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13
1514화 아직 부족하다
감히 나와 대적할 자가 있는가!
엽현은 이 말을 뱉고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이런 말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엽현은 고개를 돌려 여유 있게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모든 원흉은 바로 저 남자였다!
이때, 엽현의 정면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지금 농담하는 게냐?”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소! 가볍게 인사치레한 것이니 너무 마음에 담지는 마시오! 오늘 이곳에 찾은 진짜 이유는 그대들 중 출중한 자와 겨뤄보기 위함이오!”
“결국 시비를 걸러 왔다?”
엽현이 잠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췄소!”
엽현은 기왕 이리된 거 강하게 나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붙을 거라면 기세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모든 싸움은 결국 기세가 중요한 것!
바로 이때, 엄청난 기운이 산꼭대기로부터 휘몰아쳤다.
이 기운은 즉시 한 줄기 유성처럼 변해 엽현을 향해 쏘아지듯 날아들었다.
상대의 기운은 이미 엽현 주변의 공간을 장악한 상태!
결코 평범한 강자가 아니었다!
엽현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눈이 마주친 남자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은 바로 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자신은 나서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결국 마음을 굳힌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검집에 손을 가져가 언제라도 발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렇게 상대의 기운이 눈앞 몇 장 앞까지 접근한 이때, 엽현의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발검술!
말 그대로 아주 단순한 발검술이었다. 혈맥지력이나 육신의 힘은 물론 검역과 신앙지력 같은 외부의 힘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참천발검술(斬天拔劍術)!
검을 휘두른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이며 날아갔다.
하지만 이 검광은 상대에게 닿기도 전 허무로 변했고, 이와 함께 엽현의 신형 또한 순식간에 천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자리에 멈춰 선 엽현의 육신은 군데군데 갈라져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일격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엽현은 피가 줄줄 흐르는 몸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전투력은 예전과 비교해서 절반 가까이로 줄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공격을 받아도 끄떡없음은 물론, 바로 반격까지 날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괴물 같은 육신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엽현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들었다.
멀지 않은 정면.
자신을 향해 서 있는 한 중년인이 시선에 들어왔다.
하얀 장포 차림에 머리에는 문사들이 쓰는 두건을 걸친 중년인의 모습은 영락없는 서생에 다름이 없었다.
잠시 엽현을 응시하던 중년인은 문득 엽현 뒤쪽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 순간, 중년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고수!
중년인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살면서 자신보다 강한 자를 만나는 것은 그에게는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누구시오?”
중년인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그러자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 아이를 데려온 사람이다.”
엽현을 흘끔 쳐다본 중년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에 온 이유를 알 수 있겠소?”
“후후, 단순히 비무를 하러 온 것이니 겁먹을 것 없다.”
이 말에 중년인은 즉시 상황을 알아챘다.
지금 눈앞의 남자는 저 젊은 검수를 훈련시키는 중이었던 것이다.
이는 사제지간에 흔히 있는 일이니.
특별히 이상하다 할 것은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중년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비슷한 또래를 붙여 주겠소.”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허락한다.”
중년인은 엽현을 위아래로 슥 훑어보더니, 산 위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대(二代) 제자 중에서 아무나 나와 보거라!”
엽현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검게 변했다.
일대도 아니고 이대라니, 그것도 아무나?
이거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
중년인의 음성이 떨어진 이때, 산 정상에서 하얀빛이 솟구치더니, 이내 젊은 남자 하나가 엽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빛이 감도는 장포를 입은 사내는 한 손에 장 한 자루를 쥐고 있었다.
“주염(朱簾), 가볍게 한 수 가르쳐 주어라!”
“예!”
주염이라 불린 사내는 곧장 엽현을 향해 자세를 갖췄다.
“출수하시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수 부탁하겠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엽현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이를 본 주염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재빨리 창을 찔러 넣었다.
마치 한 줄기 뇌전처럼 빠르게 날아간 창은 곧바로 엽현의 검 끝을 겨냥했다.
쾅-!
창과 검이 허공에서 격돌한 이때, 엽현이 검을 쥔 손을 슬며시 비틀었다.
그러자 그의 검이 창신을 따라 뱀처럼 이동하기 시작했다.
주염의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았다.
엽현의 검이 다가오는 것을 본 그는 재빨리 창을 횡으로 휘둘렀다.
쾅-!
또 한 번의 충격이 일고, 엽현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주염은 여세를 몰아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때, 차가운 검 끝이 이미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순살일검!
조금 전, 엽현은 뒤로 밀려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순살일검을 펼쳤다. 비록 예전과 같은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펼쳐진 순살일검은 주염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전투는 엽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주염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다소 방심한 것 같소.”
“하하, 그럼 다시 해 보겠소?”
엽현이 손을 뻗자, 주염의 목을 겨누고 있던 검이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제안을 받은 주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번에는 주염이 먼저 크게 한 발을 내딛으며 접근했다. 찰나의 순간, 서늘한 기운이 엽현의 미간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바로 이때, 주염의 주변으로 신비한 기운이 생성됐다.
검역!
검역의 출현과 함께, 창의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차가운 검 끝이 주염의 미간에 닿았다.
역시나 순살일검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수비 상황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검역은 외부의 힘이라 볼 수 없었다. 이 역시 엽현이 깨달음으로 얻은 검도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내가 졌소.”
주염이 항복을 선언하자 엽현이 웃으며 검을 회수했다.
“좋은 승부였소.”
주염은 곧장 중년인 곁으로 돌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고사(顧師),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정당당히 겨뤄서 패한 것이니 부끄러워할 것 없다. 돌아가서 더욱 정진하도록 하거라!”
고개를 끄덕인 주염은 마지막으로 엽현을 한번 쳐다본 후 자리에서 사라졌다.
주염이 떠나자, 고사가 엽현을 향해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내 너를 다소 과소평가 한 듯하구나.”
고사가 다시 산 위를 향해 소리쳤다.
“일대 제자 중에 자신 있는 자가 나오거라!”
이때, 장내에 백광이 번뜩이더니, 여인 하나가 엽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큰 체구를 지닌 여인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있었다.
검수!
상대가 검수임을 알아본 엽현은 다소 흥분됐다.
마침 같은 검수와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저기 뒤에 서 있는 남자 역시 검수긴 하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나 커 비무의 의미가 없다.
엇비슷한 실력의 검수를 상대할 수 있다면 그 수확이 결코 적지 않으리라.
“그럼… 한 수 부탁하겠소!”
외침과 동시에 여인의 검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전광석화처럼 날아들었다. 여인의 검은 순식간에 공간을 찢고서 엽현의 미간 앞에 도착했다.
예전의 그였더라면 이 정도 검은 그냥 몸으로 받아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그의 육신은 그 어떤 공격에도 쉽게 상처를 입는 ‘평범한 몸’이기 때문이다.
검이 막 미간을 관통하려는 순간, 엽현의 검이 칼집을 빠져나왔다.
참천발검술(斬天拔劍術)!
엽현이 검을 뽑는 이 순간, 강대한 기운이 검 끝에서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이와 함께, 주변의 공간이 쩍 갈라져 나갔다.
쾅-!
여인의 검은 결국 엽현의 검에 가로막혔다.
바로 이때, 여인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엽현 주변의 공간이 갈라지면서, 무수히 많은 검기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엽현은 황급히 검을 거둠과 동시에 횡으로 크게 검을 휘둘렀다.
쾅-!
사각에서 날아오던 검광이 그대로 소멸됐지만, 나머지 검기들은 여전히 엽현을 노리고 있었다.
엽현은 허공을 박차며 빠르게 뒤로 물러나 검기와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이때, 그의 정면의 공간이 찢어지더니 여인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순간, 그녀의 검이 마치 벼락처럼 엽현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의 반응 역시 느리지 않았다.
어느 틈에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그는 다시 한번 발검 자세를 취했다.
참천발검술(斬天拔劍術)!
쾅-!
강대한 일격에 가로막힌 여인이 뒤로 튕겨나듯 물러났다.
이때, 그녀의 신형이 다시 한번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이때, 여인의 검은 이미 그의 미간 앞에 도달한 상태였다.
엽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똑같이 검을 찔러 넣었다.
비록 한 박자 늦긴 했지만, 엽현의 검초는 순살일검이었다.
서로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두 자루 검.
이 상태라면 동귀어진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인은 가슴으로 향하는 검을 보고도 몸을 빼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는 건 엽현 역시 마찬가지!
푸푹-!
결국 여인의 검은 엽현의 미간을, 엽현의 검은 여인의 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하지만 둘 모두 마지막 순간에 힘을 뺀 덕에 죽음에까지 이르진 않았다.
물론 중상이라 할 수 있는 상처였지만, 적어도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때, 고사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경지만 놓고 봐도 여인이 더 높았다.
하지만 저 눈앞의 남자는 기어이 평수를 만들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때, 엽현과 여인이 동시에 검을 거두었다.
엽현은 남자 곁으로 다가가자, 남자가 웃으며 물었다.
“어땠느냐?”
“후… 아슬아슬했습니다. 모험을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예전의 실력이 있었더라면 저 정도 상대는 가차 없이 땅바닥에 나뒹굴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혈맥지력과 육신의 힘이 없는 지금은 승리는커녕, 기껏해야 동수를 이루는 게 전부였다.
그만큼 그때와 지금의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알겠느냐? 외력을 제거한 순수한 네 실력은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엽현이 숙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혈맥지력과 강력한 육신이 없는 그는 원래 실력에 절반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이때 남자가 고사를 향해 소리쳤다.
“며칠 후에 다시 오겠다!”
말을 마친 그는 엽현을 데리고 돌아섰다.
고사는 떠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때, 조금 전의 여자 검수가 고사 곁으로 다가왔다.
“고사, 저 두 사람은 누굽니까?”
“…나도 처음 보는 자들이다.”
여인의 시선이 엽현 곁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 남자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까?”
이에 고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뿐만 아니라, 나도 저자의 실력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 말을 들은 여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사를 쳐다보았다.
“그, 그런…….”
이에 고사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남자의 실력은 나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깊다. 너와 겨룬 검수 역시 마찬가지다. 어쨌든 다시 온다고 했으니 대비를 확실히 해 둬야 할 것이다. 청업(青業), 너는 먼저 부상을 치료하도록 하거라. 그런 다음 조금 전에 있었던 비무에 대해 나와 토론해 보자꾸나.”
청업이라 불린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순간, 청업의 눈 속에서 전의가 불처럼 타올랐다.
검수!
젊은 일대의 검수들 중에서 그녀 역시 아직까지 패배해 본 역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