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96
1497화 대화는 해 볼 수 있겠군
그건 바로 탑이었다.
갑자기 공간을 찢고 튀어나온 작은 탑.
이 탑은 계옥탑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주변으로 자색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이 기운은 엽현의 자기와 흡사했다.
엽현과 안란수는 눈을 크게 뜨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탑에서 나온 탑이라니, 이게 도대체 뭘까?
이때, 작은 탑이 엽현 앞으로 다가오더니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엽현은 탑이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넌, 누구지?”
엽현이 질문하자 작은탑이 개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탑이야!”
“…….”
엽현은 깜짝 놀랐다. 탑이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군?”
“…넌 누구지?”
“보다시피, 탑이라니까?”
“…괜한 걸 물었군.”
얼굴이 굳어버린 엽현과 달리, 작은탑은 기분이 좋은지 좌우로 껑충껑충 뛰어 댔다.
“그래, 탑아. 넌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탑이 엽현 앞에 멈춰서며 대답했다.
“주인이 여기 넣어 놨어. 널 도우라면서.”
“날… 도우라고?”
“그래.”
엽현의 의혹은 점점 짙어졌다.
“주인이 누군데?
“주인은 주인이지!”
엽현은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때, 이번에는 안란수가 물었다.
“사람들이 네 주인을 뭐라고 부르지?”
작은탑이 안란수를 향해 돌아섰다.
“우리 주인의 신분이 궁금한 거였나?”
“맞아!”
“그럼 대가는?”
“대가…?”
엽현과 안란수가 다시 한번 서로를 쳐다보았다.
탑이 대가를 바라다니?
“당연히 대가를 지불 해야지! 내가 맨입으로 알려 줄 거라 생각한 거야?”
엽현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물었다.
“주인이 날 도우라고 했다며?”
“누가?”
“네가 방금 전에 그렇게 얘기했잖아!”
작은탑은 몸통을 비틀며 고개를 젓는 시늉을 했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잘못 들었겠지! 하하하!”
순간,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분명 자신을 갖고 노는 게 아닌가!
안란수의 역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약 올리는 신물은 난생처음이었다.
이때, 엽현이 반쯤 포기하듯 물었다.
“그래서, 뭘 갖고 싶은데?”
“그건 나도 몰라! 어떤 물건이라도 날 만족시킬 수 있으면 상관없어!”
“음… 평범한 물건으로는 네 눈에 차지 않겠지?”
탑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미리 말하는데, 무슨 쓰레기 같은 걸 들고 와서 날 기만하려 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
바로 이때, 갑자기 검 한 자루가 엽현 앞에 나타났다.
검령!
엽현이 막 무어라 말하려는 찰나, 검령이 작은탑을 후려쳤다.
깡-!
순간, 작은탑이 천장에 부딪혔다가 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
잠시 후, 죽은 듯 엎드려 있던 탑이 벌떡 일어나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검령 누님! 오랜만입니다! 누님께서도 여기 계셨군요!”
“…….”
검령은 대답 없이 엽현에게로 돌아왔다.
엽현이 검령을 손에 쥔 채 작은탑을 쳐다보자, 탑이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분명, 검령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엽현이 검령을 앞세워 다가가자, 작은탑이 떨리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자, 잠깐! 그만둬! 폭력은 나쁜 거야! 말로 하자고, 말로!”
엽현은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탑을 굴복시키는 일은 의외로 간단했던 것이다.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면 때리지 않아. 대신 다른 소리를 하거나 하면… 알지?”
“…….”
“왜 대답이 없지?”
엽현이 위협하듯 검령을 앞으로 내밀자, 작은탑이 황급히 대답했다.
“내 주인은 검령 누님의 주인과 동일인이야!”
이 대답에 엽현은 손안의 검령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는 이 작은탑의 주인이 청삼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로 그가 자신을 위해 이 탑을 남겼단 말인가?
엽현은 일단 질문을 이어나갔다.
“네 주인이 너를 내게 준 거란 말이야?”
작은탑이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어째서인지 방향을 바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를 본 엽현이 씩 웃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그게…….”
“하하, 걱정하지마. 네가 원한다면 떠나도 돼.”
이 말에 작은탑이 껑충 뛰어올랐다.
“정말?”
“정말!”
작은탑은 그대로 도망치듯 어딘가로 달려나갔다.
이때, 한 자루 검이 날아와 탑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름 아닌 검령이었다.
검령이 조금 전처럼 후려치려 하자, 작은탑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누님! 때리지 마세요! 가지 않겠습니다! 진짜 안 갑니다!”
“…….”
검령은 한참 동안 탑을 두드려 팬 후에야 엽현 곁으로 돌아왔다.
엽현은 한쪽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탑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대화 좀 해 볼까?”
“가라고 할 땐 언제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자, 묻는 말에나 대답하자. 네 주인이 왜 너를 내게 남긴 거지?”
“널 도와주라 했어!”
“응? 정말로?”
“그래!”
엽현은 점점 더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지?”
작은탑이 자리에서 껑충 뛰며 대답했다.
“난 엄청 많은 걸 할 수 있어!”
“예를 들면?”
“어, 그러니까…….”
작은탑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자 엽현이 씩 웃었다.
“보아하니, 너는 생각보다 쓸모 있는 녀석은 아니었구나. 혼자서 놀고 있거라. 우린 할 일이 많으니까!”
말을 마친 엽현은 안란수와 함께 돌아섰다.
이때, 작은탑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잠시 후, 탑 전체에 자줏빛 기운이 출몰했다.
이를 보자, 엽현이 깜짝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
대단히 정순한 기운이었던 것이다!
이때 작은탑이 말했다.
“이건 홍몽자기(鴻蒙紫氣)라는 거야! 소백이의 자기에 버금가는 거지! 만약 이 자기를 이용해 수련한다면 원래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경지를 올릴 수 있어! 뿐만 아니라, 부상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능력도 있지!”
엽현과 안란수는 다소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탑의 말대로 이는 분명 평범한 자기가 아니었다. 만약, 이 자기로 수련을 하게 되면 귀일경에 이르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보물도 가지고 있어!”
엽현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어떤 보물?”
“히히,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일일이 말하기가 어렵군!”
“…….”
이때 안란수가 득의양양해하는 탑을 향해 물었다.
“꺼내서 보여 줄 수 있어?”
이에 탑이 고개를 저었다.
“견물생심(見物生心)! 너희가 뺏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지?”
이때 엽현이 나섰다.
“너야말로 우리는 같은 편인데 뭘 그렇게까지 경계를 하는 거야?”
“원래 형제 사이에도 재산은 숨기는 거랬어!”
작은탑이 엽현을 훑어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는 좀 약한 거 같네. 하루빨리 실력을 쌓기를 추천해. 안 그러면 매우 위험해질 거야.”
“위험해진다고?”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탑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그 전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엽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설마, 그 여인이 조만간 행동에 나설 거란 말인가?
하긴… 한동안 잠잠했으니 움직일 때가 되긴 했지.
이때, 탑이 말했다.
“이봐, 답답한데 우리 밖에 나가면 안 돼?”
“음?”
“헤헤, 사고 안 치고 얌전히 놀다 돌아올게!”
이 순간, 검은 책 한 권이 돌연 엽현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책을 붙잡은 엽현이 작은탑을 향해 물었다.
“이게 뭐야?”
“발검술(拔劍術)! 원래 있던 것에 주인이 조금 손을 본 거야! 네가 익히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발검술!
엽현은 곧장 책장을 넘겨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표정이 점점 진중해졌다.
그가 예전에 청삼남에게서 전수받은 것과는 크게 다른 내용이었다.
“음… 일단 가서 놀고 있어.”
“야호!”
작은탑은 환호를 지르며 순식간에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엽현의 시선은 계속해서 책을 향하고 있었다.
“이 발검술은 정면 대결에 최적화돼 있어. 게다가 조금만 변형하면 수비도 가능하게끔 돼 있어.”
“당장은 순살일검과 명권의 융합을 마무리 짓는 게 낫지 않을까?”
안란수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각도 안란수와 같았다.
발검술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으니 나중에 천천히 익혀도 별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엽현은 다시 순살일검과 명권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안란수 역시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었다.
작은탑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어디로 튀었는지 알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검령이 바로 뒤따라갔기에 더더욱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 * *
북황.
비석 앞, 성사가 쪼그려 앉아 있다.
그녀의 뒤로 과요 등이 공손한 자세로 호위를 하고 있었다. 이때, 그들의 숫자는 전보다 더 늘어난 상태였다.
어림잡아 백 명 정도였는데,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기운을 뿜어냈다.
아무래도 긴 동면 후에 점차 원래의 실력을 회복해 가는 중인 듯했다.
바로 이때, 성사가 갑자기 눈을 떴다. 이와 거의 동시에 그녀 앞에 여인 하나가 보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무변성지의 그 신비인이었다.
여인이 나타나자, 과요 등의 표정이 일순 딱딱하게 굳었다.
‘저 여자가 여긴 왜?’
여인이 먼저 웃으며 성사에게 말을 건넸다.
“또 보는군.”
“무슨 일이지?”
성사의 차가운 물음에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북황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제안을 하려 하는데 흥미가 있을지 모르겠군?”
“함께 엽현을 치자는 조건인가?”
“하하, 역시 똑똑하군. 해 보겠나?”
성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 아이는 보통 존재가 아니다. 그 배후는 더더욱 그렇고. 우리는 이 일에서 빠진다.”
“후후, 하지만 네 의견이 북황 전체를 대변하는 건가?”
“지금은 그렇다.”
성사가 여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네게 이용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 알았으면 이제 돌아가지?”
“그건 보상이 충분하지 않을 때 이야기겠지.”
이 말에 성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령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 해도 손을 잡을 생각은 없다.”
“후후, 이걸 보고도 그리 말할 수 있을까?”
이때, 여인의 손 위로 검은 상자 하나가 떠올랐다.
여인이 상자를 열었을 때, 내용물을 본 성사의 눈이 일순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
여인은 말없이 웃으며 성사 뒤쪽에 있는 비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비석 안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대화는 해 볼 수 있겠군.”
대화!
비석에서 흘러나온 음성을 듣자,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대화로 해 보지.”
성사는 말없이 여인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정확히는 상자 안에 있는 물건에 꽂혀 있었다. 이때의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이때, 비석에서 다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어디서 얻은 것인가?”
“우연히, 길 가다가.”
우연히?
물론, 이 말을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인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길게 끌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 세 사람을 상대로 어느 정도 시간만 끌어주면 된다. 그것만 해 주면 이 물건은 너희 것이 될 것이다.”
“간단한 일이 아니군. 그 아이의 내력도 보통이 아닌 걸로 아는데?”
“하하,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라는 걸 모르는군.”
“…….”
“싫다면 할 수 없지.”
여인이 돌아서려는 이때, 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하겠다!”
이에 여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통지할 때까지 기다리도록.”
이 말을 끝으로 여인은 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