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20
1320화 어디로 간 것입니까?
엽현은 고개를 들고 횡천무를 쳐다보았다.
과연 저승의 기운이 왜 접근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횡천무의 전신에는 이미 누구도 감히 범접하기 힘든 살기가 진득하게 배어 있던 것이다. 몸 전체에 저런 기운이 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살인을 저질렀을까?
풍기는 기운만 놓고 보았을 때, 횡천무는 육공주의 몇 배 이상 강한 것으로 보였다.
과연 막념이 이런 자를 상대해 낼 수 있을까?
다시 막념을 바라보는 엽현의 시선에는 근심과 우려가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이때, 막념을 내려다보고 있던 횡천무의 입이 드디어 움직였다.
“일개 천도 따위가 이 정도 경지까지 이를 수 있었다니… 대단히 놀랍구나!”
순간, 막념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설마 너 혼자 온 건가?”
“하! 첫 마디부터 기가 차게 만드는군! 나 혼자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의 손에 들려있던 채찍이 마치 성난 뱀의 꼬리처럼 크게 진동했다. 찰나의 순간, 반경 만장 이내의 하늘이 황금빛으로 뒤덮였다.
저승 특유의 음기와 사기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이 금광 한복판에 채찍을 들고 서 있는 횡천무의 모습은 마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전신(戰神)을 연상케 했다.
한편, 아래쪽에서 뒷짐을 진 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막념은 마치 거대한 태풍을 앞에 둔 나무배처럼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이때, 횡천무가 오른발을 들어 강하게 굴렀다.
쾅-!
찰나의 순간, 하늘을 드리우고 있던 황금빛 기운이 일제히 횡천무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뒤이어 크게 심호흡을 한 횡천무가 괴성을 지르며 하강했다.
“얌전히 죽어라!”
황금 채찍을 들고 수직 낙하하는 횡천무를 보자 저승 강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약 저 채찍이 지면으로 떨어진다면 풍도성은 한편의 황무지로 변하고 말리라!
한편, 황천무는 이 일격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사망연옥에서 한순간의 방심은 곧 죽음과 직결된다. 횡천무가 그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일격에 상대를 죽인다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경지를 전혀 꿰뚫어 볼 수 없는 막념을 상대로는 더더욱 방심할 수 없었다.
물론 설령 그녀가 약자라 할지라도 횡천무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을 것이다.
이것이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생존방식이니까!
한편 아래서 지켜보는 엽현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횡천무의 기운은 육공주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막념 누님!
엽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막념을 바라보았다. 막념의 안색은 전혀 변함이 없는 상태로 상대의 위압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횡천무가 막념과 백 장정도 거리를 남겨 두었을 때부터는 지면이 쩍 갈라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막념의 신형이 흔들렸다.
잔상을 남기며 허공으로 솟구치는 막념.
무인들은 그저 빛이 번쩍이는 것만 보았을 뿐, 막념의 움직임을 제대로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바로 이때,
푸칵-!
무언가 잘려 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장내는 정적에 휩싸였다.
무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들어 온 것은 검을 든 채 뒤돌아 서 있는 막념과 이마에 한 줄기 검광이 박힌 채 서서히 지면으로 추락하는 횡천무의 모습이었다.
초살(秒殺)!
저승의 강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엽현과 무심 역시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상태.
‘단 일격에 끝나버린다고?’
엽현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한편,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고 있던 음주는 고요하게 서 있는 막념을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수백 리 밖에 있는 남장은 합장을 하며 조용히 불호를 외웠다.
아음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막념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검에 신장을 죽였다!?
설령 파도자라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신장을 죽일 순 없다.
심지어 막념은 아직 파도경에 이른 상태도 아니지 않은가!
‘저 여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이는 비단 아음뿐 아니라, 장내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이었다.
횡천무 역시 마찬가지!
조금 전의 일검은 순식간에 그의 기운을 와해시켰다.
심지어 수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일검초살(一劍秒殺)!
기습이었다면 억울해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정정당당한 정면 대결에서 단 일합도 버티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가!
바로 이때, 한 자루 검이 횡천무 앞으로 날아들었다.
진혼검!
찰나의 순간, 횡천무의 영혼은 진혼검 안으로 깨끗하게 빨려 들어갔다.
이때 막념이 손을 뻗자, 횡천무의 황금 채찍이 손안에 들어왔다.
가만히 채찍을 훑어보던 그녀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채찍이 엽현 발밑으로 떨어졌다.
엽현은 채찍을 주울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막념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때 막념의 얼굴은 다소 창백하게 변해 있었고, 심지어 각혈까지 하고 있었다.
엽현의 눈빛을 느낀 막념이 씩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다.”
엽현을 안심시킨 그녀는 이번에는 음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몸도 좋지 않고, 피도 토했고… 이거 아무래도 중상을 입은 것 같군. 어때? 지금이 날 죽이기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
“하하하! 멍청한 표정하고는! 기회를 줘도 못 살리는 놈하고는 더 이상 할 이야기 없다! 가자!”
막념이 돌아서자, 엽현이 황금 채찍을 주워들고서 그녀의 곁으로 따라붙었다.
이때 엽현이 잊은 것이 생각 난 듯 자리에 멈춰 서서 무심을 바라보았다.
“빨리 안 오고 뭐 하시오? 또 대가리만 남아서 대롱대롱 달려있고 싶소?”
“어, 어! 가야지! 같이 가세나!”
무심이 화색이 만연한 채 엽현을 따라나섰다.
물론 감히 이들을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 막념이 자리에 멈춰 서더니 웃으며 음주를 바라보았다.
“시간 있으면 도정에 가서 말이나 전해 주거라. 다음번에 올 때는 좀 많이 보내던가 더 강한 놈으로 부탁한다고! 하하하하!”
이 말을 끝으로 막념은 엽현과 무심을 데리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음주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때, 그의 곁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승에 아직 저 정도 강자가 존재할 줄은 미처 몰랐구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도정의 청명도군이었다.
이때의 그는 진즉 자리를 피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죽은 것은 신장이 아닌 자신이었을 테니까.
사실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사망연옥에서 살아남은 신장이 이토록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단 일격에!
만약 치열한 공방이라도 벌어졌더라면 결과를 받아들일 순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신이라 불리는 백전노장의 횡천무를 일검에 죽인 것은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였다.
“후… 아무래도 이 소식을 도정에 빨리 전해야 할 것 같소.”
“도정에서 사람을 더 파견하려 하겠소?”
음주의 말에 청명도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그대도 육공주의 신분을 알고 있지 않소? 그녀는 도정의 공주이기 이전에…”
여기까지 말 한 청명도군은 말을 아낀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나갔다.
그리고 홀로 남은 음주는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 * *
막념은 곧장 오유계로 돌아가지 않고, 저승과 이승의 합류 지점을 찾았다.
이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막념이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나와.”
이때 여인 하나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도지계, 목생이었다.
막념을 바라보는 목생의 눈빛은 다소 무거웠다.
“그대가 강제로 도지계의 경계를 뚫고 들어온 장본인이었군.”
“너와 할 이야기는 없다. 당장 피안화를 불러오거라.”
막념의 차가운 말투에 엽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님, 왜…….”
이에 막념이 웃으며 대꾸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저 누가 내 동생을 고생시켰는지 얼굴이나 보고자하는 것이니까.”
이때 막념이 가만히 서 있는 목생을 보고서 입가를 실룩였다.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
“…….”
목생이 어쩔 수 없이 소매를 펄럭였다.
잠시 후, 한 줄기 붉은빛과 함께 만주와 사화가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막념의 흉흉한 기운을 느낀 두 여인은 두려움에 눈빛이 움츠러들었다.
한편, 막념은 한동안 두 여인을 응시하더니 별말 없이 돌아섰다.
“가자! 여기서 볼일은 끝난 것 같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때였다.
“엽 공자!”
엽현이 멈춰서 뒤를 돌아보자, 만주가 다소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고맙소! 그리고 미안하오…….”
“하하! 내가 선택한 일이니 미안해할 것 없소. 그리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오!”
엽현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뒤돌아서서 떠나갔다.
그렇게 세 사람이 떠나가자 사화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이때 그녀의 안색은 매우 어둡게 변해 있었다.
“방금 저 여자… 우릴 죽일 작정이었어…….”
만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때문에 엽공자가 죽을 뻔하기도 하고, 도정과도 적이 되었으니 그럴 마음이 들 수밖에.”
“그런데 왜 마지막에 우릴 살려 준 걸까?”
만주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어.”
* * *
어두운 성공 속.
엽현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막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누님… 방금 전에는…….”
“그저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도정과의 인과가 과연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를. 과연 그것은 저 여인들이 아니라, 측은지심을 무시하지 못했던 네 자신에게서 온 것이었더구나. 물론 나 역시 절반 정도 책임은 있다만…….”
막념이 고개를 돌려 지나쳐 온 어둠 속을 응시했다.
“이 일은 저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다만 선행을 한 것 치고는 네가 잃을 것이 너무나 많구나. 정말 그럴 가치가 있었던 게냐?”
엽현이 고민 끝에 대답했다.
“무슨 선택을 하든지 이익과 손해를 따진다면 세상이 너무 따분해지지 않겠소? 나는 그리 계산적이지 못한 사람이라서 말이오.”
이 대답에 막념이 흐뭇하게 웃으며 엽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구나.”
바로 이때, 막념의 몸이 다시 한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누, 누님!”
“괜찮다. 호들갑 떨 것 없다.”
엽현이 막념의 손을 붙잡고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누님, 아무래도 청아를 찾아야 할 것 같소. 좀 도와줄 수 있겠소?”
천녀!
엽현이 천녀를 찾으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막념이 죽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이건 그저 상상이 아니라, 피부로 와 닿는 공포였다.
실제로 막념의 몸은 계속해서 희미해지고 있지 않은가!
원래도 부상을 안고 있었던 막념이었으니, 이번 출수로 인해 상태는 더욱 나빠졌을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도정을 상대해야만 한다.
만약 도정이 마음먹고 무인들을 보내온다면 과연 막념 혼자서 막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엽현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천녀를 불러내는 것이었다. 그녀만 있다면 도정과 저승이 동시에 덤벼도 든든할 테니.
막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엽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걱정할 필요 없대도 그런다. 내가 원하지 않는 한 죽는 일은 없을 테니 넌 네 일이나 신경 쓰거라.”
엽현이 막념의 손을 꼭 붙든 채 고개를 저었다.
“내게 그런 거짓말은 통하지 않소! 그건 그렇고 청아를 좀 찾아 주시오. 어차피 나도 이제 좀 피곤하던 참이었소. 청아를 불러 싹 정리한 다음 어디 여행이나 다녀옵시다!”
“하하하! 여행이라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느냐?”
막념은 한바탕 웃어젖히더니 한쪽 성공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구나.”
엽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