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99
1500화 한계란 없다!
일방적인 구타는 무려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멈췄다.
엽현은 반항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반항할 기미가 보일라치면 때리는 강도가 더 세지니, 그저 때리는 대로 맞는 수밖에 없었다.
그를 더욱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실제로 무척이나 아팠다는 사실이었다.
도노삼의 실력이 도체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놀랄만한 발견이었다.
한편, 손찌검을 멈춘 도노삼은 한쪽에 서서 입꼬리를 실룩였다.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 편히 때려 본 게 얼마 만이던가!
사실 그녀는 얄미운 짓만 골라 하는 엽현을 볼 때마다 때리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물론, 그의 배후가 두려운 탓에 속으로 마음을 다스려야만 했다.
그런데, 웬걸?
오늘 제 발로 찾아와서 때려 달라고 하니 어찌 이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기회였다.
도노삼에게는 그야말로 통쾌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구덩이에서 겨우 기어 나온 엽현이 억울한 표정으로 도노삼을 향해 섰다.
그러자 도노삼이 진지하게 물었다.
“기분이 어때?”
“…도 소저, 혹시 평소 내게 악감정이 있었소?”
“하하, 그럴 리가 있겠느냐? 네 부탁도 있고 해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다. 게다가 네게 어디가 부족한지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한 부분도 있고.”
도노삼이 웃으며 안란수를 가리켰다.
“저 아이가 증인이다.”
“…….”
“그래서, 뭘 느꼈느냐?”
도노삼의 질문에 엽현이 곰곰이 생각하다 대답했다.
“느낀 점은 앞으로 여자를 조심하자는 것 정도…….”
“…….”
“참, 도 소저. 그런데 왜 내 도체가 그대 앞에서는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오? 이 점이 내내 의아했소.”
도노삼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 역시 도체를 수련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제아무리 도체라 할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강해지면 뚫리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네 도체는 일반 도체와 비교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네 혈맥이 순식간에 몸을 정상 상태로 회복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방적인 폭행을 당한 후, 엽현의 육신은 이미 대부분 회복을 마친 상태였다.
이를 본 도노삼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중이었다.
“도 소저, 그대의 경지는 도대체 어디쯤이오?”
엽현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앞의 여인의 실력이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상황에서 검역이나 신앙지력을 이용했더라면 엽현에게도 분명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도노삼 역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외력을 이용하든 하지 않든,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라는 소리다.
엽현의 물음에 도노삼이 웃으며 답했다.
“나도 그렇게 강한 건 아니다. 다만, 너보다 조금 일찍 수련을 시작한 것뿐이지.”
“겸손이 지나치시구려.”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도노삼이 웃음을 터트렸다.
“우주 최강자라도 되지 않는 이상 항상 머리를 숙이며 살아야 한다. 주제를 모르고 머리를 빳빳이 들었다간 오래 살지 못할 테니까.”
“음… 막념 누님도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소.”
“하하, 오유계 천도가 그리 말했더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여인이로군.”
“그녀에 대해 알고 있소?”
도노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신과 강단이 있는 여인으로 알고 있다. 오유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은 참으로 존경할 만한 일이었지. 물론… 네 활약이 대단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도 소저,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이 있소. 같은 스승을 둔 제자들인데, 도노이나 도노사나 왜 이렇게 그대와 차이가 나는 것이오? 실력은 둘째 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달랐소.”
엽현은 항상 이 점이 의아했다.
도노삼은 이렇게나 총명한데, 왜 다른 두 사람은 매 순간 어리석은 판단만 했던 것일까?
도노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사형은 충분히 총명했다. 사부의 도경을 흉내 내서 암경을 만든 것만 봐도 보통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지. 그를 어수룩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이익과 권력욕이었다. 사부가 사라진 후로, 도문은 갑자기 머리를 잃은 용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시 우주 최강의 세력이었던 도문의 주인이 되기 위해 큰 사형과 이사형이 내전을 벌였지. 결국 대도지령이 둘 중 누구도 택하지 않음으로서 두 사람 간의 전쟁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지만…….”
도노삼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후회가 된다. 비록 권력에 관심이 없긴 했지만, 내가 나섰더라면 두 사람이 그 지경까지 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이에 엽현이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인 것 같소. 권력에 관심이 없던 그대가 지금은 도문을 이끌고 있으니…….”
“후후,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더냐? 너 역시 처음부터 오유계의 주인이 되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고 알고 있건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오유계를 포기할 순 없소.”
“후후, 이게 바로 네가 나보다 났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의 나는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자였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회피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오. 한데, 그대의 대사형은 아직 남아 있지 않소?”
도노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연락을 취해 보았으나, 그는 도문의 주인 자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렇구려…. 그런데, 도 소저. 그대처럼 강한 사람도 그 여자를 이길 수 없는 것이오?”
“알고 있었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으로 알고 있었소.”
“하하…. 내가 강해 보이는 것은 단지 네가 아직 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나는 그 여자를 죽이고 싶소!”
이 말에 도노삼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더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노삼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엽현이 물었다.
“그대가 보기에 가망이 없는 것 같소?”
“엽현, 자질로만 따지면 젊은 무인들 중에서 너를 따를만한 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이다. 그 여인은 너와 동년배도 아닐뿐더러, 이미 수만 년을 먼저 수련해 온 절대 강자 중 일인이다. 그런 강자를 상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리 없겠지?”
“그렇다고 날 죽이겠다는데 순순히 목을 내밀 순 없는 법 아니오?”
“그건 그렇지.”
도노삼이 문득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됐다. 이건 너희 둘 사이의 일이니 내가 굳이 관여할 필요는 없겠지. 수련을 위해 찾아온 것이라면 어서 시작하자꾸나!”
이 말에 엽현이 포권을 취하며 대꾸했다.
“고맙소, 도 소저!”
“네가 먼저 출수 해 보거라.”
“그럼 최선을 다할 테니 조심하시오!”
“하하, 네 걱정이나 하거라!”
고개를 끄덕인 엽현이 곧장 검을 뽑았다.
순살일검(瞬殺一劍)!
전광석화보다도 빠른 이 검은 허무하게도 손가락 단 두 개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도노삼은 손가락 사이에 검을 끼운 채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깨달음이 있었나 보구나. 예전보다는 확실히 낫군!”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오.”
이 말에 도노삼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다.”
도노삼이 검을 잡은 손가락을 떼어냈다. 이때, 그녀의 손가락 마디 사이로 혈흔이 선명하게 보였다.
도노삼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보다시피 지금은 내 몸에 상처를 입힐 수준은 된다. 내 도체가 신경 급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살상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
엽현은 문득 눈앞의 여인이 도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음을 인지했다.
같은 도체를 가진 그는 도체가 얼마나 단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야 검수다워 보이는구나. 혈맥이나 신앙지력의 도움 없이 순수한 검술만으로 이런 성취를 이룬 것은 대단한 일이다!”
도노삼의 칭찬에도 엽현의 표정은 아직 밝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그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겠소? 여기서 무얼 더 해야 하는 것이오?”
“간단하다. 지금보다 속도는 다섯 배 이상, 위력은 최소 열 배 이상 강해지면 된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나를 벨 수 없다. 속도가 빨라도 힘이 약하면 내 도체를 침범할 수 없고, 반대의 경우 내가 피해버리거나 선공을 가할 수 있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소.”
“아니면 외력을 동원해서 덤벼 보거라.”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는 않겠소!”
대답과 함께 엽현이 한 발을 성큼 내딛었다.
순간, 도노삼 주변으로 검역이 형성됐다. 이때, 검역 안에서 한 줄기 검광이 번뜩였다.
이를 보자 도노삼 역시 늦지 않게 일권을 내질렀다.
쾅-!
검광은 곧바로 주먹에 막혀 허공에 멈춰 섰다.
하지만, 도노삼의 주먹 위엔 어느 틈엔가 옅은 검상이 나 있었다.
이에 도노삼이 주먹을 회수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검광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쾅-!
검광이 터져나가는 이 순간, 한 자루 날카로운 검이 소리 없이 도노삼의 미간으로 날아들었다. 다만, 검은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어느새 도노삼이 검날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찰나의 순간, 무수히 많은 검광이 공간을 관통하며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피피피피픽-!
도노삼은 심장이 철렁거릴만한 이 광경을 보고도 오히려 두 눈을 감았다. 곧이어 무수히 많은 검광이 그녀를 꿰뚫으려 하는 찰나, 도노삼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이 순간, 그녀의 몸 전체에서 강대한 권세가 뿜어져 나왔다.
명권(命拳)!
수명지력이 깃든 것도 아닌, 그저 단순한 명권에 불과했지만, 그 기세만으로 검기들을 제압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녀의 일격이 펼쳐진 직후, 엽현의 검역은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 크게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 곳곳에도 어느 틈엔가 여기저기 검흔이 존재했다.
물론, 도노삼의 방어를 뚫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위력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계속 덤벼 보거라!”
도노삼의 손짓에, 엽현이 곧바로 무상검을 꺼내 들었다.
검을 검집 안에 넣은 상태로 돌진한 엽현은 도노삼 바로 앞에 이르러서야 검을 뽑았다.
발검술(拔劍術)!
검이 뽑혀 나온 순간, 강대한 기운이 도노삼의 머리 쪽을 향해 불어 닥쳤다.
이에 도노삼이 다소 굳은 얼굴로 조금 전과 같이 일권을 내질렀다.
명권!
그녀의 주먹에서 거대한 권세가 휘몰아쳐 나온 순간,
쾅-!
엽현이 검을 쥔 채로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자리에 멈추기 무섭게 엽현은 다시 신형을 날렸다.
이렇게 엽현과 도노삼의 대련은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졌다.
엽현이 주로 연마한 것은 순살일검과 발검술이었다.
명권은 수련 대상에서 빠져 있었는데, 매번 사용할 때마다 수명을 태워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광란의 수련을 진행하는 동안, 순살일검과 발검술의 위력은 점차 강해져 갔다.
또한, 이번 수련으로 인해 엽현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무도에 있어서만큼은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 * *
이 시각.
이미 도문을 빠져나온 안란수는 어느 미지의 성역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녀가 한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엽현이 준 지도였다.
정 소저!
엽현은 이 여인을 찾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직접 찾아 나서면 ‘작은이모’가 방해할 것임을 알기에 안란수를 시켜 정 소저를 찾게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