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42
1342화 쓸어 담아!
엽현은 자신이 직접 오유계 전체를 진두지휘하며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일일이 해결해 나갔다.
최우선 목표는 뭐니 뭐니 해도 오유겁을 진압하는 일이었다.
비록 오유겁이 완전히 활성화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오유계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일단 오유겁으로부터 파생된 각종 자연재해들은 당장은 큰 위협이 아니었다. 오유계와 육유계, 극락지계의 강자들이 나선 후로 확산세가 멎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영기의 이탈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막념조차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비록 육유계와 도계 등이 영맥과 각종 천지지령을 부랴부랴 오유계 전체에 풀어놓긴 했지만,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었다.
이렇게 계속 진행되다간 설령 오유겁을 막아낸다 해도 오유계는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할 것이 분명하다.
구름 위의 엽현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아래쪽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상황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 좋은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
이때, 엽현이 문득 품 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검종에서 얻은 상자였다.
‘그 녀석이 과연 오유계를 구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알지 못한다. 일단 해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볼 뿐!
엽현은 주저하지 않고 뚜껑을 열어젖혔다.
그 순간.
쾅-!
정순한 영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하얀 손 하나가 상자 밖으로 삐져나왔다. 뒤이어 익숙한 얼굴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하얀 아이, 소백!
상자에서 빠져나온 소백은 엽현을 보자 눈을 깜빡였다.
이에 엽현이 재빨리 준비한 사탕을 건넸다.
사탕을 받아 든 소백은 눈이 초롱초롱해져 정신없이 핥기 시작했다.
엽현은 말없이 웃으며 소백을 지켜보았다.
바로 이때, 소령이 엽현 곁에 나타났다.
소백을 발견한 소령은 기쁜 얼굴로 소백을 껴안고 얼굴을 비비적댔다.
소백 역시 소령에게 사탕 한 알을 건네며 호의를 보였다.
이는 소백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우정의 표시였다.
“저, 미안한데. 나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소백이 시선을 돌리자, 엽현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다시피 이곳의 영기가 말라가고 있어. 너라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소백이 주변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째… 서?”
이 물음에 소백이 대답 대신 가볍게 손을 파닥였다. 순간 반경 수만 장 이내의 공간에 농도 짙은 영기가 가득 들어찼다.
하지만 이 영기는 얼마 가지 못하고 빠르게 소멸하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은 깨달았다.
오유계의 영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우선 오유겁을 해결해야만 했다.
우주의 영기와 본원을 갉아먹는 오유겁을 처리하지 않고서는 영기를 채워봐야 헛일이었던 것이다.
“소령아, 소백이 데리고 잘 놀고 있어!”
뭔가 떠오른 엽현은 황급히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엽현은 곧 오유계의 강자들을 데리고서 각종 재해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진압하지 못하는 것은 진법으로 봉인했다.
해저화산처럼 파괴력이 강한 것들은 즉시 제거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때의 엽현에게는 이만한 능력이 있었다.
이렇게 육유계와 도계의 지원까지 등에 업자, 자연재해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엽현의 얼굴은 오히려 점차 굳어갔다.
이때까지 막념이 어떤 싸움을 해 왔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막념의 기운이 아직까지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오유계에 모인 무인들만으로는 절대 오유겁을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오유계의 전체에 생성된 화산이며 용암지대의 숫자가 도대체 몇 개인가?
만약 이것들이 동시에 폭발했더라면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었겠는가?
막는 건 고사하고 목숨을 건사하는 것조차 힘겨웠으리라.
그런데 막념은 혼자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막아왔던 것이다!
이때, 엽현은 문득 막념이 생전에 남겼던 한 마디를 떠올렸다.
‘내가 원하지 않는 한,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
한편으로 엽현은 오유계의 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함을 깨달았다.
오유계 곳곳의 영기와 영맥이 상당 부분 소실된 것은 물론 더 이상 재생되지도 않았다.
영기의 회복 문제는 앞으로 오유계가 직면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를 것이 분명했다.
* * *
엽현은 오유계 성공 한복판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그는 막념 곁에 항상 붙어 있던 령을 찾았다.
그녀의 본명은 원령(源靈).
오유계의 본원지령(本源之靈)이 그녀의 정체였다.
원령의 상태는 한눈에 보아도 매우 좋지 않았다. 오유겁이 닥친 이때, 가장 심대한 타격을 입는 것은 오유계의 본원지령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원령은 막념의 육신이 있는 곳으로부터 조금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엽현은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소령과 소백을 대동한 상태였다.
엽현의 등장에 별 감흥을 보이지 않던 원령은 소백을 보고서 큰 반응을 보였다. 흥분과 동시에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때 엽현이 소백을 향해 물었다.
“여기 이 오유계의 본원지령을 좀 도와줄 수 있겠어?”
소백이 원령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 깜빡할 사이 원령 앞으로 다가온 소백이 가볍게 손짓하자, 엄청난 양의 자기가 원령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쾅-!
순간, 강대한 기운이 원령의 체내로부터 흘러나와 성공 전체를 뒤흔들었다.
잠시 후, 소백이 손을 거두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때 원령이 천천히 눈을 뜨고서 소백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소백이 멋쩍은 듯 손가락으로 코를 쓱 문질렀다.
이때 엽현이 황급히 물었다.
“혹시 돌파한 거요?”
원령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원령이 흠칫 놀라며 막념의 시신이 안치된 곳을 쳐다보았다.
“이게… 네가 말한 기연이었구나…….”
원령은 엽현을 따라다니면 어떤 기연이 있을 거라는 막념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 기연은 아마도 눈앞의 하얀 아이인 것이 분명했다.
이때 엽현이 원령을 향해 말했다.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엽현의 생각은 간단했다. 원령은 오유계의 본원, 그녀가 힘을 쓴다면 오유계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게 분명했다.
이에 원령이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 힘으로는 어려워. 저 하얀 아이 역시 단순한 분신에 불과하니 이곳의 영기를 완전히 회복시킬 순 없어. 본체가 왔다면 모를까.”
이 말에 엽현이 문득 소백을 돌아보았다.
고작 분신의 능력이 이 정도인데 본체는 도대체 얼마나 더 대단할까?
“음… 그럼 다른 곳에서 영기를 가져오는 건 어떻소? 이거라면 가능하지 않겠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겠지. 그런데 어디에서 가져올 거야? 육유계? 도계?”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 후안무치하진 않소.”
아무리 뻔뻔한 엽현이라도 우방들의 영기를 훔쳐 올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훔친 영기를 어떻게 운반할 것이냐겠지.”
원령의 말에 한쪽에 있던 소백이 손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더니 흥분된 몸짓으로 뭔가를 설명하려 했다.
소령이 빠르게 통역했다.
“그건 자기에게 맡겨 달래!”
“…….”
순간 원령의 표정이 기이해졌다.
소백에게서 왠지 모르게 ‘대도’의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뭔가 떠오른 듯 손뼉을 마주쳤다.
“그래! 그러면 되겠다! 소백아, 따라와! 갈 곳이 있어!”
엽현은 곧장 소백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원령은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다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 * *
도정.
이때 도정 전체에는 암운이 드리워져 있었다.
엽현 한 사람에게 본거지 전체가 쑥대밭이 된 것은 도정 무인들에게는 크나큰 치욕이 분명했다.
이 시각, 도정 내의 한 허름한 대전 안에선 백제자가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도정의 구조는 내부의 일은 백제자가, 전쟁과 같은 외부의 일은 진무신군이 맡아보는 구조로 돼 있었다.
다만, 진무신군은 도총을 막기 위해 천계연에 가 있는 상태기 때문에, 엽현과 오유계에 대응하는 일은 전적으로 백제자의 몫이었다.
대전 안에는 백제자 외에도 도정의 강자 몇몇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며칠 전, ‘대학살’의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이때 백제자가 문득 앞에 있는 천장(天將) 하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엽현과 오유계의 무인들이 천재지변을 막아내고 있다고?”
지목된 천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뿐 아니라, 육유계와 도계로부터 영맥을 빌려와 영기를 보충하고 있습니다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훗, 가소롭군. 오유겁이 계속해서 오유계 본원에 타격을 입히는데 무슨 수로 영기를 생산하겠느냐? 설령 오유겁을 몰아낸다고 하더라도 한 번 사라진 영기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어디 다른 곳에서 영기를 통째로 훔쳐 온다면 모를까!”
이때 백제자가 돌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엽현, 이 어리석은 놈. 이제 어떻게 할 테냐? 동맹인 육유계나 도계에서 영기본원이라도 훔쳐 올 테냐? 하하하하!”
“하지만 성군, 혹시 놈이 도정의 영기에 눈독을 들이지는 않겠습니까?”
천장의 말에 백제자가 고개를 저었다.
“절대 불가능하다! 설령 영기를 훔친다 한들 그 먼 오유계까지 무슨 수로 운반할 수 있겠느냐? 지금 상황에서 놈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도정이나 육유계 사이의 우주 장벽을 파괴한 후, 그곳의 영기를 오유계로 유입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래 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이미 망해버린 오유계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그 정도 영기로는 어림도 없을 테니까!”
백제자가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어갔다.
“물론, 네 말대로 우리 도정의 정순한 영기를 주입한다면 또 모를 일이지. 하지만 놈이 무슨 수로 오유계까지 가져갈 수 있겠냔 말이다! 하하하하!”
바로 이때, 신장 하나가 대전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서, 성군! 엽현, 엽현이 왔습니다!”
엽현!
순간, 장내 무인들의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
‘그 미친놈이 왜 또 왔단 말인가!’
백제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남문(南門)에 도착하니, 과연 엽현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백제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엽현의 상태를 살폈다. 겉으로 보아 예전처럼 미치광이 상태는 아니었다.
이에 백제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에게 이성이 있다면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고, 대화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허점을 찾을 수 있다.
어쨌든, 말이 통하지 않는 광인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이었다.
현재의 도정은 양계연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무력으로는 엽현을 막아 낼 재간이 없었다.
“이 살인마! 이곳엔 또 왜 온 것이냐! 아직 더 죽일 자가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냐?”
백제자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도정에서 뭘 좀 빌려 가려고 왔소.”
막념과 관련하여 엽현이 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오유계를 지키는 일이고, 둘째는 도정의 멸망이었다.
당장 도정의 몇 안 되는 무인을 죽여 봐야 두 번째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원하는 것은 도정의 완전한 멸망이기 때문이었다.
엽현의 말에 백제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반응했다.
“빌려 간다고?”
“그렇소! 오유계에 영기가 부족하니 그대들의 것을 조금 빌려 가려 하오!”
“뭐, 뭐?”
잠시 멍하니 있던 백제자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래 이곳의 영기가 정순하긴 하지! 어디, 가져가 볼 테면 얼마든지 가져가 보거라!”
“진심이오?”
“물론이다! 돌려줄 필요도 없다! 원한다면 이곳의 영기가 모두 다 네 것이다!”
“분명 허락한 거요? 그럼 사양하지 않겠소!”
“하하하! 사양 말고 어서 가져가거라! 어디 광주리에라도 짊어지고 가려는 게냐?”
“하하하하-!”
도정 전체에 비웃음이 가득 울려 퍼졌다.
이때, 엽현 곁에 소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쓸어 담자!”
엽현이 신호하자, 소백이 ‘헤헤’ 웃으며 크게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