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누가 우리 대장 괴롭혀!
엽현이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영수검을 손바닥으로 단단히 붙잡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영수검이 빠져나가 보려 몸을 비틀어 보지만 남자의 손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엽현의 왼편으로는 회색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십여 세로 보이는 남자의 손에는 검은 철환이 감겨 있었다.
그리고 방금 어둠 속에서 화살을 날린 궁수까지 하면 총 세 명이었다.
신합경 절정의 고수 세 명이 엽현을 에워싸고 있었다.
요얼방에 이름을 올린 자들은 하나 같이 엽현보다 약하지 않았다. 만약 저 셋이 한 번에 들어온다면 엽현 혼자서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엽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대지지력을 미친 듯이 빨아들였다. 그 순간, 엽현의 전신에서 강대한 전의가 세차게 뿜어져 나갔다.
전(戰)!
세 명의 요얼방 무인을 앞에 둔 엽현의 눈엔 단 한 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불타오르는 전의(戰意)뿐!
그는 후퇴할 수도, 죽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가 죽게 되면 능한 등 역시 여기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엽현이 표정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더니 오른발로 지면을 강하게 밟았다.
쿵!
엽현 발밑에 있던 지면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때, 엽현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진 후였다. 활처럼 쏘아져 나간 엽현의 신형은 이내 영수검을 붙들고 있는 자 앞에 도착했다.
그러자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영수검을 놓고 엽현을 향해 일 권을 날렸다.
이때 엽현의 오른쪽 소매가 터지며 강대한 역량이 그의 오른팔에 주입됐다.
용력(龍力)!
이것은 바로 예전에 척발부로부터 얻은 국사령(國士令)에 숨겨져 있던 용력이었다.
아무리 금신경을 단련했다지만, 용력과 대지지력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자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엽현의 팔이 갈라져 나갔다.
쿵-!
두 개의 주먹이 정면으로 부딪치자 남자의 오른팔이 순식간에 찢겨 나가며 오십여 장 뒤로 날아갔다
그 순간, 회색 옷을 입은 남자의 발이 엽현의 복부를 가격했다.
퍽-!
엽현이 등이 굽은 채로 날아가는 순간, 어둠 속에서 화살 한 발이 엽현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화살은 대지전갑으로 보호된 그의 육신을 뚫지는 못했지만, 전갑 뒤에 있는 피부에 날카로운 상처를 만들었다.
상대의 화살은 대지전갑으로도 완벽히 막을 순 없던 것이다.
엽현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손을 뻗자 영수검이 왼손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의 오른손은 이미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찢겨 있던 까닭이었다.
이때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엽현 앞에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파공성을 울리며 화살 한 대가 날아왔다.
회색 옷의 남자가 한쪽 다리로 지면을 밀면서 양손을 뻗어냈다. 그러자 그의 양팔에 매달려 있던 철환이 엽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철환의 위력을 느낀 엽현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영수검으로 철환을 냅다 갈겼다.
현재 그는 대지지력만을 운용하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다시 용력을 사용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현재의 그의 육체로는 두 개의 힘을 견딜 수 없었다.
쾅-!
영수검에 잔물결이 일며 엽현이 십여 장을 날아갔다.
그리고 그를 쫓아 날아오는 날카로운 화살!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뜨자 미간 앞에 도달한 화살이 박살 났다.
그 충격으로 엽현은 다시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이때 그의 이마를 타고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화살촉이 그의 이마를 뚫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엽현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 무리하며 싸우고 있었다. 여기에 상처를 입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했다.
이때 멀리 서 있던 팔에 뱀을 감은 남자가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엽현 앞에 나타났다.
남자의 일장이 엽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 풍압에 그들의 공간이 뒤틀렸다.
엽현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장심(掌心)에 영수검을 찔러 넣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쾅-!
엽현과 남자가 서 있던 지면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바로 이때, 남자의 팔에 감겨 있던 붉은 뱀이 그의 팔을 벗어나 엽현에게로 쏜살같이 날아왔다. 엽현이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뱀이 엽현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엽현의 몸이 그대로 경직됐다.
이때 한 개의 그림자가 번개처럼 날아와 엽현의 복부에 무릎을 박아 넣었다.
퍽-!
엽현이 그대로 등이 굽은 채로 날아갔다.
한편 엽현의 몸속에 들어온 붉은 뱀은 그대로 엽현의 오장육부를 삼키려 했다. 바로 이때, 뱀이 엽현의 몸속에서 사라졌다.
다시 뱀이 나타난 곳은 계옥탑 안이었다. 엽현의 몸을 통해 계옥탑의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뱀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 탈출하려 했다.
그 순간 날카로운 발톱이 뱀을 움켜쥐었다.
뱀은 극도의 공포에 빠져 부단히 몸을 떨기 시작했다.
순간, 뱀의 앞에 한 장의 종이가 떨어졌다. 종이 위에는 발자국 하나와 크게 ‘?’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뱀이 당황한 눈으로 종이를 바라보았다.
이때 다시 한 장의 종이가 다시 날아왔다. 여전히 발자국 하나와 ‘?’ 표시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붉은 뱀이 크게 당황해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때, 그를 움켜쥔 발톱에 힘이 들어갔다.
펑-!
뱀의 몸이 한 덩이의 혈무로 변해 사라졌다.
다시 계옥탑 밖, 쓰러져 있던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왜냐하면 계옥탑 내부에서 방출된 파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몸속에 들어온 뱀은 2층의 존재의 말을 알아먹지 못해서 죽임을 당했으리라.
이렇게 보면 2층의 존재는 자신에게만큼은 잘 대해 준 것이 아닐까?
엽현은 자신의 황당한 생각에 스스로 깜짝 놀랐다.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은 지금 세 명의 무인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다.
일대 삼! 게다가 세 명 모두 신합경 절정의 고수들!
‘아… 조금 자신 없는데…….’
엽현이 고개를 돌리니 중년인과 대결 중인 육반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중년인은 분명 육반장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끈질기게 그녀를 물고 늘어졌다. 육반장 역시 중년인을 빠르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이 보였다.
청삼녀와 능약 역시 상대에게 철저히 발이 묶인 상태였다.
현재 그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엽현이 한숨을 내 쉬었다. 역시 믿을 것은 자신뿐이다!
이때, 뱀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엽현에게 소리쳤다.
“어떻게, 어떻게 아무 피해도 없을 수가 있지!?”
그의 붉은 뱀은 신합경의 요수로 사람 몸에 들어가서 순식간에 오장육부를 삼키는 그야말로 그의 비장의 한 수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뱀은 엽현의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그 기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엽현은 이 상황이 조금 우스웠다. 비록 그는 계옥탑의 힘을 사용할 순 있지만 큰일이 벌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감히 그러진 못하고 있었다. 검선이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으니 목숨이 경각에 달리지 않는 한은 계옥탑을 깨울 순 없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저 불쌍한 뱀 녀석이 계옥탑으로 잡혀 들어간 것이다. 계옥탑에 들어선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2층 존재의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상 어떻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는가!
사실 엽현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2층의 존재가 뱀을 처리해 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곤란할 뻔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 정면의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두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서는 곧바로 자신의 팔에 달린 철환으로 지면을 두들겼다.
쿵!
그러자 엽현 앞쪽의 땅이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강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 사이에서 열 개가량 되는 철환들이 서로 몸을 연결한 채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철환에 담긴 패도 넘치는 힘을 느낀 엽현은 전력을 다해 영수검을 휘둘렀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강력한 초식을 연달아 펼치는 바람에 온몸에서 망가지는 듯했지만 엽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막지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쾅-!
엽현의 일 검에 철환들은 모두 제거되었지만, 엽현은 몸을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바로 이때, 번개처럼 날아든 황금색 화살!
엽현이 재빨리 눈을 뜨자 두 개의 검광이 뿜어졌다. 하지만 검광의 위력은 원래보다 한참 약해져 있었다.
세 명의 무인을 상대하며 현기의 소모가 극심했던 것이다.
두 줄기의 검광이 화살을 때렸지만 금빛 화살은 오히려 검광을 뚫어내고 엽현을 향했다.
엽현이 황급히 영수검을 휘둘러 겨우 화살을 빗겨냈다. 하지만 이때 또 다른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건 피할 수 없다.’
엽현이 몸을 비틀었다.
푹-!
화살이 그의 어깨에 박히는 동시에 엽현의 신형이 그대로 십여 장 뒤로 날아갔다.
엽현이 재빨리 손바닥으로 지면을 때리며 몸을 바로 세우는 순간, 이번에선 회색 옷의 남자가 나타나 발을 뻗었다.
엽현은 자신의 몸으로 상대의 발차기를 막아냈다.
엽현이 다시 공중을 나는 순간, 상대를 향해 영수검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십 장 밖으로 재빨리 신형을 물렸다.
바닥에 떨어진 엽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입가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러 내렸다.
이때 눈앞에 있던 두 무인의 신형이 동시에 사라졌다.
엽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 일 합에 자신의 생사가 결정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엽현이 어금니를 깨물며 출수하려는 찰나였다.
“누가 우리 대장을 괴롭히는가!”
능한!
우렁찬 소리가 장내에 퍼지며 능한이 두 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떤 놈이 우리 대장을 건드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것들!”
엽현의 등 뒤로 분노 섞인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능한 이외에 깨어난 자들은 감무위, 야리, 남개명 그리고 백택 등 네 명이었다.
다섯이 이미 신합경에 이른 것이다.
백택 등 다섯 명의 신합경 강자가 두 명의 무인 앞을 막아섰다. 백택 등의 눈에서 진한 살기가 느껴졌다.
사실 경지를 뚫는 동안 그들은 장내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엽현이 세 명의 무인을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하는 동안 그들은 마음속으로 천불이 일 것 같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통유경의 경지로 저들과 상대했다간 오히려 개죽음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이를 악물로 경지를 뚫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오대 삼의 대결!
하지만 요얼방 삼 인은 다섯 명을 앞에 두고 절대 그 기세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중토신주 젊은 세대 중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엽현이 어딘가 불편한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품 안에서 금창단을 꺼내 복용했다.
방금 전의 일 전으로 엽현은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기진맥진이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였다.
게다가 어깨에 박힌 화살은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었다.
현재의 엽현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바로 이때, 빛과 같은 속도로 엽현을 향해 달려드는 그림자가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그림자가 그보다 더 빨리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뒷걸음질 치더니 다시 어둠 속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그리고 엽현의 앞을 막고 있는 자는 바로 묵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