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32
1332화 엽지명을 놀라게 한 것
이때 앳된 음성과 함께 구름 위에서 어린 소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도삼생이었다.
도삼생을 발견하자 백제자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도석?”
“도정, 이 벌레만도 못한 놈들!”
도삼생의 거친 말에 백제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도석, 너 역시 대도 수호자의 일원이 아니었더냐? 그런 네가 왜 그쪽에 서 있는 것이냐?”
“흥! 뚫린 입으로 직접 대답 해 보거라! 지금의 도정이 예전의 도정과 같더냐?”
이에 백제자가 고개를 저었다.
“도정에 문제가 많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도정은 대도의 질서를 바로잡고, 결국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푸하하! 너희 같은 사리사욕에 눈먼 놈들이? 지나가던 개도 웃겠다!”
백제자는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 듯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더 올 사람이 있는가? 이게 끝이라면 오늘 너희는 모두 여기서 죽는다!”
엽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일단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빠짐없이 모였다.
하지만 오유맹에서 심혈을 들여 길러낸 무인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녕 고난 앞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바로 이때, 먼 하늘 끝에서 강대한 기운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의 모습을 한 그림자들이 빠르게 호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은 눈을 번쩍 뜨고서 하늘에 시선을 고정했다.
한 덩이가 되어 날아오는 사람의 숫자는 대략 백여 명이었다. 그중에는 진정한 둔일경이 스물여섯이요, 나머지는 모두 평범한 둔일경 강자들이었다!
오유계에 존재하는 둔일경 중 대부분이 나타난 것이었다!
마침내 무리가 장내에 도착하고, 가장 앞서 있던 강우가 아라 등을 보더니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제일 빨리 도착한 줄 알았더니, 이거 한발 늦었구려!”
이때 엽현이 웃으며 한 발 걸어 나왔다.
“다들 와 주었군!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알고 온 것이오?”
강우가 엽현을 보며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대가 아니었더라면 죽을 때까지 진짜 둔일에 도달하지 못했을 거요. 그런데 오유계의 곤경을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소?”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
강우 등이 출수를 한 이유는 그간의 의리 때문도 있지만, 받은 것을 갚으려 한 측면 역시 컸다.
한편, 백제자는 다소 의외라는 듯 엽현을 내려다보았다.
“대재앙을 앞에 두고도 이렇게나 많은 자들이 돕겠다고 나오다니, 이건 예상치 못했군!”
“하하하! 이게 다 평소에 덕을 쌓았기 때문이지! 이 선생, 시작하시오!”
엽현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진법 대가 이진천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진!”
쾅-!
이진천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천지가 울리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진법이 하늘 전체에 드리웠다. 뒤이어 진안(陣眼)이 엽현의 발밑에 나타났다.
엽현이 눈을 지그시 감은 순간, 진법에 담긴 힘이 마치 강물처럼 중앙에 위치한 엽현에게로 모여들었다.
오유대진!
진법 안에는 오유계의 무수한 강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해온 기운이 담겨 있었다.
엽현의 기운은 급속도로 증가해갔다.
이에 따라 멀쩡하던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눈 깜빡할 새, 엽현의 기운은 증도경에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두 개의 신기지인을 소환했다.
콰쾅-!
찰나의 순간, 강대한 기운이 엽현의 체내에서 휘몰아치면서 천지 사방의 공간이 일순 투명하게 변했다.
증도경!
진정한 증도경에 이른 엽현은 오유대진의 힘까지 등에 업고서 전무후무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편, 허공에서 엽현을 내려다보는 백제자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진 상태였다.
지금까지 도정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는 막념뿐이라고 여겼건만.
이제 보니 엽현 역시 그에 못지않은 괴물이었던 것이다.
이때 눈을 뜬 엽현이 성공에 놓인 도정의 진법을 쳐다보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유계가 승리하려면 가장 먼저 저 진법부터 쳐부숴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점점 도정 쪽으로 흘러가고 말리라!
크게 심호흡을 한 엽현이 손을 뻗자, 손안에 천주검이 나타났다.
가만히 하늘을 응시하던 엽현이 돌연 양손으로 검을 붙잡고서 맹렬히 휘둘렀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검이 떨어진 순간, 하늘을 진동케 하는 검명과 함께 한 줄기 검기가 번뜩이며 날아갔다.
검기가 지나간 공간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으며, 성공에 이르자 별들이 빛을 잃고 소멸했다.
순간, 세상에는 오직 엽현의 검기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하지만 백제자의 표정은 아직 담담했다.
이때, 이십팔성수가 산개하더니, 하나의 거대한 진법이 성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진법은 도정의 그 유명한 성수사상신진(星宿四像神陣)으로 도총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진법이었다.
진법의 네 면에는 스물여덟 개의 성수(星宿)들이 각각 방위를 점하고 있었다.
동으로는 각목교(角木蛟), 항금룡(亢金龍), 방일토(氐土貉), 심월호(房日兔), 미화호(尾火虎), 기수표(箕水豹).
북으로는 두목해(鬥木獬), 우금우(牛金牛), 여토복(女土蝠), 허일서(虛日鼠), 위월연(危月燕), 실화저(室火豬), 벽수유(壁水貐).
서로는 규목랑(奎木狼), 누금구(婁金狗), 위토치(胃土雉), 묘일계(昴日雞), 필월오(畢月烏), 자화후(觜火猴), 삼수원(參水猿).
남으로는 정목안(井木犴), 귀금양(鬼金羊), 류토장(柳土獐), 성일마(星日馬), 장월록(張月鹿), 익화사(翼火蛇), 진수인(軫水蚓).
하지만 이 성수진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각 성수 구역의 주인인 주작, 현무, 백호 그리고 주작이 현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수진이 완성되면 증도경 강자 십여 명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불완전한 진법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그 위력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바로 이때, 고요히 날아온 검기가 성수진과 마주했다.
콰쾅-!
엄청난 폭발과 함께 오유계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잠시 후, 검광이 흩어지자 모두의 시선 속에 성수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성수진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를 확인한 엽현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검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엽현 뿐만 아니라, 오유계 무인들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갔다.
방금 전의 검기는 작은 성역 하나 정도는 쉽게 박살 낼 정도였다.
하나 상대의 진법에 흠집 하나 가하지 못한 것은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이때 엽현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다시!”
순간 오유대진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엽현의 몸속으로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진법의 모든 기운을 싹싹 긁어모은 것이었다.
쾅-!
이번에 엽현이 흡수한 기운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었다.
성공 깊은 곳을 노려본 엽현은 험상궂은 표정과 함께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성공에 도달한 그는 다시 한번 성수신진을 향해 세차게 검을 내리쳤다.
전력(全力)을 다한 일검!
검광이 휘몰아친 순간, 성공 전체가 크게 휘청였다.
콰쾅-!
유성처럼 날아간 검광은 성공 깊숙한 곳에 이르러 큰 폭발을 일으켰다. 어둡던 하늘이 낮처럼 밝아진 이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하늘로부터 떨어졌다.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연이은 실패!
지면에 내려선 엽현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황급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성공 중의 진법이 건재한 것을 보자 검을 든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순간, 몸 안의 혈맥이 뒤끓는 듯했다.
이때 백제자가 엽현을 내려다보며 가소롭다는 듯 소리쳤다.
“고작 그 정도로 이십팔 인의 증도경 강자가 만든 진법을 파괴할 수 있겠느냐? 너 같은 무인 열 명이 더 있다 해도 어림도 없는 일이다!”
“흥! 아직 더 할 수 있다!”
말이 뱉기 무섭게 엽현이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뒤이어 검명이 온 천지에 울려 퍼졌다.
“쯧쯧… 안 된대도…….”
백제자는 더 이상 엽현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문득 그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오유겁이 완전히 활성화 되었어야 정상이다. 지금 여러 가지 재난이 오유계를 덥치고 있긴 하지만 오유겁이라 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백제자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엽지명이 막념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득 막념의 얼굴을 본 엽지명은 그녀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기운마저 매우 쇠약한 것이 분명 문제가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린 엽지명은 다시 막념을 바라보았다.
이때 시선이 마주친 막념이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뭔가 발견하기라도 한 게냐?”
이때 막념을 응시하던 엽지명의 눈가에 의혹의 기색이 떠올랐다.
“혹시 그대가…….”
“후후, 내가 뭐?”
엽지명은 황급히 막념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낚아채듯 쥐었다. 곧, 눈을 감고서 무언가를 살피던 엽지명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황급히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이때 막념을 바라보는 엽지명의 표정은 불신이 가득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엽지명은 무엇을 본 것인지 마치 넋이라도 잃은 표정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막념은 그런 엽지명을 향해 말없이 한 번 웃어 보이고는 공중의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엽현의 손바닥 위에 계옥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칙귀위(道則歸位)!”
쾅-!
아홉 종류 도칙의 힘이 순식간에 엽현 주변으로 응집됐다. 이와 거의 동시에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쏘아지듯 날아가 성수신진을 휘감았다.
“이것도 막아 낼 수 있나 보자! 수(囚)!”
엽현이 소리친 순간, 성수신진 중앙에 붉은 글씨로 ‘囚(수)’라는 글자가 불쑥 떠올랐다.
쾅-!
한 편의 혈광이 진법 전체를 뒤덮은 이때, 엽현의 세 가지 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옥탑의 힘에 세 가지 역의 기운까지 더해지자, 철옹성 같았던 성수신진이 서서히 빛을 잃기 시작했다.
진법이 봉쇄된 것을 보자 백제자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오방게제(五方揭諦)!”
백제자가 소리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명의 강대한 기운을 가진 무인들이 전도 위에 나타났다.
이들의 기운은 어림잡아도 최소 증도경 절정에 달했다.
다섯 무인은 지체없이 하방의 엽현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때, 아라와 아주 그리고 사도와 안란수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공중 한복판에서 마주한 오방게제와 네 여인은 군소리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아라 등 일행이 경지로 보나 숫자로 보나 열세이긴 했으나, 다섯 강자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결사 항전의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