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05
1506화 강제로 밀어 넣어야지
여인이 돌아서려는 이때,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나왔으니 손에 피를 묻히고 싶군.”
걸음을 멈춘 여인이 멀리 상신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 말인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여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 실력으로는 죽일 수 없다.”
“도움은 필요 없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후후, 말귀가 어둡군.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남자가 불만인 표정으로 무언가 대꾸하려 할 때, 갑자기 한 줄기 기운이 날아와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순간, 남자가 빈 하늘을 응시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이 시대는 정말이지 생각보다 강자가 많군.”
“후후, 상상 이상일 게다. 그리고 충고하나 하는데, 이곳에서는 최대한 쥐 죽은 듯 사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말을 마친 여인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하늘을 응시하던 남자는 곧, 여인을 따라 신형을 날렸다.
잠시 후, 엽현의 시선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엽현은 심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열세인 상황에서 여인의 편에 또 하나의 강자가 나타난 것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런 식으로 여인이 불러 모은 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상신이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남자는 야신(夜神)이라 한다. 선사시대를 통틀어 가장 강한 남자였지. 당시 그는 스스로의 경지를 높이기 위해, 거대한 진법을 설치하고, 사람들의 목숨을 재물로 바치려 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선사시대가 몰락하는 계기가 되었지. 야신의 실력은 네 이모보다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을 게다. 그런데 저런 강자 둘이 손을 잡았으니…….”
상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표정이 어두워진 엽현은 고개를 들어 한쪽 성공을 바라보았다.
지금쯤이면 안란수가 정 소저를 찾았을까?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저 얄미운 이모님의 콧등에 제대로 한 방 먹여 줄 수 있을 테니까!
여인과 야신이 떠난 후, 상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구운 생선을 든 작은 여자가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상신은 표정이 진중해졌다.
정체 모를 여인이 갑자기 자리를 떠나간 건, 바로 저 소녀 때문이었다.
상신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소녀가 분명 엽현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놀랄 것은 없었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지 않았더라면 엽현은 벌써 죽고 없었을 테니까.
이때, 상신 곁에 있던 엽현이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순간, 엽현의 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양의 뇌전과 암물질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점점, 엽현의 기운은 걷잡을 수 없이 강해졌다.
* * *
어느 이름 모를 성역.
빠르게 이동하던 안란수가 자리에 멈췄다.
머지않은 정면, 오래된 성 하나가 성공 중에 덩그러니 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란수는 곧장 성을 향해 접근했다.
성문 앞에 멈춰서 고개를 드니, 현판에 적혀 있는 세 글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소양성(小羊城).
“소양성?”
가볍게 미간을 찌푸린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성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성안은 여느 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인도 있고, 상인도 있었으며, 성에 거주하는 보통의 사람들도 있었다.
안란수가 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작은 술집이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청색 적삼을 입은 여인이 반갑게 웃으며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소양성은 처음이신가 보군요?”
“…그건 어찌 알았소?”
안란수가 의심스레 묻자 여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외지인은 티가 날 수밖에 없지요.”
수긍한 안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찾고 있소. 정 소저라는 여인을 아시오?”
“…정 소저를 찾고 있습니까?”
“그렇소.”
이 말에 여인은 안란수를 다시 한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소저는 누구신지…?”
안란수는 별다른 말 없이 곧바로 검령과 작은탑을 꺼냈다. 이 두 신물이 앞에 놓인 순간, 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너…….”
이때, 작은탑이 갑자기 펄쩍 뛰며 말을 했다.
“소청(小青)! 마침 잘 만났다! 정씨 아가씨는 어딨지?”
“하하… 누군가 했더니…. 그런데 어쩌지? 소저는 외출 중이신데?”
안란수가 다급히 물었다.
“그럼 이곳에 없단 말이오?”
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일인가요?”
“매우 급한 일이오. 가능한 빨리 정 소저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소.”
“음… 그럼 바로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겠소!”
소청은 곧바로 부적 한 장을 꺼내 길게 찢었다.
대략 일각 여가 흘렀을 때, 그녀의 얼굴 앞 공간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잠시 후, 누군가와 대화를 마친 소청이 안란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돌아오기까지 닷새가량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너무 늦소. 조금 더 빨리는 안 되겠소?”
“그건… 그렇게나 중대한 일입니까?”
안란수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한번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소청은 또 다른 부적을 찢었다.
잠시 후.
“삼 일! 무슨 일이 있어도 삼 일 안에는 돌아오겠다고 하십니다.”
“좋소! 그럼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소!”
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 * *
성역.
여인을 따라 무변성지로 온 야신은 안색이 크게 변한 상태였다.
엄청난 강자들의 기운이 곳곳에서 느껴졌던 것이다.
이때, 두 사람 앞에 여인 하나가 나타났다.
수무변!
수무변은 야신을 흘끔 쳐다본 후,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통로가 뚫렸어!”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군.”
이때, 수무변이 허공에 원을 그리자, 아무것도 없던 곳에 차원문이 생성됐다.
세 사람은 곧바로 문 안으로 발을 디뎠다.
잠시 후, 세 사람 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황무지였다.
황무지 한가운데에는 여인 하나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청주!
도정의 창시자인 조지청이었다.
이때, 청주가 눈을 뜨더니 고개를 들어 여인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오?”
“일전에 이야기 한 건 생각 해 보았나?”
여인의 물음에 청주가 고개를 저었다.
“남에게 무릎을 꿇으며 살고 싶진 않소.”
“하하, 복종하라는 게 아니다. 협력을 구하는 거지.”
“후후… 듣자 하니 오유계가 매우 좋아졌다던데…….”
“사실이다. 너희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지.”
이 말에 청주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군!”
“결정하거라. 하겠다는 한마디면 곧바로 이곳에서 꺼내 주겠다.”
청주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소. 그대도 며칠 지내보면 바로 알 것이오. 하하하!”
“네 뜻은 존중해 주지.”
여인은 더 이상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돌아서서 떠나갔다.
다시 어둠 속에 홀로 남은 청주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 * *
무변성지.
얼마 후, 여인을 포함한 세 사람은 숲속의 대나무집에 도착했다.
“왜 안 죽이는 거야? 별다른 이유라도 있어?”
수무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자, 여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죽이지 않는다. 그 여자는 살아 있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언제 출수할 거지?”
이 질문에 여인이 성공으로 눈을 돌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흐음… 이제 그녀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군.”
“그럼 이제 움직여도 되는 거 아냐?”
여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아주 좋아할 만한 장소를 봐 놨지.”
“어떤 장소?”
수무변이 물었지만, 여인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대나무집 밖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다름 아닌 극무계의 무제, 무려였다.
이때의 무려는 이미 신경을 넘어선 상태였다.
무려를 발견하자 여인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영항경(永恆境)이로군.”
무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 생각보다 빨랐어.”
바로 이때, 장내에 갑자기 강대한 기운이 불어 닥치더니, 지독한 사기를 풀풀 풍기는 남자가 나타났다.
불사대제!
먼저 와 있던 무인들을 확인한 불사대제는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하나하나가 절대 얕볼 수 없는 강자들이었던 것이다.
야신은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마찬가지로 꽤나 놀란 상태였다. 이는 눈앞에 있는 자들 때문이 아니라,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강대한 존재들 때문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의 기운은 야신마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이곳은 실제로는 호랑이 소굴이었던 것이다!
이때, 불사대제가 여인에게 아는 척을 했다.
“약속대로 왔소.”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들 오거라. 같이 가 볼 곳이 있다.”
여인이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자, 그녀 정면의 공간이 무너지면서 차원문이 생성됐다.
먼저 여인이 안으로 들어서자, 나머지 무리가 그 뒤를 쫓았다.
대략 한 시진쯤 지났을 때.
미지의 성역에 갑자기 구멍이 생기더니, 한 무리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무변성지의 여인 일행이었다.
이들의 정면, 어두운 성공 가운데 핏빛 차원문이 존재했다. 이 붉은 문 주변으로 기이한 붉은 실오라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바로 인과선이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액난문(厄難門)인가?”
야신의 말에 여인이 웃으며 대꾸했다.
“과연 선사시대 최강자답게 아는 것이 많군.”
“액난문… 들어는 봤어도 실재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소. 그런데 이 문을 그대가 찾아내다니…….”
“하하, 사실 내가 찾은 게 아니라 액난문 스스로 날 찾아온 거다.”
“그래서… 도대체 저걸로 뭘 하려는 거요?”
여인이 슬쩍 웃으며 액난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문을 통과하면 액난계(厄難界)로 갈 수 있다고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인지 매우 궁금하지만 그럴 엄두가 나질 않는군.”
이 말에 수무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째서 못 들어간다는 거야?”
“후후, 그 ‘세 사람’을 제외하면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엽현 또한 들어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녀석의 액난지인의 대부분은 그의 아비와 동생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런 거대한 인과를 짊어지고 액난문을 통과하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지. 게다가 저 안에는 우주의 법칙이 존재한다.”
여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쨌거나 핵심은 누구든 저 안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엽현을 저 안에 들어가게 하겠단 말이야?”
“후후, 제 발로 들어가지 않으면 강제로 밀어 넣는 수밖에.”
여인이 손을 휘두르자, 액난문이 그녀의 소매 안으로 사라졌다.
액난문을 챙긴 여인은 씩 웃으며 돌아섰다.
“가자! 오유계로!”
잠시 후, 여인과 나머지 무인들은 왔을 때처럼 차원문을 통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