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59
1460화 그녀가 최약체다
도문으로 간다!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엽령은 곧바로 흑의인의 안내를 받아 도문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인의 무인이 그녀를 막아섰다.
“네가 바로 엽…….”
엽령의 주먹은 상대가 한마디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쾅-!
폭음과 함께 상대는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단 일격에 육신과 영혼이 모두 소멸한 것이다!
남은 두 무인은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엽령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한 줄기 유광이 앞으로 나아갔다. 유광이 지나간 후, 두 무인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삭제 돼 버린 것이다.
엽령을 안내하던 흑의인은 두려움에 저절로 오금이 저렸다.
꿈인가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이었다.
문득, 흑의인의 마음속에서 도문에 대한 증오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건 필시 자신들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리라!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는 동안, 엽령 손에 죽은 십여 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귀일경 강자들이었지만, 단 일 초도 막아내지 못했다.
엽령이 손만 뻗으면 그야말로 닭 모가지 비틀 듯 꽥하고 죽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던 흑의인도 이제는 감탄을 하며 구경할 정도였다.
귀일경이 원래 이렇게 약한 존재였나?
굳이 따지자면 눈앞의 여인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이리라.
흑의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생을 수련해서 겨우 최강자 반열에 들었다 싶었거늘.
여전히 한낱 개미 새끼에 불과했다니…….
흑의인은 문득 경매장에서 엽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구유계!
위면지자!
엽현은 정말로 구유계의 존재인 걸까?
한편, 엽령의 안색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해있었다.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그녀는 무척이나 바빴다. 많지 않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누군가 찾아와 방해를 하는 통에, 이제는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다들 엽현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엽령을 붙잡으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해결할 일이 있으면 직접 엽현을 찾아가면 되는 일 아닌가?
무슨 죄가 있다고 애꿎은 여동생을 괴롭힌단 말인가!
순간, 마음속으로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이 망할 새끼들아! 이 아이는 지금 내가 쓸 차례란 말이다-!”
* * *
도문.
도문이 위치한 도역은 모든 무인들의 마음속에 하나의 성지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무도의 기원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도경!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모든 무도와 비술, 그리고 천질무학(天賦武學)의 뿌리는 다름 아닌 도경이다.
도문의 실력이 비록 예전만 못하다 하더라도, 모든 이의 마음속에 언제나 천하제일인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바깥세상에서는 모래사장의 바늘처럼 찾아보기 힘든 귀일경 강자도 도문에서는 매우 흔한 존재였다.
그런데 이날,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도역에 검은 옷을 입은 여인 하나가 등장했다.
여인의 정체는 물론 엽령이었다.
“어, 어르신. 이곳이 바로 도역입니다!”
엽령을 안내한 흑의인은 여전히 매우 긴장한 듯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엽령이 흑의인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흑의인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조아렸다.
“제,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꺼져라.”
이 말을 들은 순간, 흑의인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엽령의 시선은 다시 정면을 향했다.
잠시 도문이 있는 쪽을 응시하던 그녀가 갑자기 발을 높이 들더니 가볍게 지면에 내려놓았다.
쾅-!
순간 도역 전체가 요동침과 동시에 성공이 갈라지고, 대지가 와르르 무너졌다.
도역 내부에 있던 무인들이 깜짝 놀라 튀어 나왔다.
감히 누가 도문을 상대로 출수했단 말인가!
바로 이때, 중년인 하나가 엽령 앞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도노사였다.
도노사는 한눈에 엽령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네가 엽현의 동생 엽령?”
엽령은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한 손을 들어 크게 휘둘렀다.
이를 본 도노사가 황급히 일권을 내질렀다.
도권!
도노사의 도권이 방출된 순간, 근방의 성역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투명하게 변했다. 이와 함께, 멸천의 기운이 엽령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릴 것 같았던 이 기운은 엽령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도노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만 장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를 보자, 막 주변에 도착한 도문 강자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단 일합만에 도노사를 제압하다니.
도대체 저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이때, 엽령이 천천히 도노사를 발걸음을 옮겼다.
“자, 엽령을 찾는다 하지 않았더냐? 소원대로 여기 대령했으니 마음대로 해 보거라!”
도노사가 굳어버린 얼굴로 무어라 대꾸하려는 찰나, 엽령이 이번에는 주먹을 내질렀다.
이에 도노사는 어쩔 수 없이 양손을 교차해 수비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쾅-!
도노사가 다시 한번 공간을 부수며 튕겨 나갔다.
이번에는 무려 수만 장이나 되는 거리였다.
하지만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육신이 도체로 단련된 덕분이었다.
게다가 그의 도체는 귀일경까지 강화된 상태!
한 마디로 웬만한 타격으로는 죽음으로 내몰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때, 엽령을 노려보던 도노사가 천천히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순간, 도노사가 크게 도약하며 주먹을 내지르자 한 덩이 화염이 활화산처럼 세차게 터져 나왔다.
분천절(焚天絕)!
쾅-!
시뻘건 화염을 머금은 권인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뻗어 나갔다. 권인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이때, 무표정으로 있던 엽령이 가볍게 한 손을 뻗었다.
순간, 한 줄기 유광이 방출됐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유광이 그대로 권인을 쳐부수고, 이것도 모자라 그대로 도노사를 향해 들이닥쳤다.
이를 본 도노사는 눈이 휘둥그레져 황급히 양팔을 교차해 얼굴을 가렸다.
쾅-!
도노사가 순식간에 수만 장을 날아 지면에 나뒹굴었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긴 했지만, 그의 도체에는 크게 금이 간 상태였다.
엽령의 계속된 공격에 귀일경의 도체가 손상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엽령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조금 전 일격을 쏟은 후, 그녀의 오른팔 역시 크게 갈라져 있었다.
“휴… 령아, 네 몸뚱이는 왜 이리도 약한 게냐? 고작 일성의 공력도 견디지 못하다니… 뭐, 지금 당장은 충분하겠지만!”
짜악-!
귀를 울리는 경쾌한 타구성과 함께 도노사가 또다시 허공을 날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수만 장이 넘는 거리였다.
도노사를 날려버린 엽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곧장 도노사의 정면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이에 깜짝 놀란 도노사가 공격을 감행하려 했지만, 엽령의 손찌검이 더 빨랐다.
짜악-!
마치 고목 위에 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도노사의 뺨에 유광이 번뜩였다.
쾅-!
힘없이 날아간 도노사는 이번에도 처참하게 지면에 처박혔다. 이때, 너덜너덜해진 그의 육신 곳곳에서는 붉은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엽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곧장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그녀가 막 일권을 뻗으려는 순간, 십여 개의 강대한 기운이 뒤쪽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느껴졌다.
엽령은 그대로 빙글 돌아 도노사의 몫이었던 주먹을 내질렀다.
쾅-!
엽령의 정면, 십여만 장가량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그 사이에 있던 십여 명의 절정 고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노사를 향해 돌아선 엽령.
다시 주먹을 쥐고 출수하려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멈춰 섰다. 이때, 그녀의 오른팔이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길게 갈라졌다.
엽령은 잠시 멍하니 자신의 오른팔을 응시했다.
역시나 이 육신으로는 그녀의 기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때, 어느새 멀찌감치 물러난 도노사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엽령이 고개를 들어 도노사를 쳐다본 순간, 그녀의 신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에 도노사가 움찔하며 다급히 일장을 뻗어 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하얀 손 하나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엽령이었다.
이와 함께, 정체 모를 유광이 순식간에 도노사의 몸을 뒤덮었다.
유광 안에 갇힌 도노사는 발버둥 쳐 보려 했지만, 이미 제압당한 그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다.
이때, 엽령이 차가운 표정으로 도노사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엽현과 너희 도문 사이의 원한이 엽령과는 무슨 상관이지?”
순간, 엽령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퍽-!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도노사의 육신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하지만 이 틈을 타 그의 영혼은 순식간에 만 장 밖으로 도망쳤다.
“진법 가동!”
도노사의 처절한 음성이 울려 퍼진 순간, 한 줄기 검은 광선이 도역 깊은 곳으로부터 하늘로 솟구쳤다. 이 광선의 등장과 함께, 어디선가 나타난 수십 수만 개의 부문이 엽령을 겹겹이 에워쌌다.
이때, 엽령이 재차 주먹을 내질렀다.
쾅-!
유광이 성공을 휩쓸고 지나가자, 그 많던 부문들이 불나방처럼 일제히 소멸했다.
바로 이때, 검은 빛기둥 사이에서 이번에는 무수히 많은 유광(流光)이 쏟아지듯 흘러나왔다. 이 유광들은 마치 밤하늘에 유성이 떨어지듯 일제히 엽령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를 본 엽령이 막 손을 쓰려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이때 그녀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육신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던 것이다.
하지만, 엽령은 입술을 잘근 씹으며 기어이 일권을 뻗어 냈다.
쾅-!
날아오던 유광들은 한순간에 사라졌고, 진법이 형성한 하얀 빛기둥 또한 이 폭발에 휘말려 파괴됐다.
“한 번만 더 엽령을 귀찮게 한다면 그땐 정말로 도문을 멸망시켜 버릴 테다!”
이 말을 끝으로 엽령은 돌아섰다.
사실 도문을 멸망시키는 일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엽령의 육신을 유지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돌아서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남의 몸을 함부로 박살 내는 일은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엽령이 떠나가는 것을 본 도노사는 표정이 극도로 일그러졌다.
치욕!
도문의 무인을 죽이고 자신의 도체마저 파괴한 침입자가 이렇게 떠나간다!
유구한 도문의 역사를 통틀어 이토록 치욕적인 날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를 더욱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건, 등을 보인 저 여인에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었다.
적어도 이곳에 있는 무인들의 힘만으로는 감히 덤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앞에서 귀일경 정도는 그저 파리 새끼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여인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이때, 도노사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과연 저 여인의 진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여인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멀찌감치 걸어가던 여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도노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마음을 바꾼 것일까?
이때, 여인이 도노사를 보며 말했다.
“한 가지 알려 줄 것이 있다. 사실 엽현에게는 또 다른 동생이 있다. 만약 그를 곤란하게 할 생각이거든 그녀를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게다. 하얀 소복을 즐겨 입고 천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니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게다.”
도노사는 다소 의아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내 말의 의도를 모르겠느냐? 너희가 하도 나를 귀찮게 굴어서 다른 표적을 안내해 주는 거다. 그 여자는 우리들 중 약한 편에 속하니 도전해 볼 만할 게다.”
이 말에 도노사가 실눈을 뜨고 엽령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말한 그 여인이 가장 약하단 말이오?”
엽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말로 최약체라 할 수 있지.”
“이해할 수 없군. 그런 사실을 왜 굳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이오? 그대들이 같은 편인 걸 뻔히 아는데…….”
“흥! 같은 편? 그 여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다. 너희가 괴롭혀 준다면 나야 고맙지!”
엽령이 다시 돌아서서 떠나려 할 때, 뒤에서 도노사가 소리쳤다.
“정말이오? 그 천명이란 여인이 가장 약한 게 사실이냔 말이오!”
“멍청한 놈! 내가 한가하게 거짓말이나 할 사람으로 보이느냐!”
이 말을 끝으로 엽령은 한 줄기 유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노사는 곧바로 생각에 잠겼다.
천명!
엽현의 배후 중 최약체!
이때, 노인 하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도노사 곁에 다가왔다.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혹시 함정이 아니겠습니까?”
이에 도노사가 멀리 사라져가는 유광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우리를 죽이려 했다면 진작에 살수를 펼쳤겠지, 굳이 함정을 팔 이유가 있겠느냐?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천명 그 여인은… 우리의 탈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