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74
1374화 쉽지 않은 시도
“요왕, 잘 생각해 보시오. 지금은 도조와 상주 모두 폐관에 들어간 상태요. 이런 상황에서 백포가 취해야 행동은 뭐가 되겠소?”
치요요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물론, 저들도 천계연의 광맥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만족하려 했을 수도 있소. 하지만 내가 온 이상 계속 이 전략을 유지할 수 없을 거요. 왜냐하면, 내가 계속 설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소?”
이때 치요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그건 바로 백포가 너를 죽이는 선에서 만족하고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거지. 그 역시 병력 상당수를 잃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테니까.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우리 도총이 널 끝까지 보호할까, 아니면 포기하려 할까?”
엽현이 대답하려는 이때, 대전 위쪽 공간이 쩍 갈라졌다.
잠시 후, 벌어진 틈 사이에서 하얀 장포를 입은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하얀 장포 그리고 한 자루 창.
순간, 엽현은 본능적으로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백포!
도정 최강의 신장!
이때 치요요가 웃으며 가볍게 엽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당황했느냐?”
“…….”
이때 백포가 엽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는 신기지인의 소유자이자 나와 같은 호도자다. 그런 만큼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도정에 투신한다면 지금까지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기회!
이 말에 엽현이 입가를 실룩이며 치요요의 어깨를 두드렸다.
“혹시 당황했소?”
“…….”
당황했니?
치요요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백포는 정말로 모든 일을 없던 것으로 하리라는 것을.
설령 백제성군이 추궁한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도정 내에서 백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도조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치요요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엽현이 도정에 들어가지 않으리란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치요요는 엽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정에 투신할 생각은 없겠지?”
이에 엽현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대답을 들은 치요요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백포를 바라보았다.
“백포, 똑똑히 들었겠지? 엽현과 너희 도정은 한편이 될 수 없다.”
이에 엽현을 응시하던 백포가 입을 열었다.
“내 창을 한번 받아 보겠느냐?”
“얼마든지!”
엽현이 대답하기 무섭게, 백포의 창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쉭-!
전광석화처럼 날아드는 창을 응시하던 엽현이 가볍게 한 발을 내디뎠다.
순간, 네 종류의 역이 발동됨과 동시에, 전신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네 가지 역과 혈맥지력.
엽현의 가장 강력한 패였다.
엽현은 눈앞의 백포를 두고 다음 기회는 없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수단을 펼쳐 든 것이었다.
이때, 네 개의 역 사이로 엽현의 붉은 검이 불쑥 튀어 나왔다.
쾅-!
검과 창이 맞닿은 순간, 엽현이 튕겨나듯 뒤로 날아갔다. 수백 장 뒤까지 밀려나 겨우 멈춰 선 엽현의 입가에선 선혈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엽현이 버틴 것을 보자 백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이군!”
말을 마친 순간, 백포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약속대로 단 일합만 겨루고 떠난 것이었다.
엽현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좋다고 웃는 게냐?”
치요요의 물음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보았소? 저자는 방금 전 일격으로 날 죽일 셈이었소.”
“그래서? 막아냈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거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웃은 이유는 현재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오.”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조금 전 상황은 분명 자신의 패배였다.
하지만 오히려 기분이 매우 좋았다.
왜냐하면,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경지!
백포와의 일합은 그 어떤 기교도 없이, 그저 단순한 경지와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이 경험은 어도경에 이르기만 하면 진무신군이나 백포와 충분히 겨룰 수 있다는 확신의 근거가 되었다.
심지어 지금도 충분히 싸워 볼만은 했다.
이기지 못할 뿐이지, 그렇다고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정도는 아니란 것이다.
혈맥지력을 최대한 발동한다면 동귀어진까지는 노려볼 수 있으리라!
이로써 결론은 도출됐다.
어떻게든 어도경이 되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엽현은 다시 눈을 뜨고 치요요를 바라보았다.
“요왕, 부탁 하나 들어주시겠소?”
“어떻게 하면 어도경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건가?”
“그렇소.”
“흠…….”
“왜 심각한 표정이오? 매우 어렵소?”
치요요가 계속 말이 없자 엽현이 다시 웃으며 물었다.
“혹시 도총에선 내가 어도경이 되는 걸 원치 않는 것이오?”
치요요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엽현이 싱긋 웃어 보였다.
“충분히 이해하오.”
“네 생각은 어떠냐? 앞으로 우리 도총과 적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 같으냐?”
“음… 그 질문을 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도총인 것 같소. 내게는 선택권이 없지 않소?”
“…….”
잠시 침묵하던 치요요가 한숨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어도경이 되지 않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엽현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무슨 이유로?”
“왜냐하면, 도정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담컨대, 네가 돌파를 시도하는 그 순간, 도정은 전력을 다해 방해하려 할 것이다. 설령 큰 피해를 입더라도 말이다. 도총 역시 너와의 관계를 재고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너는 도정을 상대로 훌륭한 검의 역할을 해 주고 있지만, 그 검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지게 되면 자신들에게도 위협이 될 테니까.”
엽현의 존재는 그 어떤 세력에게도 매우 위협적인 것이다.
그런 그가 어도경이 되는 것은 도정은 물론 설령 도총 역시 두려워할 만한 일이 분명했다.
말을 들은 엽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란 존재는 정말이지… 이래서 천재는 피곤한 건가?”
엽현이 돌아서려는 이때, 치요요가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엽현이 다시 치요요를 향해 돌아선 순간, 그의 눈앞으로 납계 하나가 날아들었다.
바로 조금 전 엽현이 그녀에게 주었던 조화신정 십만 개가 든 납계였다.
엽현이 웃으며 치요요를 바라보았다.
“보호비라 하지 않았소?”
“받거라. 최상품 영맥 두 개를 탈환해 준 보상이다.”
“하지만 십만 개나 되는 데…….”
“흥, 나에게 그 정도는 코 묻은 돈일 뿐이다.”
“…….”
엽현이 망설이자 치요요가 웃으며 재차 권했다.
“가져가거라. 지금 신정이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너니까.”
“좋소. 그렇게 말한다면 사양하지 않겠소. 나중에 또 봅시다!”
납계를 받아 든 엽현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치요요는 사라지는 엽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 * *
신궁의 대전.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 백포의 뒤로 노인 한 명이 다가섰다.
“신장, 그 아이는 어땠습니까?”
“매우 훌륭했소.”
훌륭하다!
노인의 표정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백포가 상대에게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었다.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기다릴 것이오.”
“하지만 이대로 기다리다가 만약 녀석이 어도경에 이르기라도 하면…….”
이때 백포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적이 강해지는 게 두렵소?”
“…….”
노인이 아무 말이 없자 백포는 다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 * *
한편, 엽현은 오유계로 향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오유계는 전례 없이 강해진 상태였다.
특히, 영기 또한 농후해진 상태였다.
이는 다른 우주에서 가져온 백 육십여 개의 용맥 덕분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오유계의 본원, 원령 또한 점차 제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었다. 완전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까진 갈 길이 멀긴 했지만, 천천히 본원지기를 세상에 퍼트리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오유계의 상황은 좋아지는 추세였다.
한편, 막념의 시신이 안치된 성역에선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련의 신비한 기운이 이쪽 공간에 나타나 막념의 시신을 향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검종.
오유계에 도착한 엽현은 가장 먼저 검종을 찾았다. 이때의 검종의 검수는 이미 삼백 이십여 명이었다. 모든 무인이 최소 둔일 이상의 경지를 갖춘 상태였다.
이들 검수들은 이제는 증도경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오유계 전체를 통틀어, 증도에 이른 자는 극소수였다. 아라와 안란수 정도만이 도삼생과 도경의 도움으로 중도경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엽현은 앞으로 조화신정이 보급되면 증도에 이르는 무인은 점차 늘어 갈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검종의 대전 안.
엽현이 도경 다섯 권을 펼쳐 놓고 앉아 있었다.
총 아홉 부분의 도경 중, 다섯 권이 자신에게 있다. 아홉 개를 전부 모을 수만 있다면 대도지령을 소환할 수 있으리라.
그는 여전히 막념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도경을 모두 모아 대도지령의 도움을 받아라!’
이때 엽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지명, 대도지령이 그렇게나 강하오?”
“모른다.”
“본 적 없소?”
“당연히. 기록에서만 보았을 뿐,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흠…….”
생각을 마친 엽현은 다시 도경을 품 안에 갈무리했다.
그리고선 천천히 오른손 주먹을 말아 쥐었다. 순간, 강대한 힘이 주먹 안에 집중됐다.
도권!
사실 지금까지 실전에서 도경무학을 펼친 것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위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너무 강해서 통제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도권… 도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는 이번에는 손을 펼쳐 천주검을 소환했다.
“검 안에 도권의 무리(武理)를 적용할 순 없는 걸까?”
생각은 곧 실행으로 옮겨졌다.
천천히 눈을 감는 엽현.
이때 한 줄기 기운이 그의 손안으로 모여들더니, 이내 천주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힘이 주입됨에 따라 천주검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빠각-!
순간, 검 주변의 공간이 거미줄처럼 갈라져 나갔다.
이를 본 엽현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엄청난 발견을 해 버린 것이다!
엽현은 천천히 천도검을 감아쥐었다. 검 안에는 검도지력 외에 도권의 힘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엽현은 더 나아가 이 두 개의 힘을 하나로 합치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그 위력이 너무나 대단해서 통제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힘들다고 판단한 엽현은 일단 검에서 손을 놓았다.
잠시 천주검을 내려다본 엽현은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며 같은 시도를 반복했다.
검도와 도권의 합일!
그가 하려는 것은 이때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힘을 융합해 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