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70
1471화 아예 말을 하지 마
고무조의 말을 들은 순간, 엽현이 입꼬리를 실룩였다.
“왜 갑자기 막말을…….”
다른 무인들 또한 기괴한 표정으로 고무조를 쳐다보았다.
귀일경이나 되는 자가 저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다니.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때, 고무조가 엽현 곁으로 다가오더니, 가볍게 예를 차린 후 뒤로 물러났다.
“…….”
그러자 시선이 일제히 엽현에게로 쏠렸다.
엽현은 졸지에 부하에게 욕하라고 시킨 사람이 되었다.
오유계 상공, 도노이가 차가운 시선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엽현, 강자의 풍모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구나!”
이에 엽현이 고무원을 쳐다보자, 고무원이 힘껏 주먹을 쥐어 보였다.
“맹주, 우리는 오유계와 끝까지 함께 하겠소!”
할 말이 없어진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때, 오유계 상공에는 세 개의 분신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각각 현와종, 소족 그리고 귀도원의 조사였다.
현와종의 조사는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인의 모습이었고, 소족의 조사는 회색 장포를 입고서 강렬한 눈빛을 내뿜는 노인이었다.
마지막, 귀도원의 조사는 갈색 장포를 착용하고, 머리를 등 뒤까지 길렀으며, 한 손에는 검은 책을 쥐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초고수들임이 틀림없었다.
이들의 등장에 도문 무인들의 표정은 다소 어둡게 변했다.
파사세계는 결코 시정잡배의 무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수히 많은 강자를 배출해 낸 일류집단에 속했다.
그리고 그들의 조사들은 최하 신경,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들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었다.
물론 도문의 조사와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가 부재한 지금, 이 세 사람은 단연코 이 우주에서 손에 꼽을 만한 강자들이 확실했다.
이때, 현와종의 조사가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조사와 눈이 마주친 이선수가 공손히 예를 갖춰 말했다.
“여기는… 파사세계가 아니구나.”
“조사, 우리 현와종은 오유계의 엽 공자와 생사를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생사를 함께 한다!
현와종 조사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저 아이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조사.”
이에 소족 조사와 귀도원 조사 역시 엽현을 쳐다보았다.
엽현은 세 사람을 향해 조심스레 포권을 취했다.
이때, 엽현을 관찰하던 현와종 조사의 눈빛이 점점 의혹으로 물들어갔다.
“음… 너의 그 혈맥…….”
이 말을 듣자마자 엽현이 손을 펼쳐 보였다. 찰나의 순간, 체내에 있던 혈맥이 활성화되면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혈맥지력을 느낀 현와종 조사의 표정은 점점 놀라움으로 변했다.
소족과 귀도원의 조사 역시 충격을 받은 듯 눈을 부릅뜨고 엽현을 쳐다보았다.
나머지 도문의 무인들 또한 마찬가지!
엽현의 혈맥은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 결과, 혈맥지력은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 비해 몇 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혈맥이 왜 계속 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엽현도 알 길이 없었다.
다만, 풍마상태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추측해볼 뿐이었다.
실제로, 한 번 풍마상태가 끝날 때마다 혈맥은 크게 성장해 왔다.
“확실히… 평범한 존재는 아니로군.”
엽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현와종 조사는 이선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현와종의 미래를 저자의 어깨에 걸 수 있겠느냐?”
“그렇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
이선수가 고개를 저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음… 네 뜻은 알겠다. 그렇다면…….”
바로 이때, 도노이가 현와종 조사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잠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오. 우리는 도문이오!”
도문!
이 말에 현와종 조사가 웃으며 도노이를 쳐다보았다.
“도문이라…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도노이가 무덤덤하게 받아쳤다.
“협박이 아니라 신중 하라는 말이오. 이 전쟁은 현와종과는 아무 관계도 없소. 그대의 후손이 의미 없는 희생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고. 지금이라도 철수한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은 불문에 붙이겠소.”
“하하하! 재밌구나!”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현와종 조사가 도노이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현재 도문을 이끌고 있는 건가?”
“그렇소!”
대답을 듣자 현와종 조사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거 참 안타깝군. 너희 도문의 조사는 온 우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거늘, 그 제자라고 하는 놈은 어찌 이렇게 어리석단 말인가?”
모욕에 가까운 언사에도 도노이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대 현와종은 도문의 적으로 남기로 결정했나 보구려!”
이에 현와종 조사가 웃으며 말했다.
“사정은 이미 들었다. 저 엽현이라는 아이가 도경을 전부 모았기 때문에 죽이려 한다지? 이 말이 사실인가?”
도노이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렇소. 문제라도 있소?”
“멍청이!”
순간, 현와종 조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멍청한 건 진작 알아봤지만, 이 정도까지 어리석을 줄은 몰랐구나!”
“…….”
도노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다.
이와 관계없이 현와종 조사는 말을 이어갔다.
“너희 조사는 어떤 사람이었느냐? 그는 도경을 너희에게 남겼지만, 대도지령은 결코 너희를 주인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왜 그런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아홉 권이나 되는 도경이 결국 한 사람의 손에 떨어진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본 적 없느냔 말이다.”
“…….”
“저 엽현이란 아이는 액난지인을 달고서도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 바로 어떤 절대 강자가 액난지인을 대신 막아내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 정도 실력자라면 너희 조사와 비교해도 결코 모자람이 없을 터! 그렇다면 도경이 엽현에게 넘어간 것은 너희 조사의 안배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그건 절대 불가능하오! 사부께서 저런 파렴치한 놈을 선택하셨을 리 없소!”
“하하, 그럼 누굴 선택했단 말이냐? 혹시 너를?”
현와종 조사가 비꼬듯 말하자, 도노이의 안색이 붉게 물들었다.
“아무튼 엽현은 사부가 선택한 사람이 아니오!”
현와종 조사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도노이, 그의 제자가 어쩌면 이렇게 덜떨어졌단 말이냐? 지금 네 눈에는 증오만 있고 총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구나! 지금 경지에 이른 걸 보면 자질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왜 그리 장님처럼 행동하는 것이냐?”
“그대가 지금 날 가르치려는 것이오?”
도노이가 날카롭게 노려보자, 현와종 조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르쳐? 나는 네가 어리석다고 알려주는 거다. 한마디로 말해, 네 머릿속에 멍청한 생각이 가득하단 말이다! 내가 굳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는 것은 네 놈이 예뻐서가 아니라 네 사부 때문이다. 도경과 네 사부에게 은혜를 입은 무인의 한 사람으로서, 도문이 이렇게 망해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지. 그런데 너는… 생각보다 멍청하고 고약한 것 같구나. 너 같은 놈이 도문을 이끌고 있다는 건 도문 전체의 비극이다!”
이때, 한쪽에서 듣고 있던 도노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은 우리가 저 엽현보다 못하다는 뜻이오?”
현와종 조사가 도노사를 쳐다보고는 씩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아직도 액난지인이 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구나. 아니, 도문의 제자라는 오만함인가? 너희는 스스로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다. 왜? 도문이 강했던 건 너희가 아니라, 네 사부가 강했기 때문이었으니까. 네 사부야말로 도문 그 자체인 존재다. 너희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지. 이게 엽현과 너희의 차이다. 이해하겠느냐?”
“후후, 그렇다면 그대는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렇게 지껄이는지… 직접 한번 확인해 보고 싶소!”
“하하! 얼마든지!”
웃음소리와 함께 현와종 조사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보자, 도노사가 웃음기를 거두고 맹렬한 일권을 찔러 넣었다.
쾅-!
한바탕 폭음이 일어난 후, 도노사의 신형이 무려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성공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 버린 도노사를 보자 도문 무인들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저렇게나 강할 수가!’
엽현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한 줌의 분신이 지닌 힘이 어떻게 이렇게나 강할 수 있단 말인가!
도노이는 현와종 조사를 향해 살기를 내뿜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신경이라고 하지만 분신이 이 정도 위력을 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현와종 조사는 별처럼 멀어진 도노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매가 약이군.”
말을 마친 순간, 그의 신형이 다시금 사라졌다.
멀리, 도노사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팔을 교차해 방어 자세를 취했다.
쾅-!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도노사가 힘없이 허공을 날았다.
이와 함께, 그의 육신이 쩍 갈라졌다.
지난번, 엽령에게서 도체를 파괴당한 이후, 도노사는 아직 도체를 회복한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현와종 조사의 공격에 이렇게 쉽게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하하하, 어떠냐? 아직도 내가 쓴소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현와종 조사는 재차 신형을 날렸다.
바로 이때, 도노이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콰쾅-!
순간,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그림자 하나가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다름 아닌 도노이였다.
자리에 멈춘 도노이는 살기 어린 눈으로 현와종 조사를 보며 소리쳤다.
“오늘 이후로 현와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오!”
“하하하, 우습구나! 누군가의 한낱 바둑돌에 지나지 않는 주제에 자존심 하나만큼은 대단하구나!”
이 말에 도노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오?”
“후후, 설명하지 않겠다. 어차피 멍청해서 못 알아들을 테니, 하하하!”
현와종 조사는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이야, 오늘 현와종이 너를 위해 싸워 준 일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다만, 현와종의 명맥이 앞으로도 길이길이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이에 엽현도 예를 차리며 대꾸했다.
“현와종이 베풀어 준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오!”
“하하,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구나!”
현와종 조사는 다시 도노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이야, 새겨듣거라. 네가 앞으로 만날 적은 전부 저렇게 멍청하진 않을 게다.”
말을 마침과 함께 현와종 조사가 도노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모습을 보자, 도노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죽여라! 오늘 오유계와 파사세계를 멸하고 모든 걸 차지하리라!”
도노이가 신형을 날리자, 도문의 귀일경 강자들이 일제히 출수했다.
하지만, 도문에 속하지 않은 무인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뒤늦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한편, 소족 조사와 귀도원 조사는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이때, 소족 조사가 엽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대 생각에 어떤 것 같소?”
“음… 아무래도 상대가 도문이라 망설였던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지금 보니… 저런 멍청한 놈이 우두머리로 있는 도문은 가망이 없는 것 같소. 그러니 저 엽현이란 아이를 택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오.”
귀도원 조사가 먼저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에 소족 조사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저런 멍청한 놈이 도문을 이끌게 됐을까? 차라리 돼지에게 맡겼으면 더 나았을 것을!”
소족 조사 역시 뒤를 이어 신형을 날렸다.
한편, 구름 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막념과 암녹색 치마의 여인이었다.
“현와종 종주가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 같구려.”
여인의 말에 막념은 말없이 사탕을 핥을 뿐이었다.
이때, 여인이 문득 막념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날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소?”
막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에 여인이 귀밑머리를 쓸어 넘기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세 사람이 아니라면 날 죽일 수 없소. 그대도 알고 있을 텐데?”
막념은 사탕을 핥으며 대꾸했다.
“굉장히 자신이 있나 본데, 그럼 그 여자의 일검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순간, 여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런 식으로 나올 거면 아예 말을 하지 마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