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48
1549화 머리는 장식이냐?
이 시각, 대황산맥 깊은 곳.
막 부상을 치료하고 있던 흉수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때, 그의 눈앞에 웬 여인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여인의 등장에 흉수는 미심쩍은 눈빛부터 보냈다.
“넌 또 누구냐?”
“요수, 질문은 내가 한다.”
순간, 흉수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아직 채 말을 마치기도 전, 겨우 회복되었던 그의 왼팔이 피를 뿌리며 잘려나갔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흉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는 도대체…….”
“질문. 여기서 붉은 치마를 입은 여자를 보았나?”
흉수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검수와 함께 있던 여자를 말하는 거라면 본 적 있다!”
“검수? 혹시 액체의 운명을 타고난 남자를 말하는 건가?”
흉수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다! 그 아이가 틀림없다! 그건 왜…….”
“흠… 그 여자가 검수를 죽이지 않았나?”
이 질문에 흉수가 흠칫 경련을 일으켰다.
“아니다. 죽이기는커녕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주기까지 했다!”
구해줘?
“혹시 그 상처도 그 여자에게 당해서 생긴 건가?”
“그렇다!”
“그렇단 말이지? 후후… 재밌게 흘러가는군. 설마 변절을 한 걸까?”
흉수는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여인을 쳐다보기만 했다.
두 여자가 돌아가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이 너무나 치욕적으로 느껴졌다.
이때, 여인이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분명 내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엽현을 빼낸 것이라면…….”
이때, 흉수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그 검수를 죽이려 하는 건가?”
여인이 다시 흉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후후, 안 될 이유라도 있나?”
“무, 물론 그럴 이유는 없지! 다만 곁에 있는 그 여자의 실력이…….”
“상관없다. 그 여자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을 테니까.”
이때, 여인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더니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여인이 완전히 떠난 것을 확인하자, 흉수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겁이 나서 손발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이 정도라면 조금 전 붉은 치마의 여인보다 흉악한 것이 아닐까?
흉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그렇게 약한가?”
바로 이때, 그의 머리 위 공간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세 명의 여인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다름 아닌, 엽현을 찾으러 온 막념 일행이었다!
엽현의 불사혈맥이 다시 살아나자, 그의 기운을 느낀 무변성지의 여인이 곧바로 이곳으로 안내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황산맥에 발을 디딘 순간, 엽현의 기운은 또다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세 여인을 본 순간, 흉수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이건 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여인들이란 말인가?
“약관의 나이에 검을 쓰는 사내아이를 본 적 있나?”
무변성지의 여인이 다짜고짜 질문부터 던지자 흉수가 얼떨떨해하며 대답했다.
“그… 액체를 가진 녀석을 말하는 건가?”
이 말을 들은 순간, 세 여인이 동시에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 맞아! 지금 어디 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나도 알지 못한다.”
이때, 막념이 무변성지의 여인을 향해 물었다.
“지금 그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나?”
무변성지의 여인이 주변을 돌아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주 희미하게 느껴지는 정도가 전부다. 게다가 기운이 들쑥날쑥하는 걸 봐서는 정상적으로 이동하는 것 같지도 않다.”
“흠… 이를 어쩐다.”
이때, 흉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너희도 그 녀석을 죽이러 온 건가?”
흉수는 세 여인의 표정이 변한 것도 모른 채, 흥분해서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너희가 오기 직전에 놈을 거의 죽일 뻔한 지경까지 몰고 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여자 하나가 나타나 훼방을 놓았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이미 녀석을 죽이고 자기도 빼앗았을 것을…….”
무변성지의 여인이 웃으며 물었다.
“그 아이를 거의 죽일 뻔했다고?”
“분명 그랬지! 만약 그 여자만 아니었더라면 진즉 녀석의 머리통을 박살 내…….”
바로 이 순간, 도가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뒤이어 막념이 검을 빼 들더니, 무변성지의 여인마저 눈을 부릅뜨며 흉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모습을 보자 흉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
잠시 후, 대황산맥 전역에 처절한 비명 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다들 나만 갖고 이러는 거냐! 으아아아악!”
* * *
한편, 이름 모를 성역의 한쪽 공간이 열리고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우주법칙의 수호자인 검은 치마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정면에는 하얀 갑옷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두 사람은 이미 구면인 듯했다.
“후후, 누군가 했더니 이신(已辛)이었군. 너 역시 이곳에 와 있을 줄은 몰랐다.”
검은 치마 여인의 물음에 이신이라 불린 여인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목소도(牧小刀), 여긴 무슨 일이지?”
이 질문에 목소도가 옅은 미소를 보였다.
“널 찾으러 왔다고 하면 믿겠나?”
“…한 판 붙자는 건가?”
목소도가 무어라 대답하려는 찰나,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기이하게 변했다.
“이런… 일부러 여기 있다는 티를 내서 그 녀석이 도망칠 시간을 벌려고 했던 건가?”
“…….”
“하하하! 액난문이 그놈에게 협조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까지 이럴 줄이야… 이거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는군.”
이 말에 이신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액난문이 엽현을 돕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법칙대인(法則大人)께서는 네 안에 머물고 있는 건가?”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이에 목소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한 말을 했나 보군. 그럼 이만.”
말을 마친 목소도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더 이상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었다. 만에 하나 법칙이 정말로 이신 안에 머물고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될 수도 있을 테니까.
비록 이신이 수호하는 법칙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목소도 하나 해치우는 것쯤은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
목소도가 떠나자, 이신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제 죽고 사는 일은 너 자신에게 달렸다.”
이 말을 끝으로 이신 역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어느 흑동 한복판.
엽현이 어검에 몸을 맡긴 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도망쳐야만 했다.
“우회전! 잠시 후에 나타나는 흑동을 타고서 다른 우주로 넘어간다!”
액난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엽현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잠시 후, 액난문의 말대로 흑동을 통과한 그는 어느 고요한 성공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엽현이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어디에 와 있는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와 보는 성역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정면, 멀지 않은 성공에는 또 다른 흑동 하나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 흑동은 성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했는데, 주변에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 예외 없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뭘 망설여? 어서 들어가지 않고!”
액난문이 말하자, 작은탑이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이봐, 그 위험한 기운이 아까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
결국 엽현은 흑동 안으로 몸을 날렸다.
이내 엽현은 흑동 깊은 곳을 향해 빙글빙글 회전하며 빨려 들어갔다.
이때, 엽현이 황급히 검역을 펼쳤다.
흑동 안으로부터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검역은 대부분의 기운을 상쇄하긴 했지만, 엽현은 점점 힘이 부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엽현이 놀랐던 부분은 흑동 안의 기운이 완전히 처음 겪어보는 힘이라는 사실이었다.
“액난문, 날 잡으러 오는 자는 어떤 법칙의 수호자지?”
“흥, 그게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네가 이길 수 있는 수호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이 말에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날 무시하는 건가?”
이에 액난문이 분통을 터트렸다.
“제발 헛소리 좀 작작해라! 그 검수가 너 대신 액난법칙의 힘을 견제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뭐? 형님이 날 대신해서 액난지인을 막고 있었다고?”
“흥! 그게 아니면 네가 아직까지 살아 있었겠느냐? 하지만 그는 이미 떠났으니 조만간에 너는…….”
바로 이때, 액난문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런! 이미 보호 상태가 끝났군!”
“뭐, 뭐!? 그럼 이제 어떻게…….”
엽현이 황급히 묻는 이 순간, 갑자기 그의 주변으로 붉은 실선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를 보자 엽현의 표정이 크게 어두워졌다.
“젠장! 이것들이 또 나타났어! 액난문! 어떻게 좀 해 봐! 이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 없어?”
이에 액난문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꾸했다.
“넌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난 네 놈의 수호자가 아니라 액난법칙의 수호자란 말이다! 그런데 나 보고 널 보호해 달라고?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게냐? 하하하!”
액난문의 말을 들은 엽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여자는 액난법칙과 한패라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주변의 공간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액난문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제길! 흑동이 폭발하려 한다!”
이 말에 엽현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폭발!? 농담하지마!”
“멍청이! 내가 왜 너와 농담을 하겠느냐! 우주의 흑동은 죽은 별과 우주 물질을 집어삼킨 후, 힘이 한계에 달했을 때 폭발한다! 이 정도는 상식 아니었나?”
“뭐? 흑동이 폭발하기까지 보통 몇 년이 걸리는데?”
“수백만 년! 혹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제기랄! 그럼 수백만 년에 한 번 일어나는 폭발이 오늘이란 말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잊었느냐? 너는 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는 사나이라는 것을. 당연히 액난법칙이 발동한 것이겠지!”
액난법칙!
엽현은 하마터면 기가 차서 피를 토할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억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 모든 게 액난법칙 때문이었다니!
바로 이때, 흑동이 갑자기 급격하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엽현을 압박하던 신비한 기운 또한 몇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이를 느낀 엽현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약 이 힘이 폭발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육신이라도 먼지로 변해 사라지고 말리라!
이때, 액난문이 소리쳤다.
“뭘 멍하니 있어? 빨리 빠져나가!”
정신을 차린 엽현이 속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안 돼! 이미 늦었어! 얼마 후면 폭발할 거다!”
이때, 액난문이 갑자기 엽현에 나타나더니, 손으로 그의 어깻죽지를 붙들었다.
“지긋지긋한 자식! 지금이라도 당장 죽여 버리고 싶구나!”
말을 마침과 동시에 액난문과 엽현이 한 줄기 혈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액난문은 엽현을 돕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엽현 안에 있을 때라야만 목소도의 추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목소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엽현의 ‘형님’이 떠나기 전 자신의 미간에 박아 놓은 두 개의 검기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금제가 걸린 상태의 그녀는 결코 목소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평생 동안 싸워 온 원수 사이.
만약 지금 목소도의 손에 붙잡힌다면 그땐 정말로 살기가 어려우리라!