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34
1434화 빨리 튀어나와!
귀도원의 호부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어떤 기운도 느끼지 못하겠소.”
“아마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급해서 먼저 소리부터 지른 것 같소.”
소족 소평생의 말에 호부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평범한 존재는 아닌 것 같구려.”
“한편으로는 다행이오. 너무 쉽게 끝나면 어쩌나 했는데 조금이나마 흥을 북돋을 수 있을 것 같구려.”
“하하, 그도 그렇군!”
누가 오든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엽현의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 궁금했을 뿐.
이곳에 있는 귀일경 강자만 해도 수십 명인데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누가 오든지 간에 일단 엽현 저놈부터 죽여 놓고 봐야 하오!”
이추광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엽현을 향해 달려나갔다.
지금의 엽현은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다.
그를 죽이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추광의 일권이 엽현의 안면을 향해 날아갔다.
이때의 엽현은 이미 모든 기운을 태운 상태였기에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몸으로 때우는 일뿐이었다.
이추광의 주먹이 막 엽현에 닿으려는 이때, 엽현 손에 있던 천주검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홀로 하늘 위로 솟구쳤다.
이와 동시에 엽현 앞쪽의 정면이 길게 갈라지더니, 여인 하나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하얀 장포를 입은 여인은 허리춤에 술병을 단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여인에게로 향했다.
누구지!?
이때 엽현이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청아!”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청아였다.
하지만 여러 청아 중 하나일 뿐이었다.
소복의 여인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이때, 이추광이 여인 앞에 도달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같이 죽어라!”
이추광의 외침과 함께 그의 주먹이 여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때, 이추광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이추광 뿐만 아니라, 장내에 있던 모든 무인들 또한 같은 반응이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사이에 백옥같이 하얀 손 하나가 이추광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커, 커헉…….”
손의 주인은 물론 신비한 여인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언제 출수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당사자인 이추광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도대체 언제 출수를 했단 말이냐!’
이추광을 병아리 들어 올리듯 잡아 올린 여인은 이추광을 향해 천천히 얼굴을 가져다 댔다.
“너는… 웬 쓰레기냐?”
여인의 살기 넘치는 음성에 장내의 공기가 일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
덩달아 파사세계 강자들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갔다.
도대체 누구기에 귀일경 강자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한단 말인가!
이 순간, 가장 절망감을 느낀 것은 바로 이추광이었다.
그는 반항해 보려 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여인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이때, 여인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빠각-!
뼈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이추광이 축 늘어졌다.
여인이 재차 힘을 주자, 이번에는 이추광의 머리가 뚝 떨어져 나왔다. 여인은 이미 절명해 버린 이추광의 머리를 쥐고서 아무렇게나 휙 던졌다.
쾅-!
순간, 한쪽에서 멍하니 서 있던 귀일경 강자 하나가 한 줌의 혈무로 변해 사라졌다.
초살(秒殺)!
순식간에 귀일경 강자 둘이 죽어버린 것이다!
이를 보자, 천존 등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이와 동시에 그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귀일경 강자를 닭 모가지 비틀 듯 죽여 버리는 존재가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편, 백의 장포의 여인은 더 이상 출수하지 않고 엽현을 향해 돌아섰다.
여인과 마주하자 엽현이 씩 웃어 보였다.
“나는 곧 죽을 거 같아…….”
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엽현은 이미 온몸에서 그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영혼마저 이미 매우 허약해진 상태였다.
다만, 그의 혈맥은 아직 온전하게 살아 있었다.
조금 전, 마지막으로 혈맥을 불태우려 했건만 어찌 된 일인지 불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의 혈맥이지만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우스운 엽현이었다.
이때 엽현을 보는 여인의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내가 왔는데 어떻게 죽어?”
여인이 엽현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자, 한 줄기 신비한 기운이 엽현을 감쌌다. 뒤이어 여인이 손을 뻗자, 그녀의 손안으로 진혼검이 날아들었다. 순간, 여인이 진혼검을 엽현의 가슴에 박아 넣었다.
쾅-!
진혼(鎮魂)!
순간, 빠르게 흩어지던 엽현의 영혼이 진혼검의 힘에 갇혀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했다.
“좀 쉬고 있어.”
짧은 한마디를 남긴 여인은 천존 등을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표정은 이미 흉흉하게 일그러진 상태였다.
“오빠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여인의 주먹이 허공을 뚫고 나갔다.
순간, 백 장 밖에 있던 귀일경 강자의 머리가 폭발했다.
이 장면을 본 무인들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천존 등 역시 이미 두려운 기색을 감출 길이 없었다.
주먹 한 방에 귀일경 강자를 죽이다니, 이런 일이 현실에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다른 경지도 아니고 귀일경을?
놀란 것은 천존뿐만이 아니었다.
멀리,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던 고신연의 소철 등 역시 경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철은 너무나도 놀라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저, 저, 저… 엽현의 동생이라는 자는 신이란 말인가?”
다른 한편, 도총의 상주 일행의 표정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나후와 아고왕 두 사람은 연신 식은땀을 닦아내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당시, 이 둘은 엽현을 죽이고 도경을 차지하자는 의견을 냈던 적이 있었다.
만에 하나 의견이 받아들여져 엽현이 죽었더라면, 자신들의 머리통 역시 온전하지 않았으리라!
이때 치요요가 쇠약해진 엽현을 보며 말했다.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녀석을 과소평가하고 있었군.”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엽현의 배후가 저리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때 하얀 장포의 여인이 손을 뻗자, 육신을 잃은 귀일경 강자의 영혼이 그녀 손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여인은 곧장 엽현의 앞에 영혼을 들이밀었다.
“자, 먹어치워.”
“…….”
이때, 멀리서 천존이 소리쳤다.
“저, 우리와 엽 공자 사이에 다소 오해가 있었던 듯싶소. 실례가 안 된다면 우리는 이쯤에서 물러나 보도록…….”
천존이 말을 끝맺기 전, 여인이 고개를 휙 돌리더니, 눈 깜빡할 사이 천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존이 채 반응하지도 못한 이때, 여인의 주먹이 천존의 안면을 강타했다.
퍽-!
천존의 머리통이 마치 수박 터지듯 박살 났다.
여인은 손을 뻗어 천존의 영혼을 끄집어냈다.
“이것도 오해라고 해 둘까?”
“그, 그대는 대체 누구요?”
여인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천존의 영혼을 엽현 앞에 던져 놓았다.
“그것도 싹 흡수해!”
“…….”
이때 천존이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우습구나, 우스워! 우리 모두 미친 짓을 해 버렸구나!”
지금까지 그녀는 엽현의 배후와 맞설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이런 생각은 그야말로 미친 생각이 틀림없었다.
눈앞의 여인은 귀일경은 고사하고 자신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괴물이었다.
이 여인이 엽현 근처에 머물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머물기에 이 우주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했다.
한마디로 말해, 그녀를 담기에 이 우주는 너무나 작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존재를 죽이겠다고 사람을 모아 오다니.
이거야말로 자살행위가 아닌가!
바로 이때, 어디선가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쯤에서 서로 양보하는 게 좋지 않겠소이까?”
순간 천존이 고개를 들었다.
이때, 그녀의 시선 속에 두 명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노인은 하얀 장포를, 다른 한 노인은 검은 장포를 입고 있었다.
암연의 음양이신(陰陽二神)!
두 사람을 보자 모든 걸 포기하려 했던 천존의 눈빛이 갑자기 다시 살아났다. 희망을 본 것이었다!
음양이신!
이미 수만 년 전에 귀일경 절정에 이르렀다는 신비의 존재들.
지금 이들의 경지가 어디쯤인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이 둘이 합세한다면, 어쩌면 이 여인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때 음양이신 중 하나가 재차 여인에게 소리쳤다.
“못 들은 척하지 마시오! 사람을 업신여기는 데도 정도가 있는 것이오!”
이 말에 여인이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업신여긴다? 진짜로 업신여기는 게 뭔지 잘 모르나 보구나!”
말이 떨어진 순간, 여인의 모습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이에 음양이신 중 백의 장포를 입은 노인이 황급히 주먹을 내질렀다.
그가 주먹을 뻗은 순간, 성공 전체가 무너질 듯 크게 요동쳤다.
바로 이때, 여인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쾅-!
모두의 시선 속에 강성해 보였던 노인의 기운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수만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자리에 멈춰 선 노인은 이미 육신이 허물어져 달랑 영혼만 남은 상태였다!
여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차 주먹을 내질렀다. 이번 목표는 다름 아닌 흑의 노인이었다.
퍽-!
흑의 노인은 제대로 반응조차 해 보지 못한 채, 육신이 그대로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를 본 순간, 무인들의 표정이 다시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 있던 천존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녀의 눈이 비친 것은 그야말로 한 줄기 빛조차 없는 컴컴한 어둠뿐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음양이신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당했다.
도대체 저 여인은 얼마나 강한 것인가!
백의의 여인은 무인들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음양이신의 영혼을 붙잡아다 엽현 앞에 내동댕이쳤다.
“얘들은 좀 상태가 괜찮네! 어서 흡수해!”
“…….”
“괜찮으니까 빨리 흡수해. 어서 기력을 회복해야지?”
이 장면을 본 무인들은 표정이 다소 기괴해졌다.
다른 이들에게 마치 야차와 같이 구는 여인이 엽현에게는 따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소 어색했던 것이다.
다소 망설이던 엽현은 천존의 영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에 천존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엽현! 이런 괴물이 있다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일부러 우리를 농락하려 했던 것이냐!”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만약 내가 구유계의 위면지자라고하면 믿겠소?”
이때 여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끼어들었다.
“위면지자가 뭔데? 오빠가 원하면 구유계인지 뭔지 때려눕히고 위면지자로 만들어 줄게!”
“…….”
바로 이때, 머나먼 성공으로부터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 오유계 전체가 뒤집어질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무인들은 일제히 성공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백의 여인 역시 눈을 가늘게 뜨고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응시했다.
이때, 천존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기운은… 설마 연주(淵主)? 그래! 연주가 틀림없어! 우리를 구하러 오시는 거다!”
연주, 암연의 주인!
천존의 말을 들은 음양이신은 눈을 반짝이며 희망을 품었다.
연주!
귀일경을 오래전에 뛰어넘었다는 그 연주가 정말로 오는 걸까?
연주의 경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이는 드물었다. 한 가지 사실은 그가 귀일경을 뛰어넘은 것은 이미 십만 년도 전에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천존과 음양이신의 반응을 본 파사세계 무인들은 덩달아 흥분했다.
암연의 최강자가 나타난다면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저 괴물 같은 백의 여인의 표정도 점점 굳어가고 있지 않은가!
어두운 성공.
신비한 기운은 오유계에 접근할수록 더욱 강성해지더니, 백의 여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리는 이때, 성공 한복판이 쫙 갈라지면서 여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여인은 한 손에 검을 쥔 상태였다.
여인은 등장하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냅다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누가 감히 우리 양가(楊家) 사람을 건드린 거냐! 당장 튀어나오지 못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