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92
1493화 이거 귀한 거야!!
어검을 타고 어두운 성공을 빠르게 비행한 엽현은 어느덧 신성에 도달했다.
그가 막 경계 안에 들어섰을 때, 한 줄기 강대한 신식이 그의 몸에 쏟아졌다.
하지만 엽현이 반응하려는 찰나 신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자리에 침묵하던 엽현은 성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성안에 있는 건물은 작은 객잔이 전부였다. 객잔은 마치 최근에 지어 올린 듯 새것처럼 보였다.
객잔 안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이 그를 마중했다.
하나는 주인, 하나는 시중을 드는 점소이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엽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에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나를 아시오?”
주인이 가볍게 손짓하자, 점소이가 재빨리 의중을 눈치채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주인은 그제야 웃으며 엽현에게 말을 건넸다.
“한잔하시겠소? 마침 좋은 술이 들어왔소.”
“…그럼 한 잔만 주시오.”
“하하, 잘 선택하셨소. 거기 아무 자리에나 앉으시오.”
엽현이 자리에 앉자, 주인이 술병 하나와 잔 두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엽현이 물러나려는 주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야기 좀 나눕시다.”
“…그럽시다.”
엽현 앞에 앉은 주인이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 해 보시오.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소?”
엽현의 질문에 주인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래 보이시오?”
“내가 들어왔을 때, 그대들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소.”
“…….”
“한 가지 짚고 넘어갑시다. 그대들도 그 여자와 한패인 것이오?”
주인은 엽현이 말한 그녀가 누군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아니오.”
“그럼… 나와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소?”
“나는 아니지만, 사부께선 그대를 알고 있소.”
엽현은 호기심이 들었다.
“사부? 내가 한 번 만나볼 수 있겠소?”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뵐 수 없소.”
“이유는?”
“…….”
아무 대답이 없던 주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 여인 때문에 우리를 찾아온 것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주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여인은 이미 이곳을 다녀갔소.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소.”
“음… 이해하오.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합시다. 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알려 주시오.”
북황!
“그들에 대해서라면 조금은 알고 있소. 북황은 도경문명이 있기 전, 선사문명에 살았던 존재들이오. 그들의 수련 체계와 경지 체계는 우리와 매우 다르오. 그들도 신앙지력을 수련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그것과는 상이하오. 예를 들어, 그들의 신앙지력은 염력(念力)의 형태를 띠고 있소. 염력이 무엇인지는 나도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소. 또한, 그들은 명력(冥力) 매우 특수한 형태의 힘을 사용하오. 그런데 북황에 대해서는 왜 묻는 것이오?”
이 물음에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고가 있었소. 어느 날 그 여인이 다짜고짜 날 찾아와 엄청난 수의 영혼을 흡수하게 한 일이 있었소. 하지만 그 영혼은 그녀가 북황에서 강탈해 온 것이었소.”
“북황 강자의 영혼을 흡수했단 말이오?”
“그렇소. 원치 않았으나, 그녀에 의해 강제로 흡수할 수밖에 없었소.”
이 말에 주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는 분명 그대와 북황을 원수로 만들고자 하는 계략이오.”
“확실히 그런 것 같소.”
“흠… 그래서, 어찌 대처할 생각이오?”
“우선 북황에 찾아가 대화를 해 볼 생각이오. 하지만 그들이 매우 강하고 숫자도 많기에 조금 주저하게 되는구려.”
“흡수한 영혼을 아예… 완전히 소화한 것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군…….”
“사실 북황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여인이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소.”
주인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사부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소.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그대를 노리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대가 지니고 있는 액난지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오. 하지만 이건 그저 짐작일 뿐,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인지는 알 길이 없구려.”
이때 주인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대 혼자서는 그녀를 막을 수 없소. 사부께서도 가능하면 다른 강자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소.”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소? 아니면, 혹시 청아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소?”
“청아라면… 그 하얀 소복을 입은 검수 말이오?”
“그렇소.”
이번에는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고려하지 않는 편이 좋소.”
“음? 어째서?”
“사부께서는 그대가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옳지 않다고 하셨소. 그녀가 이 일에 끼어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쩌면 그대 이모라는 자의 목적은…….”
엽현의 눈썹이 순간 치켜 올라갔다.
“청아를 죽이는 것?”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 그럴 능력은 없소. 하지만 그대와 청아라는 여인을 어떤 식으로든 설계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하오. 사실… 사부 또한 그 여인의 진짜 목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하셨소. 유일하게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일의 핵심은 액난지인이라는 것 정도. 왜냐하면, 그녀가 그대를 죽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액난지인에 의지해야만 하기 때문이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대의 사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소?”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사부께서는 그대를 만날 수가 없소. 이 점은 양해 해 주시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하오. 다시 북황의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그들은 이미 날 죽일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오. 지난번에는 요행으로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조만간 다시 들이닥칠 게 확실하오.”
“음… 그렇다면 정 소저를 찾아가는 건 어떻겠소?”
“정 소저? 그게 누구요?”
주인은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한 얼굴로 엽현 앞에 두루마리 한 장을 탁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보중하시오!”
이 말을 끝으로 주인은 자리를 떠났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엽현은 두루마리를 품에 넣고 문을 나섰다.
성문을 나서기 전, 엽현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때, 객잔에 갑자기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사라졌다.
엽현은 표정이 침울해졌다.
“미안하오. 나 때문에 겪어도 되지 않았을 일을… 고맙소.”
엽현은 굳은 얼굴로 성을 빠져나갔다.
성공으로 나온 엽현은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러자 지도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소저…….”
엽현은 호기심이 동했다. 객잔 주인이 말했던 그 여인은 도대체 누굴까?
찾아가게 되면 혹시 또 폐를 끼치게 되는 건 아닐까?
고민 끝에 엽현은 결국 정 소저라는 여인을 찾기로 결심했다.
작은이모라는 여자의 폭주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반드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력자를 찾아야만 한다!
작은이모와 대면까지 했지만,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그런 강자와 홀로 싸우는 것은 너무나 미련한 짓이다.
결국, 윗세대의 은원은 그들이 해결하게 두는 것이 옳다.
옛말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자기 똥은 자기가 치운다!’
* * *
오유계.
이날, 홀연히 오유계를 방문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복황의 성사였다.
성공에 가만히 서서 오유계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에서는 이따금씩 이채로운 기색이 흘렀다.
“이 우주는… 대단히 흥미롭군.”
이때, 성사가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바로 막념이었다.
성사의 시선은 막념의 얼굴에서 시작해 그녀가 들고 있는 막대사탕으로 이동했다.
“북황인가?”
성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대화 좀 할까?”
막념의 말에 성사가 막대사탕을 응시하며 되물었다.
“대화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군.”
“하하! 너희는 그 여자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거다. 알고 있나?”
“엽현이란 아이를 죽이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이었겠지.”
이 말에 막념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그런데 어떻게 눈치챈 거지? 그냥 대충 추측만 한 건가?”
성사는 허리 뒤에 숨긴 주먹에 점점 힘을 주며 대답했다.
“조금 전, 그녀와 겨루었다. 매우 강하더군. 그런 강한 자에게 영혼이나 보물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 하나는 정말로 그 소년을 위한 행위였던가, 아니면… 우리와 그 소년 사이를 이간질할 목적이었겠지.”
성사의 시선이 오유계로 옮겨갔다.
“오늘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오유계와 엽현이란 아이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오유계는 생각보다 발전해 있고, 너와 같은 강자도 존재한다. 다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너.”
“음? 내 어디가 이상한데?”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운명에 얽매여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이 말에 막념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액난지인.”
“액난… 지인?”
성사의 의아한 표정을 보자 막념이 되물었다.
“너희 시대에는 액난지인이 없었던 건가?”
“혹시 액체(厄體)를 말하는 건가?”
“액체?”
성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액난지인이라 부르는 것은 아마 우리 시대의 액체를 뜻하는 것 같군. 온 세상의 악인(惡因)을 불러들이는 저주받은 육신을 뜻하지.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선체(善體)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내가 존재하던 시기에는 선체는 있었어도, 액체가 나타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막념이 사탕을 핥으며 물었다.
“혹시 액체를 해소할 방법을 알고 있나?”
성사의 시선이 다시 한번 막념의 사탕으로 향했다.
“…있다.”
“있다고?”
순간, 막념이 눈을 크게 뜨고 성사를 쳐다보았다.
“액체를 제거하거나 성질을 바꿀 수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강행돌파뿐이다.”
“강행돌파?”
“말 그대로, 액운이 감히 들러붙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지.”
“…….”
막념의 머릿속에 문득 한 여인이 떠올랐다.
천명.
결국, 액난지인을 물리치려면 천명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엽현이 그녀 정도의 경지에 이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불가능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으로 단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이때, 성사가 물었다.
“그 아이는 액체가 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혹시 누군가 대신해서 액운을 막아주는 것인가?”
막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봤군.”
“세상에 그럴 능력자가 정말 존재한다고?”
“하하, 믿지 못하겠지만 분명히 있다.”
성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불가능한 일이야… 액난지인을 막아낸다는 일은… 아니지, 네가 굳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그게 아니라면 그 아이가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걸 설명할 방법이 없다.”
막념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사탕을 오물거렸다.
역시 똑똑한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말을 적게 해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이때, 성사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까부터 신경 쓰여서 그러는데… 도대체 입에 물고 있는 그건 뭐지?”
막념이 사탕을 입에서 쏙 빼며 대답했다.
“사탕이라는 거야!”
“사탕…? 보기에 맛있어 보이는군. 나도 한 번만 핥아볼 수 없을까?”
순간, 막념은 당황했다. 혼자도 먹기 아까운 사탕을 나눠 줄 순 없었다!
고민 끝에 막념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굉장히 귀한 물건이라… 아, 쩨쩨하게 구는 게 아니라, 만 년에 한 알 열리는 희귀한 물건이란 말이지. 한 번 핥을 때마다 백 년씩 사라진다고 보면 정확할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