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무방제일이라고?
“전병은?”
육반장이 바라보며 물었다.
“…….”
이때, 육반장이 돌연 몸을 돌려 뛰어오르더니 지면을 향해 일 장을 내리쳤다.
쿵!
지면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동시에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바로 이때, 육반장이 고개를 번쩍 들고서 양팔을 교차시켰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육반장의 신형이 뒤로 네다섯 장 밀려 나갔다. 육반장이 제자리에 멈춰 서자 그녀의 발밑이 아래로 푹 꺼졌다.
“중토신주다. 조심해.”
말과 동시에 육반장이 정면으로 쏘아지듯 돌진했다.
퍽!
어둠 속,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육반장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바로 이때, 엽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몇 개의 그림자가 능한 등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같이 절정의 살수들이었다.
엽현이 지면에 발을 구르자 순식간에 대지지력이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엽현이 영수검을 들고 활처럼 쏘아져 나갔다.
서걱-!
수장 밖에 있던 한 명의 살수의 머리가 검에 관통되며 피를 뿌렸다.
이때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강구가 소리쳤다.
“출수!”
그녀의 말과 동시에 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창과 방패를 들고 성 밖으로 뛰쳐나왔다. 뒤이어 병사들은 능한 등의 주위를 둘러싼 후 방패를 세워 방어진을 구축했다.
만약 일대일의 싸움이라면 병사들은 결코 살수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단체전에 돌입하게 되면 이들은 아무리 최강의 살수들이라 해도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했다.
게다가 엽현의 존재는 병사들을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엽현의 검에 걸리면 어떤 살수든지 단 칼에 목이 달아났기 때문이다.
엽현의 검은 신합경 강자라도 막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의 검은 두 종류의 검의(劍意)와 대지지력을 머금고 있는데다가 진검(真劍) 급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설령 명계 급의 영기라 할지라도 영수검 앞에서는 일합도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나기 일쑤다. 헌데, 이들 살수들이 걸치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최상품 영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서로가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살수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엽현의 앞을 막았다. 엽현이 고민도 하지 않고 그림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커다란 폭음과 함께 엽현이 십여 장을 물러났다. 그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니 중년인 하나가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젊은 세대의 무인이 아니군!’
물론 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의 경지가 만법경이 아닌 신합경이라는 것이었다.
신합경에 머무른 지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중년인의 실력은 보통의 신합경 강자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중년인이 잠시 엽현을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엽현 역시 검을 단단히 쥔 채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노닥거릴 여유가 없는 엽현이었기에 속전속결로 해치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병사들과 능한 등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중년인이 달려오던 도중 장을 권으로 바꿨다. 순간 한 줄기 공포스러운 권세가 마치 둑이 터지듯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순간 그의 두 주먹에 타오르는 태양 같은 뜨거운 권세가 맺혔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먹과 검의 격돌!
쾅-!
경천동지할 위력이 사방으로 퍼지며 엽현과 중년인이 동시에 미친 듯이 뒷걸음질 쳤다.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는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움푹 패여 들어갔다.
제자리에 멈춘 엽현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중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엽현의 강한 육신은 이와 같은 충격에서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이에 중년인의 눈에 불신의 기색이 스쳤다. 왜냐하면 자신은 방금 전 일 합에서 받은 충격으로 오장육부가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반해, 엽현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몸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중년인이 오른발로 지면을 강하게 구르고는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의 주먹에서 다시금 강대한 권세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방금 입은 충격 때문인지 그의 주먹이 갈라지며 금세 붉게 물들었다.
지금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눈앞의 일 검을 막아내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돌이었다.
장내에 정적이 흐르는 순간,
쾅-!
누군가의 신형이 곧바로 튕겨 나갔다. 그것은 바로 중년인이었다.
엽현이 상대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방어진을 구축하던 병사 십여 명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엽현의 얼굴이 흉악하게 변하는 동시, 한 자루의 검이 빠르게 날아갔다.
서걱!
십여 장 밖에 있던 살수 하나의 머리가 그대로 몸과 분리됐다.
초살(秒殺)!
이에 암계의 도병들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엽현이 신기하리만치 자신들이 은신한 곳을 향해 정확히 검을 날렸던 것이다.
살수란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때 두려운 법이다.
이때, 엽현과 일전을 벌이던 중년인이 엽현을 한 번 노려본 후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 놈은 이길 수 없다!’
원래 그는 자신이 쉽게 엽현을 죽이고 그 목에 걸린 커다란 보상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만법경에 가까웠던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설령 만법경에 한 발을 디딘다 할지라도 엽현을 죽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엽현에게 걸린 보상이 크긴 하지만, 자신의 목숨 역시 귀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달아나 목숨이라도 부지하려 한 것이다.
이때 성벽 위에 서 있던 강구가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곧 동이 트겠군…….”
그렇다. 날이 밝으면 저들 살수는 더 이상 지금처럼 날뛸 수 없을 것이다.
“죽어라!”
이때 성벽 밑에서 엽현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눈과 같이 하얀 검기가 벼락처럼 날아갔다.
서걱!
검은 무복을 입은 살수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그러나 병사들의 방어벽은 점점 허물어지고 있었다.
이때, 성벽 위에 있던 강구가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에 나머지 병사들도 재빨리 그녀를 따라 성 아래로 내려왔다.
“물러나 있거라!”
강구가 자신을 따라 나오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보통의 병사들은 결코 살수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저들이 나선다면 그것은 그저 자살하는 꼴밖에 안 될 것이다.
만약 살수들과 정면으로 맞선다면 수적 우위를 이용해서 상대를 밀어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두운 밤에는 나와 봤자 목숨을 잃을 것이 뻔하다.
병사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그녀의 뒤에 도열했다.
“빨리 성으로 돌아가거라!”
이때 병사들이 모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희들은 원수 그리고 국사와 생과 사를 함께하길 원합니다!”
강구가 눈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더니,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이때 멀리서 엽현의 음성이 들려왔다.
“강구! 빨리 그들을 데리고 성 안으로 들어가!”
강구가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때 엽현과 육반장은 이미 살수들에 포위된 채 막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능한 등을 보호하고 있는 정예 병사들 역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결국 중토신주의 정예 살수들 앞에서는 아무리 훈련이 잘된 병사들이라 해도 한계가 있던 것이다.
만약 엽현과 강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살수들을 견제하지 않았더라면 병사들은 벌써 오래전에 전멸했을 것이다.
한편 엽현과 육반장을 공격하는 수는 점점 늘어났다. 게다가 그들 중 몇몇은 살수가 아니었다.
보아하니 암계 이외의 세력에서 지원이 온 모양이었다.
강구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엽현이 다시 소리쳤다.
“모두 다 어서 성 안으로 들어가!”
결국 강구는 어쩔 수 없이 병사들을 데리고 성 안으로 돌아갔다.
다시 망루 위에 오른 강구가 어둠 속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성벽 위의 병사들 역시 엽현과 육반장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들 중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들이 나서봐야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특히 강구, 그녀의 실력은 엽현을 돕기에 충분했지만 삼군통수라는 신분을 가진 그녀가 만에 하나라도 죽게 된다면 그 후의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결코 쉽게 출수해선 안 되는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의 앞에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엽현이 빠르게 상대를 향해 검을 쑤셔 넣었다.
퍽-!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엽현의 신형이 십여 장이나 뒤로 밀려났다.
이를 본 병사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엽현 앞에 나타난 이는 이십 세 정도의 사내였다. 검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별과 같이 반짝이는 눈동자와 검은 짙은 눈썹을 갖고 있었다. 그의 손엔 한 자루의 창이 들려 있었는데, 창신(槍身)은 칠흑과 같이 검은 반면 창끝은 눈처럼 하얗게 빛나며 짙은 창망(槍芒)과 한의(寒意)를 내뿜고 있었다.
이때 그의 얼굴을 알아본 강구가 안색이 변했다.
“무방제일(武榜第一), 한창(寒槍) 이목림(李木林)!”
무방제일(武榜第一)이라고?!
성 위에 있던 병사들이 그 말을 듣자 모두 얼굴이 새하얘졌다.
무방은 청주에서 가장 강한 자들만 모아놓은 명단이다.
무방제일은 그 무방 맨 위에 이름이 적힌 무인이다.
그런 자까지 끌어들였단 말인가!
성벽 위, 강구의 표정이 극도로 심각해졌다.
이목림이 엽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소리쳤다.
“이 자는 내가 맡을 테니, 그대들은 저기 경지를 뚫고 있는 자들을 맡으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 속에서 단도를 든 이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튀어나와 능한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들 주위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살수들도 함께였다.
엽현이 이목림을 무시한 채, 근처에 있던 흑의인을 향해 날아갔다.
“흥! 누가 보내 준다더냐!”
순간 이목림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짙은 창의(槍意)가 엽현을 덮쳤다.
이목림의 창이 번개처럼 날아가 엽현의 등에 박히려는 찰나, 청삼(青衫)을 입은 여인이 갑자기 나타났다.
퍽-!
이목림이 순식간에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청삼녀가 이목림을 보더니 입가의 미소를 지었다.
“청주무방제일(青州武榜第一)? 음, 아니야, 과장이 너무 심해!”
청삼녀가 이번에는 자신을 가리켰다.
“내 소개를 좀 하지. 중토신주, 요얼방(妖孽榜).”
요얼방(妖孽榜)!
그녀는 바로 육반장의 친구였다.
그녀는 이미 양계성에 도착해 있었는데,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요얼방 무인의 등장에 창목학원과 암계의 무인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이목림이 차가운 표정으로 청삼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청삼녀가 입꼬리를 약간 들어 올리며 정면을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펑-!
청삼녀의 손끝이 이목림의 창끝에 닿는 순간, 이목림의 신형이 그대로 십여 장 밖으로 밀려났다.
이목림이 요동치고 있는 자신의 창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목림이 어금니를 깨물고 다시 한번 출수하려는 순간, 그의 앞에 하얀 장포를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 이 자는 바로 중토신주 창목학원의 호원존자(護院尊者)였다!
백의 노인이 청삼을 입은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귀하께서 우리 창목학원의 체면을 한 번 살려 준다면, 그 은혜는 반드시 갚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