당국은 삼천기의 중기병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중 무려 천 기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천기의 중기병에서 발산되는 기세는 야리 일행의 안색을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반면 육반장은 시종일관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중기병들은 엽현 일행과 약 백 장의 거리를 남겨 두고서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 백 장은 기병이 돌격하기에 최적의 거리다.
바로 이때, 숲속 곳곳에서 수천 명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등에 장궁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깃털이 달린 투구를 쓴 모습이었다.
그 수가 족히 만 명은 될 듯싶었다.
이들 병사들이 하나의 포위망을 형성하며 엽현 일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때 중기병들이 두 줄로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장도를 든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바로 일전에 엽현 일행과 겨뤘던 하후도였다.
약관의 도도종사(刀道宗師), 하후도.
그리고 그의 뒤로 십여 명의 흑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육반장이 자신들의 앞에 도열해 있는 병력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다른 자들도 틀림없이 왔을 거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엽현은 그녀가 지칭하는 ‘다른 자’들이 바로 청주 무방과 중토신주의 무인들임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국은 자신의 병력만으로 엽현 일행을 치려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당국 병력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병력의 손실을 본다면 무엇으로 강국과 전쟁을 치르겠는가?
당국 측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엽현 일행 역시 함부로 출수할 수 없었다. 그들만으로 이 많은 인원을 뚫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측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장내는 오히려 고요해졌다.
“원군은 언제쯤 오는가?”
엽현이 묻자 육반장이 대답했다.
“거의 다 왔다.”
“믿을 만한 자들인가?”
“믿을만 하고 쓸 만하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지난번 말했던 그… 중토신주의 용병들… 비싸겠지?”
육반장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안 비싸. 두 명에 일억 정도.”
그 말을 들은 엽현이 흑랑의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두 명에 일억!?’
그들이 막 당국 황성에 들어섰을 당시, 육반장은 엽현에게 중토신주의 용병을 고용할 것을 종용한 바 있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엽현은 그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그 가격을 듣고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젠장, 이럴 거면 차라리 나중에 백택, 묵운기 그리고 기안지와 함께 용병단이나 꾸려야겠군! 그럼 떼돈을 벌 수 있을 거야!’
육반장의 말을 듣고 야리를 위시한 사람들 역시 엽현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최근 그들이 많은 재물을 벌어들이긴 했지만 황금 일억 냥이라는 돈은 역시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육반장이 엽현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숨을 바치던가 아니면 돈을 바치던가.”
이때 능한이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목숨이 먼저죠. 그런데 누님, 이번에 어느 용병단을 불렀습니까?”
“제 구(九) 용병단!”
육반장의 말에 엽현을 제외한 모든 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다른 이들의 표정을 본 엽현이 물었다.
“제 구 용병? 강한 자들인가?”
능한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 구 용병은 우리가 원래 들어가고자 했던 곳이오. 그런데 거절당했지.”
“왜?”
능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유는 간단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했다고?’
엽현이 조금 놀랍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능한은 통유경 절정의 강자다.
이런 자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때, 야리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가 중토신주에서 경쟁력이 있었더라면 이곳까지 흘러오지도 않았을 것이오. 엽 형, 나중에 가 보면 알겠지만 중토신주엔 정말로 어딜 가든 천재들 천지요. 그리고 제 구 용병단의 몸값은 보통 황금 오억 냥부터 시작하오.”
‘오억이라고?’
“…….”
야리가 육반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님은 원래 제 구 용병단 출신이었소. 그들이 이번에 이렇게 낮은 가격에도 응한 것은 누님의 체면을 보아서가 아닐까 싶소.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아무리 큰돈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제 구 용병단을 불러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오.”
‘용병단이 이리도 짭짤하구나!’
엽현이 무언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용병단을 하나 만들 생각인데… 혹시 흥미 가는 사람이 있을까?”
야리 일행이 엽현을 바라보자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러자 곁에 있던 능한이 대답했다.
“엽 형이 원한다면 완전히 가능하오.”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저 소규모의 용병단을 만들고 싶을 뿐이야. 만약 너희가 관심이 있다면 나와 함께 하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물론 하든 안 하든 우리는 계속 친구일 거고.”
야리 일행이 육반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때 육반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엽현을 향해 물었다.
“네가 대장이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육반장의 말에 엽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싸움이 일어나면 내가 가장 먼저 도망… 아니, 앞장설 것이고, 도망갈 땐 가장 뒤에 있을 테니까. 이 정도면 충분한가?”
육반장이 엽현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야리 일행을 바라보며 물었다.
“따를 수 있겠어?”
야리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를 가든 강한 자가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가 따르는 법이다.
엽현은 그들 중 육반장을 제외하면 가장 강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모두의 신임을 얻고 있으니, 엽현이 대장이 되는 데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육반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름은 뭐로?”
“비적(匪賊)들!”
엽현이 진지한 눈빛으로 소리쳤다.
“누가 감히 우릴 건드리면 우리는 그들의 땅에서 풀 한 포기도 남기지 않고 쓸어 간다! 그래서 비적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