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71
1472화 이번에 진짜로 간다
평화로웠던 오유계는 곧 피가 튀는 격전지로 변했다.
비록, 강자의 숫자에 있어서 오유계는 절대적 약세에 있었지만, 현와종, 소족 그리고 귀도원 조사의 합류 이후, 상황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 됐다.
현와종 조사는 혼자 힘으로 도노이와 도노사를 상대할 수 있었고, 소족과 귀도원의 조사는 한 번에 거의 이백에 가까운 귀일경 강자를 상대해 냈다. 비록 분신에 불과했지만, 귀일경과의 실력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지만 힘을 쓰면 쓸수록 분신이 희미해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출수!”
백제자의 명령과 함께, 오유계의 귀일경 강자들이 일제히 하늘로 솟구쳤다.
장내가 혼란스러워진 이때.
스무 개의 그림자가 도문 진영에 몰래 잠입하더니, 잠시 후, 도문 무인들의 머리가 하나둘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살수!
이들의 정체는 바로 엽현이 현성에서 빌려 온 초절정 살수들이었다.
엽현은 직접 출수하는 대신 멀찌감치 서서 도노이를 지켜보았다.
이때 그는 도노사와 함께 현와종 종주에게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도노이는 연신 밀리는 와중에도 엽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당시 자신을 거의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엽현의 검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도노이는 엽현이 출수했을 때 곧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비록, 엽현은 출수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노이는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돌연 소리쳤다.
“도노이, 내 검을 받아라!”
검!?
막 현와종 조사의 일격을 막아 낸 도노이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엽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웃고 있을 뿐이었다.
도노이는 재빨리 정신을 집중했다. 눈앞의 현와종 조사는 한눈팔면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음성이 재차 울려 퍼졌다.
“이번엔 진짜로 간다!”
도노이가 다시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엽현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아, 긴장하지 마. 금방 갈 테니까!”
“놈! 네가 감히…….”
“하하, 열 받지? 열 받지?”
“이노옴-!”
도노이의 분노가 막 폭발하려는 이때, 현와종 조사의 주먹이 정면에서 날아들었다.
이에 도노이가 깜짝 놀라며 양팔을 앞으로 교차했다.
쾅-!
순간적으로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간 도노이.
바로 이 순간, 도노이는 엽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에 도노이가 소매를 펄럭이자, 검은 방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의 기습을 막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엽현의 검은 날아오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이때, 도노이는 검이 자신을 노린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도노사!
엽현이 노린 것은 처음부터 도노사였던 것이다!
“조, 조심…….”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푸확-!
한 줄기 검광이 도노사의 미간을 뚫고 지나갔다.
도체가 파괴된 도노사의 육신은 엽현의 검을 막아 낼 수 없었다. 도노사는 그렇게 검에 미간이 뚫린 채, 멍하니 허공에 멈춰 섰다.
믿을 수 없었다.
엽현의 검이 도노이가 아니라 자신을 노린 것이었다니.
게다가 반응도 못 할 정도로 빠르게 날아올 줄이야.
엽현은 손목을 비틀어 천천히 검을 뽑아냈다.
마침내 검이 빠져나오고, 도노사의 미간에서는 선혈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엽현-!”
도노이가 눈에 불을 켜고 막 달려들려는 순간, 현와종 조사가 또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를 보자, 도노이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저리 꺼져-!”
분노에 가득 찬 음성과 함께 도노이가 일권을 내질렀다.
도권(道拳)!
전력을 다한 일권이었다.
콰쾅-!
일순, 사방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도노이가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현와종 조사 역시 백 장가량 후퇴했다.
자리에 멈춰 선 현와종 조사는 더 이상 출수하지 않았다.
이대로 공격을 이어 나간다면 얼마 가지 못해 소멸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와종 조사의 몸이 투명해진 것을 확인한 도노이는 지체 없이 신형을 날렸다. 이때, 이번에는 엽현이 그를 막아섰다.
도노이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이때, 도노이의 시야에 죽은 듯이 허공에 멈춰 서 있는 도노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도노사는 이미 영혼이 엽현의 검에 흡수돼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이 장면을 본 순간, 도노이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엽현! 이것으로 너와 우리 도문은 불구지천의 원수가 되었다!”
“원수? 하하하! 이제 와서?”
이때, 현와종 조사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아이야, 이 분신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구나.”
이에 엽현이 현와종 조사를 향해 예를 갖춰 포권을 취했다.
“오늘 도움을 받은 일은 결코 잊지 않겠소!”
“허허, 그런 말은 말고 현와종이나 잘 돌봐 주거라.”
“물론이오!”
현와종 조사가 미소를 지으며 구름 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에 엽현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없었다.
“저, 저기에 누가 있기라도 한 거요?”
“몰랐느냐? 저곳에…….”
현와종의 조사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 모습에 엽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분명 누군가에 의해 제거된 것이 틀림없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엽현은 다시 구름 위를 유심히 살폈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구름 위.
막념이 곁에 있는 여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분명 다음 계획이 준비된 상태겠지?”
“후후, 물론이오.”
막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가 되는군.”
“하하, 나 역시 그렇소.”
한편, 구름 아래의 엽현은 시선을 거두고 장내 상황을 살폈다. 현와종 조사는 사라졌지만, 소족과 귀도원 조사는 여전히 활약 중이었다. 두 사람의 손에 죽은 귀일경 강자는 이미 오십을 헤아리고 있었다.
현와종 조사에 비하면 다소 실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강자의 면모는 유감없이 증명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의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엽현은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무상검을 꺼내 든 엽현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때, 도노이가 눈을 부릅뜨며 일권을 뻗어냈다.
쾅-!
한 줄기 검광이 주먹에 막혀 멈췄다.
하지만 도노이 앞에 나타난 엽현이 발을 구르자, 검의 변환 기능이 발동하면서 출력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콰쾅-!
결국, 이 힘을 이기지 못한 도노이는 백 장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은 엽현은 지체 없이 재차 검을 날렸다.
쉭-!
무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문 귀일경 강자 하나의 목이 달아났다.
순살일검(瞬殺一劍)!
보통의 귀일경 강자들은 엽현의 순살일검을 막아 낼 재간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엽현은 곧장 도문 무인들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뒤이어 참혹한 비명과 함께 학살이 벌어졌다.
이를 본 도노이가 어금니를 깨물며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이때, 어느새 뒤로 돌아온 엽현이 도노이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도노이 역시 피하지 않고 일권을 방출했다.
도권(道拳)!
하지만 엽현의 검 역시 도검(道劍)이었다.
쾅-!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고, 두 사람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각각 백 장 가까이 밀려났다.
백중지세(伯仲之勢)!
두 사람은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 엽현이 오른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순살일검(瞬殺一劍)!
푸확-!
백 장 멀리 떨어져 있던 귀일경 강자 하나의 목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이를 본 도문 무인들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엽현의 검 앞에서 자신들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육백이 넘는 병력 중, 벌써 이백에 가까운 귀일경 강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중 대부분은 소족과 귀도원 조사에게 당한 것이었지만, 현성의 살수들에게 죽은 숫자도 결코 적지 않았다.
도문의 정예들은 소족 조사에 막혀 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사실 이 세 조사가 아니었더라면 오유계는 진즉 무너졌을 게 분명했다.
즉, 지금의 상황은 세 사람이 일당백의 실력을 보여 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정 고수들!
도문 쪽에 백의 여인이나 청운 급의 무인이 있다면 모를까.
일반 귀일경 강자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본체가 아닌 분신의 모습이었기에 이 정도까지 버티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급한 것은 엽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유리해 보이지만, 두 조사가 소멸해 버리면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엽현으로서는 반드시 두 조사가 아직 남아 있을 때 승부를 결정지어야만 했다!
도노이도 이 점을 모르진 않는지라,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려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고 두 조사가 사라진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즉, 도문 쪽에도 여전히 희망은 존재했다.
이때, 엽현이 소족 조사를 향해 소리쳤다.
“조사! 잠시 도노이를 막아 주시오! 가능하시겠소?”
자리에 멈춘 소족 조사가 도노이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각뿐이다.”
“그거면 충분하오!”
대답하기 무섭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도노이가 황급히 출수하려 할 때, 소족 조사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순간, 도노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슨 배짱으로 나를 막는 것이오! 소족이 멸망할 것이 두렵지 않소?”
이에 소족 조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된 모양이로구나.”
말을 마친 순간, 소족 조사가 달려들었다.
이에 도노이 역시 주먹을 뻗어냈다.
쾅-!
오유계 상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치는 가운데, 소족 조사가 뒤로 밀려났다.
이에 소족 조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분신의 몸으로는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소족 조사는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일각!
그의 일은 어디까지나 엽현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까지였다. 일각만 버틸 수 있다면 임무는 완수하는 셈이었다.
한편, 도문 측 진영에서는 그야말로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엽현이 나타날 때마다 검광이 번뜩였고, 그럴 때면 여지없이 상대의 목이 잘려나갔다.
순살일검(瞬殺一劍)!
평범한 귀일경의 실력으로는 순살일검을 피할 수 없었고, 엽현의 도체에도 상처를 낼 수 없었다.
얼마 후, 엽현의 손에 죽어 간 무인이 십여 명에 달하자, 도문을 도우러 온 무인들은 이미 전의를 잃었고, 일부는 등을 보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학을 얻으러 온 것이지 목숨을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도문이 이미 열세에 처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한두 명이 이탈하기 시작하자, 도문 측 진영은 빠르게 무너졌고, 형세는 점점 오유계 쪽으로 기울었다.
바로 이때, 구름 위에 있던 막념이 문득 고개를 들어 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그녀의 눈에 엽현을 향해 달려드는 그림자의 존재가 포착됐다.
엽현이 돌연 뒤로 돌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쾅-!
검광이 부서짐과 동시에 엽현이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엽현을 밀어낸 그림자는 소족과 귀도원 조사의 분신까지 순식간에 제거했다.
이 순간, 장내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