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98
1499화 더 세게 때려 줘
계옥탑 안.
엽현은 살포시 눈을 감았다.
이때의 그는 매우 기묘한 상태로 진입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은 족쇄에 갇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음의 족쇄뿐 아니라, 사고 역시 무언가에 막혀 유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두 가지 족쇄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운신을 방해하던 것들을 제거하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이때, 안란수가 물었다.
“돌파했어?”
이에 엽현이 살포시 눈을 뜨고서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하지만 진정한 자유라는 게 뭔지 정확히 깨달은 것 같아.”
엽현은 손안의 무상검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의 나는 항상 나 자신에게 얽매여 있었어. 내 검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않을 거야!”
이때, 무상검이 동의라도 하듯 가볍게 몸을 떨었다.
이 검은 원래 영이 없는 단순한 쇳덩이에 불과하다.
물론, 은하계에서 만들어진 것인 만큼 평범한 검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이미 영지(靈智)가 깃든 신물과 다름이 없었다.
영지를 전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검은 주인을 닮는 법!
엽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검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올랐던 것이다!
심득을 얻은 후의 엽현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비유하자면 지금까지의 엽현은 검집 안에 속박되어 있는 한 자루 검에 불과했다. 검집 안에 갇혀 있으면서 상대에게 어떤 위협도 주지 못하는 신세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이미 검집을 탈피해 날카로운 검날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상대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이 순간, 안란수는 엽현이 한 사람의 검수로 다시 태어났음을 느꼈다.
사실 엽현은 검을 쓰기는 했으나, 그 전투력의 대부분은 혈맥지력, 육신의 힘 그리고 신앙지력에 의해 결정됐다.
다시 말해, 그가 강한 것은 그의 검도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만약 앞서 말한 것들이 결여되면 그의 검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도체가 없는 상황에서의 전투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 되는 게 정상이었다.
과연 엽현이 오직 자신의 검도만으로 신경 강자를 살해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도체가 지탱해 주지 않는다면, 기껏해야 한두 명의 신경강자밖에 상대하지 못하겠지만, 도체의 지원을 입은 그는 열 명의 신경 강자와도 불리하지 않게 싸울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그는 검수라기보다 체수(體修)에 가까운 무인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비록 스스로의 검도를 개척하기 시작했지만, 엽현은 줄곧 멀리 걷지 못하고 항상 제자리에 멈추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늘 이 깨달음을 기점으로 그는 마침내 한 명의 검수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검신자재(劍心自在)를 통해서!
물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남은 길은 더욱 험난할 게 분명하니까!
엽현은 눈앞의 무상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굉장히 이상해. 마치… 제일 처음 검을 배웠을 때의 느낌이야.”
“축하해!”
“하하… 축하받기는 아직 일러.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니까.”
비록 심경 상의 돌파를 이뤄내긴 했지만, 결코 자만할 순 없었다.
왜냐하면 주변에 자신보다 더 대단한 검수가 널려있기 때문이었다.
청아와 청삼남은 차치하더라도, 청운이나 막념 두 사람과의 격차도 여전히 아득하게 느껴지는 엽현이었다.
이때 안란수가 말했다.
“지금 순살일검을 한 번 펼쳐봐.”
“음… 그럼 장소를 옮기자.”
“그래. 그게 좋겠어.”
계옥탑에서 사라진 두 사람은 곧장 어느 성공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백 장 간격을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섰다.
검을 잡은 엽현이 안란수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조심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줄기 검광이 안란수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엽현의 가슴께에도 어느새 한 자루 창이 다가와 있었다.
창과 검은 거의 동시에 상대를 바로 앞에 두고 정지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안란수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졌어.”
그녀는 엽현의 검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비록 그녀의 공격도 비슷하게 빠르긴 했지만, 결국 도체를 지닌 엽현과 비교해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즉, 엽현은 안란수를 죽일 수 있지만, 안란수는 엽현을 죽일 수 없는 것이었다.
깨달음을 얻고 난 뒤, 엽현의 검은 이미 전과 비교해 천차만별로 달라져 있었다. 만약 여기에 신앙지력이나 혈맥지력을 더한다면 안란수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엽현은 잠시 멍하니 손안의 검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순살일검은 확실히 더 빨라져 있었다.
게다가 그 위력마저 대단히 강력해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검심자재에 도달한 것만으로 그의 검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이 순간, 엽현은 비로소 자신이 체수가 아닌 검수가 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란수, 이번에는 네가 공격해봐. 나는 방어를 할 테니까!”
엽현은 검집 안에 무상검을 집어넣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안란수는 엽현의 뜻을 읽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
음성이 떨어진 순간, 안란수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거의 동시에 한 줄기 서늘한 기운이 엽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때, 엽현의 검이 순식간에 검집을 빠져나왔다.
발검술(拔劍術)!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면서, 정면으로 날아오던 기운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하지만 이도 잠시, 검광은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쾅-!
폭음과 함께, 엽현이 백 장 가까이 뒤로 밀려났다.
자리에 멈춰 선 엽현은 고개를 들어 안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발검술은 일점돌파의 방식이었고, 그건 안란수의 창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방식의 격돌에서 엽현이 패배한 것이었다.
“다시 해 보자!”
엽현의 외침에 안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발끝에 힘을 주었다. 찰나의 순간, 그림자 하나가 쏜살같이 엽현 앞으로 날아들었다.
이에 엽현이 왼손으로 검집을 쥔 채로, 오른손으로 검을 뽑아냈다.
윙-!
우주 한복판에 울려 퍼지는 검명!
콰쾅-!
폭음과 함께 엽현의 검광이 터져나가고, 엽현 자신 또한 재차 수백 장 뒤로 튕겨 날아갔다.
멈춰 선 엽현은 손안의 검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이를 본 안란수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 엽현이 입을 열었다.
“뭐가 문제인지 알겠어. 기세 때문이었어!”
엽현은 곧바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기세!
전투에 있어서 기세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엽현은 검을 뽑을 당시 기세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언젠가, 청삼남이 발검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가 검을 뽑았을 때, 마치 세상이 반으로 썰려 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엽현은 또 청아가 일검정생사를 펼칠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의 검에는 이 검을 뽑으면 상대가 반드시 죽을 거라는 오만함이 깔려 있었다.
엽현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이런 기세였다.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달은 그는 안란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기세를 일으키기 위해선 독한 마음을 품어야 하는데, 안란수를 보고서 어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까?
일검에 상대를 죽여버릴 기세?
안란수를 상대로는 불가능했다.
사실 안란수 역시 엽현을 상대로 최선을 다할 수 없었다. 결국은 대련이기에, 전력을 모두 실어 넣을 순 없었던 것이다.
엽현과 안란수는 이런 식의 수련은 의미가 없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음… 그래. 도와줄 사람이 생각났어! 란수, 가자!”
엽현은 안란수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도문이었다.
두 사람을 응대하러 나온 것은 한 노인이었다.
엽현의 얼굴을 확인한 노인은 머리가 아파 왔다. 그가 올 때마다 어김없이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먼저 웃으며 아는 체를 했다.
“여어, 안녕하시오. 도노삼 소저에게 기별을 넣어 주면 고맙겠소!”
“저, 그것이…….”
“설마 도 소저가 부재중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오?”
“…….”
“하하! 도 소저에게 곤란한 부탁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고 전해 주시오.”
노인이 우물쭈물 대답을 망설이는 이때, 여인 하나가 엽현과 안란수 앞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도노삼이었다.
“참으로 성가신 놈이로구나!”
도노삼이 핀잔을 주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동안 날 피해 다니더니, 신수가 훤해지셨구려!”
“용건이나 말하거라.”
이 말에 엽현이 곧장 포권을 취해 보였다.
“한 가지 청이 있어서 왔소.”
“무슨?”
“날 때려 주시오!”
안란수의 실력이 충분하기는 하나, 결코 진지하게 대련을 할 순 없었다.
서로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 없으니, 수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엽현은 아무 사심 없이 자신을 때려 줄 수 있는 도노삼을 찾아온 것이었다.
“대련을 하자는 말이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췄소!”
“…….”
“가능하겠소?”
“그런데 왜 갑자기 대련을 하자는 게냐?”
“그야 물론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아니겠소?”
이 말에 도노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목적이라면 받아들이겠다.”
“정말이오?”
“수련할 장소로 안내할 테니 따라오너라.”
이 말과 함께 도노삼이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엽현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도노삼이 엽현을 데려온 곳은 어느 광활한 광장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광장 주변으로 갖가지 진법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련 방법은 어찌하고 싶으냐?”
“간단하오! 날 때려 주시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엽현이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 도노삼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거의 동시에 엽현은 복부 쪽에 큰 통증을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쾅-!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쓰러진 엽현.
이때, 엽현은 마치 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도체가 약해진 걸까? 아니면 도노삼이 그만큼 강한 걸까?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 도노삼이 다시 한번 엽현 앞에 나타났다. 엽현이 황급히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 이때, 도노삼의 주먹이 이미 엽현의 얼굴을 강타했다.
퍽-!
엽현은 다시 백 장 뒤로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겨우 바닥에 멈춘 그는 머리가 어지러워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때, 어느새 접근한 도노삼이 이번에는 엽현의 한쪽 다리를 끌어안더니, 붕 들어 반대쪽 지면에 내다 꽂았다.
쾅-!
단단한 지면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구덩이 하나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엽현이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 도노삼의 발끝이 엽현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퍽-!
다시 붕 날아간 엽현은 멀리 공간장벽에 그대로 처박혔다.
콰쾅-!
광장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리며, 엽현이 바닥에 쓰러졌다.
“도, 도 소저…….”
엽현이 무어라 말하려는 이때, 도노삼이 엽현의 한쪽 발목을 잡고는 연속해서 바닥에 내려쳤다.
콰콰콰쾅…….
엽현 주변으로 구덩이들이 파이고 엽현의 이마에서도 피가 철철 흘렀지만, 도노삼은 멈추지 않았다.
“자, 잠깐… 이제 그만…….”
“뭐라고? 장난은 그만하고 더 세게 때려 달라고? 네 취향이 그렇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지!”
도노삼은 엽현의 소원대로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쿵!
쾅!
퍽!
찍-!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