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일 각후, 나는 무적이다!
‘도병(道兵)?’
엽현이 고개를 돌려 능한을 바라보았다.
“도병이 뭔데? 좀 센가?”
“하하… 세지… 그것도 엄청…….”
능한이 고개를 들어 여전히 강하 중인 스무 명의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중토신주에서 도병이라 함은 한 세력의 정예 중의 정예를 뜻하지. 도병들은 일반적으로 단체전을 펼칠 때나 때때로 어두운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동원되지. 저들은 그야말로 만 명 중 한 명 고르고 고른 최고의 무인들이라고!”
엽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스무 명의 도병들을 바라보았다.
엽현은 이미 온몸으로 그들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신합경 강자로는 보기 드물게 매우 탄탄한 기초를 가지고 있었다. 전신에서 강렬한 박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기운은 결코 수련으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수한 살인을 통해서만 발현할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진정한 살인 병기들이었다.
‘창목학원이 정말 사활을 걸었구나!’
엽현이 돌연 흑랑에서 내려서 도병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육반장이 전병을 소중히 품 안에 갈무리한 후, 엽현의 곁에 따라붙었다.
그들의 뒤를 능한 등이 뒤따랐다.
스무 명의 도병들을 향해 열두 명의 비적들이 거침없이 다가갔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표정으로 걷고 있는 엽현의 손에 어느새 거대한 흑검 한 자루가 들렸다. 이때 그의 전신은 이미 대지지력을 응집한 상태였다.
언제나처럼 대흑검이 끌리는 곳마다 지면이 깊게 패였다.
그의 곁에서 육반장이 맨주먹을 불끈 쥐자, 그녀의 전신이 점점 희미해져 갔다.
아직 서로 간의 거리가 십여 장 남아있을 때, 엽현이 별안간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대흑검이 크게 진동하며 사방 천지에 검명 소리를 울렸다.
이때, 한 마리의 화마(火馬)가 엽현을 향해 힘차게 도약했다. 화마의 등에 올라탄 도병의 손엔 검은 창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대흑도가 떨어졌다.
동시의 검은 장창이 대흑도를 마중 나갔다.
쾅-!
창과 검이 부딪치자 마치 벼락이라도 친 듯 경천동지할 고성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도병이 말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엽현의 검은 멈추지 않고, 마치 대지를 반으로 쪼개기라도 할 듯이 상대를 향해 똑바로 떨어졌다.
바로 이때, 또 다른 도병 하나가 엽현의 앞에 나타나 번개와 같이 창을 찔러 들어왔다.
쾅-!
엽현이 재빨리 대검을 끌어당겨 상대의 일격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이때,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도병에게 부딪치자, 도병이 지면으로 추락했다.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육반장이었다.
육반장이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큰 형님이 되려면 최소 다섯은 맡아야겠지?”
“다섯 정도야!”
엽현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넌 나를 누나라 불러야겠네?”
이에 육반장이 손가락 하나를 올리며 말했다.
“열 명!”
그러자 엽현이 머리를 치켜들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접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엽현이 상대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의 체내에서 전의와 검의가 휘몰아치더니 순식간에 하나로 융합했다. 이윽고 엽현의 손에 들린 대흑검이 격렬히 진동하더니 휘황찬란한 검광을 토해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전의와 검의 그리고 대지지력의 위용까지 합쳐진 일 검이었다.
엽현의 정면에 있던 여덟 명의 도병들이 엽현의 검을 보는 순간 안색이 급변하더니 재빨리 한 줄로 도열하여 서로의 창을 일렬로 연결했다. 각각의 도병들의 힘이 마치 조수처럼 밀려 나오더니 마침내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도병의 창에 모든 힘이 집중됐다.
팔인합격(八人合擊)!
창끝에서 터져 나오는 기세는 방원 수십 장의 공간을 진공상태로 만들 정도였다.
이때, 엽현의 검이 창끝에 닿았다.
쾅-!
대흑검과 부딪친 창이 그대로 박살 나면서 팔 인의 도병들이 뒤로 십여 장을 미친 듯이 밀려 나갔다. 가까스로 신형을 멈춘 도병들의 입에선 모두 한 줄기 선혈이 흘렀다.
엽현 역시 원래 있던 자리로 튕겨져나갔다. 그의 입가에선 마찬가지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혼자서 한 번에 여덟을 상대해서 밀리지 않은 것이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막현청의 모습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분노하고 있었다.
저들 도병들은 창란학원에서 고르고 고른 자들로 결성한 정예들이었다.
헌데 그런 자들 여덟을 엽현 혼자서 막아내다니!
‘뭐 저런 변태 같은 놈을 봤나!’
창목학원이 엽현을 적으로 돌린 것은 근 수백 년 동안 가장 잘못한 결정임이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 법이었다.
이미 수많은 창목학원의 강자들이 희생된 지금, 어떻게 엽현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 만약 그런 결심을 한다 하더라도, 그 후에 창목학원의 명성은 바로 바닥까지 추락할 것이다.
그래도 고개 숙이는 것만큼은 결코 허락할 수 없었다.
이때, 한창 교전 중인 장내에 몇 개의 귀신같은 그림자가 홀연히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 앞에 나타난 육반장이 손바닥을 들어 지면을 향해 내리쳤다.
쾅-!
그러자 지면이 갈라지며 한 줄기 강대한 힘이 터져 나왔다. 귀영(鬼影)들이 뒷걸음질 쳤다. 이때 야리 등이 재빨리 달려와 엽현과 육반장 주변을 에워쌌다.
살수!
야리 등이 경계의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오히려 도병들이라면 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살수들은 다르다. 그들은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상대의 목을 날려 버리는 성가신 존재들이었다.
육반장과 등을 맞대고 있던 능한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방금 그것들은 암계의 도병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암계의 도병들은 아직 오는 길이거나 아니면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입니다.”
이때 엽현이 육반장을 향해 외쳤다.
“형제들을 살수로부터 보호해 줘. 도병들은 내가 처리한다!”
말과 동시에 엽현이 대흑검을 들고 창목학원의 도병들을 향해 솟구쳤다.
“누님, 엽 형을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알아서 조심하겠습니다!”
바로 어느새 도병과 마주한 엽현이 불현듯 두 눈을 번쩍 떴다.
쉭-!
그러자 그의 두 눈에서 두 줄기의 검광이 쏘아져 나왔다.
엽현의 정면에 있던 두 명의 도병이 검광에 맞아 수십 장 거리를 날아갔다. 그들이 막 지면에 떨어졌을 때, 이미 엽현의 대흑검이 그들의 머리를 향했다.
이때, 대여섯 명의 도병들이 엽현의 앞을 막아서며 동시에 창을 찔렀다. 모두가 엽현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섯 자루의 창은 결코 엽현의 몸에 닿지 못했다.
대지전갑(大地戰甲)!
엽현의 겉옷 안에 숨겨져 있던 황금색 연갑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자신들의 회심의 일 격이 대지전갑에 의해 막히자 다섯 도병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이때, 한 자루의 검이 날아와 그들 중 하나의 목을 날려 버렸다.
이에 나머지 네 명의 도병들이 미친 듯이 신형을 물렸다. 십여 장 뒤로 후퇴한 도병들이 엽현을 바라보며 두려운 기색을 드러냈다.
엽현은 제자리에 서서 무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사실 조금 전의 일격으로 대지전갑이 일그러졌을 뿐 아니라 그의 신체도 충격을 받았다.
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도칙의 힘의 삼 할밖에 끌어낼 수 없었다. 이 정도 위력의 대지전갑으로는 신합경 강자의 전력이 깃든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순 없던 것이다.
한편, 엽현을 바라보는 도병들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엽현이 자신들의 창에 급소를 맞고도 멀쩡한 것도 모자라 동료 중 한 명의 목을 날려 버린 것을 믿을 수 없던 탓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다시 한번 신형을 날렸다. 도병들은 표정이 살짝 변하긴 했지만, 물러나지 않고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재 엽현은 대흑검 대신 영수검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대흑검은 그 파괴력이 막강한 대신 민첩성이 부족했다.
영수검을 잡은 엽현의 몸놀림은 이전과 비교해서 확연히 날렵해졌다. 그는 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도병들 사이를 누비며 검광을 쏟아냈다.
이내 엽현과 그들 도병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한편, 야리 등은 반대편에서 다른 도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육반장은 출수하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숨어 있을 살수들을 경계했다.
엽현을 제외하면 암계의 살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육반장뿐이었다. 만약 그녀마저 도병들을 향해 출수하게 되면 언제 어디서 살수들이 능한 등의 목숨을 노릴지 모를 일이었다.
열둘과 열아홉의 싸움이었다.
전투는 이내 교착상태에 접어들게 되었다.
* * *
한편 끝없이 펼쳐진 한 산맥 위, 한 무리의 창매(蒼鹰) 떼가 능선을 따라 비행하고 있다. 날개를 펼친 창매의 크기는 무려 십여 장이었다.
이들 창매들은 무려 통유경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중 가장 선두에 있는 참매는 무려 이십 장의 거대한 몸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 두 눈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부리부리하고, 그 거대한 날개가 한 번 날개짓 할 때마다 거대한 기류가 형성됐다.
거대한 창매 위에 한 남자가 호방한 자태로 정면을 향해 서 있다. 이십 대로 보이는 남자는 구레나룻을 길게 기른 것이 특징이었다.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다들 밥 안 먹고 나왔어? 좀 더 속도 좀 내봐!”
남자가 다시 앞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거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창목학원, 암계…… 만약 내 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너희들은 다 제삿날인 줄 알아라!”
당국 근교의 또 다른 산맥, 한 마리의 거대한 늑대가 산길을 달리고 있다. 다 자란 소의 거의 두 배만 한 덩치를 가진 거랑(巨狼)이 광포하게 달리니 바위고 나무고 모두 파괴되어 이내 평탄한 길이 만들어졌다.
거랑의 등 뒤에 올라탄 한 남자가 흉흉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젠장할, 능한 이 병신 같은 자식! 싸움만 했다 하면 줘 터지고 다니고…… 너는 정말 우리 능 가(凌家)의 수치구나! 다른 놈들 손에 죽기 전에 내가 먼저 널 죽여야겠다!”
당국 황성으로 흐르는 거대한 강에 청삼(青衫)을 입은 여인이 물 위를 달리고 있다.
청삼녀의 입가엔 왠지 사악해 보이는 미소가 가득하다.
“육반장… 우리 귀여운 애기… 이번 일이 끝나면 순순히 날 따라와야 할 거야. 아니면 요얼방 출신 무인을 호출한 대가로 일억 냥을 내던가… 히히…….”
* * *
다시 엽현 등이 대전을 벌이고 있는 산맥.
엽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막현청이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가 세차게 내렸다.
그러자 일천 기의 당국 중기병이 엽현 등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서른 명의 신합경 강자들이 튀어 나왔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금 살수들의 그림자가 엽현 등의 근처에서 일렁였다.
“하하하!”
바로 이때, 장내를 뒤흔드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엽현이란 놈이 누구냐? 목을 받으러 왔다!”
그는 바로 청주 무방 3위의 오엽(吴葉)이었다.
막청현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그밖에도 사방팔방에서 무인들이 쏟아져 나오니 이들은 모두 엽현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린 무인들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출수할 생각이 없다가 창목학원이 공격을 개시하자 그 틈을 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상대가 움직인 것을 보자 엽현의 표정이 흉악하게 변하며 육반장을 향해 소리쳤다.
“일 각만 시간을 벌어줘! 그 후엔 난 무적(無敌)이 된다!”
말과 동시에 엽현이 대흑검을 소환하더니 말릴 틈도 없이 검을 그대로 자신의 신체에 꽂아 넣었다.
쿵!
순간, 대흑검이 한 줄기 강대한 힘으로 변해 엽현의 체내로 쏟아지듯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서 풍기던 기운이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는 것은 물론 영수검 역시 극렬히 반응하며 날카로운 기운을 마음껏 쏟아냈다.
“엽 형을 보호한다!”
능한이 외치자 열 한명의 무인이 촘촘히 엽현의 주위를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