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22
1422화 이쯤에서 끝내자
장문수의 질문에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배분으로 따지자면 그 녀석이 나를 이모라 불러야 할 게다.”
여인은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자, 낭비할 시간 없으니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이 분신은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힘을 써서 머지않아 소멸될 것이다.”
말을 마친 그녀는 장문수를 데리고 순식간에 장내에서 사라졌다.
한편, 소철 등은 철퇴로 머리를 맞은 듯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분신!
고작 분신이었다니!
소철은 말 그대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조금 전, 여인이 나타났을 때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던 그였다.
그런데 여인의 정체가 고작 한 줌 분신이었다니!
분신만으로 성도경인 자신에게 위기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존재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게다가 만약 그녀가 분신이 아닌 본체였더라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소철의 이마에서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이때, 곁에 있던 소극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젠장… 부친에, 형제에, 여동생에, 이제는 이모까지… 이건 가족 전체가 괴물 집단이란 말인가…….”
“…….”
* * *
오유계 외곽의 성역.
여인은 어검을 이용하여 장문수와 빠르게 이동 중이다.
이때 장문수가 말문을 열었다.
“저…….”
“이모님이라 부르거라.”
“이, 이모님. 그는 일반인이 아닌 게 확실하지요?”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아니다.”
“…….”
“하지만 그의 운명은 너무나도 복잡해서 나도 무어라 정의할 순 없구나.”
“이모님은 아주 먼 곳에 계시는 건가요?”
여인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아주 고생을 많이 했다. 한번 오는 게 정말 쉽지 않구나.”
“…….”
이때 여인이 장문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의 신붓감이라 하니 한 사람이 생각나는구나.”
“누구 말씀이십니까?”
“그 녀석의 친모!”
“친모라면, 독고훤…….”
“아니, 그 여자 말고. 진짜 어머니!”
순간, 장문수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독고원이 그의 친모가 아니었습니까?”
“음,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에잇! 그놈의 액난지인 때문에 개족보가 되어 버려서 무어라 설명할 수가 없구나!”
“…….”
이때 장문수가 문득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 청아라는 여인은 얼마나 강한지 아시는지요?”
소복의 여인, 청아!
이 궁금증은 장문수 뿐만 아니라 모두가 품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인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이에 장문수는 질문을 바꿨다.
“혹시 이모님과 그녀가 싸우면 누가…….”
“흠… 그 질문은 나중에 받도록 하지. 먼 길을 왔더니 좀 피곤해서 말이야.”
“…….”
.한편, 두 여인에 앞서 엽현이 어검을 타고 미친 듯이 성공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는 속도를 이미 극한까지 끌어 올렸고, 그가 지나가는 공간은 날카롭게 잘려 나갔다.
이미 혈맥지력이 개방된 그의 전신은 마치 한 덩이 불을 보는 듯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 엽현 앞에 거대한 흑동 하나가 나타났다.
엽현은 주저 없이 어두운 공간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쾅-!
흑동 안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고 난 후, 엽현이 반대쪽 공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공간에 진입한 순간, 엽현은 모든 무공 수위가 해제됨을 느꼈다.
하지만 경지가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혈맥지력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범인계의 법칙이 엽현의 경지에는 효력을 미쳤지만, 혈맥지력까지 제압하진 못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중년 남자 하나가 엽현 앞을 가로막았다.
인존!
상대는 얼마 전 막념을 납치해 간, 바로 그 인존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아귀에는 여전히 막념이 붙들려 있었다.
엽현이 나타난 순간, 막념은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해… 나 때문에… 흑흑…….”
엽현이 막념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할 거 없어. 오히려 내가 미안해. 걱정하지만 설령 여기서 죽는다 해도 우리는 함께 할 거니까. 알았지?”
막념은 대답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작은 어깨는 연신 흔들렸고, 불끈 쥔 주먹에서는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박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때 인존이 엽현을 보며 말을 걸었다.
“정말 혼자 왔느냐?”
“그렇소.”
“도경은?”
“먼저 사람부터!”
인존이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상황에서 타협을 시도하는 게냐?”
“그 아이를 먼저 돌려주지 않으면 도경도 없소! 이곳에 오기 전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하고 왔소. 만약 그 아이를 죽이면 여섯 권의 도경은 자동으로 고신연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오!”
“후후, 귀엽구나. 지금 날 위협하는 건가? 하지만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는구나. 나는 얼마든지 이 아이를 죽이지 않고 고통을 줄 수 있다. 이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도 네가 견디는지 한 번 보자꾸나.”
말과 함께, 인존이 한 손으로 막념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순간 강대한 기운이 막념을 에워쌈과 동시에 그녀의 오공이 크게 뒤틀렸다.
인존이 방출한 기운에 온몸 뼈마디가 분쇄되는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극에 달했음에도 막념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앙다문 그의 입술 사이로 붉은 선혈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때 막념이 엽현을 보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히히… 괜찮아… 나, 하나도 안 아파…….”
“안 아프다고?”
인존이 막념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거 참 재밌군.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꽤나 애틋하구나!”
인존이 막 손아귀에 힘을 주려는 이때, 엽현이 황급히 여섯 권의 도경을 꺼내 들었다.
이를 본 인존은 엽현을 향해 비웃음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이렇게 인내심이 없어서 쓰나?”
“…이제 놔 주시오.”
인존은 이제 볼 일이 없다는 듯 막념을 한쪽으로 밀쳐놓고는 천천히 엽현을 향해 다가갔다.
“엽현, 그거 아느냐? 네가 이곳에 나타났을 때 실은 널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네 놈은 담도 크고 실력도 있고 지능도 높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질지 못하다는 것이다. 네가 중시하는 의리는 사실 아무런 쓸모도 없다. 오히려 적이 이용한다면 큰 약점이 되고 말지.”
이때 엽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여섯 권의 도경이 인존 앞으로 날아갔다. 이와 함께 엽현의 신형은 이미 막념 앞에 도달해 있었다.
인존은 도경을 수거할 뿐, 엽현이 막념에게 가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허락 없이 이곳을 떠나는 것은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엽현은 살며시 막념을 품에 안았다.
이때 막념이 고개를 들고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파…….”
이에 엽현이 얼른 손을 풀고, 막념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뼈마디가 으스러진 막념을 보자 엽현은 가슴이 미어졌다.
“미안해… 미안해…….”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아직도 아무 기억도 안 나… 지금의 나는 그저 짐덩이일 뿐이야…….”
“재밌군, 재밌어!”
이때 인존이 비웃으며 소리쳤다.
“오유계 천도, 고작 삼 할의 힘만으로 성도경 강자에게 중상을 입힌 것으로 보아 한가락 하는 것은 틀림없겠지. 하지만 엽현과 오유계를 지키기 위해 나머지 칠 할의 힘을 쓰지 못했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미련한 일이다! 너처럼 사사로운 인과에 발목이 잡힌 자가 어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군!”
“우리 이렇게 죽는 거야?”
막념의 물음에 엽현이 가볍게 그의 이마를 쓸어 넘기며 대답했다.
“무서워?”
“아니…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하나도 안 무서워!”
이때 엽현이 막념을 쳐다보며 물었다.
“뽀뽀해도 돼?”
순간 막념의 눈빛이 멍해졌다.
“뽀뽀해도 되냐고?”
“응.”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막념의 볼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래.”
“정말이지? 네가 허락한 거다. 나중에 때리면 안 돼!”
“안 때려!”
막념이 수줍은 듯 눈을 감으며 입술을 내밀었다.
이때 엽현이 몸을 숙여 막념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윽고, 눈을 뜬 막념이 멍하니 엽현을 쳐다보았다.
“끄, 끝났어?”
“응, 끝났어. 그런데 좀 아쉬워.”
“어째서?”
“여기서 살아 나가면 분명 나중에 너한테 얻어맞을 거야. 그런데 과연 나한테 내일이 있을지 모르겠단 말이지.”
엽현은 손을 들어 막념의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내가 없더라도 즐겁게 살아야 해, 알았지?”
엽현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막념을 건곤호로 안에 집어넣었다. 이와 동시에 자신이 들어왔던 범인계 입구를 향해 건곤호로를 냅다 던졌다.
“그녀를 데리고 사유계 유명전을 찾아가!”
한편, 엽현의 행동을 본 인존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저 아이만이라도 탈출 시키겠다고? 꿈도 야무지구나!”
인존이 말 출수하려는 이때, 엽현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로 이 순간, 한 줄기 강력한 혈맥지력이 용암이 불을 뿜듯 뿜어져 나왔다.
쾅-!
굉음과 함께 하늘이 순식간에 피처럼 온통 붉게 물들었다.
이곳의 암도법칙은 사람의 무공에 제한을 가할 순 있었지만, 혈맥지력은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
엽현이 혈맥지력을 운용하는 것을 보자 인존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때, 엽현이 검을 양손으로 잡고 치켜들었다.
도검은 아니었다.
지금의 엽현은 도검뿐 아니라, 도인도 쓸 수 없었다.
이 범인계에서 이런 힘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혈맥지력과 도체를 제외한 다른 힘과 외물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었다.
빠르게 날아든 검은 인존의 눈앞 반촌쯤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
검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인존의 두 손가락이었다.
“흥! 네 놈의 혈맥을 깜빡했구나!”
인존이 손가락에 힘을 준 순간,
쾅-!
엽현이 검을 든 채로 수백 장 뒤로 튕겨 나갔다.
일격에 엽현을 격퇴한 인존은 고개를 돌려 건곤호로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당장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엽현보다는 막념 쪽이었다.
인존이 막 출수하려는 이때, 그의 등 뒤로 한 줄기 검광이 날아들었다.
인존이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엽현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검광이 도착하기도 전, 인존의 주먹이 먼저 엽현의 가슴을 강타했다.
퍽-!
정권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엽현은 입으로 피를 토해내며 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땅에 발을 디디기 무섭게, 인존을 향해 재차 달려들었다.
엽현의 신형이 한 줄기 붉은빛이 되어 공간을 꿰뚫었다.
멀리, 주먹을 단단히 쥔 인존의 눈빛에서 살기가 일었다.
“이쯤에서 끝내자꾸나.”
말을 마친 순간, 인존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쉭-!
공간이 찢겨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림자 하나가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쾅-!
붉은 검광이 사방으로 터져 나감과 함께 엽현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가 막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이때, 인존은 이미 그의 얼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이윽고 인존의 주먹이 엽현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서둘러 검을 세워 방어를 취하는 엽현.
쾅-!
엽현이 검을 쥔 채로 힘없이 뒤로 날아갔다.
이때, 인존이 허공을 겨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일권이 방출된 순간, 공간이 터져 나가면서, 거대한 권인 하나가 엽현의 가슴팍에 꽂혔다.
“커헉-!”
엽현이 또다시 피를 뿜으며 사정없이 내팽개쳐졌다.
인존은 쓰러진 엽현을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과연 도체가 대단하긴 하군. 밖에서 싸웠더라면 다소 곤란했겠지만, 이곳에서는 그저 단단한 갑옷,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