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15
1415화 발악할수록 좋아
암연!
암연이 도경을 강탈해 갔다!?
엽현의 말을 들은 노인은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 말이… 진정 사실이오?”
엽현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오. 그대들이 조사해 보면 금방 알 것이오. 도조가 암연의 편에 붙으면서, 도경을 전부 암연 손에 넘겼소. 궁금하면 직접 암연에 찾아 가 보시오!”
“…….”
이때 청삼녀가 끼어들었다.
“듣자 하니 그대가 이 우주 제일의 천재라던데?”
이 말에 엽현이 웃으며 청삼녀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오.”
“그런지 아닌지… 잠시 겨뤄 볼까?”
엽현이 당황한 듯 재빨리 양손을 저었다.
“아니오! 그러고 싶지 않소!”
이 반응에 청삼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오?”
“하하, 파사세계와 오유계를 감히 비교할 수 있겠소? 이곳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라도 그곳에 가면 웃음거리일 뿐 아니오? 게다가… 그대의 기운으로 보아 이미 성도경에 진입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소?”
청삼녀는 말없이 엽현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엽현은 표정이 딱딱해져 곧바로 포권을 취해 보였다.
“이토록 젊은 나이에 성도경이 되다니, 매우 보기 드문 일이오!”
청삼녀의 얼굴은 평온했다.
“파사세계에서 내 또래에 성도경이 된 자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은 아니오.”
“오… 그럼 언제 성도경이 되었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열여섯에 어도, 열여덟에 성도가 되었소. 그것도 이미 이년 전 일이로군.”
엽현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열여덟에 성도… 이게 가능하단 말이오?”
“물론이오. 그게 그렇게도 충격적인 일이오?”
“하하… 나는 열여덟에도 증도경이 되지 못했거늘… 정말이지 사람 위에 사람 있고, 하늘 위에 하늘이 있었구려.”
“낙담할 것 없소. 그대 역시 나쁘지 않으니.”
청삼녀의 위로에 엽현이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이쪽 세계에서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대가 있는 곳의 무인들과 비교하면… 에휴…….”
청삼녀는 크게 실망한 듯한 엽현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을 위로하는 일에는 매우 서툴렀던 것이다.
한쪽에선 노인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엽현을 쳐다보는 미존의 얼굴은 매우 기이하게 변해 있었다.
침묵이 흐르던 때, 엽현이 청삼녀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하지 않았구려! 그대를 어떻게 부르면 되겠소?”
“…현초(玄初).”
엽현이 곧장 포권을 취하며 예를 차렸다.
“현초 낭자, 실례가 안 된다면 내 무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가르침을 내려 줄 순 없겠소?”
“…….”
현초가 난처해하자, 노인이 웃으며 나섰다.
“엽 공자, 도경이 그대에게 없다니 우리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소. 가르침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두 사람이 상의 해 보시오.”
이 말에 엽현은 몹시 아쉬워하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를 본 현초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노인이 먼저 나서서 말을 가로챘다.
“엽 공자, 그럼 나중에 봅시다!”
이 말을 끝으로 노인은 현초를 데리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바로 이때였다.
“현초 낭자, 기다리시오!”
현초가 멈춰 서자, 엽현이 빠르게 다가와 우물쭈물 말을 건넸다.
“현초 낭자, 혹시… 다시 볼 수 있겠소?”
“…….”
“…….”
순간, 엽현을 향한 노인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척 봐도 현초에게 흑심을 품은 모습이 아닌가!
“아마도…….”
현초가 대답하려는 찰나, 이번에도 노인이 대신 말했다.
“엽 공자, 우리는 다시 볼 일 없을 거요! 파사세계는 아주 멀어서 말이오.”
노인의 말투는 매우 무뚝뚝했고 싸늘하기까지 했다.
엽현이 다시 현초를 향해 시선을 돌린 순간, 노인이 둘 사이를 아예 몸으로 가로막았다.
“엽 공자, 시간이 상당히 지체됐소. 이만 가 보겠소!”
이 말을 끝으로 노인은 현초의 손목을 잡고서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잠시 이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엽현은 고개를 돌려 미존에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나 무섭소?”
“…조금 그렇습니다.”
미존은 왜 백제자가 엽현을 두고 끙끙대며 머리를 싸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엽현에게는 원체 체면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엽현의 화술은 탄복할만했다.
고작 두세 마디의 말과 행동으로 위기를 해소해 버렸으니.
물론 일시적이긴 하지만.
이때 엽현이 갑자기 서둘러 대전을 나섰다.
그가 막 밖으로 나왔을 때, 때마침 막념이 다가와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오늘 놀러 가면 안 돼?”
“하하, 뭐 하고 싶은데?”
“웅… 생선 구워먹기!”
“하하! 그런 놀이가 있었어? 어서 가자!”
곧, 엽현은 막념의 손을 잡고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오유계 외곽.
현초와 노인이 오유계를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다.
“너는 도경이 암연에 넘어갔다는 말을 믿느냐?”
“아마 사실일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제 눈엔 거짓말할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
“암연으로 가시렵니까?”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암연의 경계 수준은 오유계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함부로 접근하기 어렵지.”
“그렇다면 기다립니까?”
“흠… 먼저 몇 가지 조사부터 한 다음 움직이자꾸나.”
“알겠습니다.”
노인이 현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는 엽현을 어찌 생각하느냐?”
이 질문에 현초가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가벼운 질문일 뿐이다.”
“제 생각엔…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순간 노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보기에 엽현은 어설픈 행세를 하고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영민한 자다. 그러니 항상 마음의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장로,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너는 우리 파사세계 제일의 기재이자, 파사종 차기 종주가 될 사람이다. 차별하는 말은 아니지만, 네가 함께해야 할 사람은 천하에 둘도 없을 기린아여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엽현 저 녀석은…….”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별히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너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장로,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닙니까?”
“후… 그런 게 아니라 저 엽현이란 놈은 척 봐도 바람둥이… 아니다. 너는 최대한 이 자와 접촉을 피하는 게 좋을 게다.”
현초는 차분하게 오유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장로, 솔직히 말하자면 도정의 도주에다가 오유계를 이렇게 잘 다스리는 사람을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로, 사람을 볼 때 단면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이에 노인이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다. 나는 단지 저 녀석이 건들건들하면서 일부러 네 환심을 사려는 게 걱정이 돼서…….”
현초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어냈다.
“장로가 보시기에 불한당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대단히 겸손한 무인으로 보입니다.”
“…….”
“결정적으로 검수지 않습니까?”
검수!
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검수는 보통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느끼기에 엽현은 일반적인 검수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바로 이때, 검은 허영 하나가 두 사람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이 자는 바로 암연의 지배자, 연존이었다.
연존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말을 걸어왔다.
“파사세계에서 오신 분들이시오?”
“암연?”
노인의 물음에 연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 왔소?”
“파사세계에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소.”
“제안?”
“엽현은 보통 놈이 아니오. 배후에 신비한 강자들이 있는 데다 고신연과도 관련이 있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도경이 그대들 암연에 있다는 것 말이오?”
노인의 말에 연존이 다소 당황했다.
“그걸 누가…….”
“엽현에게서 들었소.”
엽현!
“그대 입으로 직접 말 해 보시오. 그 말이 사실이오?”
이에 연존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에게 두 권이 있소. 하지만 엽현 그놈에게는 무려 여섯 권의 도경이 있소!”
노인의 눈썹이 잔뜩 치켜세워졌다.
“엽현은 그대가 모두 강탈해 갔다던데?”
“그건 놈의 헛소리요!”
연존이 펄쩍 뛰자, 노인의 표정은 심히 어둡게 변했다.
정말로 엽현이 거짓말을 한 걸까?
이때 곁에 있던 현초가 질문했다.
“그러니까 엽현에게 도경이 여섯 권이나 있단 말이오?”
“그렇소! 이건 사실이오!”
“그럼 왜 곧바로 빼앗으려 하지 않고 보고만 있는 거요?”
이때 노인이 현초에게 말했다.
“아이야,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엽현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거다!”
“장로, 반대로 암연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이때 연존이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낭자께서는 엽현이란 놈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 같구려. 놈의 장기는 세 치 혀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이오. 만약 그에 대해 조금 더 조사한다면, 놈이 말한 것이 전부 거짓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대 말대로 엽현에게 도경 여섯 권이 있다면 그대들은 왜 빼앗으려 하지 않소? 암연의 전력이 더 우위에 있는 것 아니오?”
연존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엽현은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간단치 않소.”
“그래서? 우리 파사세계에게 함께 엽현을 치자는 제안을 하려 했던 것이오?”
연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췄소!”
“도경을 얻은 후에는?”
“후후, 이 문제는 도경을 빼앗은 후에 천천히 상의해도 되지 않겠소?”
현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노인을 바라보았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대와 엽현 둘 중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소. 그러니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 결정도 하지 않겠소.”
이 말을 마지막으로 현초와 노인은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연존은 고개를 돌려 오유계 쪽을 바라보았다.
점점, 그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져갔다.
“엽현, 감히 우리를 이런 식으로 골탕 먹이려 하다니… 과연 네 놈에게서 염치란 걸 기대할 수 없는 것이냐?”
* * *
고신연.
어느 황금탑 꼭대기, 소철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암연이 곧 행동에 나설 것이다.”
소철과 나란히 서 있던 소극이 물었다.
“그걸 어찌 아시오?”
“점점 더 강력한 기운이 암연에서 빠져나오는 게 느껴진다.”
“우리가 나서야 할 때인 것이오?”
소철이 고개를 저었다.
“뭐 하러 그러느냐?”
“막지 않으면?”
소극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소철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막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놈들이 발악할수록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